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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몇 달 전 '남자의 자격'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아마추어들이 만나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합창단을 이끌어가는 "박칼린"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열광하며 빠져들었었다.
어느새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기고 어릴 적 꿈이고 머고 그저 하루하루 현실을 살아내기에 허덕이던 내게, 그녀의 모습은 어릴 적 내 미래를 꿈꿀 때 그려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터에서, 뛰어난 실력과 전문성으로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만들어 가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 말이다. 또한 그녀의 열정과 실력, 리더쉽으로 나날이 발전하며 조화를 이뤄나가는 합창단을 보며, 합창단원들이 만들어나가는 하모니를 내 삶에서도 실현하고 싶어 괜시리 설레이곤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도 열광하던 칼린쌤이 에세이를 낸다기에 주문을 할려고 바로 인터넷서점에 달려왔다가, 몇 주 동안 몇 번을 망설인 끝에 큰 맘 먹고 주문했다. 그토록 열광하는 그녀의 저작이라는데 막상 책을 읽어볼려니 왜 그리 주저했었던 걸까... 아마 제목을 본 순간,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도 강요하는 것도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 그녀의 이야기일 것을 예상했었기 때문일거다.
또한 어느새 어릴 적 잃어버린 내 꿈을 실제로 재현한 듯이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부럽고 감탄하면서도 그저 버둥거리며 살아가는 나의 현실을 확인하게 하기에, 나의 일상과 비교될 그녀의 일상을 보기 싫었던 건 지도 모른다.
책을 다 읽고 밀려드는 형용할 수 없는 착잡함 - 물론 책은 정말 재밌게 봤고, 내 지인들에게 기꺼이 추천하고 선물해주고플만큼 마음에 드는데도 불구하고 밀려드는-에, 볼까말까 망설이다 결국 이 책을 보게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녀에 대한 동경이었을까, 그녀를 통해 잊고 있던 내 꿈을 찾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이 시대의 리더로 극찬받고 있는 그녀이기에 합창단원들처럼 나를 이끌어줄 지침(그 성공한 사람들이 일에 대한 마음과짐과 노하우(?)를 제공해주는 자기계발서 혹은 성공학 서적에서 보여지는 그런 거 말이다.)을 제시해주며 나를 이끌어주기를 바랬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너무 많은 기대로 그녀를 만났는데 막상 나의 허약한 일상과 고스란히 마주하게 되었으니 착잡해 질 수 밖에...
속된 말로 부러우면 지는건데.... 완전히 KO패 당한 셈인데, 그래도 좋은 건 이기고 지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해야하나. 그냥 칼린쌤은 칼린쌤대로 열심히 온 몸 부딪혀 열정을 불태우며 살아가는 거고(물론 착잡하든 말든 팬심이 어딜 가지 않으므로 당연히 응원하고 있다 ㅎㅎ) 나는 나대로 내가 가진 열정으로 나의 최선을 다하며 살면 되는 거다. 그리고 바램이 있다면 팬답게 나중에 꼭 그녀를 만나, 저도 칼린쌤 덕분에 이렇게 멋있게 살고 있다고 자랑하며 사인을 받고 인증샷을 찍고 싶다는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