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경제학을 만나다
야마모토 미토시 지음, 이서연 옮김 / 토네이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오랫만에 느긋하게 여유시간을 내어 큰맘먹고 서점에 간다. 온 서점만을 다 헤집으며 이 분야 저 분야를 망라하며 이 책 저책을 둘러본다. 으헉, 주머니사정은 빤한데 우리집에 데려다 달라고 떼를 쓰는 저 요염한 아해들을 어찌 차마 외면하란 말인가... 결국 손이 안떨어지는 아이들을 한권 두권 꼬옥 집어들고 책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그렇게 한권 두권 쌓여가는 동안 팔에 전해지는 무게감이 대뇌로 이어지면서 돈의 무게로 인식을 하게 되고, 나의 가벼운 지갑사정을 되새김질하면서 결국은 두서너권정도만 계산을 하고 돌아선다.

그런데 서점에서 무척이나 갖고 싶었지만, 다음에 사야지 하고 품어두었던 책을 사려고 알라딘에 접속을 하게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딱 살려고 꼽아뒀던 두서너권의 책을 검색을 하면서 간단한 책소개를 보다 옆머리에 비슷하게 구미를 끄는 책들이 줄줄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두어권 보다가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후에, 다시 처음으로  검색한 책을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리뷰를 본다. 어머어머 어쩜 이렇게 리뷰들을 잘 쓰는지 서재에까지 놀러가서 다른 리뷰들을 보다가 장바구니에 한권 두권 담아낸다. 그러다 알라딘편집장 추천에 서재추천에 이런저런 책들을 보다 장바구니는 한가득이다. 보관함에 담을거, 주문할 거... 아예 삭제할 거 이런저런 마음을 다잡으며 주문장을 작성한다.

주문장을 작성하고 결제를 진행하는데, 어머어머 이 책 쿠폰을 써서 할인가격으로 살 수 있네. 그런데 왜 쿠폰이 안써지지???  이런이런, 보관함에 넣어둔 아까 그 책도 같이 사면 천원이나 할인 받잖아!!!  어차피 나중에 살 책인데 지금 같이 사서 할인받는게 이득이겠지... 보관함에 갔다가 다른 책에 걸려있는 이벤트를 본다. 이번에 나올 2권을 예약구매하면 작가사인이 들어있는 책이라는데, 그럼 나 이거 1권도 안샀는데, 살려면 1,2권 다사야 하는데 어떡하지... 그런데 이 작가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작가라 어차피 사게 되겠지.. 그러면 지금 맞춰서 사는게 좋을거야... 기어이 대여섯권은 넘게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장을 작성하고 입금을 완료한다.

서점이나 가게를 직접 가지않고, 굳이 알라딘을 비롯한 인터넷서점이나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는 이유는, 같은 상품을 더욱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서이다. 살 때는 오프상의 상점보다 싼 가격에다가 마일리지까지 쌓이고, 이벤트로 덤까지 준다는데 열광하며 주문하고 돌아서면 남는 건 예산초과로 인한 긴축재정이다. ㅠ,ㅠ  딱 이만큼만 쓸거라고 마음을 먹고 들어가면 서점에서는 예산보다는 적게 쓰는데(이미 지출된 차비와 군것질로 자제심까지 발휘된다), 알라딘에서는 언제나 예산초과다. 지름신의 강림과 나의 약한 자제력을 탓하면서도 마음한구석에선 어차피 살 책인데 보다 저렴한 가격에 따라온 보너스상품과 충전된 마일리지를 생각하면 뿌듯해진다. 더많은 지출을 하고도 흐뭇해한다.

이 책의 머리말에 "가장 이성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존재로 '호모에코노미쿠스'를 상정하지만, 역설적으로 돈을 대할 때 사람은 특히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으로 변한다. 그래서 종종 냉철한 경제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고 한다. 인정한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ㅠ,ㅠ 결국은 서점이 아닌 알라딘에서 책을 삼으로써 예산초과로 외식을 줄이거나 반찬의 부실함을 감수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내심 뿌듯해 하는 내모습을 보라.

경제의 흐름이란 마냥 내생각대로 흐르지 않을 뿐, 분명 나름의 흐름이 있고 룰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 흐름과 룰을 보지못하고 벗어나게 되는 데에는 객관적인 시야를 흐리는 심리적인 작용이 존재한다는 거다. 몇년 전에 친척어른들 고스톱판에서 잔돈을 바꿔주며 구경한 적이 있었다. 딴 사람은 기분좋다며 잔돈바꿀 때 꼭 내게 개평으로 1,2천원씩 쥐어주셨다. 판이 끝나고 다들 남은 돈을 계산하는데 잃은 사람과 따지못한-즉 본전인 사람뿐 이득을 본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본전인 사람은 끗발 좋은 승자였다는 죄로 야식을 사야만 했다. 돈한푼 없이 판을 구경하다 잔돈교환과정에서 나만 이득을 보았다는 사실. 그럼에도 내가 아닌 따지못한 사람이 야식을 사도록 강요받았다는 사실... 꽤 비경제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 

 "이 책이 보다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가능케 하는 마음의 상비약이 되기를 바란다" 는 저자는 돈버는 요령이나 경제의 흐름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보여주진 않지만,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돈을 대하는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태도를 짚어주며 그 이유를 분석해준다. 물론 알고 있다고 해도,  알라딘에서 책을 살때 강림하실 지름신을 떨쳐낼 자신은 없다. 그래도 앞으로는 예산초과는 하지 않도록 앞으로는 아예 예산을 더 잡아서 구매하지 않을까 싶다.  조삼모사라 해도 계획된 경제활동과 우발적인 경제활동은 엄연히 다른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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