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링
T. J. 뉴먼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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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맹렬히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누구나 스릴러에 관심이 가지는데 나 또한 매우 평범한 인간 중 하나이기에 요즘 점점 스릴러를 찾게 된다. 그래서 선택한 오늘의 책은 T.J. 뉴먼의 폴링이다. 하이재킹에 관한 내용이기에 상상 가능한 부분도 있었지만, 의외로 마음을 졸이면서 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신인임에도 걱정 없이 선택한 이유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보다 스릴러의 대작가 제임스 패터슨과 역사 판타지로 유명한 다이애나 개벌든의 추천사 때문이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처음에 T. J. 뉴먼이 신인 작가이기에 추천사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 그런데 읽다가 보니 묘하게 눈앞에서 영상이 재생되는 듯 이미지가 너무 선명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직접 하이재킹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보통 책을 다 읽고 나면 찾아보는 저자인데 이번에는 너무 궁금하여 책을 읽다가 검색해 보았다. 실제 아메리카 항공사와 알래스카 항공사에서 10여 년을 승무원으로 일했으며 심지어 대륙 횡단을 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비행기 내부에 대한 묘사나 위험에 대처하는 방식이 꽤 세밀했던 것에는 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기장 빌, 부기장 벤, 승무원인 조, 빅 대디, 캘리를 포함한 총 149명의 승객들, 빌의 와이프인 캐리, 그의 아이들 스콧과 앨리스, 조의 조카이자 FBI인 태오, 납치범 샘이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갑자기 비행 일정이 바뀐 주인공 빌 기장. 미국 드라마의 기본답게 당연하게 이날 가족과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었지만 빌은 일을 선택하여 LA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를 조종하러 떠난다. 그러나 이륙하자마자 빌의 집에서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납치범 중 한 명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가족을 택하든지 비행기를 택하든 지라며. 심지어 비행기 내부에는 백업 플랜을 위한 알려지지 않은 공범자도 존재한다고 한다. 



빌에게는 초반부터 엄청난 압박감이 주어지면서 시작한다. 지상의 가족도 살려야 하고, 상공의 승객들도 살려야 하면서 동시에 밀폐된 공간에서 알려지지 않은 납치범의 공범도 찾아야 한다. 사실상 믿을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된 것이다. 당연하게 외부로 이 일을 발설하지 않고. 납치범은 빌에게 두 가지를 지시한다. 독가스를 기내로 던지는 것과 비행기를 DC에 추락시키는 것. 빌은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승무원인 조에게 상황을 빠르게 알려주고 자신은 비행기를, 당신은 승객을 맡으라고 하고 기장실로 돌아온다. 


조는 승무원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같이 모여 상황을 설명하고 계획을 짠 후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또한, FBI에 근무하는 조카에게 현재의 상황을 문자로 알린다. 승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승객을 지켜야 하는 조. 이유는 기내에 탑승한 미지의 공범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항공기인 416편에는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X의 인플루언서가 타고 있다. 과연 이들은 공범에게 들키지 않고 항공기를 구해낼 것인지, 인질로 잡혀 온몸에 폭탄을 두른 빌의 가족들도 무사히 구출을 해낼 것인가?


사실은 처음 1/3 정도를 읽다가 결과에 숨이 막혀서 결말부터 본 후 돌아와서 읽었다. 보통 결말을 알면 이후는 퍼즐처럼 추리가 가능하여 긴장감이 거의 없이 스토리를 읽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T. J. 뉴먼의 폴링은 결말을 다 아는데도 도무지 그 과정을 알 수가 없어서 마지막 장에 다다를 때까지 긴장 상태로 읽었다. 부드럽게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단추를 끼워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야기는 딱 6시간 동안 발생한 일이다. LA에서 뉴욕으로 날아가는 6시간. 그리고 이날은 공교롭게도 월드시리즈 7차 LA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날. 아마 이 설정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911이후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약 빌이 가족을 선택하게 된다면 당연하게 DC의 엄지는 민간 항공기 격추로 이어진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인 것이다. 


