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전략 - 소설의 기초부터 완성까지 오에 컬렉션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성혜숙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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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일본 문학에 그다지 끌리지 않는 편이다. 이유는 사건에 초점을 두고 쓴 책은 흔히 말하는 갑툭튀가 많아서 싫어하고, 심리에 중점을 두고 쓴 책은 나의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비문학은 예외이다. 그래서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작가이지만 나에게 오에 겐자부로는 낯선 사람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번 책을 접하기 전에는 이런 사람이 존재했었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나 일단 비문학이라는 점, 제목에서 소설을 쓰는 작법서 같은 느낌이 난다는 점에 끌려서 읽게 되었다. 소설을 잘 쓰고 싶은 욕구와 함께 이번 기회에 일본 문학을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점도 작용했다.



생소한 작가이기에 이력부터 살펴보았다. 1935년 일본 출생이며 1959년 도쿄대 문학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작년에 타계했다. 작품으로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만엔 원년의 풋볼을 비롯하여 외치는 소리, 개인적인 체험,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등이 있다. 오에는 아들이 자폐증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이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태평양 전쟁에서 사망한 이력 때문인지 전후 민주주의자이며 반전 운동을 했다.



대표적인 친한파 명사로 알려져 있으며 방한도 꽤 여러 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파 성향이 강하며 사회운동가로서 활동도 활발히 했다. 일본에 원자 폭탄 투하 시기에 생존한 사람이어서인지 원폭과 원전 반대자이다.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 일본인들의 집에는 오에의 책이 거의 한 권씩 있었는데 문장의 복잡성과 난해함으로 인해 제대로 읽은 사람은 적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소설의 전략을 읽으면서 문장의 꼬임이 작가 자체의 문제인지 번역자의 문제인지 궁금했는데 작가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원래 그렇게 쓰는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된 오에 컬렉션 중 네 번째인 소설의 전략은 얼핏 보면 소설 작법서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다면 반드시 중간에 포기하게 될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글을 쓰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작품들을 비평하면서 오에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그를 통하여 자신의 작품에 어떻게 녹여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즉, 한 작가의 인풋 과정과 아웃풋 과정을 섬세하고 느리고 묵직하게 표현한 도서라고 할 수 있다.



"'낯설게 하기'라는 방법론은 단어의 단계에서 소설이라는 장르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소설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29


21세기문화원에서 출간한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전략에는 굉장히 많은 작품이 나온다. 아는 작품보다 모르는 작품이 더 많아서인지 작가의 설명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본인이 직접 말한 것처럼 꽤 문장이 꼬여 있고 난해함도 독자에게 독서의 어려움을 선사했달까. 첫 시작은 낯설게 하기라는 방법론으로 쉽게 시작한다. 이후 소설의 리얼리티를 말하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의미와 소설 속의 의미가 다르다고 말한다.



"리얼리티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은 소설의 단어·문장·이미지, 모든 단계에서 작품 속에서는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의 문제이다." - p.31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2,3년 주기로 한 작가나 사상가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읽는 것을 일상생활의 축으로 해 놨다는 말이다. 올해 시도한 것이 한 작가의 작품 여러 권 읽기였다. 물론 오에처럼 긴 시간을 주기로 읽을 생각은 아니었다. 연초에는 그냥 특징적 문체를 알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간 어렴풋하게 깨달은 것의 실체를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다만, 문체가 쉽지 않다. 그동안 읽었던 어떤 글보다 줄표가 많다. 거기에 괄호까지. 게다가 문장이 아주 길다. 즉, 꽤 집중력을 가지고 읽어야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다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이 도서는 예시로 든 작품을 다 읽고 나의 견해를 가진 후 저자의 텍스트와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가 돋는 작품이 예시로 많이 나오기에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하늘의 별이 된 작가와 한바탕 논쟁을 벌이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21세기문화원에서 출간한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전략은 문학을 접하는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흔히들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지성을 위한 도서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문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면 비문학 못지않게 문학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좋은 것은 쉽게 가질 수 없는 법이다. 시간을 들여 이 도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면 누구나 문학을 보는 눈이 수직으로 상승할 것이다.



#소설의전략 #오에겐자부로 #21세기문화원 #오에컬렉션4 #노벨문학상수상작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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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제텔카스텐 -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
데이비드 카다비 지음, 김수진 옮김 / 데이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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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부분이 적어졌다. 어릴 때는 지인들의 생일이나 전화번호 등을 거의 외우고 살았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검색하기가 급급하다. 그 결과 삶에서 선택과 집중에 문제가 생기고 신이 주신 망각이라는 축복이 온전한 축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제목은 생소하지만 부제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책 디지털 제텔카스텐을 살펴보려고 한다.



