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50 -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김혜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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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50이라고 알려 준 김혜민 PD님께

 

언젠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사진 한 장을 보았습니다김민식 PD와 정재찬 교수그리고 어떤 여자 분이 함께 있는 사진이었지요눈 떠보니 50이라는 책의 북콘서트 사진이라는 설명을 보고김민식PD가 새로운 책을 출간한 줄 알았습니다가운데 있던 여자 분은 북콘서트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인줄 알았고요그러나 제가 헛다리를 짚었다는 것을 며칠 후에 알았습니다눈 떠보니 50은 YTN 라디오 PD이자 서른 일곱의 김혜민이 쉰을 살아낸 선배들의 삶을 담아 낸 책이었으니까요북콘서트 사진 가운데 있던 사람이 바로 당신김혜민이었습니다책을 구입할까 하다가 아직 다 읽지 못한 책들이 눈에 밟혀 있는 책이나 다 읽자’ 생각했어요그런데 눈 떠보니 50’이라는 말이 자꾸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눈 떠보니 50’이라는 말몇 년 후 제게 닥칠 일이었으니까요마음이 시키는대로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재를 했습니다다음 날당신의 책이 우리집에 도착했어요읽고 있던 책을 제쳐두고 그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습니다.

 

눈 떠보니 50≫ 속에는 열여덟 개의 우주가 있었습니다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이라는 미지의 세상이 있었지요당신은 그 우주로 가는 길을 다섯 개로 나누었습니다. ‘지금’, ‘’, ‘’, ‘시작’, ‘우리라는 길로 말입니다.

 

당신이 첫 번째 길에 붙인 이름표는 <바로 지금이 그대의 전성기>였습니다인문학으로 광고하는 카피라이터치매 노모를 위해 매일 삼시 세끼를 차려내는 할배마흔셋에 등단해 청소년 소설을 쓰고 있는 소설가, ‘이웃의 마음을 보듬는 심리치유자의 세상이 그 길 위에 놓였지요그들은 쉰이라는 나이는 사소한 것을 발견하고, ‘부모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준비하고, ‘폐경이 아닌 완경을 통해 삶을 완성해 나가고, ‘죽음에 대해 대화하는 때라고 했어요저는 그 중에서 사소한 것을 발견하자는 박웅현 대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봄날>이라는 이문재 시인의 시를 읽으며 울컥 하기도 했고요저도 오토바이를 급하게 세우고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사소한 것에 감동하며 산다면제 삶이 더 아름다워 질테니까요.

 

<나는 여전히 청년입니다>라는 길에서는 시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교수, ‘청춘합창단으로 유명한 호텔리어글 쓰는 판사, ‘빠리의 택시 운전사였던 언론인심신치유기업의 대표를 만났습니다그들은 두근거림을 회복하고, ‘직책이 아닌 나로 살아가고,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개인주의를 선언하고, ‘현역으로 활동하며 스스로를 치유할 줄 아는 나이가 쉰이라고 했어요그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지요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떠올리게 했습니다그가 말했지요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때를 말하는 게 아니라 마음 가짐을 말하는 거라고요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품고 있으면 언제나 청춘이라고요두 번째 길에서 만난 그들은 모두 청춘을 살고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당신이 <너와 내가 함께 하기 위해서>라고 이름 붙인 길에 들어섰습니다그 길에는 정신분석 클리닉 원장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는 분, 50대 섹스의 전도자를 만났습니다그들은 말했어요. 50이 되면‘ 자녀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아무리 죽음이 우리 삶을 덮쳐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아름다운 몸의 언어에 대해 다시 공부해야’ 한다고요한 사람의 삶이라는 게 오롯이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이름 붙인 다섯 개의 길 중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걸은 길은 <50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였습니다. ‘시작하는 삶을 좋아하는 제가 가장 깊이 공감한 글이기 때문이지요이 길 위에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시작하는 용기를 내는 PD, 50대 중반에 공무원으로 다시 태어난 아버지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든 교수의 삶이 있었습니다그들은 말했어요. ‘세상에 어떻게 쓰일지 고민해야 할 나이가 50이라고, ‘도전으로 이후의 인생을 살아갈 동력을 얻을 나이가 쉰이라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비자를 넘어 창업자로 활동할 나이가 지천명의 나이라고요