사실, 하이재킹이라는 소재로 인하여 그 원인과 결과,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 한정적이어서 일부는 클리셰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폴링이 그저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은 이유는 납치범들의 목적,  옳고 그름의 판단, 극한의 상황에서 나보다 우리를 택하는 선택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한참 읽다가보면 범인들에게 강한 연민을, 빌의 선택이 어떤 것이 되든 간에 이해할 수 있음을 느끼게 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한낮의 더위를 깔끔하게 잊게 해 줄 정도로 가슴 뭉클함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폴링이었다. 


#폴링 #T.J.뉴먼 #어느날갑자기 #데이원 #스릴러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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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2 (무선)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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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미스터 험프리의 시계라는 주간 잡지에 연재되어 처음으로 대서양을 건넌 영국의 소설이었다. 마지막 연재분이 실린 영국의 배를 향해 미국의 뉴욕과 보스턴 항구에 모인 팬들은 넬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애타게 물었다고 한다.  그 당시 영국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되어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480여 페이지 두 권으로 총 73챕터로 번역되었는데 만약 내가 이것을 완역본으로 보지 않고 매주 한 챕터씩 만나야 했다면 다음 챕터가 궁금하여 매주 디킨스 앓이를 했을 것 같다. 


​고전 베스트셀러인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 2권에 들어오면 1권보다 훨씬 당시의 시대 상황이 잘 느껴진다. 그 이유는 넬과 노인이 시골 산길로만 도피를 하다가 항구를 통하여 도시로 들어오면서 산업 혁명이 훑고 지나간 거리로 나갔기 때문이다. 넬이 배가 고파 도움의 요청을 구하기 위하여 두드린 집에서 석 달 전 500 명이 실직을 당하여 굶주림으로 아이의 주검을 보는 부분은 당시의 암울한 상황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고생을 하던 넬은 결국 추위와 굶주림에 도시의 한 변두리에서 어떤 노신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마음이 따뜻했던 이 노신사는 그녀를 뿌리치지 못하고 돌아서는 순간 넬은 그의 얼굴을 보고 쓰러지게 된다. 그는 노인과 넬을 주변의 여인숙으로 데리고 가 의사도 부르고 극진하게 간호하여 그녀를 기운차리 게 한다. 그 후 그녀의 동의를 얻어 자신의 목적지까지 데리고 가 그곳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써 준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악당 퀼프는 여전히 나쁜 짓을 일삼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순수하고 선한 키트를 세상에서 없애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한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변호사와 변호사의 동생과 손을 잡고. 이 과정이 너무 치밀하며 법적인 증인까지 명확하여 키트는 결국 경찰에 잡혀가게 되고 유죄 선고까지 받아 독자로 하여금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거리게 만든다. 불행의 구렁텅이로 완벽하게 빠진 키트를 작가가 어떻게 구해낼지 아니면 구해내지 못할지 그다음이 궁금하여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였다.


​책의 말미에 가면 1권에서 넬과 노인의 뒤를 쫓던 노신사가 누구인지 어떤 이유에서 이들의 뒤를 쫓는지 나온다. 너무나 무뚝뚝한 노신사의 유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의 옛이야기는 그에 대하여 알 수 있게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오히려 넬의 할아버지에 대하여 그의 불안한 심리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그동안 독자들의 마음에 울화통을 터지게 만든 할아버지였지만 그 내막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연민의 마음을 더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찰스 디킨스의 책 중 그동안 읽었던 것들은 대부분 권선징악이 명료했다. 물론 억울한 희생자도 분명 있었지만. 그래서 개인적으로 오래된 골동품 상점 최고의 악당인 퀼프의 결말이 너무도 궁금했다. 퀼프의 악함은 그동안 어떤 책이나 영화에서 본 악당보다 정도가 극에 달하였다. 단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 위해서 연구하여 하는 행동들은 난생처음 보는 캐릭터였다. 그러니 그의 결말은 아마 모든 독자의 관심사가 되리라 장담한다. 


