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반입자 - 미적분의 역사부터 디랙 방정식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8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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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에 관심이 많아 이 책 저책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양자역학과 연결이 되었다. 물론 이 책들을 처음에 읽을 때 정말 네이버에 폭풍 검색을 했더랬다. 한글로 쓰여 있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전혀 연상이 되지 않을 때는 유튜브 영상까지 꼼꼼하게 찾아서 몇 시간이면 읽을 책을 며칠에 걸쳐서 읽곤 했다. 덕분에 어렴풋하지만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점점 흥미를 얻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반입자도 나의 노력을 들이면 한층 과학 지식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하지만, 책을 처음 받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려고 넘겼을 때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미분, 적분으로 시작하여 각종 수식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수학을 손 놓은지 오래된 나로서는 도대체 왜 이런 책이 교양 과학 서적으로 분류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저자의 기획 의도를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저자는 요즘 독자는 수많은 과학 서적을 접하여 과거와 달리 수준이 많이 올라왔기에 제대로 과학을 이해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식을 굳이 제거하기보다는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식을 제외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래서 작가에 대하여 찾아보았다. 정말 괴짜 같은 이력을 가진 작가라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는 뾰족한 마음으로. 하지만, 직접 찾아본 작가는 오히려 존경받아 마땅할 정도로 물리학을 사랑하고 이를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물리학의 즐거움을 전파하려고 노력하는 분이었다. 전문적인 이력보다 내게는 어린아이에게 전하는 물리학을 하신다는 부분이 마음을 움직였다. 이런 분이라면 수식을 이해하지 못해도 책 자체에서 얻는 부분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신뢰감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내용은 정교수님과 물리군의 대화체이며 대부분 물리군의 질문에 정교수의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총 다섯 번의 만남으로 되어 있으며 만남이 늘어날수록 미적분, 양자물리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마지막은 책의 제목인 반입자로 마감을 한다. 이는 단순한 순서가 아니라 뒷부분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 순서이다. 또한 각 장에서 각종 이론과 수식을 발견한 수학자와 과학자의 일생과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서 수식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전반적인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효과가 있었다.


​첫 장이 미적분인데 학창 시절 가장 어렵게 느껴진 부분이었지만 역사부터 시작하니 흥미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적분을 처음 생각한 라이프니츠는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포도주를 담그는 오크통의 부피를 재기 위함이었다고 하는 부분에서 뭔가 긴장감이 탁 풀렸다. 개인적으로 2장의 라플라스라는 수학자의 이력이 가장 독특하게 느껴졌다. 나폴레옹 시대의 인물인데 내무부 장관에 임명되었지만 단 43일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 이유를 나폴레옹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라플라스는 수학자로는 일류이지만 관리 능력은 평균 이하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반입자 P.67


더 재미있는 것은 해고된 후에도 둘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고, 최초의 천체물리학 교과서인 천체역학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했다고 한다. 


세 번째 만남에서부터는 우리가 흔히 양자역학이나 우주론에서 자주 보던 내용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 내용으로 선스펙트럼이 나온다. 수소 원자, 수소 원자에 자기장이나 전기장을 쏘았을 때 각각의 선스펙트럼과 이들의 현상을 발견한 사람들. 단순한 발견과 이것의 이론을 정립한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것을 꽤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기존의 교양 과학 서적에서 보지 못한 부분까지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우리가 양자역학에 대하여 알고 있는 슈뢰딩거보다 훨씬 이전에 이것을 주장한 이가 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의 두려움이 모두 사라졌다. 


