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홍신 엘리트 북스 67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 홍신문화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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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척이나 친한 단짝친구가 빌려주길래 아무 생각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 친구나 나나 서로 책을 무척 좋아해서 서로 집에 있는 책을 빌려주고 빌려읽곤 했다. 러시아식 이름들이 주는 웬지모를 딱딱함과 시작부터 등장하는 교도소의 서늘한 풍경에 무미건조한 이야긴가보다 했는데, 생각외로 엄청 재미있었다.

교도소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그나마 차악의 상황을 위해 이리 눈치 보고 저리 눈치보며 처신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흥미를 자아내면서도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리 대수로울 것 없어 보이는는 일들-스프를 한 그릇 더 먹는것, 몇 분더 난로에서 불을 쬐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 실감하게 만들어 버리는 천연덕스러운 이야기 전개는 책을 덮을 때까지 한 수인(囚人)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마지막에 오늘은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는 주인공의 독백은 누구 말마따나 운수좋은 날의 행운을 보는 것 같은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그 어떤 것을 제시하거나 힘주어 말하지 않는다. 그저 역사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죄인이 되었고, 일단 죄인이 된 이상 살아가야 하는 수인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하루를 그려낼 따름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많은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탁월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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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열매술꾼 열림원 이삭줍기 1
아모스 투투올라 지음, 장경렬 옮김 / 열림원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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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사게 된건, 솔직히 부담없는 가격대에 혹한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프리카 땅의 허풍선이는 어떨까하는 궁금증에서였다. 우리나라에는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있고, 유럽에는 대포알을 타고 날아가는 허풍선이 남작이 있었는데 아프리카 땅에서는 '이 세상에서 할 수 없는 일이란 하나도 없는 신들의 아버지'라며 허풍을 떨어대는 사내가 있다는데 궁금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설레임을 안고 생소한 자연환경과 생활모습에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는데, 어째 이야기가 황당해진다... 거참, 하루종일 술먹는 것외엔 관심도 없던 술꾼이, 술시중 들어주는 하인 놈이 죽었다고 그 놈 찾으러 떠난단다. 이런 웃긴 놈이 있나. 사람이 죽었는데 어디 옆 동네로 이사간 사람 찾듯 떠난다고 찾아질 줄 아냐며 속으로 비웃고 있는데, 허걱 이 술꾼 장난아니다. 남의 동네가서 그 하인놈 찾다가, 자기가 하나님의 아빠라며 죽음까지 그물로 잡아올려 버리는 데... 쩝.. 정말 할 말 잃어버린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원리원칙적인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에겐 이 책 절대 안 권한다. 초반부터 이렇게 황당한데 더욱더 거창해지는 이야기들을 어찌 감당하누... 그러나-바뜨 그물에 잡히는 죽음을 보고 고소하다며 박수칠 수 있는 사람에겐 적극 권장한다. 그리고 술꾼이 늘어놓는 끊임없이 펼쳐놓는 황당한 허풍에 귀를 기울여주는 아량도 있음 좋다. 또한 아무 계획 없이 하인 놈을 무작정 찾아헤메며, 이 마을가서 찔러보고 저 마을 가서 찔러보는 헛짓거리들에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있어 할 수 있음 이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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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웅문 제1부 - 몽고의 별 1 - 하드커버
김용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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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협지하면 영웅문, 환타지하면 반지전쟁... 어느새부턴가 공식처럼 내 머리에 박혀있는 책들이다. 무협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거론하는 책은 거의가 영웅문을 비롯한 김용의 저서들(천룡팔부도 상당히 평판이 좋다.)이다. 그리고 영웅문만큼 끊임없이 인쇄되고, 절판된 책도 드문 것 같다. 만화방이나 책 대여점에서 가끔씩 보게 되는 영웅문은 하나같이 종류도 다르고 사이즈도 달랐다.