디지털 제텔카스텐의 저자는 데이비드 카다비이다. 나에겐 생소한 인물이지만 『시간 관리 대신 마음 관리 : 창의력이 중요한 경우의 생산성』과 『출발을 위한 마음가짐 : 미루는 것을 멈추고 창작을 시작하라』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타임풀에서 디자인 어드바이저로 일했으며 이후 2015년에 구글이 타임풀을 인수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가 마음 관리 원칙을 생산성 기능에 적용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내게 이 작가가 더욱 생소한 것은 비선호 카테고리인 자기 계발서 베스트셀러 작가여서인 듯하다.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카테고리임에도 이 책을 손에 잡은 이유는 부제인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 때문이었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그 방법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너무나도 생소한 제텔카스텐이 무슨 의미인지부터 살펴보자. 이것은 메모 상자라는 뜻의 독일어이다. 아날로그로 보자면 메모지로 가득 찬 상자, 디지털로 보자면 앱 등을 이용하여 모아 놓은 자료를 말한다. 용어가 낯설어서 그렇지 알고 보면 우리가 다 아는 내용인 것이다.



총 16 챕터로 구성되었으며 약 130여 페이지이다. 따라서 관심만 있다면 긴 시간 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저자는 제텔카스텐이 인간의 정신을 위한 자전거라고 한다. 즉, 효율적인 생산성을 가져다준다는 말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해서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있었던 챕터는 독서법이었다. 나름대로 독서 노트도 써보고, 필사도 해봤지만 묘하게 어긋남이 느껴져서이다. 독서법 챕터에서는 종이 책의 경우와 E-Book으로 읽을 때를 각각 설명하며 하이라이트를 한 번 줄 긋는 것이 아닌 완벽히 내 것이 되도록 이용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독서법을 연구한 결과를 말하는데 같은 책을 읽고도 의미의 이해와 습득량이 달라지는 이유를 알려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과연 나는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텍스트가 제시하는 문제와 주장을 틀 그래도 수용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국은 메모였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하는 수준이 아니라 굉장히 체계적인 규칙에 따라 하는 메모이다. 제텔카스텐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것들을 이용하여 완성된 글이나 기타 등등의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다. 본문에서 디지털 앱을 여러 가지 소개하지만 이렇게 글자로만 적혀 있어 헤맬 독자를 위하여 마지막에 친절하게도 자신의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주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 툴을 사용하는지 볼 수 있는 팁까지 제공한다.


책을 다 읽고 스스로 그동안 남겨 놓은 독서 노트를 펼쳐 보았다. 그야말로 커다란 상자에 온갖 메모지를 던져 넣은 것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필요한 코멘트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인풋은 하지만 아웃풋은 되지 않는 상태였던 것. 처음부터 바로 완벽한 제텔카스텐을 할 수는 없겠지만, 글 쓰는 것을 꿈으로 가지고 있는 미래의 나를 위하여 차근차근 메모 방법을 바꿔보려고 한다. 업무가 너무 정신이 없으신 분, 책은 읽었는데 내용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이라면 데이비드 카다비의 디지털 제텔카스텐,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제텔카스텐 #데이비드카다비 #데이원 #아이디어관리법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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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 뮤지컬 《순신》, 영화 《한산》 《명량》 《노량》의 감동을 『난중일기』와 함께
이순신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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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렇게 늦게 글을 올린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꽤 늦은 시간에 올린다. 이유는 감정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난중일기는 징비록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읽어야 할 필독서로 지정이 되어 있어서 이번에 도전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던 임진왜란에 대한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감정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분노도, 슬픔도, 아픔도, 안타까움도....... 읽으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 장군은 당시에 이런 참상들을 어떻게 견디고 앞으로 나아갔을까 하는 마음에 다른 시대에서 단순히 글을 읽으면서도 너무 힘이 들어 꽤 오랫동안 책을 잡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난중일기의 기본 스토리는 갖가지 영상물과 역사서를 통하여 그리고 학교 교육을 통하여 알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감동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이런 안일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처음에는 조금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어쩌면 일기라는 개념은 잊고 이순신이라는 세 자에 영상물처럼 전쟁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 같은 소설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페이지가 넘어감에 따라 임금이나 위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임진왜란보다 나라를 진정으로 위하는 충무공의 눈으로 본 백성과 인간의 감정이나 생활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가깝고 깊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몇 가지 큰 얼개로 나누어서 보자.