​"말보다 조금 작은 노새라는 동물이 있어. 노새는 본래 유순하지만 불만이 있으면 주인이 앞으로 가자고 끌어도 뒷걸음질 치지. 디랙은 음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노새처럼 운동 방향으로 에너지를 주어도 오히려 속도가 작아지는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노새 전자'라고 이름을 붙였네. 즉, 같은 정지질량에 대해 두 개의 입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지. 하나는 양의 에너지를, 다른 하나는 음의 에너지를."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반입자 P.215


​이런 발견 역사의 빌드업은 수식을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일반적으로 우주와 관련된 천문학 관련 서적은 기본적으로 이론 물리학이다. 묘하게 실험 물리학과에 대한 공간의 구멍이 남아 있었달까? 이 책은 실험 물리학과 이론 물리학의 연결을 잘 보여주고 있어 그간 알고 있던 지식에 하나의 고리를 만들어준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나의 짧은 지식으로 책 제목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반입자이라는 말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세상에서가장쉬운과학수업반입자 #반입자 #미적분 #양자물리 #이론물리 #실험물리 #정완상 #성림원북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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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다
로라 머시니-호턴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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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후 물리학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래서 필수 교양 도서로 알려진 코스모스를 작년에서야 읽게 되었다. 당시의 느낌을 말하자면 10평짜리 공간에 살다가 1000평 공간에 간 느낌이랄까? 이후 의도적으로 상식을 늘리기 위하여 양자 역학과 천체 물리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선택했지만 상상력의 무한성과 지식의 축적에 만족감을 느껴 이제는 의식하지 않아도 매달 관련 서적에 시간과 열정을 쏟고 있다. 이번 달 그 대상은 로라 머시나-호턴의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이다.


표지에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친다고 되어 있어 기대감이 꽤 높았다. 하지만 막상 책을 폈을 때 느낌은 기존의 과학 관련 서적과는 느낌이 좀 달랐다. 사실, 학교 다닐 때 접한 물리학을 제외하고는 긴 시간 동안 과학과 담을 쌓고 살았기에 기초 지식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물리학 관련 도서를 볼 때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은 도입부의 내용부터 예시까지 꽤 친근한 부분이 많아 짧은 상상력으로도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쉬워 책장이 훅훅 넘어갔다.


예를 들자면 엔트로피와 미시 상태의 수를 대부분의 책은 그들만이 사용하는 고급스러운 언어로 오차 없이 설명하려고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아주 간단하게 옷장 속에 있는 정리된 옷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는 아이의 예를 들었다. 처음에 정돈되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의 행위로 인하여 옷장은 점점 더 난장판이 되어 간다. 이것이 엔트로피이다. 그리고 아이가 헤집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의 수를 미시 상태의 수라고 한다. 아마 이 예시만 보더라도 책이 얼마나 쉽게 쓰였는지 감이 올 것이다. 


​글 중간중간에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어린 시절 유럽의 북한이라고 불리는 알바니아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떤 이유를 붙이든 반란이라는 말을 붙이면 바로 처형이 가능한 곳. 이런 곳에서 작가의 아버지는 두 번이나 끌려가서 유배를 다녀왔는데 이 처분은 매우 다행스럽고 관대한 처분이라고 말한다. 이후 미국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을 받고 미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가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계속 연구하게 된 케이스이다. 이런 어린 시절 덕분에 자신은 더 열심히 연구에 임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자전적 전기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도 난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과학계 전반에 오랫동안 단일 우주가 정설로 잡혀 있었지만 각종 증거를 통하여 다중 우주론이 이제는 대세를 잡게 되었고, 이를 위하여 저자가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동료와 그리고 때로는 반대쪽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에서의 결과로 인하여 자신의 이론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해 나간다. 이 과정이 이론에 불과하긴 하지만, 꽤 과학적 근거가 탄탄하여 읽는 내도록 그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길 수 있었다. 특히 끈 이론을 설명하며 11차원의 존재를 확인하는 실험은 상상했던 결과와 너무 달라서 짜릿하기까지 했다.


