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 - 실패의 순간에 나를 일으켜준 것은 언제나 ‘책’
이혜주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혜주 작가는 우아한 밍블이라는 닉네임의 도서 인플루언서로 19년 차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었다. 독서 모임이나 스터디도 꾸준하게 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쏟기 위하여 공무원이었지만 퇴사를 선택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었다. 완독 후 작가에 대하여 찾아보았을 정도로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였다. 그리고 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는 언제나 도서 결산을 할 때마다 반성하는 카테고리인 에세이였다. 마음을 강단지게 먹지 않는 이상 몇 달이 지나도 손을 대지 않는 파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하게 된 이유는 실패의 순간에 언제나 나를 일으켜 준 것은 책이라는 소개 문구 때문이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난 4월 번아웃으로 인하여 너무나도 힘이 든 시기에 이를 이겨내기 위하여 스스로 책 속으로 도피를 했던 경험이 이번 선택의 가장 큰 이유였다. 나보다 먼저 같은 선택을 한 사람의 여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이런 이유로 책을 선택한 것은 나로서도 처음이어서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걱정을 하며 첫 페이지를 열었다.


[느린 시간에 마음 쓰지 않고 나만의 악보대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내가 연주할 수 있는 나만의 곡이 완성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 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 이혜주 P.15


총 4개 파트로 되어 있었으며 첫 번째는 작가가 읽기라는 취미를 넘어서서 직접 책을 쓰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전형적인 여성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취업, 결혼, 출산, 복직, 육아, 사라져 가는 자아 정체성 및 삶의 자신감. 한 단계씩 관례적인 삶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느끼는 마음의 상실감, 무너진 자존감, 이것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더 내세우는 자존심을 모두 치유하고 누구의 와이프, 누구의 엄마,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당당하게 '나'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릿하면서도 벅차서 어느 순간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의심과 자기 비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8번이나 도서 인플루언서에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이 정말 나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힘들 때마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독서였기에 실패의 순간마다 책을 집었다.]

- 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 이혜주 P.86


두 번째 파트는 도서 인플루언서의 읽기와 기록 법, 세 번째는 독서 모임, 마지막 파트는 퇴사 후 좋아하는 일로 어엿하게 자리를 잡는 책으로 주도적인 삶을 사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성공을 보면서 그 뒷면의 그림자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작가의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힘든 것을 넘어서서 처절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고 작가가 도서 인플루언서를 목적으로 읽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좋아하는 책 읽기와 기록이라는 방법을 선택했기에 지치지 않고 도전을 해서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곰은 걱정이 돼요.

"어쩌면 처음부터 내 집을 떠나지 말았어야 하는 걸지도 몰라. 내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 거라면 어쩌지?"]

- 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 이혜주 P.252 곰과 바람의 속삭임 BY 마르안느 뒤비크


각 파트마다 소제목이 있으며 그 소제목이 끝날 때마다 작가가 힘을 얻었던 다른 서적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이어진다. 류시화 시인의 시집부터 에세이, 소설, 경제, 인문까지 매우 다양하여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골라 읽을 수 있는 장점까지 있다. 개인적으로 위에 소개한 약 66페이지의 그림책인 곰과 바람의 속삭임이라는 것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모든 사람이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여기는 공무원을 스스로 퇴사한 후 불안에 떨던 작가에게 동료가 추천한 도서라고 한다. 조만간 읽고 후기를 남길 예정이다. 



[어…… 그냥, 지금은 …… 아직은 ……. 지금 시작하지 못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 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 이혜주 P.166


세 번째 챕터에는 도서 모임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처음에 독서 모임에 지원한 작가의 이야기는 스스로 오만하다고 여기는 것과 달리 조금은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모임을 열어보고 싶은 분야의 도서가 있다. 주제는 그리스·로마 신화와 관련된 영웅전이다.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변신 이야기, 아이네이스 등등. 하지만, 한 번도 주관한 적이 없는 독서 모임이기에 지금 참여 중인 모임 리더에게 요청하고 있지만, 안 될 것을 안다. 이유는 이 시리즈로 1년 이상 나 하나만을 위한 모임을 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얼른 자신감이 생겨서 스스로 오픈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이혜주 작가의 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를 보면서 어제 블로그에 올린 모순의 안진진의 엄마가 생각났다. 모순 속 무식함의 대명사였던 안진진의 엄마도 삶에서 닥쳐온 파도 중 가장 험난한 것이 왔을 때는 책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책은 힘든 일이 닥쳐올 때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도피처로 알고 있었는데, 그 너머에 다른 출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소중한 도서로 남을 것 같다. 사는 것이 고되어 삶의 지팡이가 필요하신 분,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으신 분, 나만의 컬러를 넣은 기록을 하고 싶은 분, 하루하루 퇴보가 아닌 성장을 하면서 정체성 확립을 하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은 도서이다. 


