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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줍는 아이들 1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김영사 / 199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중학교때, 내가 처음으로 샀던 베스트셀러였다. 지금은 제목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도 한때는 주목받는 베스트셀러였다. ^^.. 베스트셀러하면 명성에 책이 못 따라가는 경우가 왕왕 있어 웬지 모르게 경계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라는 것에 현혹되기 시작했던 중학생 시절엔 베스트셀러를 좀체 사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중학생이 사기엔, 베스트셀러의 가격은 제법 비싼 편이었고, 베스트셀러인만큼 굳이 사지 않아도 얼마든지 빌려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처음엔 친구에게 빌려 읽은 책이었는데, 읽고나니 너무도 갖고 싶어 큰 맘먹고 2권이나 되는 책을 샀었다. 그렇게 내 책장 한켠을 차지한 뒤부터, 잊을만하면 다시금 꺼내들어 읽게 되는 책이 되었다.
이야기는 노년의 페넬로프와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기에 급급한 그녀의 자식들로 시작된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녀의 젊었을 적의 아련한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조개줍는 아이들'은 주인공인 페넬로프 킬링의 아버지가, 함께살던 이웃의 꼬마들과 페넬로프가 바닷가에서 노는 모습을 그린 그림의 제목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적한 바닷가에 놀던 한 여자아이가 그림 속에서 빠져나와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다, 그녀의 삶의 흔적을 내게 남긴채 영원히 그 그림속으로 되돌아가버린 느낌에 안타깝기도 하고 흐뭇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서둘러 읽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우리와는 다른 영국의 가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공동체적인 관점(외국인의 시각으로는 개인주의가 약한 셈이 되지만...)으로 보자면, 사실 굉장히 삭막한 가족관계를 이루고 있다. 자식이 크면 나가사는 것이 당연하고, 어머님이 나이가 들어 늙어도 모시고 사는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모습에 조금은 생소하다. 하지만 함께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의무감과, 함께 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뿐 어느샌가 핵가족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네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다.
사는게 힘들어질 때, 사는게 너무도 무덤덤해져 아무 생각이 없어질 때, 잔잔한 감동으로 젖어들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도 좋지만 때로는 차분하지만 따스한 그리움에 빠져들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