​"진리는 세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조롱을 받고, 다음에는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다가, 결국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p.30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


하지만, 계속 읽다가 보면 또 다른 것이 보인다. 휴 에버렛 3세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것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휴 에버렛은 천체 물리학자로 처음으로 양자역학을 우주에 직접 적용함으로써 다중 세계로 이루어진 복잡하고 기괴한 스페이스를 예측했다. 이를 우리는 평행우주라고 부른다. 하지만, 주류의 과학자들과의 마찰로 휴 에버렛의 역작이 담긴 논문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로 제출되었고 이에 따른 상심으로 휴 에버렛은 완전히 물리학계를 떠나게 된다. 물론 세월이 지난 후 그의 이론이 더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서 타인이 삭제된 논문을 모두 복원시켜 발표했으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쯤이면 하나의 세계를 주장하던 주류에 있는 과학자들이 궁금할 것이다. 아마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거물들이다. 아인슈타인, 보어, 더 거슬러 올라가면 플라톤, 뉴턴, 이후로는 스티븐 호킹까지. 심지어 고양이 실험으로 양자역학을 증명한 슈뢰딩거까지도 단일 세계를 주장하고 있었다. 여기에 과학계의 루키가 너희들의 의견은 모두 틀려!라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쳐도 이들의 대결보다는 유리하지 않았을까?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주류에게 도전장 내미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였다고 한다. 


​주류들이 단일 세계를 고집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바로 과학의 특성인 단순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주류들은 이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볼츠만 상수, 상대성 이론, 열역학 제2법칙, 인플레이션 등 수많은 이론을 만들고 끌어온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것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은 설명이 되는 듯하게 맞춰서 넣고, 설명이 되는 부분만 엄청나게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저자는 다중 우주의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여기에 저자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것도 차곡차곡 증거를 모아서. 


조금 재미있는 것은 저자의 지도 교수는 단일 세계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람인 로저 펜로즈였다. 이것으로 인해 저자는 꽤 고민을 한 것 같은데 마지막에 보면 스티븐 호킹과 로저 펜로즈마저 말년에는 다중 우주론으로 모두 돌아섰다. 물론, 이것을 설명하는 방법론은 조금씩 다르지만 말이다. 마지막 챕터에 스승과 둘이 늦은 밤에 식당에서 둘이 토론하는 장면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저자를 보면서 뭔가 해피 엔딩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까지 미소를 지을 정도였다. 아마도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이었겠지만.


​에필로그에 서는 그동안 천체물리학의 역사를 말할 때 절대로 빠지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신기한 것은 후대의 사람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다중 우주론을 기원전 400년 경에 이미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이다. 그리고 기원전 3세기 경의 에피쿠로스는 현재 양자역학의 기본인 불확정성의 원리를 추론했다고 한다. 물론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인정하기 위하여 말한 것이지만 원리는 같은 것. 


밤 하늘을 바라보며 그 위에 박힌 보석들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은 인류의 시대는 없었다. 고대부터. 이들은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점성술과 항해술을 익혔다. 이후 자연 과학적 지동설과 천동설을 두고 싸웠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고전 물리학과 양자 물리학이 싸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여기에서 더 확장하여 단일이냐 다중이냐를 두고 또 대결을 벌이고 있다. 과연 인간이 자신의 근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언제나 궁금해진다.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은 교양 과학 책이다. 즉, 일반인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였다는 것. 심지어 상상력의 한계를 느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돕기 위하여 이론에 대한 삽화도 꽤 많이 삽입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보다 훨씬 쉽게 읽었다.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첫걸음을 내딛기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류의 기원과 미래가 궁금하다면 도전해 보시길 추천한다.


#무한한가능성의우주들 #로라머시나호턴 #동녘사이언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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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들
정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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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해연 작가의 용의자들이 출간되었다. 책이 토요일 오후에 도착했는데 뒤가 너무 궁금하여 택배를 뜯음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끝을 보았다. 일단 결론에 대한 부분을 먼저 말하자면 정해연 작가는 독자의 기대감을 배신하지 않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 범인이었으며 살인을 저지른 이유 또한 경악스러웠다. 그리고 꽤 현실적이어서 용의자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해연 작가의 용의자들을 읽다가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나비 효과'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나비가 좀 많았다는 것이 차이점이랄까? 중국에 있는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에 허리케인이 올 수도 있다는 이론. 책의 내용이 그렇다. 그냥 좀 질투가 나서, 그냥 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냥 좀 내 아이가 잘 되길 바라서, 그냥 좀 숨을 쉬고 살고 싶어서. 이런 이유들을 가진 인물들의 작은 날갯짓의 결과가 이제 꽃을 피우기 위하여 봉오리를 한껏 부풀린 생명을 앗아가는 효과를 낸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이상하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으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든다. 나약해서인지도 모르고 사악해서인지도 모른다. 그건 습성이 아니라 본성이다."