저는 특별히 김민식PD와 노상호씨의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그 열정이 어디서 나올까 싶을 정도로 시작하고 또 시작하는 김민식 PD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어요현역 일 때 은퇴 이후의 삶을 연습해야 한다는 말에는 밑줄을 그었고요매일 아침 써 봤니를 통해서 그를 알게 된 후자주 그를 떠올립니다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시작 할 수 있는 용기를 냈던 그를 말입니다매일 매일 새 날을 준비하는 그에게서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법을 배웁니다오늘의 습관이 내일을 만든다는 것도요. 50대 중반에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된 노상호씨의 이야기를 읽고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그 나이(?)에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새 삶을 준비하며 열심히 노력한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파울로 코엘료의 말을 떠올렸습니다그가 연금술사에서 말했지요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것을 도와준다고요노상호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에게 우주는 노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 시간들이 노상호씨의 우주가 되었다고요.

 

잠시 숨을 고르고 마지막 길에 들어섭니다. <우리의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라는 푯말이 보이는군요그 길목에서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언과 뜨개질로 이웃의 마음을 보듬는 자매사회학자를 만납니다그들은 50이라는 나이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남을 돕기 가장 좋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나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하는 나이라고요내 욕심을 위해서 한 움큼 더 쥐기보다 내가 가진 것을 내 놓으며 함께 더불어 사는 나이가 50이라고 말입니다.

 

당신을 따라 길을 걸으며 선배들이 먼저 만난 세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그리고 어쩌면 당신이 나눈 다섯 개의 길은 모두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 마음과 여유라는 코드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에 의미를 부여하든, ‘에 대해 생각하든, ‘를 배려하든무언가를 시작하든, ‘우리라는 공동체에 대해 꿈을 꾸든 마음과 여유가 없으면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그래서 시간에 쫓기지 말고원하는 것들을 하면서 50을 맞이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덕분에 50으로 가는 길을 그린 저의 지도에 새로운 길 하나를 그릴 수 있게 됐네요고맙습니다김혜민PD.

 

이제 곧 눈 떠보니 50≫ 이 되겠지만저의 우주를 아름답게 가꾸며 그 시기를 맞이해야겠어요몇 년 후에 당신이 눈 떠보니 50, 두 번째 이야기를 낼 때 저의 이야기도 한 편에 실릴 수 있기를 꿈꾸면서요당신의 우주도 안녕하기를언젠가 어느 행성에서 만나면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만 줄입니다당신의 50도 기대할게요.


2019년 1월 30일, 글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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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해리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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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악이 있다!”고 소리치자고 하신, 공지영 작가님께

- 『해리를 읽고

 




 

수도원에 다녀왔습니다. 높고 푸른 사다리의 주인공인 요한 수사가 사는 왜관 수도원 말입니다. 세상살이에 지쳐 조금 조용한 곳에서 홀로 머물고 싶었습니다.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에서 멀어지면, 나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교회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떨쳐내고 싶었습니다. 어떤 사제에 대한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 어떤 분노가 계속해서 저를 잠식하고 있었습니다. 해리를 읽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프고 힘들었는데, 실제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저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수도원에 도착해 소희가 묵었던 손님의 집에 짐을 풀었습니다. 저녁 기도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서 먼저 대성전으로 올라갔어요. 오랜만에 보는 왜관 예수님아래서, 어떤 수사님이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걸레를 들고 의자를 닦아내고 있는 수사님의 모습은 경건해 보였어요. 오른쪽 의자를 다 닦은 수사님은 성전 가운데 길로 가서 예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건너편으로 옮겨 가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맨 앞줄에 앉아 기도를 하셨어요. , 청소를 다 하신 거구나... 생각했는데, 기도를 마친 수사님이 다시 걸레를 들고 의자를 닦아내셨습니다. 계획했던 하나의 청소를 마치고 기도하고, 다시 걸레를 들고 성전의 다른 의자들을 열심히 닦아내는 수사님을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노동하는 수사님, 기도하는 수사님의 모습과 저를 분노하게 만든 사제들의 모습이 겹쳐보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니던 성당은 청소하는 날이면 허리가 굽은 노인들이 걸레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노동으로 갈라지고 부르튼 손에 걸레들 들고 성당의 의자며 바닥을 닦았지요. 부활을 맞아 대청소를 할 때도 신자들만이 성당의 곳곳을 쓸고 닦았습니다. 가장 더럽고 지저분한 곳도 성당의 신자들의 몫이었지요. 그럴 때마다 성당은 신자들의 것이라는 논리가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저는 신자로 살아온 37년 동안 성당의 그 어떤 것도 제 것처럼 써보지 못했습니다. 성당의 모든 것은 사제의 것처럼 관리되어 왔으니까요.

