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야기와 기억의 관계, 기억과 해석의 관계, 해석과 잘못된 해석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해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나를 포함한 역사적 예수 연구자들이 예수를 그의 해석자들에게서 깔끔하게 분리해 낼 수 있는지 의심이 커짐을 고백해야겠다. - P64
‘신학은 얼마나 역사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개인의 가정, 세계관, 신학에 따라 다르다고 말이다. - P101
세계 문명과 종교에서 예수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예수에 대해 당혹스러울 만큼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혜를 가르쳤던 비종교적 예수, 종말론적 예언자 예수, 사회 개혁자 예수 등 예수에 대한 다양한 이해가 있는 것은랍비, 그리스도교를 헬라화한 인물, 묵시종말론자 등 바울에대한 다양한 이해가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 P116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학계에서 주관성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고안한, 전통적인 진정성 판별 기준이 기대만큼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양성의 폭이 크다는 사실은 우리가 여전히 주관성에 뿌리 박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많은 학자가 끊임없이 방법론을 좀 더 조밀하게 만들고,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진정성 판별 기준을 가다듬으려 했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에 질서를 부여하지는 못했다. 거의 비슷한 방법론을 사용하더라도 그 방법론을 통해 드러난 예수의 모습은 책마다 다르다. 비유사성, 다중 증거, 일관성 및 당혹감이라는 기준을 전혀 들이밀지 않는다 해도 오늘날 연구들이 균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 P141
이처럼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 대화에 대해 세세한 부분보다는 그 일의 윤곽, 혹은 대략적인 취지를 기억하며 그기억에서 일정한 흐름과 의미를 추출한다. 이를 고려하면, 일부 자료에 때묻지 않은 기억이 보존되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진정성 판별 기준으로 개별 항목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보다는 반복되는 흐름을 찾고 전체 그림big picture을 찾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믿으려면, 가장 믿을 만한 것을 먼저 신뢰해야 한다. - P150
내가 말하려는 요지는, 체험 증언restimony과 체험에 관한 설명 explanation은 별개이며 예수와 관련된 기적 이야기들을 꼭 순전히 후대에 만들어진 이야기, 혹은 모세 전승 같은 기존의 이야기를 재창작한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기적 이야기 상당수가 예수 운동 초기에서 유래했고 일부는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에서 유래했을 수 있다(우리가 이것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 P182
이들은 니케아 공의회를 이끌었고 그 공의회에서 흘러나온 주류 그리스도론을 대표한다. 비교적 최근까지 이들은예수에게 그리스도론이라는 구속복straitjacker을 입혀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예수의 인성을 가장 큰 철학적 문제로 여겼던 가현설주의자들을 비판했지만, 사실상 그들의 이야기는가현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 P203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같은 시대와 장소에 살았던 많은 사람처럼 예수는 고통과 박해 후에 커다란 심판이 도래하고 그 후에 초자연적인 유토피아, 죽은자들이 되살아나 거주하는 하느님 나라, 즉 영원히 악이 제거되고 전적으로 하느님의 통치를 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밤이 지났고 낮이 가까이 왔다고 생각했다. - P227
종말론은 너무나 어려운 주제이며 손쉬운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대의 역사적 예수 연구는 이 문제를 두고 우리가 고민해 보도록 종용한다. 역사적 예수 탐구가 임박한 종말을 기대한 묵시적인 예수를 결론으로 내놓았다면, 예수와 진리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그러한 종말에 대한 기대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정교하거나 매력적인 설명이 있더라도 이를 직면하지 않는 설명은 현실 도피다. - P239
복음서의 문학적 먹락과는 다른 상황, 예수가 말을 했던 실제 삶의 배경을 알 수 없는 오늘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본문의 의미를 끌어낼 수 있다.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건설적인 논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의 의도는 훨씬 더 파악하기 어렵다. - P244
이렇게 예수 전승은 함박웃음을 짓기도 하고 고통스럽게 통곡하기도 하는 예수, 하느님의 임재와 부재를 아는 예수, 우리 중 일부가 죽기 훨씬 전에 경험하는 ‘천국과지옥‘을 삶에서 체험한 예수를 보여준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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