​#실패의순간치트키독서 #이혜주 #우아한밍블 #모모북스 #에세이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BC선정 위대한 그림 220
이경아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에 무지한 편이어서 몇 년 전만 해도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정도만 보고 내 마음대로 감상하면서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 유튜브에 나의 답답함을 풀어줄 채널이 헬리 해성처럼 나타났다. 화가와 모델의 당시 상황, 시대적 배경 등 그림 자체보다 그 이면을 설명해 주는 채널이었다. 하지만, 영상이 올라오는 속도가 나의 호기심 충족 속도에 미치지 못하여 항상 안타까웠는데 그 비슷한 것이 이번에 책으로 나왔다. 바로 내가 만난 1%의 그림들 BBC 선정 위대한 그림 220이다.


BBC 선정 위대한 그림 220은 독특하게 1번부터 시작이 아니라 220부터 거꾸로 번호가 매겨져 있아. 각 그림 하나당 그것에 깃든 이야기, 당시 상황, 화가의 의도 등이 설명되어 있고, 화가의 신상에 대한 부분도 책 아래에 초상화와 함께 첨부되어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 삽화는 모두 컬러로 인쇄되어 있어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진짜보다 사이즈만 작아서 우리가 감상하기에도 충분하다.


도서의 겉표지에 있는 저 이미지는 당대 초상화로 널리 알려진 헨리 레이번이 그린 것이고 제목은 스케이트 타는 목사님이다. 얼음 위에서의 팔짱을 낀 모습이어서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불안할 정도이다. 하지만, 당시 스코틀랜드에서 널리 알려진 스케이팅 교본에는 표지 모델처럼 하는 것이 우아하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1949년 전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이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스치면서라도 들어봤거나 각종 미디어에 언급되었던 유명 화가의 그림이 거의 다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작품만 취급한 것이 아니라 캔버스 이면의 가치는 제외하고 선정한 것이었다. 그 내용도 풍경화나 자화상같이 사실주의에 입각한 것부터 도무지 형체를 알 수 없는 추상적인 작품까지 있어 미술 자체를 비롯하여 당시 시대 상황이나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등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읽다가 보면 마치 작품이 스스로 나에게 소개하는 느낌이다.


나는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예술 작품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경제 신문 공부를 하면서 다시 접하게 된 미술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한 나라의 역사가 담겨 국민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 국민 정서로 인하여 국제 외교 및 무역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난 이후부터 미술 작품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였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옛날이야기를 보는 기분이어서 어려움보다는 즐거움이 많은 영역이었다. 단순히 화가와 작품의 제목만 아는 것보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면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도 확연히 넓어지리라 생각한다. 예술은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그러니 배경지식도 알고 있으면 더 즐겁게 예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독자가 느껴야 하는 감상 부분은 빠져있다. 즉, 독자의 기본권 침해가 없는 책이라는 것.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에게나 BBC 선정 위대한 그림 220을 추천한다.


#BBC선정위대한그림220 #이경아 #아이템하우스 #내가만난1%의그림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소한의 경제공부 - 내 재테크에 바로 적용하는
문지웅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작년에 매일 경제 신문 공부를 하는 모임에 들어가 짧은 지식을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던 때가 있었다. 지나가다가 조금씩 듣는 뉴스를 제외하고는 세상에 귀를 막고 살아서인지 그동안 알고 있던 것도 많이 바뀌었고, 새로운 용어들도 굉장히 많이 생겨 곤혹스러운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지금 블로그의 FINANCIAL PAPER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당시의 눈물겨운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체계 없이 무조건 시작한 것이어서 인지제 각각으로 돌아다니고 있어서 이것의 정리가 시급한 실정이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내버려둔 지 어언 2년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문지웅 작가의 '내 재테크에 바로 적용하는 최소한의 경제 공부'이다. 저자는 연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매일 경제 신문의 각 부문을 걸은 후 각종 책을 내신 분이었다. 일단, 이 책이 첫 책이 아니라는 것에 기대감이 꽤 높았다. 총 5부이며 1부에서는 금융 인사이트, 2부 주식 인사이트, 3부 부동산 인사이트, 4부 산업 인사이트, 5부 미국 경제 인사이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주식에 관심이 많아서 가장 시간을 많이 쏟은 파트였다.



