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들
정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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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해연 작가의 용의자들이 출간되었다. 책이 토요일 오후에 도착했는데 뒤가 너무 궁금하여 택배를 뜯음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끝을 보았다. 일단 결론에 대한 부분을 먼저 말하자면 정해연 작가는 독자의 기대감을 배신하지 않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 범인이었으며 살인을 저지른 이유 또한 경악스러웠다. 그리고 꽤 현실적이어서 용의자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해연 작가의 용의자들을 읽다가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나비 효과'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나비가 좀 많았다는 것이 차이점이랄까? 중국에 있는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에 허리케인이 올 수도 있다는 이론. 책의 내용이 그렇다. 그냥 좀 질투가 나서, 그냥 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냥 좀 내 아이가 잘 되길 바라서, 그냥 좀 숨을 쉬고 살고 싶어서. 이런 이유들을 가진 인물들의 작은 날갯짓의 결과가 이제 꽃을 피우기 위하여 봉오리를 한껏 부풀린 생명을 앗아가는 효과를 낸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이상하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으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든다. 나약해서인지도 모르고 사악해서인지도 모른다. 그건 습성이 아니라 본성이다."

- 용의자들 정해연 p.128


이것은 피해자인 유정의 남자친구의 말이다. preview에서 말했듯이 유정이는 도덕 교과서를 인간으로 만들면 이런 아이일 것이라고 한다. 이런 아이에게 부모는 꽤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부모가 이렇게 많은 것을 희생하는 이유가 바로 너 때문이라고. 그래서 유정이는 너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본다는 의미의 말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것을 알게 된 같은 반 남자친구는 이것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매번 가스라이팅을 하며 이용한다. 


"괜찮은 척을 계속하다 보면 이렇게 돼."

"괜찮아져?"

유정은 돌아보고 웃었다.

"괜찮아지지는 않아. 대신 괜찮은 척에 익숙해지게 돼. 괜찮은 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 용의자들 정해연 p.137


트라우마 속에서 불행을 느끼지만 언제나 밝게 사는 유정에게 어느 날 남자친구가 물어본다. 꽤 밝게 사냐고. 집이 엄청나게 부자이지만, 결코 기대거나 쉴 곳이 되어주지 못하는 환경을 가진 남자친구 승원이가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유정은 밝게 사는 모습에 질문한 것이다. 그에 대한 유정의 답이다. 19살짜리 이제 성인이 되기 직전의 아이가 벌써부터 괜찮은 척에 익숙해지면 된다고 하는 말에 책 속의 인물에 불과하지만 내 마음이 슬퍼졌다. 


용의자들에는 피해자 현유정, 유정의 절친으로 알려진 한수연과 그녀의 아빠, 그녀의 남자친구 허승원, 유정의 아빠인 현강수, 그리고 엄마, 승원의 엄마인 김근미 그리고 할머니, 담임 선생님 민혜옥과 그녀의 남편, 형사들과 지나가는 행인 같은 사람 몇 명이 등장인물이다. 이들 중 용의자는 다섯 명. 과연 누가 범인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했을까? 그리고 범인을 형사들은 어떻게 잡았을까? 


페이지가 넘아감에 따라 스릴러답게 다음 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흡입력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글자가 쌓여감에 따라 앞 부분에서 상상했던 것이 무너지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에 받았는데 한동안 멀리했던 추리, 스릴러 물에 대한 관심에 불씨를 던지기에는 충분했다. 톰 롭 스미스와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을 읽으면서 밤을 새우던 추억을 끌어내어 준 용의자들. 점점 더워지는 여름. 누가, 왜를 궁금해하며 더위를 날려보고 싶은 분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용의자들 #정해연 #홍학의자리 #위즈덤하우스 #스릴러 #장편소설 #여름소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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