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동품 상점 1 (무선)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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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고전 작가 중에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하며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찰스 디킨스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자의든 타의든 스크루지 영감은 반드시 접해야만 하는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에게 매료된 책은 두 도시 이야기였다. 당시 나는 구조에 살짝 집착하고 있었다. 그래서 앞에서 던진 떡밥을 뒤에서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책에 분개하는 나날들이 이어지는 도중 만난 책이 두 도시 이야기였다.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그 두꺼운 책에서 구조적으로 결함이 없이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나의 인생 책이 되어 이후 찰스 디킨스 앓이가 시작되었다. 


모든 고전의 묘미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현대 이야기꾼들의 모티브로서의 위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시의 시대 상황이 잘 드러나 있어 책 속으로 타임 슬립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래된 골동품 상점의 배경이 된 1840년 대는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기술이 발달하며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를 잡기 위하여 세계가 비명을 지르던 때이다. 게다가 대외적으로는 1차 영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영국과 중국이 맞붙은 아편 전쟁, 조금 더 지난 다음에는 이런 행태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던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출판되기도 했다.


​오래된 골동품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꽤 느낄 수 있었다. 1권 전반에서 과거와 같이 농장에서 착실하게 일하면서 사는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런 격동의 시기에 살아남기 위한 서민들의 생활상이 꽤 비극적으로 나타나 있다. 사실, 작품에 나오는 사람 중 호감이 가는 인물은 키트 단 한 사람뿐일 정도로 비열함과 이기주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들로 점철되어 있다. 신기한 것은 이런 인물이 극 중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했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이었다. 이런 것을 필력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그는 1812년 포츠머스에서 해군 경리국 하급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1870년 뇌출혈로 사망한다. 빚으로 인하여 감옥에 간 아버지를 대신하여 구두약 공장에 일하면서 아이들의 학대와 억압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20세에 신문 기자가 된 후 작품을 쓰기 시작했으며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 데이비드 코퍼필드,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픽윅 클럽 여행기, 머그비 등 수많은 소설을 썼다. 특히 오늘 소개하려는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해리포터 시리즈 이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기염을 통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책이 두껍고 할아버지와 넬이 이동을 하기에 등장인물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주인공은 넬이며 그녀의 할아버지, 오빠인 프레드, 프레드의 친구 스위블러, 넬에게 가장 호의적인 키트라는 아이, 가장 악당으로 나오는 난쟁이 퀼프, 아직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넬을 뒤쫓는 남자가 주요 인물이다. 넬은 할아버지와 단둘이 오래된 골동품 가게에 살면서 살림을 담당하는 어린아이이다. 할아버지는 곧 큰 부자가 될 것이라는 말로 퀼프에게 돈을 빌려 노름을 하며 이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이런 할아버지의 말에 그가 엄청난 부자라고 착각한 프레드와 스위블러. 


​그러던 어느 날 채권자인 퀼프가 노인은 무일푼이며 노름으로 자신에게 빌려 간 돈을 다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연하게 퀼프는 법의 힘을 빌려 노인과 넬의 보금자리인 상점을 빼앗고 이들 둘은 퀼프가 뒤쫓을까 두려워 도망을 가버린다. 이 사건 때문인지, 더는 노름할 돈이 없어 꿈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할아버지는 치매 끼와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며 넬과 정처 없이 떠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도 만난다. 


​읽으면서 가장 속이 뒤집어지는 사람은 의외로 철저한 악당인 퀼프가 아니라 할아버지였다. 이런 상황이 되어서도 도박으로 부자가 되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넬을 위협하여 마지막 남은 돈 마저 빼앗아 노름판에 들이붓는 모습, 넬만은 거두어줄 수 있다는 말에 자신은 넬이 없으면 살 수 없다며 넬만은 보낼 수 없어 같이 길에 떠돌이 생활을 하겠다는 행동 등은 정말 이 소설 최대의 악인이 아닐까 한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사람이 아니라 넬의 마지막 남은 피 한 방울마저 빨아먹겠다는 자기만 아는 모기처럼 보이는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한 장소에서 넬, 할아버지, 이들을 뒤쫓는 미지의 남자, 퀼프, 스위블러가 한마을에 모이게 되면서 1권이 끝난다. 과연 이 남자는 무슨 목적으로 넬을 쫓는 것이며 이들은 과연 2권이 시작하면서 만날 것인지,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너무 궁금함만을 남겼다. 사실, 이렇게 읽은 후기 몇 글자로 이 책을 모두 말하기란 어불성설이다. 찰스 디킨스만의 주옥같은 문장들이 너무 많지만 그 문장만 잘라오면 느낌이 살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 모든 책이 직접 읽어야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지만 오래된 골동품 상점만큼은 줄거리만으로는 절대로 그 감동을 느낄 수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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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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