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사회에서 번득이는 눈과 꽉 쥔 주먹, 벌개진 안색으로 연상되는 분노나,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과 홍조 띤 얼굴, 아니면 부끄러워하는 모습(고개를 숙이고 어깨가 움츠러드는)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랑을 생각해보라. 그러나 외로움을 나타내는 관습에 따른 몸짓이나 표현 방법은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로움은 예술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었을까. 저자는 외로움은 주관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사회적인 감정이기도 하며, 과거에는 드문 감정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사회가 관여해서 형성한 만들어진 감정은 아니라고 말한다. 즉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외로움은 실존철학적인 의미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삶의 열악한 조건이 가져다 주는 불행이기도 하다. 그리고 외로움은 몸이 느끼며, 이와 관련한 물질적인 것 또한 중요하다. 외로움은 명확한 반의어가 없을 정도로 복합적인 감정이다.
‘그리스도교가 승리함으로써 로마 제국은 멸망하고 ‘암흑시대‘가 도래했다.‘ 18세기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에게서 나온 신화다. 완전한 거짓이다. 서로마 제국의 쇠퇴와 몰락은 그리스도교와 어떠한 관련도 없었다. 오히려 서유럽의 수도원 운동이 아니었다면 고전고대의 라틴어 유산은 로마 제국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 P177
베네딕투스의 정신이 서방 그리스도교 수도원 운동에 새긴 가르침은 중용의 삶이다. 그러한 삶은 지나친 금욕보다는 소박함에, 영웅적인 자기 부인의 삶보다는 실제적인 겸양의 삶에, 육체의 고행보다는 훈련에 중점을 두었다. 훗날 서방의 일부 수도회는 더 엄격한 동방 그리스도교 수도 운동을 따르게 되지만, 서방 그리스도교 수도 생활의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은 언제나 베네딕투스의 모범이었다. - P182
다시 말해 더는 존재하지 않는 관계라 해도 한 사람의 마음속에 간직한 관계의 조합을 통해 현재의 사회적 단절감을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수년 동안 이어지는 만성적인 외로움의 문제 중 하나는 이렇게 마음으로 그리는 관계를 회복시켜줄 기능이 없다는 데 있다. 아마도 마음속에 떠올리는 의미 있는 관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힘든 어린 시절과 연관이 있는 어쩌면 영구적일지 모르는 외로움을 비롯하여 노년과 치매 환자의 외로움에 대해서도 시간과 기억은 더 많은 연구와 탐색이 필요한 가장 핵심이 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 P140
그 대응이란 ‘정신질환‘이라고 불리는 것이 인간의 경험과 존재 방식의 다양성임을 단언하는 것이다. 다양성이 발휘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런 차이가 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어떤 본질적인] 오작동의 결과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사회 때문이다. - P98
‘단 한 사람‘이라는 낭만적인 시선에는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나타내는 위험, 불안정, 지배, 통제가 깔려 있기 쉽다. - P104
‘영혼의 동반자‘라는 개념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성 간의 친밀함에 대한 어떤기대치를 설정하는 동시에 격정적인 파괴만을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의 관계에서 위험한 수준의 학대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열렬히 사랑받는다는 생각에 열정의 수위가 사회 관습이나 행동 규범까지도 대체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설정이 10대 소녀들이나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21세기 소설에도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 P122
오늘날은 사람들을 지배하던 절대적인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개인 발전을 지향하는 개인주의적인 사고가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대중 소비주의와 세계화가 시작되고, 그를 통해 태어나면서부터 개인을 세상과 대치시키는 개인주의적인 완성과 만연하는 심리적 담론에 주목하게 되면서, 로맨틱한 사랑을 영혼과 정신, 심리 그리고 신체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여기게 되었다. - 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