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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그리스도와 신학적 예수 - 역사적 예수 탐구에 대한 성찰 ㅣ 비아 시선들
데일 C. 앨리슨 지음, 김선용 옮김 / 비아 / 2022년 10월
평점 :
데일 앨리슨은 듀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신약성서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신약성서를 가르치고 있는 상당수의 학자가 자신을 역사가라고 칭하고 있는데, 데일 앨리슨도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신앙 때문에 학문적인 양심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 같아 보입니다. 복음서와 역사적 예수를 주로 연구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부제가 ‘역사적 예수 탐구에 대한 성찰‘인데, 데일 앨리슨 자신의 역사적 연구에 대한 입장을 무겁지 않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학문적인 글은 아니라서 개인적인 체험과 단상 등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사적 예수 연구라고 하면, 여전히 유럽 합리주의 영향 아래의 예수 연구나, 미국의 예수 세미나를 우선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에는 그에 대한 반동으로 비교적 보수적인 학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 연구에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데일 앨리슨은 톰 라이트 처럼 ‘모든 것을 다 믿는‘ 학자는 아니고, 비교적 중도적인 입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이, 복음서에서 예수가 직접 한 말을 가려내는 것인데, 크로산이나 보그와 같은 미니멀리스트들은 상당히 이를 최소한도로 봅니다. 이것은 비유사성, 다중 증거, 일관성 및 당혹감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얻은 결과입니다. 그런데 데일 앨리슨은 이 방법을 비판합니다. 같은 기준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자신의 기대와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연구를 시작할 때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는 상태고, 근거들은 여기에 끼워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기 자신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런 경향 때문에 예전에 슈바이처는 역사적 예수는 그 연구자들의 수만큼 다양하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데일 앨리슨은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성서에서 예수의 말의 진위를 가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정경복음서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예수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예수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데일 앨리슨은 인간기억에 대한 과학연구를 자신의 작업에 많이 도입하려고 합니다. 이런 작업을 하다보면 세부적인 차이를 아우르는 일반적인 예수의 모습을 도출해 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종말론적인 예언자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데일 앨리슨의 작업은 실제로 역사가가 예수의 언명의 진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어떤 사람은 예수가 종말론적인 예언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뭐 대수로운 일이냐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예수가 바라던 종말은 오지 않았고, 이런 곤란함을 어떻게든 해석해내야 하는 것이 후대 그리스도인의 과제였다는 점에서 예수를 전지전능한 하나님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결론이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데일 앨리슨은 길들여진 예수는 결코 예수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사실 역사적 예수가 어떤 합의에 도달할 일은 없을 겁니다. 어떤 단체의 순수한 기대와는 반대로 그리스도교는 학계의 지형과는 달리 대다수의 교인들이 교리적인 믿음을 지키는 것을 순전한 믿음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아슬아슬 줄타기 하는 기분으로 신앙을 지켜가는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