대작가답게 단순하게 권선징악을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해와 용서와 포용과 사랑에 대한 부분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어 많은 부분에서 반성과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스토리 자체로도 약 1000 페이지라는 분량이지만 시작을 하면 끝까지 달리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어 180 년이 지나도 왜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지 책이 스스로 증명을 하였다. 또한 발을 동동거리며 읽다가 보면 어느새 마음에 선함의 기운을 서리게 만들어 주는 고전 베스트셀러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오래된골동품상점2 #찰스디킨스 #B612북스 #베스트셀러 #고전문학 #영국문학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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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1 (무선)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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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고전 작가 중에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하며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찰스 디킨스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자의든 타의든 스크루지 영감은 반드시 접해야만 하는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에게 매료된 책은 두 도시 이야기였다. 당시 나는 구조에 살짝 집착하고 있었다. 그래서 앞에서 던진 떡밥을 뒤에서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책에 분개하는 나날들이 이어지는 도중 만난 책이 두 도시 이야기였다.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그 두꺼운 책에서 구조적으로 결함이 없이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나의 인생 책이 되어 이후 찰스 디킨스 앓이가 시작되었다. 


모든 고전의 묘미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현대 이야기꾼들의 모티브로서의 위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시의 시대 상황이 잘 드러나 있어 책 속으로 타임 슬립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배경이 된 1840년 대는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기술이 발달하며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를 잡기 위하여 세계가 비명을 지르던 때이다. 게다가 대외적으로는 1차 영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영국과 중국이 맞붙은 아편 전쟁, 조금 더 지난 다음에는 이런 행태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던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출판되기도 했다.


​오래된 골동품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꽤 느낄 수 있었다. 1권 전반에서 과거와 같이 농장에서 착실하게 일하면서 사는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런 격동의 시기에 살아남기 위한 서민들의 생활상이 꽤 비극적으로 나타나 있다. 사실, 작품에 나오는 사람 중 호감이 가는 인물은 키트 단 한 사람뿐일 정도로 비열함과 이기주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들로 점철되어 있다. 신기한 것은 이런 인물이 극 중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했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이었다. 이런 것을 필력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그는 1812년 포츠머스에서 해군 경리국 하급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1870년 뇌출혈로 사망한다. 빚으로 인하여 감옥에 간 아버지를 대신하여 구두약 공장에 일하면서 아이들의 학대와 억압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20세에 신문 기자가 된 후 작품을 쓰기 시작했으며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 데이비드 코퍼필드,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픽윅 클럽 여행기, 머그비 등 수많은 소설을 썼다. 특히 오늘 소개하려는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해리포터 시리즈 이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기염을 통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책이 두껍고 할아버지와 넬이 이동을 하기에 등장인물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주인공은 넬이며 그녀의 할아버지, 오빠인 프레드, 프레드의 친구 스위블러, 넬에게 가장 호의적인 키트라는 아이, 가장 악당으로 나오는 난쟁이 퀼프, 아직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넬을 뒤쫓는 남자가 주요 인물이다. 넬은 할아버지와 단둘이 오래된 골동품 가게에 살면서 살림을 담당하는 어린아이이다. 할아버지는 곧 큰 부자가 될 것이라는 말로 퀼프에게 돈을 빌려 노름을 하며 이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이런 할아버지의 말에 그가 엄청난 부자라고 착각한 프레드와 스위블러. 


​그러던 어느 날 채권자인 퀼프가 노인은 무일푼이며 노름으로 자신에게 빌려 간 돈을 다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연하게 퀼프는 법의 힘을 빌려 노인과 넬의 보금자리인 상점을 빼앗고 이들 둘은 퀼프가 뒤쫓을까 두려워 도망을 가버린다. 이 사건 때문인지, 더는 노름할 돈이 없어 꿈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할아버지는 치매 끼와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며 넬과 정처 없이 떠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도 만난다. 


