푸른 꽃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6
노발리스 지음, 김재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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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예술가들의 생은 세상에서 유일무이할 정도의 독특한 사랑으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 이 <푸른꽃>의 작가 노발리스는 그런 면에서 단연 두각을 보인다. 20대 청년으로서 시골에서 처음 만난 13세의 소녀 소피에 반해 그 다음해에 약혼을 하고---물론 소피의 부모를 설득하여---그녀의 나이 15세때 그녀를 잃고 광기어린 삶에 사로잡혔던 노발리스. 그가 죽음을 맞으면서까지 그리워했던 소피를 향한 사랑이 바로 이 소설 <푸른꽃>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푸른 빛깔은 하늘의 색이며 바다의 색이다. 멀리서 보면 파란 빛깔로 우리의 눈을 유혹하지만 막상 가보면 푸른 빛은 다시 저 멀리 멀어져 있다. 그러니 푸른꽃 역시 그런 꽃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자기의 것으로 늘 주변에 있지만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것, 그것이 푸른꽃이다. 멀리 있는 것으로만 보이는 꽃. 그 꽃을 찾아 독일의 낭만주의자들은 미지의 땅을 찾아 십자군 원정을 시작한다. 그 십자군 원정은 애당초 죽음의 세계로 가야 하나,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대개의 경우 꿈의 세계로 몰입한다. 그 꿈의 세계와 맞닿은 세계가 현실에도 있으니 그것은 바로 시문학의 세계이다. 시문학의 세계를 통해 우리 인간 의식의 끝간데 없음을 낭만주의자들은 증명해보이려고 한다. 그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순수한 결합을 통해서만 미지의 세계로 가는 손전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른꽃>은 이 과정을 섬세한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주변의 애정소설을 발견하려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혼을 몸통 삼아 가는 길목에 핀 '푸른꽃'을 찾겠다는 심정으로 갈 때 이곳의 하인리히처럼 무엇을 발견하기도 하고 무엇을 잃기도 하리라.

또 하나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학에 대한 노발리스의 거의 철학가에 가까운 입장이다. 독일 소설의 장점은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서 나오는 순간 뭔가 머릿속에 잔상이, 교양적 잔상이 진하게 남아 자신의 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아랫 분이 쓰신 것처럼 무서운 독이다. 이 독이 무서운 사람은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그러나 자신의 영혼을 튼튼하게 만들고 싶은 분은 한번 도전해보아도 좋으리라. 책 읽기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콜럼버스나 아메리고 같은 탐험가의 정신으로 무장한 발견에의 의지이니까. 지리적 대발견의 기쁨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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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3
귄터 그라스 지음, 김재혁 옮김 / 민음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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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그라스, 어쩌면 넙치처럼 생기고 좀 느글거리는 듯한 인상. 그 큰 머리 속에 엄청난 상상력이 들어 있는 줄은, 그냥 사람만 보면 파악하기 힘들다. 그저 쌀장수 아저씨처럼 보이니 말이다. 그런 아저씨가 그의 나이 40에 쓴 소설이 이 넙치다. 양철북으로 유명한 그이긴 하지만 20대 초반에 쓴 그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이 갖는 미적 완결성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40이란 나이가 갖는 무게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고 그 사이에 놀았던 것도 아니고, 넙치와 식량문제, 여성문제 등등 모든 것을 다루어보겠다고 오래 전부터 별러왔다고 하니 말이다. 이 작품은 동구권에서부터 시작되어 게르만 민족이동, 기독교 세계, 양차 세계대전,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 편의 문화사요 정사 뒤에 숨어 있는 야사의 파노라마이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갖는 상상력을 오히려 능가하는 귄터 그라스의 필력은 경탄할만하다. 이 소설 처음부터 펼쳐지는 아우아의 세계는 우리가 지금 구해야 할, 산재한 인류 재앙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한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어부와 그의 아내>라는 그림 동화에서 착안하여 그 끝임없는, 광대한 여정을 시작한 이 텍스트를 통해서 우리는 문학적 상상력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고전의 존재 이유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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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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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강박관념을 가지고 읽는 사람은 바보다. 그리고 또 책에 뭔가 의도를 잔뜩 그려놓으려고 하는 작가도 바보다. 우리 인간이 자연의 물질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물질의 작용으로 정신이라는 것까지 구가하듯이 책 읽기도 책 쓰기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때문에 이 책은 먼저 두 남녀의 사랑으로 볼 수도 있고, 또 쓰라린 독일 현대사의 일부분에 대한 서술로 볼 수도 있다. 나는 먼저 이 책을 사랑으로 읽고 싶다. 그 누가 이런 사랑을 비정상적이라고 하던가? 나이 차 때문에? 우스운 일이다. 억지라고? 그럴 수가 없다고? 아니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문학에서 숱하게 다루어지는 소재가 그렇다면 다 불륜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어린 미하엘과 어른 한나와의 자연스런 사랑으로 우선 읽고, 그 다음에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이 텍스트 읽기의 올바른 방법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랑을 누가 가르쳐 주어서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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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문현미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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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5공화국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우리는 한때 릴케의 <말테의 수기> 속으로 도피한 적이 있다. 도피라기 보다는 말테의 수기 초반부에 나오는, 파리에서 방황하는 말테와 우리를 동일시한 적이 있다. 뒷부분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말테의 그 한서린 듯한 가난과 죽음에 대한 독백에 모두들 가슴을 쳤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에피소드 <돌아온 탕아>에서의 릴케의 독특한 사랑 해석에 전율을 느끼며 그 어려웠던, 아팠던 80년대 고비에 우리는 이 말테의 수기를 칙처럼 캐먹으며 살아남았다. 40여 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부분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마음속에 가져도 무방하리라 여겨진다. 이 책은 그러므로 현대소설의 효시로까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책: 어려우니까 읽는다. 쉬운 길은 피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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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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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영화 중 애마 부인의 원형인가? 모르겠다. 내용이야 지금 보면 그저 그렇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빛나는 문체를 보라. 플로베르. 한 줄의 글을 얻기 위해서, 문둥병 환자 옆에도 누워보아야 한다고 한 그다. 그런 장인정신을 보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일 것이다. 번역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살아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슬픈 사랑 이야기를 원한다면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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