- 용의자들 정해연 p.128


이것은 피해자인 유정의 남자친구의 말이다. preview에서 말했듯이 유정이는 도덕 교과서를 인간으로 만들면 이런 아이일 것이라고 한다. 이런 아이에게 부모는 꽤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부모가 이렇게 많은 것을 희생하는 이유가 바로 너 때문이라고. 그래서 유정이는 너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본다는 의미의 말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것을 알게 된 같은 반 남자친구는 이것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매번 가스라이팅을 하며 이용한다. 


"괜찮은 척을 계속하다 보면 이렇게 돼."

"괜찮아져?"

유정은 돌아보고 웃었다.

"괜찮아지지는 않아. 대신 괜찮은 척에 익숙해지게 돼. 괜찮은 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 용의자들 정해연 p.137


트라우마 속에서 불행을 느끼지만 언제나 밝게 사는 유정에게 어느 날 남자친구가 물어본다. 꽤 밝게 사냐고. 집이 엄청나게 부자이지만, 결코 기대거나 쉴 곳이 되어주지 못하는 환경을 가진 남자친구 승원이가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유정은 밝게 사는 모습에 질문한 것이다. 그에 대한 유정의 답이다. 19살짜리 이제 성인이 되기 직전의 아이가 벌써부터 괜찮은 척에 익숙해지면 된다고 하는 말에 책 속의 인물에 불과하지만 내 마음이 슬퍼졌다. 


용의자들에는 피해자 현유정, 유정의 절친으로 알려진 한수연과 그녀의 아빠, 그녀의 남자친구 허승원, 유정의 아빠인 현강수, 그리고 엄마, 승원의 엄마인 김근미 그리고 할머니, 담임 선생님 민혜옥과 그녀의 남편, 형사들과 지나가는 행인 같은 사람 몇 명이 등장인물이다. 이들 중 용의자는 다섯 명. 과연 누가 범인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했을까? 그리고 범인을 형사들은 어떻게 잡았을까? 


페이지가 넘아감에 따라 스릴러답게 다음 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흡입력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글자가 쌓여감에 따라 앞 부분에서 상상했던 것이 무너지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에 받았는데 한동안 멀리했던 추리, 스릴러 물에 대한 관심에 불씨를 던지기에는 충분했다. 톰 롭 스미스와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을 읽으면서 밤을 새우던 추억을 끌어내어 준 용의자들. 점점 더워지는 여름. 누가, 왜를 궁금해하며 더위를 날려보고 싶은 분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용의자들 #정해연 #홍학의자리 #위즈덤하우스 #스릴러 #장편소설 #여름소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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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 - 10가지 미래 키워드로 완성한 IT 비즈니스 바이블
윤준탁 지음 / 와이즈맵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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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미디어를 보면서 경제 공부를 할 때 가장 많이 접하면서도 명확한 개념을 알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IT 분야라고 생각한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온갖 데이터의 종류들까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듣고 있지만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설명하려고 하면 묘하게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하는 단어들이다. 게다가 공대 계열에서나 들어볼 법한 말이기에 선뜻 해당 분야를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재테크라는 것에 발을 들이게 되면 이 단어와 이것과 연결된 산업 및 업체를 모르고서는 암담한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처음에는 경제 신문을 공부하면서 하나씩 찾아보며 배웠다. 하지만, 전공 분야가 아닌 이상 깊게 공부할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챗 GPT, 반도체, 6G, UAM, 우주 항공 등을 다 따로 공부했다. 각종 기사, 블로그, 책을 찾아 공부했지만 중간에 연결되는 부분의 큰 틀을 잡기가 어려워 공부를 해도 흐릿한 느낌였달까?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처럼 아는 것이 많지 않으니 같은 책을 봐도 보이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모든 키워드를 모아 엮었으며 최신 트렌드에 맞춰 개정한 책이 있다는 말에 냉큼 손에 잡게 되었다.​