본문에는 본인의 생각으로 쓰인 원균의 모습도 많았지만 주변의 알만한 사람들이 전하는 원균의 모습도 꽤 많이 나왔다. 대부분은 겁이 많고, 거짓말을 잘하고, 시기 질투심도 많고, 욕심도 많고, 사악하다는 평이었다. 아주 조금은 이런 부분 정도는 마음에 든다고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표현이 나올까 하여 읽었지만, 나중에는 일기에 쓰는 것을 거부할 정도였다. 그러나 원균의 농간으로 옥에 갇혔다가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며 전쟁 중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여야 할까 하는 마음에 울분이 넘쳤다. 게다가 적과의 싸움에서 도망쳤다는 말에는 화가 나기보다 어이가 없어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구나 하는 느낌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책 전반에 걸쳐 너무 독자의 마음에 화를 심어 놓아 최종적으로 이런 감정을 가지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둔전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바로 군인들이 경작하여 국고로 환수하여 쓰던 토지를 말한다.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은 평온한 나날이었다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단어인데 전란이 일어났는데도 군인이 경작을 하는 모습은 당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럼에도 본문에 군량미가 부족함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전란 중에도 당파싸움을 하는 윗전들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집도 배도 직접 수리하고 만드는 모습, 사냥까지 해오는 모습도 나온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전투를 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름도 모를 그들이 존경스럽기 그지없었다.



과연 명은 임진왜란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순신 장군은 수군이었기에 직접적인 부분만 명시했을 수도 있지만 난중일기에서는 전쟁의 마지막 해에 명나라의 수군 이야기가 등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로는 지상군 5만 명에 엄청난 물자를 지원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덕분에 우리 백성이 굶어죽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전쟁 난 나라에서 은으로 생필품을 바꾸기 쉽지 않아 결국은 약탈자가 되고 만 그들로 기록되어 있다. 여하튼 본문에서는 수군이 임진왜란 마지막 1년 즈음에 등장한다. 그들의 업적이 엄청났다는 기록보다는 피해가 컸다는 기록이 있었다. 사선은 100척의(약 1500석) 큰 배이니까.



본문에 몸이 좋았던 날이 별로 없었던 충무공 이순신이다. 항상 배앓이를 하고, 식은땀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거의 매일 일기에 쓰여있다. 이런 몸으로 전장을 누비고, 남해 지역의 민군관을 다스리고, 옥고를 치르고, 백의종군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를 여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아들의 사망 소식까지 들어야 했던 남자. 마음 놓고 가족의 잃은 슬픔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하다가 전장의 이슬이 되어 버린 인간. 우리는 위인으로서의 그는 잘 알고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일들과 그의 감정은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이런 때에 나라를 위하여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나라의 부름에 따라 목숨이 오가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계급과 업적을 모두 떼어낸 인간 이순신을 조금 더 적나라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나간 역사이고 지나간 전쟁이며 이미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알고 있는 위인이어서 큰 감흥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달랐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무술년 11월 19일(음력)에 전장에서 스러졌다.(물론 본문에는 나오지 않는다. 저승에서 일기를 쓸 수는 없으니) 그의 정신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마지막 2년의 기록을 보면서 저절로 책에 눈물이 떨어졌다. 같은 모양을 하고 태어나도 짐승 같은 인간이 있음에 치가 떨렸고,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음에도 거인으로 느껴지는 인물이 있어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개인적으로 피로 쓴 임진왜란의 참상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는 징비록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원본 그대로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으로만 위인, 훌륭한 장군, 우리나라를 빛낸 충무공이 아니라 그가 왜 위인인지 남이 알려주는 역사가 아닌 본인의 마음이 담긴 글을 통하여 그 이유를 피부로 느꼈으면 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책을 덮고 후기를 쓰면 마음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필사가 밀려 다시 한번 이 진한 감정을, 벅찬 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남아서 기쁠 따름이다.