 

 

청소하며 기도하는 수사님을 보니, 굽은 허리로 청소하던 노인들이 떠올라 서러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아마 선생님이 쓴 해리를 읽지 않았다면, 울지는 않았겠지요. 성당에서 사제들이 차지하는 것들, 교회에서 성직자가 차지하는 것들에 그렇지 머!’하고 말았을 거예요. 그런데 해리를 읽은 후, 작은 일에도 자꾸 마음이 쓰여 자주 앓게 됩니다. 해리는 저에게 너무 큰 아픔을 준 책이었어요.

 

 

사실, 해리를 읽는 게 두려웠습니다. 교회가 어떻게 무너져가고 있는지, ‘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그들이 어떻게 을 행하고 있는지 그걸 알게 되는 게 두려웠으니까요. 그래서 선 듯 책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예약주문을 해서 가장 먼저 받았는데도, 책을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두려움의 실체와 마주서는 것이겠지요.

 

 

해리소망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습니다.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사람들이 감금당하고, 급기야 죽어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 사람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상황이 묘사되었고, 마지막 문단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특별할 것은 없었다. 이것은 지난 6년 통산 312번째, 최근 2년간 일어난 129번째의 비슷비슷한 죽음이었다.’

 

 

숨이 턱 막혔습니다. 이 문장이 선생님이 지어낸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몇 해 전,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저도 이 사건을 접했습니다.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6년간 312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제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어요. 12명이 아니라, 312명이라니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방송 이후 해명 자료들이 나왔지만, ‘생명 존중을 위해서 낙태를 반대하는 곳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태아도 존중해야 한다고 하는 곳의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처참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해리에서 다시 만난 그 죽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소망원 이야기를 넘기자, 어느 술집을 묘사하는 글이 나왔습니다. 접대부들이 나오는 술집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지요. TV나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장면이었으니,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사제가 있다는 것은 무척 생경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도 그런 자리가 어색했던지 문을 열고 조용히 나왔다고 했지요. 안개 속을 걷다가 그는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그때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유통기간이 막 지나서 곧 폐기될 음식들을 먹고 있었어요. 그 장면을 읽을 때부터 마음이 울컥거렸습니다. 청년이 사제를 알아보고 말을 건네고 급기야 술이 깬다는 바나나 우유를 건네는 대목을 읽으면서 저는 엉엉 울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위로하고 위안해야 하는지, 가슴이 먹먹해서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어요.

 

 

숨을 고르고, 다시 책을 읽었습니다. 뉴스텐 기자 한이나와 그의 오래전 친구인 이해리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어요.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은 또 다시 분노로 뒤바뀌었지만, 해리를 읽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습니다. 선을 가장해서 오는 수많은 악들, 그걸 식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 그 속에 저도 있었으니까요. 저도 SNS에서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며 모금 활동을 하던 사제에게 돈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저는 한 일을 하려고 선택한 일이었는데 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리 큰돈은 아니었지만, 충격은 컸습니다. 어떤 것이 선이고 어떤 것이 악인지, 그 경계를 찾는 것이 무척 힘들어졌으니까요.

 

 

해리를 끌고 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 저는 백진우 신부에게 가장 분노했습니다. 어쩌면 이해리보다 더 나쁜 악이 백진우 신부라고 생각했어요. ‘사제라는 이름으로 악을 가리고, 선한 척 위선 떠는 그가 무섭고 슬펐습니다. 이해리를 악녀로 만드는데 백진우 신부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니, 절망스럽기까지 했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마트하게 제 주머니를 채우는 백진우 신부를 보다 어떤 사제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독신서약과 순명 서약을 하지만, 청빈 서약은 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가난하게 살 필요가 없어.”라고 말하던 어떤 사제가요...