​읽으면서 가장 속이 뒤집어지는 사람은 의외로 철저한 악당인 퀼프가 아니라 할아버지였다. 이런 상황이 되어서도 도박으로 부자가 되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넬을 위협하여 마지막 남은 돈 마저 빼앗아 노름판에 들이붓는 모습, 넬만은 거두어줄 수 있다는 말에 자신은 넬이 없으면 살 수 없다며 넬만은 보낼 수 없어 같이 길에 떠돌이 생활을 하겠다는 행동 등은 정말 이 소설 최대의 악인이 아닐까 한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사람이 아니라 넬의 마지막 남은 피 한 방울마저 빨아먹겠다는 자기만 아는 모기처럼 보이는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한 장소에서 넬, 할아버지, 이들을 뒤쫓는 미지의 남자, 퀼프, 스위블러가 한마을에 모이게 되면서 1권이 끝난다. 과연 이 남자는 무슨 목적으로 넬을 쫓는 것이며 이들은 과연 2권이 시작하면서 만날 것인지,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너무 궁금함만을 남겼다. 사실, 이렇게 읽은 후기 몇 글자로 이 책을 모두 말하기란 어불성설이다. 찰스 디킨스만의 주옥같은 문장들이 너무 많지만 그 문장만 잘라오면 느낌이 살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 모든 책이 직접 읽어야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지만 오래된 골동품 상점만큼은 줄거리만으로는 절대로 그 감동을 느낄 수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오래된골동품상점1 #찰스디킨스 #B612북스 #베스트셀러 #고전문학 #영국문학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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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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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칠 때 우리는 이런 난관이 없고, 나를 모르는 전혀 모르는 다른 곳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것이 창백한 푸른 점 위의 다른 곳이든, 차원이 다른 세계이든, 전혀 상상조차 해 보지 못한 별이든. 이런 우리의 소망을 대리 만족시켜줄 수 있는 도서가 새롭게 출간되어 냉큼 가지고 왔다. 바로 앨릭스 E. 해로우 작가가 쓴 재뉴어리의 푸른 문이다. 그럼 이 더위를 피해 책의 문을 열고 우리도 모험을 떠나보자.



앨릭스 E. 해로우는 미국 켄터키 출신이며 대학에서 부교수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를 가르쳤다. 단편 소설 A Witch's Guide to Escape: A Practical Compendium of Portal Fantasies(우리 말로 하면 탈출을 위한 마녀의 안내서: 포털 판타지의 실용적인 개요 정도가 될 것 같다)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오늘 소개할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휴고상, 네뷸러 상, 로커상, 월드판타지상 최종 후보작이었으며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최고의 판타지 소설에 당당하게 뽑혔다. 짧게 요약하자면 이런저런 곳에서 인정받고 상도 받을 뻔한 작품이라는 것.



작중 주인공은 줄리언(아빠), 애들레이드(엄마), 재뉴어리(나), 새뮤엘, 제인, 로커, 헤브마이어, 일베인, 그리고 강아지 배드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나오지만 비중이 높지 않아서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스토리 초반에는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면서 읽는 곳이 꽤 많다. 이유는 시공간의 변화가 자주 일어나서이다. 시간적으로는 1866년부터 1911년까지의 이야기이다. 이렇듯 45년의 이야기가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초반에는 진짜 정신을 잘 차리고 읽어야 한다.



책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세상에는 균열이 있는 곳이 있으며 그런 균열을 찾는 방법으로는 신화나 전설이라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다. 이것을 처음 발견한 이는 로커 씨였으며 다음이 줄리언과 애들레이드이다. 심지어 줄리언과 애들레이드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문을 통해 만나 결혼까지 한 놀라운 케이스이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재뉴어리. 이름을 두 영역을 모두 주관하는 제이너스(야누스)로 붙여주려고 하였지만 제인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 신의 어머니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헤카테가 야누스의 엄마인데 이 부분은 좀 이해가 안 간다.)



"나 같은 남자들은 자신의 고통 말고는 보이는 게 없다.

눈은 내면으로 향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보는 데 사로잡힌다.

그래서 나는 문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혹은 누군가가 문을 없애고 다닌다고 말해야 더 정확하리라."

