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속의 비범 2005-07-15
병아리를 위하여 일주일 전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앞에서 500원을 주고 사왔던 병아리가
오늘 죽었다. 사고사였다. 제법 날개도 어엿하게 나서 수탉으로 커 가는
과정이었는데, 큰 애의 발에 밟혀 그만 세상을 떴다.
병아리가 그렇게 사람을 따르는 것은 처음 보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내 발꿈치만 따라다니며 삐약거리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아파트 화단에 한밤중에 묻으주고 와, 잠을 자려니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 두 시가 넘었는데, 몸은 피곤한데 잠은 안 온다. 인연을 맺는다는 것이, 정을 준다는 것이 이런 걸까. 앞으로 많이 있을 수많은 이별이 두렵다. 나이가 들수록 감상에 젖는 것일까. 치킨을 뼈까지 발라가며 잘 먹던 우리 식구가 이 친구가 오고 나서는 한번도 치킨을 먹지 않았었다.
다른 말은 더 이상 하기 싫다. 부디 다음엔 행복한 생명체로 태어나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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