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전략 - 소설의 기초부터 완성까지 오에 컬렉션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성혜숙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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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일본 문학에 그다지 끌리지 않는 편이다. 이유는 사건에 초점을 두고 쓴 책은 흔히 말하는 갑툭튀가 많아서 싫어하고, 심리에 중점을 두고 쓴 책은 나의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비문학은 예외이다. 그래서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작가이지만 나에게 오에 겐자부로는 낯선 사람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번 책을 접하기 전에는 이런 사람이 존재했었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나 일단 비문학이라는 점, 제목에서 소설을 쓰는 작법서 같은 느낌이 난다는 점에 끌려서 읽게 되었다. 소설을 잘 쓰고 싶은 욕구와 함께 이번 기회에 일본 문학을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점도 작용했다.



생소한 작가이기에 이력부터 살펴보았다. 1935년 일본 출생이며 1959년 도쿄대 문학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작년에 타계했다. 작품으로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만엔 원년의 풋볼을 비롯하여 외치는 소리, 개인적인 체험,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등이 있다. 오에는 아들이 자폐증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이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태평양 전쟁에서 사망한 이력 때문인지 전후 민주주의자이며 반전 운동을 했다.



대표적인 친한파 명사로 알려져 있으며 방한도 꽤 여러 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파 성향이 강하며 사회운동가로서 활동도 활발히 했다. 일본에 원자 폭탄 투하 시기에 생존한 사람이어서인지 원폭과 원전 반대자이다.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 일본인들의 집에는 오에의 책이 거의 한 권씩 있었는데 문장의 복잡성과 난해함으로 인해 제대로 읽은 사람은 적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소설의 전략을 읽으면서 문장의 꼬임이 작가 자체의 문제인지 번역자의 문제인지 궁금했는데 작가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원래 그렇게 쓰는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된 오에 컬렉션 중 네 번째인 소설의 전략은 얼핏 보면 소설 작법서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다면 반드시 중간에 포기하게 될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글을 쓰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작품들을 비평하면서 오에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그를 통하여 자신의 작품에 어떻게 녹여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즉, 한 작가의 인풋 과정과 아웃풋 과정을 섬세하고 느리고 묵직하게 표현한 도서라고 할 수 있다.



"'낯설게 하기'라는 방법론은 단어의 단계에서 소설이라는 장르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소설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29


21세기문화원에서 출간한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전략에는 굉장히 많은 작품이 나온다. 아는 작품보다 모르는 작품이 더 많아서인지 작가의 설명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본인이 직접 말한 것처럼 꽤 문장이 꼬여 있고 난해함도 독자에게 독서의 어려움을 선사했달까. 첫 시작은 낯설게 하기라는 방법론으로 쉽게 시작한다. 이후 소설의 리얼리티를 말하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의미와 소설 속의 의미가 다르다고 말한다.



"리얼리티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은 소설의 단어·문장·이미지, 모든 단계에서 작품 속에서는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의 문제이다." - p.31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2,3년 주기로 한 작가나 사상가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읽는 것을 일상생활의 축으로 해 놨다는 말이다. 올해 시도한 것이 한 작가의 작품 여러 권 읽기였다. 물론 오에처럼 긴 시간을 주기로 읽을 생각은 아니었다. 연초에는 그냥 특징적 문체를 알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간 어렴풋하게 깨달은 것의 실체를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다만, 문체가 쉽지 않다. 그동안 읽었던 어떤 글보다 줄표가 많다. 거기에 괄호까지. 게다가 문장이 아주 길다. 즉, 꽤 집중력을 가지고 읽어야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다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이 도서는 예시로 든 작품을 다 읽고 나의 견해를 가진 후 저자의 텍스트와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가 돋는 작품이 예시로 많이 나오기에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하늘의 별이 된 작가와 한바탕 논쟁을 벌이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21세기문화원에서 출간한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전략은 문학을 접하는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흔히들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지성을 위한 도서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문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면 비문학 못지않게 문학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좋은 것은 쉽게 가질 수 없는 법이다. 시간을 들여 이 도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면 누구나 문학을 보는 눈이 수직으로 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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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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