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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열린책들 세계문학 194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재혁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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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세계는 용이치 않다, 접근하기가.

그러나 그의 세계는 먼저 자신의 것을 요구하지 않는 자에게

문을 연다.

관습적 열쇠를 던져버리고 너와 나를 버린 자세로

출입을 허락하면 혹시 열어준다.

이 책은 많은 알레고리를 담은 작품이다.

작가의 생활과 관련하여 읽을 수도 있고

당시의 법관련 관습과 관련하여 읽어도 그만이다.

다만,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아야 즐거움이 배어나온다.

현실의 숨겨진 눈초리를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열어보라.

혹시 자신의 어둔 눈빛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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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 루소
장 자크 루소 지음, 정영하 옮김 / 연암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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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인간을 가르치기에 앞서 감각이 중요하다는 것.  

어린아이가 성장할 때 너무 많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사물의 냄새와 향, 그 무게와 촉감을 느끼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할 때, 그 말은 자연 속의 인간처럼, 첫 탄생 시의 

그 모습 그대로로 돌아가, 가장 자연적인 방식으로 성장하도록 아이를 두라는 

말과 같다. 

루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도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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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광인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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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은 인간들의 말의 기록이다. 사전은 살아서 움직이며 인간들의 숨결과 고민이 각인되어 있는 나무와 같다.  

사전의 중요성을 미리 깨달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서 전개된다. 하나의 소설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 재미 있지는 않다. 다만 사전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 나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인류 정신의 소산인 사전은 숨어 있는 거인과 같다. 사전을 잘 만들어야 이 거인을 좋은 곳에 잘 이용할 수 있다. 나쁜 사전을 가진 민족은 저열한 하인을 둔 주인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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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펭귄클래식 97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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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감동이 나의 마음을 그의 소설 <말테의 수기> 쪽으로 이끌었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자신의 일기와 편지, 그리고 가재도구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상하게 들려주는 릴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삶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는지, 등등에 대해 소탈하게 털어놓았다. 그의 목소리는 윤기가 있었으며 부드러웠다. 

<말테의 수기>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복잡한 인생 속에 갈피를 못 잡을 때 손에 쥐면 하나의 지도가 되어주는 책이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아름다운 문장들 속에 들어 있는, 날카로운 생각들이 가끔 내 가슴을 찌를 것만 같다.

<말테의 수기>를 읽기는 얼핏 어려워 보인다. 대충 앞쪽만 몇 페이지 읽다가 집어던지기 일쑤다. 나도 그런 경험이 몇 번 있다. 그러다 보니 무슨 시험공부를 한답시고 앞쪽만 까맣게 손때가 탄 책을 만나는 것과 같다. 대개의 경우, <말테>를 말하면 앞쪽에 나오는 이야기만 하다 만다. 
<말테의 수기>는 덴마크 귀족의 말예인 말테가 대도시 파리에 와서 겪는 고통스런 나날로 시작된다. 그의 고통과 불안은 그의 눈에 띄는 여러가지 현상들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현실의 실상이 그 배후까지 여실히 드러나게 된 것은 그가 시인으로서 보는 법을 배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은 안 보이는 것까지 속속들이 투사한다. 그의 시선에는 글을 쓰는 그의 손이 달려 있다. 보통 사람이 보는 것과 다른,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속속들이 보려는 그의 시선 앞에 모든 것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도시 파리가 이 소설의 중심은 아니다. 인간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으며 어디까지 자신의 세계를 내적으로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가, 또 그것을 시인으로서 어떻게 묘사하고, 지금까지의 묘사법이나 세상을 보는 눈을 어떻게 혁신시킬 수 있는가, 하는 데까지 이 소설은 눈길을 준다. 
그러다 보니 일단 현상적으로 대도시 파리가 등장하고, 이어서 어린 시절이 나오고, 옛 전설이나 역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는 성경의 <돌아온 탕아> 이야기를 글을 쓰는, 시적 습작을 하며 시인으로서 길을 가려는 어느 고달픈 영혼의 이야기로 해석하는 것이다.
몽타주 수법으로, 일흔 한 개의 에피소드를 단절적으로 쓴 소설이라 하지만, 이렇게 지하수처럼 내적으로는 긴밀하게 연결을 맺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에 모든 것을 걸면 얼핏 중요한 면을 지나치기 쉬운 것이 이 소설인 것 같다. 서술자의 시각 속에 소설을 바라보는 시각이 암시적으로 들어 있다. 이를테면 음악에서의 라이트모티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위대한 사랑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와 <아벨로네>에 대한 은근한 사랑 속에는 잊혀지지 않는 힘이 들어 있다. 소설 속에 들어 있는, 잔잔한 문체 아래 숨쉬고 있는, 냇물 돌멩이 아래 숨을 죽이고 숨어 있는 메기의 눈을 발견해야 한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모든 독자가 자신의 가슴과 머리로 좇아야 할 깃발과 같은 것이 아닐까.