영웅문의 매력은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데에 있다.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사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이야기구조는 끊임없이 물결친다. 이제는 한숨돌리려나 싶어지면 어느샌가 골치아픈 사건은 주인공들 곁에 와있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여유롭게 사건을 풀어가는 꾀많은 주인공들이 있다. 그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뛰어난 무술솜씨와 수려한 대결묘사가 가져다주는 액션영화 못지 않은 호쾌함, 인물들의 얽히고 섥히는 가문과 사문의 은원 그 속에서 가슴 아프게 펼쳐지는 드라마는 웬만한 영화보다 더한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눈을 즐겁게 해주는 역사 속의 중국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 또한 즐거운 볼거리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면, 절대절대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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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줍는 아이들 1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김영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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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중학교때, 내가 처음으로 샀던 베스트셀러였다. 지금은 제목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도 한때는 주목받는 베스트셀러였다. ^^.. 베스트셀러하면 명성에 책이 못 따라가는 경우가 왕왕 있어 웬지 모르게 경계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라는 것에 현혹되기 시작했던 중학생 시절엔 베스트셀러를 좀체 사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중학생이 사기엔, 베스트셀러의 가격은 제법 비싼 편이었고, 베스트셀러인만큼 굳이 사지 않아도 얼마든지 빌려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처음엔 친구에게 빌려 읽은 책이었는데, 읽고나니 너무도 갖고 싶어 큰 맘먹고 2권이나 되는 책을 샀었다. 그렇게 내 책장 한켠을 차지한 뒤부터, 잊을만하면 다시금 꺼내들어 읽게 되는 책이 되었다.

이야기는 노년의 페넬로프와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기에 급급한 그녀의 자식들로 시작된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녀의 젊었을 적의 아련한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조개줍는 아이들'은 주인공인 페넬로프 킬링의 아버지가, 함께살던 이웃의 꼬마들과 페넬로프가 바닷가에서 노는 모습을 그린 그림의 제목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적한 바닷가에 놀던 한 여자아이가 그림 속에서 빠져나와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다, 그녀의 삶의 흔적을 내게 남긴채 영원히 그 그림속으로 되돌아가버린 느낌에 안타깝기도 하고 흐뭇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서둘러 읽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우리와는 다른 영국의 가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공동체적인 관점(외국인의 시각으로는 개인주의가 약한 셈이 되지만...)으로 보자면, 사실 굉장히 삭막한 가족관계를 이루고 있다. 자식이 크면 나가사는 것이 당연하고, 어머님이 나이가 들어 늙어도 모시고 사는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모습에 조금은 생소하다. 하지만 함께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의무감과, 함께 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뿐 어느샌가 핵가족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네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다.

사는게 힘들어질 때, 사는게 너무도 무덤덤해져 아무 생각이 없어질 때, 잔잔한 감동으로 젖어들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도 좋지만 때로는 차분하지만 따스한 그리움에 빠져들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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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오리지널이 있다 - 신현림 영상에세이
신현림 지음 / 동아일보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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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어드는 데, 순간 서늘했다. 표지에 서 있는 소녀의 눈길이 묘연하다. 사진이 있는 이야기인만큼 사진들을 훑어본다. 사진 속의 풍경, 인물 그리고 사물들은 참으로 모던하고 쿨하다. 글도 산뜻하고, 사진도 새롭다. 하지만 두근거림, 설레임, 그리움, 떠남... 이런 것들에 대해 너무도 직설적인 말투에 웬지 모르게 나의 감성과 어긋남을 느낀다.

책을 읽다보니, '시간창고 가는 길'의 작가다. 서점에 갈 때마다 집어들게한 독특한 감성, 하지만 기어이 내려놓고야 만 모던함의 장본인이었다니.. 끌리면서도 거부하게 되는 묘한 이중성이 작가에 대한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리고 아마도 나와 다른 감성을 지닌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무척이나 멋있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쥐어본 느낌이 괜찮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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