 

 

누가 찾아오기만 하면 다리를 절고 아픈 사람이 된다는 민들레마을 원장 신부도 절망이었습니다. 평생을 시장에서 장사하며 살아온 할머니에게 돈을 받아, 고가의 나무를 심는 그 원장 신부 말이에요. 겉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자본을 숭상하는 원장 신부... 책을 읽는 내내 절망을 절망으로 덮으며 처참함을 쌓아가는 교회가 보여서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가 아는 사제들 중에도 백진우가 있지 않을까, 내가 정말 좋은 신부님이야라고 생각하는 분들 중에도 민들레마을 원장 신부가 있지 않을까... 마음이 너무 심란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해리에서 내가 읽어야 할 희망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사실 좀 암담했어요. 해리의 책장을 덮은 지 많은 날이 흘렀지만, 마음만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수도원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노동하는 수사님이, 기도하는 수사님이 저를 울린 것이지요. 3일을 수도원에 머물면서 저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기도를 하다가도, 산책을 하다가도 자주 눈물이 흘렀어요. 그러나 전시관에서 눈물이 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도 아시지요? 수도원 대성전 아래층에 있는 수도원 전시관이요. 돌아가신 신부님과 수사님들의 소박한 유품을 비롯해, 수도원의 오래된 역사가 보관되어 있는 곳 말이에요. 그곳에서 오래된 사진과 낡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보다가, 조선으로 파견된 젊은 사제들이 함께 모여 찍은 기념사진을 보는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하느님을 전하러 왔던 그 젊은 사제들, 결국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 땅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제들 말이에요.

 

 

누군가 목숨을 걸고 지켜온 교회를, 누군가 사리사욕을 위해서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가난한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서약한 이들이, 부자로 살겠다고 나서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프고 아팠습니다. 그러다 해리의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안드레아가 떠올랐습니다. 열 두 사도들 중에서 예수님을 가장 먼저 만났지만, 중요한 때에는 언제나 소외됐던 안드레아, 그러다 결국 성경에서 사라지는 안드레아 말이에요. 선생님이 안드레아 사도 이야기를 왜 그 부분에 넣었는지, 그때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추악하게 변하고 있는 교회가 망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안드레아 사도 같은 사제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보여지는 영광을 누리기보다는 꼭 필요한 때에 간절히 원하는 이들을 하느님 앞으로 인도하는 안드레아 같은 사제들이요. 이런 안드레아가 우리 교회를 정화하고 있는 거겠지요. 바다 속에 있는 소금처럼, 3.5% 밖에 안 되는 그런 안드레아들이요.

 

 

저는 교회가 온당하게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이나가 강 변호사에게 말했던 것처럼 나는 죄 짓고 있으니까, 그래도 그들은 거기서 좀 온당하게 남아있어 주기를’, ‘그래야 우리도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그래야 언제든 돌아가고 싶어질 테니까요.그러려면, 저도 소리쳐야겠지요. 살다가 악을 만났을 때, 그 악과 맞서 싸우지는 못해도 여기에 악이 있다.”고 알려야겠지요. 그게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안드레아의 또 다른 역할일지도 모르니까요.

 

 

가톨릭 신자로서 해리를 쓰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용기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가니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그랬듯, 언젠가 해리도 가톨릭에서 인정받는 작품이 되기를, 그리하여 가톨릭이 쇄신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꿔봅니다. 이 작품을 쓰면서 선생님이 흘리셨을 수많은 눈물이 성모님 발아래서 아름다운 장미로 피어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2018918일 독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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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
닐 파텔.패트릭 블라스코비츠.조나스 코플러 지음, 유정식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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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시 달리게 만든 닐, 패트릭, 조나스에게

허슬,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을 읽고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서 누군가 당신들의 책을 소개한 글을 봤습니다.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쩌면 이 책이 정지 상태에 있는 나를 다시 달리게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들의 책을 주문했어요. 책은 생각보다 두꺼웠습니다. (384)

 


고백하자면, 저는 자기계발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슷비슷한 이야기에, 비슷비슷한 충고가 담긴 것 같아서요.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펼치게 될 때가 있어요. 행동하지 못하고 머리로만 고민하고 주저하는 나를 만날 때. 저는 한 사람의 경험이 오롯이 담긴 자기계발서를 펼칩니다. 그 사람의 경험이 내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하니까요.

 

당신들의 책 허슬,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은 저에게 용기와 위로를 준 책이었어요. 정체되어 있는 제게 출발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그동안 꿈을 갖고 행동에 옮기며 살았던 제게 잘 살아왔다고 토닥이며 위로해 주었어요.

