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츠바랑! 16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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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만화방의 좁은 골목에서 ‘아즈망가 대왕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로 무심히 집어 든 책. 그 선택이 23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질러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어른이 되었고, 서툴게 사회를 배웠다. 어느새 삼십 대가 되었다. 그러나 요츠바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눈을 반짝인다. 변하지 않는 초록 머리, 끝없이 평화로운 세계, 그리고 천천히 흐르는 하루.


요츠바의 세계는 마치 시간의 수면 아래 조용히 잠긴 어항 같다. 세월은 분명 흐르는데, 파문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곧 학교에 갈 나이지만, 그 순간조차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 만화를 찾는다. 여기서는 기억이 낡지 않고, 추억이 닳지 않으며, 마음속 어린 시절이 멈추어 있기 때문이다.


아즈망가 대왕보다 더 잔잔한 일상. 특별한 사건 없이 흘러가는 하루들. 하지만 그 조각난 순간들이 모여 어느새 독자는 요츠바의 이웃이 된다. 꾸밈도, 과장도 없이 그저 살아가는 모습인데도 기묘하게 마음이 채워진다. 그것은 웃음이든, 따뜻함이든, 혹은 잊었던 감정의 미세한 떨림이든... 분명 무언가가 우리 안에서 다시 깨어난다.


나는 2~3년마다 불현듯 이 만화를 떠올렸다. 그리고 만화방으로 향했다. 오랜 친구의 집을 두드리듯,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안부를 묻듯, 그저 다시 보고 싶어서.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건 더 이상 ‘빌려 읽는 만화’가 아니라 ‘곁에 두어야 할 추억’이라는 것을. 그래서 작년에 15권을 전부 사서 책장에 두었다. 그것은 마치 세월과 함께 쌓아온 우정을 정식으로 받아들이는 의식 같았다. 단연코 소장하기 제일 잘 한 책이다.


지난주, 서점에서 낯익은 얼굴을 다시 만났다. 교보문고에서 나를 향해 환하게 웃는 요츠바. 16권. 무려 4년 만에 돌아온 친구였다. 나는 그것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고, 새벽 세 시까지 내일 출근도 잊은 채 만화책에 파묻혔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어린 시절의 공기 속에 있었다. 작은 우산 아래 뛰놀던 초록 머리 아이와 같은 속도로, 같은 높이의 시선으로.


세상은 변하고, 나는 늙고, 하루는 무겁게 흘러가지만

요츠바는 같다. 늘 지금이고, 늘 해맑고, 늘 처음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다음 권이 나오기까지 또 기다릴 것이다.

이런 작품은 아마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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