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리어스 Curious - 모든 것은 형편없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리처드 도킨스 외 25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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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를 다 믿을 것은 못 되지만 어느 정도 성향을 나누는 도구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호기심이 정말 많아서인지 N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책도 타인의 추천이나 좋다는 평보다는 봤을 때 호기심이 강하게 끌리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다. 이번 책도 이런 루트로 고른 책이다. 띠지에 "인간은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는다"라고 적힌 것, 너무나 이쁜 형광 연두색, 게다가 심지어 제목도 큐리어스이다. 아! 또 하나 25명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것인데 평소에 좋아하는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로버트 새폴스키 등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거의 팬심에 선택했다.


글은 25편인데 글의 주제가 동일해서인지 읽는데 화자가 바뀜에 따라 혼란스러움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자신이 언제부터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5~7장 정도씩 나누어서 담겨 있고 맨 앞에는 이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이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설명도 깔끔하게 곁들여져 있어 이해하기에 좋았고, 평소에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책은 유명해서 아는 사람, 성과는 알지만 누가 했는지는 몰랐던 부분 등이 해소되었다. 게다가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저서들 중에 읽고 싶은 목록을 추릴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는 이 책에서 얻은 하나의 전리품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세계의 석학들의 어린 시절은 우리의 어린 시절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몇 가지가 매우 달랐다. 일단 부모를 대상으로 보자면 이들의 부모는 무엇인가를 하라거나, 왜 그런 쓸 데 없는 짓을 하냐고 뭐라고 하거나, 열심히 하는 것에 찬물을 끼얹는 대신 응원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집에 책도 많이 있었던 공통점이 있었다. 이렇게 써 놓으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책을 접하면 부모의 눈으로 볼 때 속이 뒤집어지게 만드는 자식들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수업을 빼 먹는 것은 일상다반사요, 학교를 그만두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관심사는 어찌나 자주 바뀌는지 뒷바라지하기도 벅찬 과학자도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의 왕따는 이들의 시기에도 여전함을 보고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거나 학교를 꾸준하게 다니라거나 한 우물만 꾸준하게 파라거나 그런 것을 해서는 밥을 먹고 살기 힘드니 다른 것을 하라거나 하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을 부모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이렇게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물론 이들 중에는 부모의 직업이 좋아 금전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학이 아니라 초중고부터 학교 다닐 돈이 없어 전액 장학금을 주는 곳을 찾아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사람, 유전적 질병을 앓는 아버지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들의 삶도 우리의 일상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사실에 관심이 없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지다. 그들은 그것을 파헤치고 잡아먹고 공격한다. 그리고 당신이 이런 비유를 좋아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그러면서 계속 더 많은 무지를 발견하고 있다."

-큐리어스 P.23


이제 꿈을 키우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자. 이들이 과학자가 된 계기는 대부분 과학자가 되려고 해서 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 보니가 가장 알맞았는데 공통점은 책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아주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을 볼 때 주의 깊게 보는 성향이 있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경우는 투리틀 박사의 모험을 보고 이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두리틀 박사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과 대화가 가능한 능력. 즉,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사건이 발생하고 두리틀 박사가 동물들과 대화를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연속이다. 이 책을 보고 리처드 도킨스는 종 차별주의라고 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조금 더 재미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십 대 시절 당시 로마에 살고 있었고 사회적 상황으로는 동네에 공산당원이 꽤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랑 누구네 동네에 공산당원이 더 많은가를 놓고 논쟁을 펼쳤고, 급기야 신문 가판대의 판매량을 계산해서 확인하고자 했다. 이 논쟁을 통해 둘은 통계학의 토대가 되는 원리를 발견하면서 숫자로 사람을 쉽게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사회와 접목하면서 서서히 심리학에 눈을 뜬 케이스이다. 


​"그의(아인슈타인) 사상 중에 내게 깊이 와닿았던 것 하나는 과학자가 됨으로써 일상생활의 고통과 불확실성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의 법칙들을 이해함으로써 눈앞의 일에만 몰두하는 인간의 삶보다 더 영구적이고 아름다운 세계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큐리어스 p.339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과학자는 두 명이었다. 당시 아인슈타인이 얼마나 대단하지 몰라 인사만 하고 지나다녔다는 머리 겔만과 리 스몰린. 당연하게 둘 다 처음 들어보는 과학자이다. 둘 다 물리학 과학자이며 조만간 이들이 쓴 저서도 읽어보려고 한다. 요즘 너무 신나서 빠져있는 양자 물리학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리 스몰린의 경우 수학에는 관심조차 없었지만, 이론 물리학자가 된 케이스여서 더 신기했다. 


"사람의 인생행로란 우연한 사건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내 경우에는 개 광고가 그랬다. 내가 썼던 가장 짧은 글 말이다."

-큐리어스 p.354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과학자는 주디스 리치 해리스이다. 심리학자이자 작가인데 아마 나였다면 이런 성과를 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다. 주디스는 유전적으로 자가 면역 질환으로 평생 고통을 받은 케이스이다. 유전적이니 당연하게 아버지도 이 병에 걸렸다. 이런 아버지를 위하여 가족은 꽤 자주 이사를 다녔고 덕분에 주디스는 왕따로 지낸 적이 꽤 있었다. 본인도 어느 순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과학자에서 작가로 전업을 하였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언젠가 썼던 개 광고의 문구로 인해 이런저런 제안이 들어온 덕택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침대에서 딸의 도움으로 해냈다. 그러면서 말한다. 자신의 창의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는 집에 홀로 있을 때였으며 결국 나를 나이게 한 것은 고독이었다고. 요즘 사회적으로 소통의 부재가 심각한 편이다. 이것을 문제로만 보자면 한없이 큰 문제인데 주디스처럼 생각하고 활용을 하자면 꽤 효율적인 환경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이 때 과학과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었다. 아이처럼 느꼈을 때 사랑에 빠진 것이다. 내가 더 자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큐리어스 p.104


​이들의 공통점은 돈, 명예, 지위 등을 위하여 과학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기심이 가는 것을 따라가다 보니 세계적인 석학이 되어 돈과 명예가 따라온 것이지 반대로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영재였던 케이스보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못한 성적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관심 있는 것, 자신이 잘하는 것에 몰두하였을 뿐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과학자는 몇 명 되지도 않는다. 페이지2북스에서 나온 큐리어스에는 무려 25명의 과학자들이 자신이 세계적인 석학이 어떤 계기로 되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말한다. 읽다가 보면 MIT에서만 연락이 왔다고 울상인 아이가 나오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잘해도 MIT는 잘 몰랐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웃음이 빵빵 터지는 경우도, 마음이 짠한 경우도 나오는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과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세상의 모든 부모도, 자식도,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분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려는 분까지 누구나 읽으면 무엇이가 마음에 용기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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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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