#난중일기 #이순신 #스타북스 #피로쓴임진왜란의참상 #임진왜란 #전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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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부의 세계사 - 자본주의 역사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31가지 이야기
한정엽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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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부터 한동안 경제신문 공부를 매일 한 적이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딱 뉴스만 보는 선만으로 유지하다가 깊게 공부를 하려고 하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흔히 말하는 경제용어는 어떻게든 외울 수 있지만, 거미줄같이 엮인 국제 정세는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한 꼭지의 기사를 공부하기 위하여 4시간 이상을 소요하던 당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경제는 우리 역사와 일상의 전부라는 것이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리는 전쟁 자체에만 눈이 쏠리게 된다. 그러면서 몇몇 산업 군으로 눈을 돌려 투자처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러나 이런 방식을 계속 고수하는 것은 수학 공식의 원리를 모르면서 답만 외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왜 한쪽은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하며, 한쪽은 우리와 너희는 다른 민족이며, 너희는 우리의 철천지원수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말하는지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쟁의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한정엽 작가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어 처음 책을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분명 예상대로라면 내가 원하는 도서이지만 저자에 대한 신뢰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에 너무 재미있게 우리나라 현대 경제사 책을 써주신 오건영님의 추천사를 보고 더는 고민하지 않고 읽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들어가기에 앞서라는 첫 파트부터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이후 본문은 옛날이야기 읽듯이 너무나도 즐겁게 읽었다. 아! 이 도서는 미국 경제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지만, 결국은 주제가 경제인 역사책이니 처음 경제서를 접하는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총 31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이 각각 다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져 있어 부드럽게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투자를 위한 공부를 많이 하시는 분들 중에 메르님이 운영하는 블로그의 글을 매일 차근차근 읽으시는 분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 메르님의 글을 흥미롭게 읽고, 따로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이해가 정말 잘된다고 느낀 분이라면 이 책도 비슷하게 볼 것이다. 왜냐하면 책의 흐름이 메르님이 이야기하시는 것과 매우 비슷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즉,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 결과가 이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하여 딱딱한 교과서가 아니라 학원의 일타 강사처럼 재미있게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연준의 탄생이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연준을 보면 설립 때부터 자국의 사람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세워졌을 것으로 상상이 된다. 하지만, 의외로 연방정부보다 13개의 주가 힘이 더 센 시기였기에 은행도 주법 은행은 존재했다. 그러나 독립전쟁으로 빚이 상당했던 미국은 알렉산더 헤밀턴의 노력으로 미국의 중앙은행이자 연준의 모태인 제1미국은행을 등장시킨다. 처음에 인가 기간이 20년이었으며 이들을 연방파라고 한다. 여기에서 북동부의 상인 계측이 연방파를 지지하고 그 반대인 공화파는 남부 지역의 농민들에게 지지를 얻었다.


눈치가 빠른 분은 벌써 아실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남북 전쟁의 기본 베이스가 된 것이다. 물론 한참 뒤에. 이후 20년이 흐른 뒤 제1미국은행은 더 이상 승인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다. 이후 영국과의 전쟁에서 중앙은행의 빈자리가 너무 커 전쟁이 끝나자마자 제2미국은행의 설립을 허가했다. 그런데 경제나 금융에 대한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중앙은행의 자리를 채우면서 미국에 첫 금융공황이 발생한다. 그 이후에도 중앙은행의 위치는 곤고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의견에 따라 이리 저러 휘둘린다.


이후 남북 전쟁이 일어나며 국립은행법이 제정되었다. 법 제정 후에도 여러 진통을 겪은 후 현재의 연준이 생겨나게 된다. 이렇게 각종 전쟁과 혁명 등등을 통하여 중앙은행의 자리를 곤고히 한 다음 이제 남북 전쟁이 발발하고 그린백이라는 달러가 등장한다. 그린백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초록색으로 찍혔기 때문이며 이것이 달러의 모태가 되었다. 그린백으로 인해 미국에서 금본위제가 사라졌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을 현재의 강대국으로 만든 세계대전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과정이 재미있지만, 이 부분은 생략한다. 이후 몇 가지 큼직큼직한 사건들을 지나면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이 2장까지의 내용이다.


2장을 읽다가 보면 요즘 중국이 왜 그렇게 자신들의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하려고 하는지, 뉴스에 한동안 떠들어 대든 페트로 달러가 무엇이고 이것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위안화로 왜 받겠다고 하는지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하나하나 떨어져서 설명해 줘서 단기적으로 기억이 가능한 도서보다는 스토리텔링이 확실하여 자동으로 연상이 되는 책을 좋아한다. 오늘 소개하는 다산북스에서 출간된 한정엽 작가의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잘 되어 있어 그동안 봐왔던 딱딱한 경제서와는 차원이 다른 도서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내용이 없어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도 함께 읽을 수 있어 자녀들과 함께 경제공부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소한의부의세계사 #한정엽 #다산북스 #미국경제사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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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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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릴 것 가리고, 제할 것 제한 역사를 배우던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tvN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벌거벗은 세계사. TV를 보지 않는 나이지만 어떻게든 챙겨서 보는 단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원하는 목적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가끔은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로 다각도의 시야를 제공하는 역사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영상이 아니라 활자로 내용을 옮겨 놓은 것이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이다. 벌써 여섯 번째 편이지만 인기가 시들기는커녕 점점 더 오르고 있어 나오자마자 냉큼 가져왔다.