 

저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녔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큰 회사였지요. 그러나 회사생활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싫었어요. 월말에 맞춰 마감을 하고, 또 한 달이 끝날 때 마감을 하는 쳇바퀴 같은 삶이 싫었습니다. 언젠가 그만둬야지, 그만둬야지...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그 즈음 저는 통신동호회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사람들과 친목을 다졌지요.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제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번개 모임이 있거나, 어떤 행사가 있을 때 그곳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저에게 재촉했어요. 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써 달라고요. 제가 쓰는 번개 후기나, 행사 후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기다리게 된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에게 그런 재주가 있었나?’ 생각해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학교 다닐 때 글쓰기로 상을 받은 적이 많았어요. 기억너머 저 편에 있던 어떤 열망이 되살아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작가가 되어야겠어!’ 사람들의 칭찬에 힘입어 저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사표를 냈습니다.

 



당신들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때가 허슬의 첫 번째 단계를 시작한 때였어요. ‘밖에서 안으로의 허슬을 시작한 것이지요. 하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할 수 없이 저는 닥치는 대로 읽고, 쓰며 기회를 찾아다녔습니다. 방송작가 학원을 다녔고, 방송사에서 일하는 선배들에게 자리가 생기면 알려달라고 부탁했어요. 덕분에 거짓말처럼 기회가 왔습니다. 한 방송사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쓸 수 있었지요. 그러나 내 대본을 빨간펜으로 찍찍 긋는 진행자를 보면서 좌절했어요. 제가 쓴 문장들이 진행자의 문장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참 많이 우울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더 열심히 글을 썼습니다. 글의 분야도 가리지 않았지요. 라디오, tv, 카피라이팅, 동영상 시나리오... 누군가 글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디든 달려가 열심히 썼어요. 덕분에 카피라이터의 명함도 가질 수 있었고, 사보에 글을 쓰는 취재 기자도 할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의 이름을 짓기도 하고, 노랫말도 썼는 걸요.

 

그런데도 허전했어요. 내가 원하는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글을 쓰면서 지쳐갔습니다. 뭔가 특별한 조치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내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강의였어요. 나만의 컨텐츠로 나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강의. 그래서 10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금부터 10년 동안 준비해서 강의를 하겠다고요. 일단 대학에 진학했고,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졸업 즈음에 강의를 시작했어요. 이 때 허슬의 두 번째 단계, ‘안에서 위로의 허슬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글쓰기 강의를 했습니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편하고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강좌를 개설하고, 기업에 초대받아 강의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차별성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글쓰기 강좌와 내 강의가 다른 점이 없더군요. 그래서 다른 무언가, 차별화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찾은 게 편지였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편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거의 매일 편지를 썼지요. 편지만큼 마음을 제대로 전달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 ‘소통의 도구로 편지를 활용하자는 강의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편지 관련 자료들을 찾고, 논문을 보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기사를 검색하면서 강의안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손편지로 제안서를 보내 기업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쌓이다보니 편지에 관한 책도 출간하게 되었지요. 저는 편지로 저의 브랜드를 만들어 갔어요. 이 때가 허슬의 세 번째 단계였습니다. 당신들이 말한 안에서 밖으로의 허슬이었지요.

 

계획한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는 과정은 즐거웠어요. 살아 있음을 느꼈고, ‘하면 된다를 느낀 시기였지요. 그러나 몇 년 동안 이 단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어쩌면 안주했고, 어쩌면 새로운 무언가를 해 내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어요. 새로운 책도 쓰고, 새로운 강의도 만들고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멈춰서 출발할 준비를 하지 않았어요. 마음만 조급할 뿐, 몸은 마음의 신호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젠 다시 뭔가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정체되어 있어도 될까... 싶을 때 당신들의 책을 만났습니다.

 

당신들은 제게 말했어요. 이제 허슬의 네 번째 단계로 가라고요. 어서 기업가적이고 창의적인 성취를 가속 시키라고요. ‘돈과 의미 추진력이 만족할 수 있도록 다시 뛸 준비를 하라고요. 당신들이 말한 허슬의 네 번째 단계에 대해 읽으면서, 저는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는 허슬의 네 번째 단계에 들어서기 위해 노트를 펼쳤습니다. 앞으로 제가 만들어야 할 인생의 지도를 다시 그려보기 시작했지요. ‘표면 위에 떠오른 재능약간의 고통이 따르는 스킬을 더해서, 직진이 먹히지 않을 때는 우회하면서, 저의 가치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길을 그렸습니다. 제가 그린 길이 안전한 길은 아닐 거예요. 예상치 못한 걸림돌들이 불쑥 불쑥 튀어 나오겠지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다른 이의 꿈을 빌리는 사람이 아니라, 저의 꿈을 소유한 사람이니까요. 저의 보폭대로, 저의 길을 가면 되겠지요.