-p.343


그러나 방랑벽이 있던 애들레이드는 아이를 낳고 한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을 우울하게 생각했고 이를 덜어주기 위하여 줄리언은 아기와 아내를 데리고 문을 넘는다. 언제나 별다른 이상 없이 넘어가던 문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무엇인가에 걸려 줄리언과 아기는 넘어오고 아내는 넘어오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들을 고 유물 수집상인 로커 씨가 발견하고 구해준다. 아기는 로커 씨의 집에서 유모가 돌보며 줄리언에게는 고고학자라는 타이틀을 씌워 로커 씨의 수집을 돕는 동시에 아내를 찾기 위한 모험이 시작된다. 그러나 모험을 하던 중 자신이 다녀온 곳에 이상한 사건과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문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감지한 줄리언. 과연 누가, 왜 문을 없애고 있을까?



모든 것이 언제나처럼 순조롭던 어느 날 재뉴어리는 로커 씨로부터 아빠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고, 아빠로부터 일만 개의 문이라는 제목이 적힌 책을 선물받는다. 이때부터 로커 씨도 헤브마이어도 일베인도 모두 적이 되어 재뉴어리를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우리의 주인공은 이 책만으로 어떻게 이들의 손에서 자신의 친구들인 제인과 새무엘 그리고 배드를 지켜낼 것인지, 무슨 방법으로 사라진 아빠와 엄마의 행방을 알 수 있게 되는지 이제부터 모험이 시작된다.



어떤 모험 이야기는 앞에서부터 서사가 착착 진행되어 작가가 이끄는 대로 독자가 편안하게 따라간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이야기 전체의 단서만 열심히 뿌려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자신을 따라오게 만들기도 한다.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확실하게 후자에 속한다. 1/3 가까이를 읽는 동안 등장인물들을 연결하는 것조차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절반이 넘어서면서 자신의 추측과 스토리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희열을 느끼면서 책에 몰입할 수 있다. 이제 대략 이해가 간다며 편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에 작가가 엄청나게 뒤통수를 한 번 쳐준다. 개인적으로 이 마지막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잘 알겠지만 모든 힘이 다 그렇듯이

글을 써서 마법을 부리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글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서 생명력을 끌어내기 때문에

글의 힘은 글을 담는 그릇 역할을 하는

인간의 능력에 따라 제한된다."

- p.204


도서의 내용은 판타지이지만, 이것을 현실로 가지고 오면 철학적으로 변하는 신기함도 갖춘 소설이다. 문을 만들어서 통과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대가로 치러야 하는 것, 굳이 다른 세계로 나아가지 않고 정체된 삶을 살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작품 속에서의 문은 세계와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의 문은 더 나은 삶, 더 성장하는 인생을 위한 하나의 도전해야 할 목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마의 시작이다. 덥고 습하여 올라가는 짜증지수를 시원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재뉴어리의 푸른 문으로 풀어보길 추천한다.



#재뉴어리의푸른문 #앨릭스E해로우 #밝은세상 #판타지소설 #장편소설 #힐링소설 #베스트셀러 #힐링 #베스트셀러소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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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그랩 - 내 정보를 훔치는 빅테크 기업들
울리세스 알리 메히아스.닉 콜드리 지음, 공경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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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책이나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AI가 인류에게 악영향을 미칠 때는 자주 보았기에 그 위험성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생각보다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늘 소개할 신간은 자신이 네트워크에 남긴 흔적들을 훔쳐서 이를 이용하여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경고와 대응책을 알려주는 울리세스 알리 메히아스와 닉 콜드리가 지은 데이터 그랩이다.


"디지털 플랫폼과 관계를 통해 확장된 신식민주의 체제가 구축된다는 점이다. 데이터 추출에 기반한 신식민주의 체제는 결국 대다수의 판단 능력을 빼앗을 것이다."

- 데이터 그랩 p.50


​데이터 그랩에서는 현재 빅테크 기업들의 행태가 과거 유럽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면서 건설한 식민지를 토대로 자본주의의 근간을 만든 것에 비교한다. 이런 식민지를 만드는 행위를 본문에서는 식민주의라고 하며 모든 자본주의는 식민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정의한다. 또한 식민지로 전락한 국가의 그 영향은 독립을 하더라도 매우 긴 시간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토지, 자원, 인력 등의 각종 수탈과 목적을 실행시키기 위하여 폭력이 동반되었다.