웹 3.0 레볼루션의 저자인 윤준탁님이 쓰신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라는 책이다. 사실, 이렇게 거창하고 광범위한 제목으로 되어 있는 도서는 평소에 도전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나하나 깊게 보는 것이 아닌 커다란 숲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과감하게 선택했다. 결과는 그동안 계속 답답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어서 별 다섯 개를 줄만큼 만족스러웠다. 아마 주식이든 코인이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하여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무슨 말인지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경제'란 인터넷 네트워크와 IT 산업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 by 윤준탁 p.5



저자는 디지털 경제의 정의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첫 챕터는 모두에게 가장 친숙하게 다가오는 인공지능에 대하여 말한다. 이 파트에 당연하게 AI,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차이, 챗 GPT의 역사와 종류(우리가 아는 챗 GPT-4보다 앞선 기술의 것도 있음)와 해당 업체들이 나온다. 1945년 원자 폭탄 투하를 주도한 조이 폰 노이만에 관한 책을 읽을 때 죽기 전 노이만이 딥러닝과 스스로 진화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하여 꽤 노력했다는 것을 보았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흐른 지금 당시 폰 노이만이 끝맺지 못한 결과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묘해졌다.



"증강현실은 현실 공간과 사물에 가상의 디지털 콘텐츠를 추가한 것인데 비해, 가상현실은 배경과 환경, 사물이 모두 가상의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주체가 '가상'이냐 '실상'이냐에 따라 구분된다."


-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 by 윤준탁 p.178



두 번째 챕터부터 순서대로 블록체인, 데이터와 클라우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메타버스, 로봇과 드론, 우주산업, 핀테크, 바이오와 에너지, 소프트웨어 혁명과 웹 3.0의 총 10개 챕터로 개념 설명, 역사, 향후 전망, 해당 업체 등이 꼼꼼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뒤로 가면서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것이 하나하나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원하면서 매우 강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얽혀 있는 부분이 그동안 내가 어렵게 느꼈던 것이었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수많은 인공위성과 로켓 파편 등의 우주 쓰레기가 떠다닌다. 인공 물체 약 2만 6,000여 개가 궤도를 돌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중 약 7,000여 개만이 실제로 운영 중인 인공위성이며, 나머지는 우주 쓰레기로 분류된다."


-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 by 윤준탁 p.290



알고 나면 왜 이런 것을 몰랐지? 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막상 정확하게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기에 명확하게 튼튼한 거미줄이 아니라 희미하고 가느다란 거미줄로만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내 블로그를 자주 오는 분은 아시겠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흥미로운 챕터는 우주산업이었다. 우주 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벌써 진행 중이라는 부분은 약간의 안도감을 주었다. 인간들이 무차별적으로 발전과 욕망만을 향해 달리지는 않는다는 증표이기에.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변화가 일어날 때 비판만 하고 반대편에 서 있어서는 변화를 이용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이 작동하기 전에 변화를 받아들이고 연구와 노력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 by 윤준탁 p.406



실리콘밸리에 있는 유명한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마크 앤드리슨과 크리스 딕슨이 한 새로운 기술과 사회적 도입의 세 단계가 나온다. 처음에는 변화를 무시, 두 번째는 기술력의 미흡을 반박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그 변화에 따라가진 못함을 깨닫고 화를 낸다고 한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 세 단계를 소개하며 위와 같은 당부를 한다. 디지털 트렌드에 잡아먹히지 말고 편승하여 이용하라고. 과거의 변화 속도보다 현재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미래의 그것은 더 빠를 것이기에 지금이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경고와 함께.



