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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 1 - 천하제일기서
소소생 지음, 강태권 옮김 / 솔출판사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들에게 금병매 이야기를 꺼냈더니, 너도 나도 대뜸 한다는 소리가 그거 엄청 야한거 아니냐는 거였다. 그래서 막상 읽어보면 생각만큼 야하지 않다고 했더니, 그럴 줄 알았단다. 친구들에게 장난하냐고 말할려니, 내심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노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말은 많지만, 막상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는 게 금병매다. 엄청 외설적이라는 말은 많았지만 무엇보다 중국 4대기서 중의 한 권이며, 제목 옆에 너무도 당당하게 붙여놓은 천하제일기서라는 말에 한번 넘어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몇 백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숱한 판금의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았다는 건, 최소한 본전 생각에 억울해할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이므로...
처음에 읽기 시작하면서, 내심 치정이라는 게 갈데까지 가봐야 친인척(대충 시아버지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 외에 다수...)간에 바람나는 건데 얼마나 대단할까 하는 생각으로 읽다가 작가에게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대충 상상이 가능한 치정이란 치정은 기본이고, 생각도 못해보는 상황까지도 서슴지 않고 등장한다. 그저 '치정'이라는 소재에 대한 깊이있는 식견에 경탄할 따름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치정에 치정을 물고 이어지는 만큼 베드신, 엄청 등장한다. 그렇다. 이 정도로 판금될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야하다. 그런데 베드신이 나와도 어떤 때는 너무 재미나게, 어떤 때는 너무도 시적으로 묘사하는 바람에 삐리리한 생각에 잠기기도 전에 웃음부터 나오거나 아름다운 문구에 매료되어 버린다.
어찌됐든 금병매는 치정이야기의 결정판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무수한 치정과 치정 사이를, 부정부패를 비롯한 수많은 못된 짓거리들로 촘촘히 엮어놓았다. 그런데 우습게도 금병매를 읽노라면 그 무수한 나쁘고 못된 짓거리들이 다 허망해져버려 되려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게다가 생명력 넘치는 인물들은 가히 매력을 넘어 마력적이다. 나름대로 잔꾀를 써가며 이사람 꼬여내고 저 사람 녹여내고 그러면서도 약한 사람들 괴롭히고 하는 양이 영 아니꼬우면서도,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어리석음 같아-욕망의 허망함을 보는 것 같아 도무지 미워지지가 않는다.
통속적이고 속물적인 것도 이 정도면 가히 환상적이다. 정말 유쾌하고 재미난 책이며, 눈을 크게 뜨는 만큼 더욱 많은 매력들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정말 성실함을 느끼게 하는 번역은 결코 독자를 거슬리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