​이것을 현대의 데이터에 대입하면 당시 유럽은 현재의 빅테크 기업들이며 토지, 자원, 인력은 데이터, 개인의 판단 능력, 자율성 등으로 치환된다. 또한 과거의 신체적 폭력은 현재 약관에 동의한다는 문구로, 차별, 기회 박탈, 알고리즘의 악의적 카테고리 분류 등으로 대치한다. 이것을 본문에서는 신식민주의 체제라고 명명한다. 언뜻 생각하면 불편함을 아직은 느끼고 있지 못하여 너무 과한 주장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책장이 넘어감에 따라 오히려 오싹하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우리는 부주의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빅테크 이야기를 상세히 살펴보면 데이터 식민주의 이야기이고, 주인공은 기업, 정부이다. 하지만 과거 식민주의처럼 개인 탐험가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도 정복자가 되어, 어느 작가의 표현처럼 '감시 개척주의'에 가담할 수 있다."

- 데이터 그랩 p.216


​며칠 전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인 스페이스 X에서 스타십의 성공적 귀환을 알리는 뉴스가 뜬 적이 있다. 스페이스 X에서는 우주선 외에 소형 인공위성인 스타링크를 현재 6000개 정도 쏘아 올렸습니다. 이것으로 인하여 바다 한가운데에서도 구조 요청을 하여 사람을 구출했다는 기사가 나와 스타링크의 장점을 매우 부각시켰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브라질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머스크와의 계약에서 단순히 학생들과 환경을 돕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추출을 위함이었다고 드러났다.


​창백한 푸른 점 위에 향후 4만 2000개까지 한 기업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 떠다닌다면 지구에 사는 모든 것 즉 생명체와 무생물체의 정보는 모두 그들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저자는 데이터를 사용한 끔찍한 예시를 여러 가지 들고 있다. 그중 인상 깊은 것은 자율주행 차량과 개인의 건강 데이터 부문이었다. 당신이 어디를 가든 모두 관찰하고 있고, 당신의 건강 상태를 알고 있어 여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우리는 등 뒤에 보이지 않는 총구를 언제나 들이대고 살고 있는 셈인 것이다.


"감시 카메라, 스마트 밴드, 스마트 가전, 디지털 비서, 피부 이식 칩 등 익숙한 데이터 추출 기술을 통한 식민화가 '우리의' 공간, 삶의 공간을 지속적인 수익을 위한 추출 영토로 바꾸었다. 또 우리가 상호작용하면서 개인 정보를 내줄 때 이 기술들은 시간을 식민화한다."

- 데이터 그랩 p.278


위와 같은 주장은 저자를 비롯한 소수의 의견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AI를 이용하여 미래에 발생할 범죄 예측하는 수사를 금지하였으며 시애틀은 미국 전체 주에서 가장 강력한 감시 기술 금지안을 통과시켰다. 그 외에 시민 연대 단체도 세계적으로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기업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개인으로서 저항할 수 있는 방법도 깨알같이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저항을 위한 전략을 시스템 안에서, 시스템에 맞서서, 시스템을 넘어서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저항하지 않을 때 우리가 맞게 되는 참담한 결과를 경고하며 책은 마무리가 된다. 


​아마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어본 분이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것이다. 도둑맞은 집중력이 우리의 현재 일상에서의 위험성을 말하는 책이라면 데이터 그랩은 현재를 비롯하여 조금 더 미래와 훨씬 더 먼 미래를 경고하고 있는 도서이다. 편리함을 간판으로 내세워 당신의 모든 것을 위협하는 빅테크들의 손에 놓인 당신의 데이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 궁금하다면 울리세스 알리 메히아스와 닉 콜드리가 쓴 데이터 그랩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데이터그랩 #울리세스알리메히아스 #닉콜드리 #영림카디널 #내정보를훔치는빅테크기업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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