열 가지 파트를 세세하게 이야기하지만 큰 틀에서는 모두 하나인 이야기를 그려가는 모습에 책 제목이 너무 딱 들어맞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딱일 듯. 김치라는 것을 접해 본 적 없는 사람이 배추, 소금, 고춧가루, 마늘을 각각 열심히 공부하고 맛을 봤지만 김치 맛을 알 수 없는 것과 같달까? 자신이 김치 맛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맛있다고 소문난 K 표 김치 맛이 궁금하지 않겠는가? 나라면 해외 직구를 통해서라도 맛을 볼 것 같다.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는 경제 공부를 한 번도 안 해본 분이든, 그간 공부를 했지만 제대로 큰 그림을 그려 전체의 지도를 명확하게 그리고 싶은 분이든, 현재의 기술력의 위치가 어디까지 온 것인지 궁금한 분이든 누구나 답을 찾아서 갈 수 있는 책이다. 서평을 위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었지만, 한 파트씩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한동안 옆에 끼고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검색을 통하여 열심히 공부할 예감이 든다. 



​#한권으로끝내는디지털경제 #디지털경제 #윤준탁 #와이즌맵 #IT정보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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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 Curious - 모든 것은 형편없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리처드 도킨스 외 25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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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를 다 믿을 것은 못 되지만 어느 정도 성향을 나누는 도구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호기심이 정말 많아서인지 N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책도 타인의 추천이나 좋다는 평보다는 봤을 때 호기심이 강하게 끌리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다. 이번 책도 이런 루트로 고른 책이다. 띠지에 "인간은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는다"라고 적힌 것, 너무나 이쁜 형광 연두색, 게다가 심지어 제목도 큐리어스이다. 아! 또 하나 25명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것인데 평소에 좋아하는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로버트 새폴스키 등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거의 팬심에 선택했다.


글은 25편인데 글의 주제가 동일해서인지 읽는데 화자가 바뀜에 따라 혼란스러움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자신이 언제부터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5~7장 정도씩 나누어서 담겨 있고 맨 앞에는 이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이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설명도 깔끔하게 곁들여져 있어 이해하기에 좋았고, 평소에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책은 유명해서 아는 사람, 성과는 알지만 누가 했는지는 몰랐던 부분 등이 해소되었다. 게다가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저서들 중에 읽고 싶은 목록을 추릴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는 이 책에서 얻은 하나의 전리품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세계의 석학들의 어린 시절은 우리의 어린 시절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몇 가지가 매우 달랐다. 일단 부모를 대상으로 보자면 이들의 부모는 무엇인가를 하라거나, 왜 그런 쓸 데 없는 짓을 하냐고 뭐라고 하거나, 열심히 하는 것에 찬물을 끼얹는 대신 응원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집에 책도 많이 있었던 공통점이 있었다. 이렇게 써 놓으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책을 접하면 부모의 눈으로 볼 때 속이 뒤집어지게 만드는 자식들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수업을 빼 먹는 것은 일상다반사요, 학교를 그만두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관심사는 어찌나 자주 바뀌는지 뒷바라지하기도 벅찬 과학자도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의 왕따는 이들의 시기에도 여전함을 보고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거나 학교를 꾸준하게 다니라거나 한 우물만 꾸준하게 파라거나 그런 것을 해서는 밥을 먹고 살기 힘드니 다른 것을 하라거나 하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을 부모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이렇게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물론 이들 중에는 부모의 직업이 좋아 금전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학이 아니라 초중고부터 학교 다닐 돈이 없어 전액 장학금을 주는 곳을 찾아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사람, 유전적 질병을 앓는 아버지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들의 삶도 우리의 일상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사실에 관심이 없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지다. 그들은 그것을 파헤치고 잡아먹고 공격한다. 그리고 당신이 이런 비유를 좋아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그러면서 계속 더 많은 무지를 발견하고 있다."