이번은 지난번에 이어 사건편 2인데 인물편과 비교하여 조금 더 자극적이다. 인물편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쳤다고 한다면 이번 사건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안의 이면을 파헤쳐서 스토리가 조금 더 농도가 짙다. 그래서 성인일지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청소년보다 더 눈을 반짝이면서 빠져들 수 있다. 게다가 중간에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전범들의 심판대인 도쿄재판에 관한 내용이 나오기에 감정적 집중도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시리즈보다 월등할 것 같다.


이번 시리즈는 목차부터 흥미롭다. 사실, 챕터 1을 읽고 그리스 신화에 대한 영상을 꽤 많이 찾아보았다. 우리는 남의 나라에서 전해져 오는 하나의 전설 혹은 신화로만 받아들였는데 이것이 그리스와 스파르타와의 역사와 어우러지면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이야기와 영상을 통하여 우리가 흔히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엮은 책을 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곰을 전래 동화로 보는 것과 이것의 역사적 의미를 파헤치는 것의 차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좌파와 우파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때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의회가 소집됐는데 의장석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귀족을 비롯한 기득권인 보수파가 앉으면서 우파라고 불렸고, 왼쪽에는 프랑스를 새롭게 개혁하려던 진보파가 앉으면서 좌파라고 불렸습니다. 이 의미가 현대까지 내려오면서 보수파는 우파, 진보파는 좌파로 칭하게 된 것이죠."

- p.177



스페인 내전 파트를 읽을 때는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잔혹함뿐만 아니라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스페인 내전은 기득권 세력인 우파와 공화국 설립을 위한 좌파가 서로 싸운 전쟁을 말한다. 자신들이 만든 폭격기를 실험하기 위하여 게르니카라고 하는 스페인 북부의 농촌 마을에 세계 최초로 융단 폭격을 실험한 히틀러를 보면서 소름이 끼쳤다. 결국 그 마을은 초토화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죽음의 땅이 되었고 폭격기를 두고 살인 기계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런 내전을 이용하려는 국가들과는 달리 헤밍웨이, 조지 오웰, 피카소 등의 예술가들은 전장의 모습을 고발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파트는 중국의 쑹 씨 세 자매 이야기였다. 아이링, 칭링, 메이링. 이들의 이름으로는 어떤 감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남편 이름을 듣는 순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이링의 남편은 공자의 후손으로 은행가 집안으로 거부인 쿵샹시이다. 칭링의 남편은 무려 27살 나이 차이인 신해혁명의 주인공 쑨원이며 막내 메이링의 남편은 그 유명한 장제스이다. 친 세 자매가 이렇게 결혼을 하여 나중에는 원수처럼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중국의 근대사보다 더 흥미로웠다.



이들의 아버지는 너무 가난하여 일찍이 친척에게 입양되어 일꾼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곳 기독교에서 원조를 받아 대학까지 나온 아버지는 배움의 중요성과 남녀평등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어 이후 중국으로 돌아와서 3남 3녀 모든 아이들을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보냈다. 이후 이들은 각각의 남편을 만났고 모두 국민당으로 쿵샹시는 자본을 대고 쑨원은 혁명을 이끌었으며 그를 도운이는 장제스였다. 쑨원이 죽은 후 칭링은 공산주의자들과 손을 잡았고 나머지 자매들과 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서로 등을 돌린 자매가 힘을 합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중일전쟁이다. 일단 외국의 침입부터 막아보자는 취지로. 이때 장제스의 아내 메이링이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지원 요청을 하였고, 미국은 이에 동의하여 비행기와 조종사를 중국에 파견하였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메이링을 중국 공군의 어머니라고 부른다고. 이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고 이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메이링이 미국에 세계 최초로 판다를 선물했다고 한다. 이것이 중국 외교의 상징인 판다 외교의 첫걸음이라고 한다.



세 가지 에피소드 정도를 소개했는데 도쿄 재판과 CIA의 행태를 보면서 너무 어이도 없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와 다름에 화가 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얻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눈을 모두 뜨지 않고 한쪽 눈만으로 바라본다면 엄청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 외눈박이로 세상을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편 2를 한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시리즈 전체가 베스트셀러를 유지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책이 스스로 인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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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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