이 책은 경제 공부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분께는 체계적인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미 초급 수준을 뗀 분이라면 자신이 배운 것을 전부 엮어서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는 도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삶에 적용하면 유익한데 아예 몰랐던 이야기들도 꼼꼼하게 챙겨주었다. 그것들 중 몇 가지만 소개해 보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예금자 보호법에 의하여 원금+이자의 5,000만 원까지 정부가 보장해 준다. 다시 말하자면 은행이 파산했을 때 5,000만 원까지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면 내 돈이 이것보다 많고, 경기가 좋지 않아 직접 투자가 너무 위험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저자는 말한다. 이때는 우체국이라고.




일반 은행은 예대차를 이익으로 운영되지만, 우체국은 대출을 손대지 않아 안전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체국이 파산했을 때 정부는 예금한 금액의 100%를 보장한다. 여기에 보험도 포함이다. 이것은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불안한 경기에서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 주담대 대출을 받을 때 선택해야 할 기준 금리와 고정금리, 변동금리 등을 선택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분들이라면 꽤 눈을 반짝이면서 볼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적은 금액을 단기간에 빌리는 것이 아니니 더 관심을 가지리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더 안정성 있는 조건, 조금이라도 덜 부담하는 이자를 위해서는 필수적 내용이니 말이다.




경제 공부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또 느꼈다. 처음 공부할 때 밤새 울면서 공부한 채권은 이 책에서 다시 봐도 어려웠다. 분명 그때와 달리 이해는 하는데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인 것 같다. 또한 그간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부동산 파트는 이번 기회에 전체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어서 나 자신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물론, 다음에 좀 더 확장하여 깊게 공부해야겠지만 말이다.




투자를 위하여 경제 용어나 개념을 공부하는 분이라면 이 책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단순하게 서술만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깔끔한 비교 도표, 그래프. 우리 일상에서 바로 끌어올 수 있는 예시를 통한 설명이기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는 특별한 재능에 의한 업무가 아니라면 누구나 급여만으로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에 재투자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떠한 것을 처음 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개념 정리이다. 스스로 경제의 청사진을 그려 그 뼈대에 피와 살을 붙이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최소한의경제공부 #문지웅 #매일경제신문사 #내재테크에바로활용하는 #금리 #환율 #부동산 #주식 #국제경제 #AI 필수경제지식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반입자 - 미적분의 역사부터 디랙 방정식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8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론에 관심이 많아 이 책 저책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양자역학과 연결이 되었다. 물론 이 책들을 처음에 읽을 때 정말 네이버에 폭풍 검색을 했더랬다. 한글로 쓰여 있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전혀 연상이 되지 않을 때는 유튜브 영상까지 꼼꼼하게 찾아서 몇 시간이면 읽을 책을 며칠에 걸쳐서 읽곤 했다. 덕분에 어렴풋하지만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점점 흥미를 얻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반입자도 나의 노력을 들이면 한층 과학 지식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하지만, 책을 처음 받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려고 넘겼을 때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미분, 적분으로 시작하여 각종 수식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수학을 손 놓은지 오래된 나로서는 도대체 왜 이런 책이 교양 과학 서적으로 분류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저자의 기획 의도를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저자는 요즘 독자는 수많은 과학 서적을 접하여 과거와 달리 수준이 많이 올라왔기에 제대로 과학을 이해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식을 굳이 제거하기보다는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식을 제외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래서 작가에 대하여 찾아보았다. 정말 괴짜 같은 이력을 가진 작가라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는 뾰족한 마음으로. 하지만, 직접 찾아본 작가는 오히려 존경받아 마땅할 정도로 물리학을 사랑하고 이를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물리학의 즐거움을 전파하려고 노력하는 분이었다. 전문적인 이력보다 내게는 어린아이에게 전하는 물리학을 하신다는 부분이 마음을 움직였다. 이런 분이라면 수식을 이해하지 못해도 책 자체에서 얻는 부분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신뢰감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내용은 정교수님과 물리군의 대화체이며 대부분 물리군의 질문에 정교수의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총 다섯 번의 만남으로 되어 있으며 만남이 늘어날수록 미적분, 양자물리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마지막은 책의 제목인 반입자로 마감을 한다. 이는 단순한 순서가 아니라 뒷부분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 순서이다. 또한 각 장에서 각종 이론과 수식을 발견한 수학자와 과학자의 일생과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서 수식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전반적인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효과가 있었다.