 

빨간색 신호등 앞에 멈춰 섰던 제가 당신들의 책을 읽고, 출발할 준비를 합니다. 황색 신호등으로 바뀐 신호등이 이제 초록색으로 바뀌었어요. 제가 달리는 동안, 길 위의 모든 신호가 초록색을 주진 않겠지만, 이제 계속 멈춰있지만은 않겠습니다. 당신들이 말해준대로 열정에 속지 말고, 재능에 착각하지 말고, 끝까지 허슬하는 사람이 되어 볼게요.

 

한 없이 멈춰서 있던 제가 당신들의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어요.

고맙습니다. 허슬에 관한 당신들의 이야기.

기억할게요. 멈추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라는 격려.

 

2018828일 화요일

허슬을 멈추지 않기로 결심한 독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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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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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써봤다는, 김민식 pd님께

-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고


 



안녕하세요? 김민식 피디님. 제가 피디님을 처음 만난 건 페이스북이었습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고 계셨지요. 저 또한 피디님과 같은 마음이었기에 페이스북 영상을 보면서 피디님을 응원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분이 물러나시고, MBC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다행이다 싶었지요. 그 후, 잊었습니다. 피디님도 MBC.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아갈 테니까요.

 

피디님의 이름을 또 다시 만난 건 세바시였습니다. 제 수업을 듣는 친구들에게 (저는 편지에 관한 글을 쓰고 이야기하는 강사이자 작가인데,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도 하고 있거든요.) 보여줄 영상을 찾고 있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글을 쉽게 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지 제가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쓰기로 삶이 변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피디님의 세바시영상은 참 좋았습니다. 귀에 쏙쏙 들어왔지요. 괴로울 때마다 글을 쓴다던 피디님의 이야기를 웃으면서 들었습니다. 피디님은 괴로웠다는데 듣는 저는 즐거웠거든요.

 

영상으로 접한 피디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써봤니?>를 구입했지요. 책을 사놓고 뭐가 그리 바빴는지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어요. 여러 달이 흐른 후, 지방으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편지에 관한 강의를 하러 가야했지요. 기차에서 읽으려고 <릴케의 프로방스 여행>이라는 책을 챙겼습니다. 릴케가 프로방스를 여행하면서 지인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이에요.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프로방스 이야기를 읽으면 멋지겠구나... 싶어서 가방에 넣었습니다. 서재를 나서려는데,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문득! <매일 아침 써봤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 그래. 저런 책이 있었지...’ 생각하며 책을 집어 들고 아무 곳이나 펼쳤습니다. ‘매일 같이 글을 쓴 대가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제목보다는 첫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퇴직하신 아버지가 다음 달부터 용돈을 올려달라고 전화를 하셨다는 내용이였지요. 세바시 강연을 보면서 피디님이 아버지에게 어떤 구박(?)을 받으며 살았는지 느꼈기에, 그 대목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과연 용돈을 올려드렸을까 궁금하기도 했지요.

 

글이 술술 읽혔습니다. 그냥 옆에서 피디님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세바시에서 강연을 하던 피디님 모습이 떠오르면서 마치 음성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처럼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지요. 25만원의 용돈을 50만원으로 올려달라셨던 아버지가, 올린 용돈 25만원을 피디님께 드렸다는 대목을 읽고 가슴이 찡했습니다. 아버지가 주신 비자금의 이야기는 다음 문단에서 블로그로 만드는 비자금이야기가 됩니다.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쓰는 것만으로도 비자금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제게도 비자금이 필요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같이 글을 쓴 대가가 맘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릴케의 책 옆에 피디님의 책도 넣었습니다. 기차에서 릴케의 편지를 읽다가 지루해지면 피디님의 책을 읽을 참이었지요.

 

광주로 내려가는 시간 동안 저는 피디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 결국 릴케의 편지는 한 장도 읽지 못했어요. 그만큼 저는 피디님의 글에 몰입되어 있었습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살면서도 글을 쓰지 않는 게으른 나를 반성하면서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피디님은 저에게 외치셨죠.

 

어이, 윤작가.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글을 쓰라고! 블로그가 있잖아. 블로그에 있는 거미줄 좀 쳐내고, 매일 글을 써보라고!”

 

책 써야 한다며?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블로그에 올리라니까. 완벽하지 않으면 좀 어때.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다시 쓰면 되지. 일단 쓰는 게 중요하다니까!”

