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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게이머, 플레이 - 인문학으로 읽는 게임 ㅣ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0
이상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평점 :

“무엇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게임, 인생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부모님께 고맙다.”
저자는 인생을 게임에 빗대어 본다. 게임에서도 인생을 본다. 언어와 게임,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지점에 선 이 책은 그야말로 ‘하이브리드’라는 단어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시도다. 짧지만 밀도 높은 게임의 역사 속에서 예술성과 현실성의 균형을 조율하며, 독자에게 게임이라는 텍스트의 확장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게임, 게이머, 플레이>는 단순히 게임을 분석하거나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게임을 하나의 문화이자 언어로 바라본다.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욕망과 사회 구조, 정체성, 서사, 규칙, 공동체를 함축하는지를 사유한다. 학술적인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저자 특유의 유연하고 쉽게 읽히는 문장이 빛을 발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게이머를 위한 철학 에세이’이자, ‘철학자를 위한 게임 입문서’로 읽힌다.
눈에 띄는 지점은 게임을 둘러싼 오래된 편견과 경계를 넘어서려는 저자의 시선이다. 게임은 더 이상 ‘현실 도피의 유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게임을 사회학, 미학, 언어학의 경계에 끊임없이 접속시키고, 문학과 철학의 문맥 안으로 불러들인다.
이 책은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보여주고, 그 낯섦 속에서 다시금 게임을 성찰하게 만든다. 다층적인 게임이라는 행위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향해 플레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바타의 뒤편에서 조용히 손을 움직이는 플레이어의 정체는 결국 자기 자신이다.
문학과 게임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게임에 관한 책이 더 많이 출간되기를 오래전부터 바래왔다. 여러 게임 서적들을 찾아 읽었지만 이만큼의 깊이를 지닌 인문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얼마나 수준 낮은 책들이 많은지... 게임 관련 서적은 늘 도서관에서 먼저 검토해본 뒤에야 겨우 구입을 결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것은 큰 다행이었다. 아직도 게임을 통해 깊이 사유하려는 사람이 남아 있다는 사실, 그 한 권의 책에서 작지만 확실한 희망의 불씨를 보았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오늘도 어떤 게임 안에 있고, 누군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규칙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중요한 것은 승패나 점수가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느냐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사유는 게임을 넘어, 삶에 대한 가장 깊은 통찰이 되기도 한다.
<게임, 게이머, 플레이>는 게임에 관한 책이지만, 동시에 인간에 관한 책이다. 이상우 작가는 게임이라는 미로를 통해 인간 존재의 방향을 더듬는다. 나는 이 책을 덮는다. 그리고 다시 게임을 켠다. 이번에는 조금 더 사유하는 플레이어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