몇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할 소설인 것 같다. 릴케라는 시인의 많은 면이 일기체 같은 이 소설에 암호처럼 들어있으니, 더 그렇다. 서술의 기법은 특히 그의 화풍을 여실히 보여준다. 개성적으로. 

<말테의 수기>는 결국 사랑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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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지 않는 사랑 - 릴케의 가장 아름다운 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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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교보문고에 갔다. 행사가 많은 5월이라 그런지 발 디딜 틈이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아이들의 책을 골라준 뒤, 가끔씩 들리곤 하던 시집 코너로 갔다. 평소에 시를 즐겨 읽는 편이라 시집 코너는 꼭 들르는 편이다. 그때 한 권이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베이지 색 바탕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시인의 모습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이었다. 어딘가 먼 곳을 동경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 시선은 고등학교 때 처음 보았던 사진에서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시집의 제목은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었다. 대학교 때 많이 들었던 릴케의 애인, 루 살로메의 생각이 났다. 사랑에 소유가 없다니? 과연 릴케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유를 저버리고 나름의 자유를 구가하는 모습이란, 정녕 예술가의 참 모습이 아닐까? 나는 얼른 책을 집어 들고 훑어보기 시작했다. 시집의 작은 제목은 '릴케의 가장 아름다운 시'였다. 이런 제목을 단 시집들이 옛날부터 많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거기에는 별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한 권의 시집 분량치고는 제법 두툼한 그 시집의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이 시집은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릴케의 시집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시집을 사서 어린 영혼처럼 가슴에 품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밤늦은 시각부터 한 작품 한 작품씩 되새기면서 읽어 내려갔다.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이 시인의 인생의 역정을 반영하듯이 유연하게 흘러갔다. 초기의 약간 어린 듯한 느낌에서부터 가을날의 시인의 단계와 신시집의 시인의 모습을 지나 만년의 <두이노의 비가>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까지 읽었을 때에는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 속에서 릴케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약간 어려운 시구절에는 역자의 친절한 주석이 달려 있어 내용을 이해하고 다음 구절로 넘어가고 또 시작품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 소절, 한 구절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이의 노력이 흔적이 역력하게 묻어나왔다. 릴케의 특징은 무엇보다 강한 이미지인데 그것이 우리말로 확연하게 눈앞에 떠오를 수 있도록 달콤하게 옮겨놓았으니 말이다. <두이노의 비가>의 10편의 비가를 이렇게 한 권의 시집에 다 모아놓고 게다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의 중요 작품과 시작노트 및 헌시 그리고 미발표 원고까지 수록한 역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세심한 노력이 우리의 번역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는 일이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창밖의 비는 폭우로 바뀌었다. 시원스레 쏟아지는 비가 꼭 시의 물결을 이루어 고독에 젖은 도시의 골목을 누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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