 

물론 책 속엔 공감 가는 문장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밑줄도 많이 쳤어요. 여기에 다 쓸 수는 없지만 대략 이런 문장들이었습니다.

 

게임 속 캐릭터의 레벨업보다 나 자신의 자기계발이 더 보람 있어요. (p10)


저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책을 잘 읽고 글을 잘 써도, 독서와 글쓰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어요. (p21)


개인의 창의성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모습의 나를 만들고, 서로 다른 내가 만나 협업하게 하는 겁니다. (p32)


열심히 사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해요. 세상이 변화하는데 혼자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은 일의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p141)


길은 퍼스트 펭귄이 만듭니다. 물속에 천적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 다들 물가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생선을 잡는 그 펭귄 말입니다. (p183)

 

피디님의 문장에 밑줄을 그으면서, 아이디어도 여러 개 적었습니다.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할 때 확장해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건졌지요. 그러나 <매일 아침 써봤니?>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제 머리에 울리던 것은, ‘지금 바로 글을 쓰자!’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자!’였습니다. 밑줄 친 좋은 문장들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피디님은 책을 읽는 내내 어서 글을 써!’, ‘생각만 하는 것보다 지금 뭐라도 하는 게 좋으니까 글을 쓰라고!’ 라며 소리치셨어요.

 

그래요, 그래서 글을 씁니다. 가장 먼저 피디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는 글을 쓰고 있어요. <매일 아침 써봤니?> 덕분에 다시 매일 글을 쓸 마음을 먹게 되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글을 쓰자고 외쳐주셔서. 저도 매일 아침 글을 쓰면서,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외칠게요. 지금 당장, 뭐라도 읽고 뭐라도 쓰자고요. 그러면 내일은 오늘과 다른 나와 살게 될 거라고 말이에요.

 

고맙습니다. 매일 글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를 써주셔서.

 

 

2018827일 월요일 매일 글을 쓰기로 결심한 독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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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 아동문학가 권정생이 걸어간 길
이충렬 지음 / 산처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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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께


5월입니다선생님이 하늘 아이가 되신 달이기도 하지요올해 선생님의 하늘 나이는 열 한 살이틀 후면 하늘나라에서 조촐한 생일 파티가 열릴지도 모르겠습니다어쩌면 선생님은 하늘 여행 이야기를 동화로 쓰셨는지도 모르지요그곳에 있는 친구들에게 들려주시려고요가만히 눈을 감고 떠올려 봅니다동그랗게 둘러 앉아 동화를 읽는 선생님과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친구들을요.


제가 선생님의 이름을 처음 만난 건 14년 전입니다. ‘동심에 관한 자료들을 보다가 <강아지 똥애니메이션을 보게 됐지요가장 하찮은 존재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강아지 똥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귀한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에 전율했습니다. <강아지 똥>을 통해서 선생님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는 것하느님께서는 필요치 않은 존재를 만들지 않으신다는 것을요.


그 후십 여 년이 지나 서울시청 도서관에서 선생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아이처럼 살다-이오덕권정생하이타니 겐지로의 따뜻한 만남>이라는 전시를 통해서였습니다이오덕 선생님과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가 전시된다기에 한 달음에 달려갔지요. ‘편지에 관한 자료를 찾아서 한참 공부할 때였거든요전시관에는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유품과 유언장이 있었습니다그때 선생님의 유언장을 읽으며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조금 알 수 있었어요정말로 어린이를 사랑하시는 분이란 것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 분이란 것그리고 어쩌면 연애하기를 원하셨던 분이란 걸요.


이런 선생님의 모습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건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통해서였습니다이충렬 작가의 책이었지요페이스북을 통해서 이충렬 작가의 차기작이 선생님에 관한 책이란 걸 알게 됐을 때부터 마음이 설렜습니다이충렬 작가는 <간송 전형필>, <김수환 추기경>, <혜곡 최순우>, <국제법학자그 사람 백충현등을 통해 역사 속에 박제되어 있던 분들을 이 시대로 불러오신 분이니까요방대한 자료들을 꼼꼼하게 조사해서 씨실과 날실로 촘촘하게 엮어 한 인물의 생을 복원해 가는 이충렬 작가가 어떻게 선생님의 삶을 말해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속에는 함께 살아가는’ 선생님이 있었습니다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통해서 작은 희망 한 줌을 주려했던 선생님이그들이 가난한 것은 부모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돈과 권력 그리고 무기가 많은 것을 착취하는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이그러나 그들이 겪은 고난의 발자취가 곧 역사라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말입니다그 속에서 선생님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있었지요.


