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민주주의‘를 국가 브랜드로 만든 대한민국에서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표심을 쫓는 정치인과 자극적인 소재에 목마른 언론, 인터넷을 분노의 배설구로 삼는 대중이 삼각 편대를 이룬 한국의 시선 정치는 중국의 그것보다 오히려 더 소란스럽다. - P187

임시방편으로 타인의 시선을 조종하는 대신 끈질기게 편향된 시선을 탈환하고 시야를 확장해내는 것, 그리하여 한 개인이나 집단을 응징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 이런 시선의 정치는 확실히 품이 많이 든다. - P188

파업하는 노동자와 쪽방에서 고립된 수급자를 갈라내고, 후자 중에서도 권리를 외치기보다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을 약자로 끌어안았다. 이 같은 분리치는 대통령이 찬양하는 자유민주주의보다 내가 연구해 온 중국의 사회주의와 더 닮았다. (속살을 까보면 양자 간의 공통점이 많기도 하다.) 국가가 정한 규칙 안에서 ‘예스‘ 하고 감사할 줄 아는 가난한 사람들과 그러지 않는 사람들을 ‘체제 내‘와 ‘체제 외‘로분리하는 통치. ‘약세군체‘로 명명된 이들이 온정적 수혜 대신 권리를 외치고, 노동 NGO를 만들어 저항하면 가차 없이 탄압하는 통치. 이 통치는 양지에도 그늘을 드리우면서 결국 우리를 온정주의적 굴레에 옭아맨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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