​첫 장이 미적분인데 학창 시절 가장 어렵게 느껴진 부분이었지만 역사부터 시작하니 흥미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적분을 처음 생각한 라이프니츠는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포도주를 담그는 오크통의 부피를 재기 위함이었다고 하는 부분에서 뭔가 긴장감이 탁 풀렸다. 개인적으로 2장의 라플라스라는 수학자의 이력이 가장 독특하게 느껴졌다. 나폴레옹 시대의 인물인데 내무부 장관에 임명되었지만 단 43일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 이유를 나폴레옹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라플라스는 수학자로는 일류이지만 관리 능력은 평균 이하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반입자 P.67


더 재미있는 것은 해고된 후에도 둘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고, 최초의 천체물리학 교과서인 천체역학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했다고 한다. 


세 번째 만남에서부터는 우리가 흔히 양자역학이나 우주론에서 자주 보던 내용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 내용으로 선스펙트럼이 나온다. 수소 원자, 수소 원자에 자기장이나 전기장을 쏘았을 때 각각의 선스펙트럼과 이들의 현상을 발견한 사람들. 단순한 발견과 이것의 이론을 정립한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것을 꽤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기존의 교양 과학 서적에서 보지 못한 부분까지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우리가 양자역학에 대하여 알고 있는 슈뢰딩거보다 훨씬 이전에 이것을 주장한 이가 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의 두려움이 모두 사라졌다. 


​"말보다 조금 작은 노새라는 동물이 있어. 노새는 본래 유순하지만 불만이 있으면 주인이 앞으로 가자고 끌어도 뒷걸음질 치지. 디랙은 음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노새처럼 운동 방향으로 에너지를 주어도 오히려 속도가 작아지는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노새 전자'라고 이름을 붙였네. 즉, 같은 정지질량에 대해 두 개의 입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지. 하나는 양의 에너지를, 다른 하나는 음의 에너지를."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반입자 P.215


​이런 발견 역사의 빌드업은 수식을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일반적으로 우주와 관련된 천문학 관련 서적은 기본적으로 이론 물리학이다. 묘하게 실험 물리학과에 대한 공간의 구멍이 남아 있었달까? 이 책은 실험 물리학과 이론 물리학의 연결을 잘 보여주고 있어 그간 알고 있던 지식에 하나의 고리를 만들어준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나의 짧은 지식으로 책 제목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반입자이라는 말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세상에서가장쉬운과학수업반입자 #반입자 #미적분 #양자물리 #이론물리 #실험물리 #정완상 #성림원북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다
로라 머시니-호턴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인이 된 후 물리학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래서 필수 교양 도서로 알려진 코스모스를 작년에서야 읽게 되었다. 당시의 느낌을 말하자면 10평짜리 공간에 살다가 1000평 공간에 간 느낌이랄까? 이후 의도적으로 상식을 늘리기 위하여 양자 역학과 천체 물리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선택했지만 상상력의 무한성과 지식의 축적에 만족감을 느껴 이제는 의식하지 않아도 매달 관련 서적에 시간과 열정을 쏟고 있다. 이번 달 그 대상은 로라 머시나-호턴의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이다.


표지에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친다고 되어 있어 기대감이 꽤 높았다. 하지만 막상 책을 폈을 때 느낌은 기존의 과학 관련 서적과는 느낌이 좀 달랐다. 사실, 학교 다닐 때 접한 물리학을 제외하고는 긴 시간 동안 과학과 담을 쌓고 살았기에 기초 지식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물리학 관련 도서를 볼 때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은 도입부의 내용부터 예시까지 꽤 친근한 부분이 많아 짧은 상상력으로도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쉬워 책장이 훅훅 넘어갔다.


예를 들자면 엔트로피와 미시 상태의 수를 대부분의 책은 그들만이 사용하는 고급스러운 언어로 오차 없이 설명하려고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아주 간단하게 옷장 속에 있는 정리된 옷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는 아이의 예를 들었다. 처음에 정돈되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의 행위로 인하여 옷장은 점점 더 난장판이 되어 간다. 이것이 엔트로피이다. 그리고 아이가 헤집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의 수를 미시 상태의 수라고 한다. 아마 이 예시만 보더라도 책이 얼마나 쉽게 쓰였는지 감이 올 것이다. 