-큐리어스 P.23


이제 꿈을 키우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자. 이들이 과학자가 된 계기는 대부분 과학자가 되려고 해서 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 보니가 가장 알맞았는데 공통점은 책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아주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을 볼 때 주의 깊게 보는 성향이 있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경우는 투리틀 박사의 모험을 보고 이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두리틀 박사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과 대화가 가능한 능력. 즉,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사건이 발생하고 두리틀 박사가 동물들과 대화를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연속이다. 이 책을 보고 리처드 도킨스는 종 차별주의라고 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조금 더 재미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십 대 시절 당시 로마에 살고 있었고 사회적 상황으로는 동네에 공산당원이 꽤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랑 누구네 동네에 공산당원이 더 많은가를 놓고 논쟁을 펼쳤고, 급기야 신문 가판대의 판매량을 계산해서 확인하고자 했다. 이 논쟁을 통해 둘은 통계학의 토대가 되는 원리를 발견하면서 숫자로 사람을 쉽게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사회와 접목하면서 서서히 심리학에 눈을 뜬 케이스이다. 


​"그의(아인슈타인) 사상 중에 내게 깊이 와닿았던 것 하나는 과학자가 됨으로써 일상생활의 고통과 불확실성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의 법칙들을 이해함으로써 눈앞의 일에만 몰두하는 인간의 삶보다 더 영구적이고 아름다운 세계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큐리어스 p.339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과학자는 두 명이었다. 당시 아인슈타인이 얼마나 대단하지 몰라 인사만 하고 지나다녔다는 머리 겔만과 리 스몰린. 당연하게 둘 다 처음 들어보는 과학자이다. 둘 다 물리학 과학자이며 조만간 이들이 쓴 저서도 읽어보려고 한다. 요즘 너무 신나서 빠져있는 양자 물리학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리 스몰린의 경우 수학에는 관심조차 없었지만, 이론 물리학자가 된 케이스여서 더 신기했다. 


"사람의 인생행로란 우연한 사건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내 경우에는 개 광고가 그랬다. 내가 썼던 가장 짧은 글 말이다."

-큐리어스 p.354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과학자는 주디스 리치 해리스이다. 심리학자이자 작가인데 아마 나였다면 이런 성과를 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다. 주디스는 유전적으로 자가 면역 질환으로 평생 고통을 받은 케이스이다. 유전적이니 당연하게 아버지도 이 병에 걸렸다. 이런 아버지를 위하여 가족은 꽤 자주 이사를 다녔고 덕분에 주디스는 왕따로 지낸 적이 꽤 있었다. 본인도 어느 순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과학자에서 작가로 전업을 하였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언젠가 썼던 개 광고의 문구로 인해 이런저런 제안이 들어온 덕택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침대에서 딸의 도움으로 해냈다. 그러면서 말한다. 자신의 창의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는 집에 홀로 있을 때였으며 결국 나를 나이게 한 것은 고독이었다고. 요즘 사회적으로 소통의 부재가 심각한 편이다. 이것을 문제로만 보자면 한없이 큰 문제인데 주디스처럼 생각하고 활용을 하자면 꽤 효율적인 환경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이 때 과학과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었다. 아이처럼 느꼈을 때 사랑에 빠진 것이다. 내가 더 자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큐리어스 p.104


​이들의 공통점은 돈, 명예, 지위 등을 위하여 과학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기심이 가는 것을 따라가다 보니 세계적인 석학이 되어 돈과 명예가 따라온 것이지 반대로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영재였던 케이스보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못한 성적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관심 있는 것, 자신이 잘하는 것에 몰두하였을 뿐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과학자는 몇 명 되지도 않는다. 페이지2북스에서 나온 큐리어스에는 무려 25명의 과학자들이 자신이 세계적인 석학이 어떤 계기로 되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말한다. 읽다가 보면 MIT에서만 연락이 왔다고 울상인 아이가 나오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잘해도 MIT는 잘 몰랐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웃음이 빵빵 터지는 경우도, 마음이 짠한 경우도 나오는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과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세상의 모든 부모도, 자식도,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분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려는 분까지 누구나 읽으면 무엇이가 마음에 용기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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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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