선생님은 태어날 때부터 삶에 깃든 가난과 함께 살아야했습니다. 혹독했던 가난은 좀처럼 떨어져나가지 않았지요소작일을 하며 어머니가 모아 두었던 소 세 마리 값은 염소 한 마리도 살 수 없을 만큼 가치가 폭락했고동생과 고생고생하며 키운 100마리 닭은 장마비에 병에 걸려 죄다 죽어 갔지요고구마를 팔고재봉기 가게에서 배달을 하며 가난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병만 깊어졌을 뿐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이 깡통을 들고 거지 생활을 했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울컥거렸습니다그러나 그렇게 살아온 선생님이기에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겠지요.


선생님은 한 나라의 운명이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을 어떻게 만드는지 뼈저리게 느끼셨습니다일제강점기한국전쟁유신정권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변형시켜 갔는지 너무 잘 아셨지요그래서 전쟁을 반대했고다시 태어나고 싶어도 폭군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면 환생하는 것은 그만둘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작품이 재단되던 시절이었습니다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 수 없던 시절이었지요그래도 선생님은 늘 용기를 내셨습니다북녘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우리 겨레의 아이들이 있다고좌우 이념을 떠나 굶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먹을 것을 주어야 한다고 하셨지요언젠가 선생님의 동화를 그곳에 있는 아이들도 읽을 수 있기를 바라셨고요불가능할 것 같았던 선생님의 바람이 곧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얼마 전남과 북이 화해를 선언하고평화를 위해서 함께 모색하기로 약속을 했으니까요이제 곧 북녘의 아이들도 <몽실 언니>, <초가삼간이 있던 마을>, <점득이네>를 읽고한국전쟁이 준 아픔에 공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 우리 민족의 삶을 이해하게 될 날이 오겠지요.


어쩌면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도 북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읽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러면 그들도 <무명 저고리와 엄마>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선생님이 떠올리신 많은 분들의 이름을 보면서 저처럼 엉엉 울게 될까요? ‘재봉기 가게에서 일할 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함께 읽었던 친구 기훈이다시 교회에 나가라며 찬송가와 성경책을 건네고 윤락가로 간 고아 출신 명자거지 생활을 할 때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깡통에 밥을 꾹꾹 눌러 주던 아주머니뱃삯이 없을 때 그냥 강을 건너게 해주던 뱃사공 할아버지함께 결핵약을 타러 다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식모살이 도중 폐병쟁이라며 쫓겨 온 성애석탄가루를 마시던 철도기관사의 조수로 있다가 돌아온 태호산판에서 일하다 온 청수기덕이옥이성란이...’ 모두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들인데그들의 모습이 가슴에 박혀서 엉엉 운 저처럼 말이에요생애 가장 큰 기쁨 속에서 선생님이 떠올린 친구들의 이름을 읽으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이 모두가 작가 권정생을 만든 사람이구나...라고요.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읽으며선생님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친구들시련들아픔들사랑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다시 태어나면 연애를 하고 싶다고 쓴 선생님의 유언장도 이해할 수 있었지요선생님의 삶을 복원해준 이충렬 작가에게 참 감사했습니다더불어 작가의 인터뷰에 응해준 지인들에게도 감사했어요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선생님을 이토록 가까이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제 이틀 후면 선생님이 하늘나라에서 맞이하는 열한번째 생일입니다. 선생님 숨결이 깃든 빌뱅이 언덕에서는 선생님의 친구들이 모여 아름다운 사람이었던 권정생을 기억하겠지요지상의 친구들이 선생님의 이름을 부를 때 하늘에 있는 친구들과 반갑게 손 흔들어 주세요선생님이 키우던 염소와 토끼그리고 얼어 죽을까봐 곁을 내주며 함께 지냈던 생쥐에게도 안부 전해주시고요그리고 그곳에서 정호경 신부님과 함께 기도해주세요선생님이 바라셨던 것처럼 제발 그만 싸우고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해달라고요중동아프리카그리고 티베트 아이들... 특별히 시리아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에요


그 곳에서도 이 땅에 평화가 내리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동화를 쓰고기도하는 마음으로 종을 치고 계실 선생님을 그려봅니다.



2018년 5월 15일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읽고독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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