​글 중간중간에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어린 시절 유럽의 북한이라고 불리는 알바니아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떤 이유를 붙이든 반란이라는 말을 붙이면 바로 처형이 가능한 곳. 이런 곳에서 작가의 아버지는 두 번이나 끌려가서 유배를 다녀왔는데 이 처분은 매우 다행스럽고 관대한 처분이라고 말한다. 이후 미국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을 받고 미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가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계속 연구하게 된 케이스이다. 이런 어린 시절 덕분에 자신은 더 열심히 연구에 임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자전적 전기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도 난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과학계 전반에 오랫동안 단일 우주가 정설로 잡혀 있었지만 각종 증거를 통하여 다중 우주론이 이제는 대세를 잡게 되었고, 이를 위하여 저자가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동료와 그리고 때로는 반대쪽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에서의 결과로 인하여 자신의 이론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해 나간다. 이 과정이 이론에 불과하긴 하지만, 꽤 과학적 근거가 탄탄하여 읽는 내도록 그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길 수 있었다. 특히 끈 이론을 설명하며 11차원의 존재를 확인하는 실험은 상상했던 결과와 너무 달라서 짜릿하기까지 했다.


​"진리는 세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조롱을 받고, 다음에는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다가, 결국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p.30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


하지만, 계속 읽다가 보면 또 다른 것이 보인다. 휴 에버렛 3세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것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휴 에버렛은 천체 물리학자로 처음으로 양자역학을 우주에 직접 적용함으로써 다중 세계로 이루어진 복잡하고 기괴한 스페이스를 예측했다. 이를 우리는 평행우주라고 부른다. 하지만, 주류의 과학자들과의 마찰로 휴 에버렛의 역작이 담긴 논문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로 제출되었고 이에 따른 상심으로 휴 에버렛은 완전히 물리학계를 떠나게 된다. 물론 세월이 지난 후 그의 이론이 더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서 타인이 삭제된 논문을 모두 복원시켜 발표했으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쯤이면 하나의 세계를 주장하던 주류에 있는 과학자들이 궁금할 것이다. 아마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거물들이다. 아인슈타인, 보어, 더 거슬러 올라가면 플라톤, 뉴턴, 이후로는 스티븐 호킹까지. 심지어 고양이 실험으로 양자역학을 증명한 슈뢰딩거까지도 단일 세계를 주장하고 있었다. 여기에 과학계의 루키가 너희들의 의견은 모두 틀려!라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쳐도 이들의 대결보다는 유리하지 않았을까?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주류에게 도전장 내미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였다고 한다. 


​주류들이 단일 세계를 고집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바로 과학의 특성인 단순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주류들은 이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볼츠만 상수, 상대성 이론, 열역학 제2법칙, 인플레이션 등 수많은 이론을 만들고 끌어온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것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은 설명이 되는 듯하게 맞춰서 넣고, 설명이 되는 부분만 엄청나게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저자는 다중 우주의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여기에 저자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것도 차곡차곡 증거를 모아서. 


조금 재미있는 것은 저자의 지도 교수는 단일 세계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람인 로저 펜로즈였다. 이것으로 인해 저자는 꽤 고민을 한 것 같은데 마지막에 보면 스티븐 호킹과 로저 펜로즈마저 말년에는 다중 우주론으로 모두 돌아섰다. 물론, 이것을 설명하는 방법론은 조금씩 다르지만 말이다. 마지막 챕터에 스승과 둘이 늦은 밤에 식당에서 둘이 토론하는 장면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저자를 보면서 뭔가 해피 엔딩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까지 미소를 지을 정도였다. 아마도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이었겠지만.


​에필로그에 서는 그동안 천체물리학의 역사를 말할 때 절대로 빠지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신기한 것은 후대의 사람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다중 우주론을 기원전 400년 경에 이미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이다. 그리고 기원전 3세기 경의 에피쿠로스는 현재 양자역학의 기본인 불확정성의 원리를 추론했다고 한다. 물론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인정하기 위하여 말한 것이지만 원리는 같은 것. 


밤 하늘을 바라보며 그 위에 박힌 보석들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은 인류의 시대는 없었다. 고대부터. 이들은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점성술과 항해술을 익혔다. 이후 자연 과학적 지동설과 천동설을 두고 싸웠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고전 물리학과 양자 물리학이 싸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여기에서 더 확장하여 단일이냐 다중이냐를 두고 또 대결을 벌이고 있다. 과연 인간이 자신의 근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언제나 궁금해진다.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은 교양 과학 책이다. 즉, 일반인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였다는 것. 심지어 상상력의 한계를 느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돕기 위하여 이론에 대한 삽화도 꽤 많이 삽입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보다 훨씬 쉽게 읽었다.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첫걸음을 내딛기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류의 기원과 미래가 궁금하다면 도전해 보시길 추천한다.


#무한한가능성의우주들 #로라머시나호턴 #동녘사이언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