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민주주의‘를 국가 브랜드로 만든 대한민국에서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표심을 쫓는 정치인과 자극적인 소재에 목마른 언론, 인터넷을 분노의 배설구로 삼는 대중이 삼각 편대를 이룬 한국의 시선 정치는 중국의 그것보다 오히려 더 소란스럽다. - P187

임시방편으로 타인의 시선을 조종하는 대신 끈질기게 편향된 시선을 탈환하고 시야를 확장해내는 것, 그리하여 한 개인이나 집단을 응징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 이런 시선의 정치는 확실히 품이 많이 든다. - P188

파업하는 노동자와 쪽방에서 고립된 수급자를 갈라내고, 후자 중에서도 권리를 외치기보다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을 약자로 끌어안았다. 이 같은 분리치는 대통령이 찬양하는 자유민주주의보다 내가 연구해 온 중국의 사회주의와 더 닮았다. (속살을 까보면 양자 간의 공통점이 많기도 하다.) 국가가 정한 규칙 안에서 ‘예스‘ 하고 감사할 줄 아는 가난한 사람들과 그러지 않는 사람들을 ‘체제 내‘와 ‘체제 외‘로분리하는 통치. ‘약세군체‘로 명명된 이들이 온정적 수혜 대신 권리를 외치고, 노동 NGO를 만들어 저항하면 가차 없이 탄압하는 통치. 이 통치는 양지에도 그늘을 드리우면서 결국 우리를 온정주의적 굴레에 옭아맨다. - P1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외로움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페이 바운드 알베르티 지음, 서진희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서구사회에서 번득이는 눈과 꽉 쥔 주먹, 벌개진 안색으로 연상되는 분노나,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과 홍조 띤 얼굴, 아니면 부끄러워하는 모습(고개를 숙이고 어깨가 움츠러드는)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랑을 생각해보라. 그러나 외로움을 나타내는 관습에 따른 몸짓이나 표현 방법은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로움은 예술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었을까. 저자는 외로움은 주관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사회적인 감정이기도 하며, 과거에는 드문 감정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사회가 관여해서 형성한 만들어진 감정은 아니라고 말한다. 즉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외로움은 실존철학적인 의미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삶의 열악한 조건이 가져다 주는 불행이기도 하다. 그리고 외로움은 몸이 느끼며, 이와 관련한 물질적인 것 또한 중요하다. 외로움은 명확한 반의어가 없을 정도로 복합적인 감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도교가 승리함으로써 로마 제국은 멸망하고 ‘암흑시대‘가 도래했다.‘ 18세기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에게서 나온 신화다. 완전한 거짓이다. 서로마 제국의 쇠퇴와 몰락은 그리스도교와 어떠한 관련도 없었다. 오히려 서유럽의 수도원 운동이 아니었다면 고전고대의 라틴어 유산은 로마 제국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 P177

베네딕투스의 정신이 서방 그리스도교 수도원 운동에 새긴 가르침은 중용의 삶이다. 그러한 삶은 지나친 금욕보다는 소박함에, 영웅적인 자기 부인의 삶보다는 실제적인 겸양의 삶에, 육체의 고행보다는 훈련에 중점을 두었다. 훗날 서방의 일부 수도회는 더 엄격한 동방 그리스도교 수도 운동을 따르게 되지만, 서방 그리스도교 수도 생활의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은 언제나 베네딕투스의 모범이었다. - P1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말해 더는 존재하지 않는 관계라 해도 한 사람의 마음속에 간직한 관계의 조합을 통해 현재의 사회적 단절감을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수년 동안 이어지는 만성적인 외로움의 문제 중 하나는 이렇게 마음으로 그리는 관계를 회복시켜줄 기능이 없다는 데 있다. 아마도 마음속에 떠올리는 의미 있는 관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힘든 어린 시절과 연관이 있는 어쩌면 영구적일지 모르는 외로움을 비롯하여 노년과 치매 환자의 외로움에 대해서도 시간과 기억은 더 많은 연구와 탐색이 필요한 가장 핵심이 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 P1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대응이란 ‘정신질환‘이라고 불리는 것이 인간의 경험과 존재 방식의 다양성임을 단언하는 것이다. 다양성이 발휘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런 차이가 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어떤 본질적인] 오작동의 결과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사회 때문이다. - P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