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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시대 : 오늘을 비추는 이야기 - 출간 150주년 기념 국내 최초 간행본
마크 트웨인.찰스 더들리 워너 지음, 김현정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구텐베르크 출판사에서 출간한 『도금시대, 오늘을 비추는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과 찰스 더들리 워너가 함께 쓴 고전 소설이다. 이 책은 1949년부터 1872년 사이 호킨스 가문을 중심으로 서부 개척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탐욕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그린다. 이 시기에는 노예 해방을 위한 남북전쟁과 링컨 대통령 암살이 포함돼 있어, 이를 염두에 두고 읽으면 스토리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부제가 ‘오늘을 비추는 이야기’인 만큼 19세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재에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현실을 담고 있다.
마크 트웨인과 찰스 더들리 워너의 『도금시대, 오늘을 비추는 이야기』는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호킨스 부부는 자녀 워싱턴과 에밀리를 데리고 미주리로 이주하는 길에 로라와 클레이를 입양해 여섯 식구의 가족을 이룬다. 가장 실라스는 테네시 주에 큰 땅을 사놓고, 이주 후 금광이나 토지 투기 등으로 한몫 잡으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 사이 여러 차례 테네시 주의 토지를 팔라는 제안을 받지만 미래를 위해 모두 거절하고, 결국 사기꾼들에게 속아 재산을 잃고 자녀들을 각자 독립시킨다.
워싱턴은 워싱턴 D.C로 건너가 상원 의원의 비서로 일하게 되고, 로라는 이 상원 의원과 결탁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로비스트로 활동한다. 그 과정에서 로라는 헨리를 만나 그의 사랑을 받고, 필립은 루스를 향해 마음을 품는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실라스가 테네시 주에 사둔 땅이 있으며, 사람들은 모두 이 땅만 바라보며 실질적 노력보다 한탕주의에 빠져 살아간다. 당연히 그 결말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지만, 오직 성실한 필립만이 이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
마크 트웨인과 찰스 더들리 워너의 『도금시대, 오늘을 비추는 이야기』는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한탕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풍자한 고전 소설이다. 이 작품은 트웨인의 초기작으로, 우리가 익숙한 『허클베리 핀』의 간결하고 구어체 가득한 문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디킨스식 군상극, 서술자의 개입, 장광설 등 영국 장편소설 전통을 의식한 화법이 펼쳐지며,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디킨스의 어투와 구조를 닮았다. 이런 배경을 모르고 작품을 접하면 작가의 이름을 다시 확인하게 될 정도이다.
제목의 ‘도금시대’는 말 그대로 껍데기에 금을 입힌 가짜 금을 뜻한다. 이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의 허위, 그들이 쏟아내는 말, 정치와 법조계의 겉과 속이 다른 현실을 비유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는 진실을 말하거나 거짓을 부끄러워하는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결국 이 가짜 빛은 당시 미국 사회 전체를 뒤덮은 욕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이 욕망은 단순히 서부 개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퍼져 있어 독자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이 작품이 비추는 당시의 시대를 몇 가지로 나누어 보면, 내용은 달라도 오늘의 사회와 닮은 결을 느낄 수 있다. 인물들은 허세로 살고 허세로 죽는다. 밖에서는 큰 사업을 벌이는 듯 떠들어 대지만, 집에 돌아오면 먹을 것이 없어 순무로 끼니를 때우고, 추운 겨울에는 난로 속에 촛불 한 자루를 넣어 난로가 켜져 있는 듯 꾸민다. 그럼에도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은, 노동자 계층을 제외하면 단 한 명도 없다. 겉과 속이 극단적으로 갈라진 이 아이러니가 작품의 풍자적 힘을 한층 돋운다.
이런 허세가 어느 정도 지식 위에서 벌어지면 그나마 위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철저히 무지해 현대인의 눈에는 오히려 순박하게까지 보인다. 덕분에 작품 속에서 사기꾼이 아닌 인물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의 행태에 부끄러움조차 없다. 허세와 기만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회 문화가 되었고, 모두가 이를 이해해 주는 듯하다. 욕망이 커지고 지위가 높아지면 그 허세 위에 위선까지 겹친다. 소설 속 상원 의원들이 바로 그 예다. 이 무감각한 허위의 층위가 인물들을 더욱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으로 만든다.
남북전쟁이 끝나 노예제가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흑인을 부리던 시대, 상원 의원 딜워시는 흑인을 위한 교육 기관을 세우겠다는 법안을 발의한다. 그러나 실상은 국가의 돈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려는 속셈이다. 겉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약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기극에 발을 들인 호킨스의 자식들은 아버지가 사둔 땅의 가치만 바라보며 법안 통과를 위해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모든 음모와 탐욕은 허무하게 막을 내리며 독자는 ‘도금’의 허상을 새삼 깨닫게 된다.
모든 남성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양심을 지닌 이는 필립뿐이다. 그 역시 한때 철도 개설을 노린 한탕주의에 뛰어들지만, 어느 순간 그 허상을 깨닫고 스스로 발을 뺀다. 이후 그는 자신만의 강점인 성실함과 도덕성을 지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이어가지만, 선한 개인 한 사람이 구조적 욕망으로 가득한 사회의 거대한 탐욕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어느덧 이야기의 변두리로 밀려난 그는 끝까지 신념을 지켜 결국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행복과 성취를 이룬다. 비록 그 크기는 작을지라도.
마지막으로 이 시대의 여성상이다. 남자들이 허상을 좇는 동안 여성 또한 실체를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모두 딸을 부자에게 시집보내길 원하고, 결혼의 승낙 여부는 오직 재산에 달려 있다. 조금 더 개방적인 경우인 로라는 직접 남성들의 틈바구니로 뛰어들어 그들과 똑같이 헛된 욕망을 좇는다. 이에 대비되는 인물은 루스로, 그녀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에 매진하며 여성으로서의 의무보다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한다. 과연 이들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을까?
『도금시대, 오늘을 비추는 이야기』는 남북전쟁 직후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허위로 덮인 욕망과 권력의 풍경은 지금도 낯설지 않다. 부와 지위를 향한 무분별한 탐욕, 그 속에서 사라지는 양심, 그리고 여성에게 주어진 제한된 선택지는 오늘의 사회에서도 반복된다. 마크 트웨인과 찰스 더들리 워너는 화려한 도금이 벗겨졌을 때 드러나는 인간 본성의 민낯을 통해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결국 이 고전 소설이 남긴 질문은 단순한 시대 풍자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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