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중독 - 불안과 후회를 끊어내고 오늘을 사는 법
닉 트렌턴 지음, 박지선 옮김 / 갤리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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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트렌턴의 <생각 중독>은 멈추지 않는 사고의 소음 속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건네는 일종의 심리적 해독제다. 저자는 불안과 후회, 과잉 분석 속에서 자신을 소모하는 ‘과잉 사고’의 메커니즘을 명료하게 해부한다. 이론보다는 실질적인 처방에 집중한다. ‘덜 생각하는 법’이라는 주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낸 점은 분명 장점이다.


책은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생각을 다르게 하라”는 공허한 주문을 반복하지 않는다. 대신 생각과 감정의 경계를 구분하고, 판단 없는 인식의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명상이나 영적 통찰에 기대지 않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강조하는 접근은 실용적이면서도 냉철하다. 저자의 핵심은 단순하다. 생각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며, 통제 불가능한 생각들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라는 것. 이 단순한 태도의 전환이야말로 진짜 자유의 출발점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의 문제는 그 단순함이 곧 한계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제시된 조언들은 일견 합리적이다. 그러나 내용의 깊이가 얕고 반복적인 인용과 비슷한 예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과잉 사고를 멈추는 법을 말하면서도, 정작 그 사고가 왜 생겨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는 부족하다. 심리적 증상의 구조를 분석하기보다는, 결과적으로 “생각을 다르게 하라”는 수준에서 맴돈다. 독자에게 즉각적인 위안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성찰이나 인식의 변화를 끌어내기엔 다소 피상적이다.


문장 역시 그리 세련된 편은 아니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한계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서술은 직선적이고 감정의 리듬이 단조롭다. 자기계발서 특유의 즉흥적인 문체가 반복되어, 저자의 논리보다 문장의 완성도가 먼저 한숨을 자아내기도 했다. 저자의 전문적인 지식이 문장의 완성도에서 신뢰를 잃어가는 느낌.


그런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무가치한 책은 아니다. 지나치게 복잡한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생각의 무게를 덜어내는 법’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여전히 작게나마 유효하다. 다만 그 유효성은 통찰의 깊이에서 오기보다, 단순함에서 오는 가벼운 해방감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실용적인 장점에 힘입어 단기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를 보긴 했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철학적 사유 대신 즉각적인 안정을, 깊이 있는 변화를 대신해 빠른 회복을 선택한 책이다. 그 선택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이 ‘생각’을 완전히 치유한다고 믿는다면, 그 역시 또 다른 ‘생각의 중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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