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3
귄터 그라스 지음, 김재혁 옮김 / 민음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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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그라스, 어쩌면 넙치처럼 생기고 좀 느글거리는 듯한 인상. 그 큰 머리 속에 엄청난 상상력이 들어 있는 줄은, 그냥 사람만 보면 파악하기 힘들다. 그저 쌀장수 아저씨처럼 보이니 말이다. 그런 아저씨가 그의 나이 40에 쓴 소설이 이 넙치다. 양철북으로 유명한 그이긴 하지만 20대 초반에 쓴 그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이 갖는 미적 완결성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40이란 나이가 갖는 무게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고 그 사이에 놀았던 것도 아니고, 넙치와 식량문제, 여성문제 등등 모든 것을 다루어보겠다고 오래 전부터 별러왔다고 하니 말이다. 이 작품은 동구권에서부터 시작되어 게르만 민족이동, 기독교 세계, 양차 세계대전,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 편의 문화사요 정사 뒤에 숨어 있는 야사의 파노라마이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갖는 상상력을 오히려 능가하는 귄터 그라스의 필력은 경탄할만하다. 이 소설 처음부터 펼쳐지는 아우아의 세계는 우리가 지금 구해야 할, 산재한 인류 재앙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한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어부와 그의 아내>라는 그림 동화에서 착안하여 그 끝임없는, 광대한 여정을 시작한 이 텍스트를 통해서 우리는 문학적 상상력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고전의 존재 이유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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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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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강박관념을 가지고 읽는 사람은 바보다. 그리고 또 책에 뭔가 의도를 잔뜩 그려놓으려고 하는 작가도 바보다. 우리 인간이 자연의 물질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물질의 작용으로 정신이라는 것까지 구가하듯이 책 읽기도 책 쓰기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때문에 이 책은 먼저 두 남녀의 사랑으로 볼 수도 있고, 또 쓰라린 독일 현대사의 일부분에 대한 서술로 볼 수도 있다. 나는 먼저 이 책을 사랑으로 읽고 싶다. 그 누가 이런 사랑을 비정상적이라고 하던가? 나이 차 때문에? 우스운 일이다. 억지라고? 그럴 수가 없다고? 아니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문학에서 숱하게 다루어지는 소재가 그렇다면 다 불륜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어린 미하엘과 어른 한나와의 자연스런 사랑으로 우선 읽고, 그 다음에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이 텍스트 읽기의 올바른 방법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랑을 누가 가르쳐 주어서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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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문현미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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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5공화국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우리는 한때 릴케의 <말테의 수기> 속으로 도피한 적이 있다. 도피라기 보다는 말테의 수기 초반부에 나오는, 파리에서 방황하는 말테와 우리를 동일시한 적이 있다. 뒷부분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말테의 그 한서린 듯한 가난과 죽음에 대한 독백에 모두들 가슴을 쳤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에피소드 <돌아온 탕아>에서의 릴케의 독특한 사랑 해석에 전율을 느끼며 그 어려웠던, 아팠던 80년대 고비에 우리는 이 말테의 수기를 칙처럼 캐먹으며 살아남았다. 40여 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부분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마음속에 가져도 무방하리라 여겨진다. 이 책은 그러므로 현대소설의 효시로까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책: 어려우니까 읽는다. 쉬운 길은 피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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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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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영화 중 애마 부인의 원형인가? 모르겠다. 내용이야 지금 보면 그저 그렇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빛나는 문체를 보라. 플로베르. 한 줄의 글을 얻기 위해서, 문둥병 환자 옆에도 누워보아야 한다고 한 그다. 그런 장인정신을 보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일 것이다. 번역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살아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슬픈 사랑 이야기를 원한다면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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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전집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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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서 존재하려면 먹고 살아갈 경제력과 자기만의 방이 있으면 된다는 게 이 책의 요점이다. 그러면서 슬슬 남자들의 가부장적 세계관을 공격한다. 알파벳 "I"로 대변되는 남자들의 세계. 소설 속에서 늘 등장하는 "나". "I" 자 밑에 드리워진 그늘 속에 여자들이 살고 있다는 게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이다. 또 하나 끝부분에 등장하는 공처럼 생긴 인간. 플라톤의 말이지만. 떨어진 반쪽이 다 합쳐진, 남녀가 하나 되어 있는 자웅동체의 인간에 대한 그리움이 울프가 생각하는 인간평등의 해답이다. 현실에서 이상으로. 꿈일까, 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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