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미술관 - 그림 속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다
김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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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 인문학 자료들을 보면서 점점 더 명화가 전하는 함축적인 대화를 풀어내는 것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단순하게 명화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만 있는 도서보다는 그 이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주는 책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지식 욕구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이 어떤 식으로 녹아 있으며 그동안 배웠던 내용들을 그림 한점으로 통합하여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더 공부를 한다. 오늘은 이런 욕구를 그동안 읽었던 관련 도서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오늘 출간한 김선지 작가의 사유하는 미술관을 소개하려고 한다.


사유하는 미술관을 통하여 김선지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예술 관련 학과를 전공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이화여대에서 역사를, 동 대학원에서 미술사와 현대미술을 공부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웹진에서 게재한 명화 속 별자리 이야기를 계기로 남편인 천문학자 김현구 박사와 함께 예술과 천문학을 콜라보 하여 그림 속 천문학을 출간했다. 그 외에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그림 속 별자리 신화, 뜻밖의 미술관 등이 있다.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아마 김선지 작가의 책 전부를 읽었을 텐데 이제서야 알게 되어 아쉬웠다.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한 김선지 작가의 사유하는 미술관은 총 여섯 개의 챕터, 각 챕터 당 다섯 가지 즉, 30가지 명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스캔들보다는 철저하게 역사적 관점으로 접근하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그동안에 봤던 도서들과 겹치지 않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함보다는 새로움에 더욱 집중력을 가질 수 있었다. 내용도 각종 신화에서부터 시작하여 동화 속 내용,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문화적 사안까지 매우 다양하여 그 흥미로움이 배가되었다.



게다가 한 스토리마다 관련 명화 여러 점을 연결하여 설명하여 점으로 이루어진 앎이 아니라 하나의 큰 그림으로 그려지는 지식 습득으로 연결되었다. 게다가 명화 작품 한 개를 그대로 설명한 것도 있지만 내용이 복잡한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 같은 경우에는 작품에 확대경을 들이댄 것처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각 인물들을 나누어 누구인지, 왜 등장했는지 등 함축적인 의미까지 세세한 분석은 개인 큐레이터를 옆에 둔 느낌까지 주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작품을 보는 눈이 생각보다 많이 잘못되어 있음을 느낀 것이 이번 도서를 읽으면서 가장 뜻깊었다. 예를 들자면 하렘을 우리는 흔히 성적으로 문란함을 뜻하는 의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꽤 엄격한 황후들이 살던 곳이며 치열한 정치와 외교가 이루어진 곳을 뜻하였다. 심지어 여기에 엄청나게 많은 왕의 여자가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왕에게는 네 명의 아내만 허용되었다. 다만, 이 황후를 보필하는 여자들이 있었으며 이들이 아니면 이곳은 가족만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러나 서구인의 눈으로 본 오스만 문화에 대한 편견은 각종 예술 작품에 드러났으며 하렘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있는 의미로 변질시켰다. 이를 역사적으로 표현하면 왜곡된 관점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한다.



"산업 혁명 시대의 대기 오염이 없었다면 터너와 모네의 그림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현대 추상화로 가는 첫 단추를 끼웠다는 것을 생각할 때 산업 혁명이 미술사에 가지는 의미는 자못 크다. 

……(중략) 

연구자들은 대기 오염이 증가함에 따라 두 화가의 그림 속 하늘도 더 흐려졌다는 점을 발견했다."

- p.357~359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에게 빛의 화가로 알려진 모네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동안 모네의 작품에 대한 아름다움, 그가 그린 작품의 배경지, 그의 일생 등에 대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산업혁명의 산물이라는 것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작품들의 흐릿한 부분은 스모그 현상으로 알려졌다. 이 스모그 현상은 날씨 즉, 햇빛의 강도에 따라 빛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상에 모네는 넋을 잃었으며 이를 수 백 점이나 그렸다고 한다.



"모네는 무엇보다도 안개가 계절에 따라 혹은 하루 동안 시시각각 런던을 변화시키는 모습에 매혹되었다. 그는 비 오는 날, 안개로 뒤덮인 날, 밝고 화창한 날 등 변화무쌍한 날씨의 대기 효과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다."

-p.359


그는 이 스모그 현상을 매우 좋아하여 런던을 방문했을 때 맑고 화창하여 안개가 사라졌을 때 매우 실망했다. 심지어 아내에게 안개가 하나도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으며 안개가 없었다면 런던은 아름답지 않았을 거라고까지 말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런던은 대기 오며, 수질 오염이 심각한 상태였는데 이 대기 오염을 두고 완두콩 수프 안개라고 불렀다. 다르게 보자면 우리가 아는 모네는 대기 오염을 표현하기 위하여 빛을 연구한 것이 오늘날 빛의 화가라는 명성을 얻게 한 것이다.


지금이라면 이런 현상을 두고 아름답다고 붓을 들 화가가 얼마나 있을까? 환경 캠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사진으로도 접근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외에 19세기 초에 사각형 소나 축구공 형태의 돼지를 그린 배경, 셀카의 시초를 알려진 카스틸리오네 백작 부인, 매춘부로 황후가 되어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하여 사법 개혁을 한 테오도라, 나폴레옹을 정치적으로 선전하는 기법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 등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들과 그 이면의 이야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때로 그림 한  점은 천 마디의 말을 한다."

-p.56


게다가 공부하면 할수록 과거의 화가는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영상을 작품 한 점에 고정하기 위하여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가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인물, 건축, 사물, 자연물 하나까지도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한 김선지 작가의 사유하는 미술관은 인간의 근본 욕구인 앎을 채우고 싶은 사람에게 꽤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역사는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이기에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부모, 역사는 지루한 과거의 이야기로만 치부하는 학생들이 꼭 접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유하는미술관 #교양미술 #김선지 #알에이치코리아 #명화이야기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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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 열정 가득한 막내의사의 성장 이야기
작문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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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웹소설 현대 판타지 장르 소설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적이 있었다. 이때 즐겨 보던 내용이 대부분 회기 한 만렙 의사 이야기들이 많았다. 현대 판타지 장르를 처음 마주하면서 놀란 부분이 있었는데 각종 술기나 검사, 진단, 진료, 수술, 회복 과정의 전문 용어나 직업 특성상 사용하는 언어까지 작품에 녹아든 부분이었다. 이때 언제나 안쓰러운 인물들이 있었는데 바로 인턴이었다. 허구이기에 정말 이 정도로 열악할까 하는 의문을 품을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 작문의 작가님의 인턴 성장 에세이인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를 읽으면서 그들의 정확한 생활상을 알게 되어 오늘 소개해 보려고 한다.



작문의 작가님은 공부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의대 6년을 지나 사람의 생활이 아니라고 알려진 대학병원 인턴을 마치고 전공의 시험에 합격하여 올해 성형외과 1년 차가 된 의사이다. 평생 충청도에 살다가 상경하여 대형 대학병원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무협지를 계기로 글의 매력에 빠져 지하철에서 출퇴근하며 글을 썼다고 하는데 무협지를 좋아하는 레지던트라니 묘하게 극과 극의 모습 같아 쉽사리 상상이 잘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메디컬 드라마 자문을 한 경력까지 있어 일반 인턴보다 꽤 많은 활동을 하는 편이다.



작품은 스스로 의사라는 장래 희망을 갖게 된 경위로 시작하며 의사 국가고시를 치르고 인턴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읽으면서 묘하게 대학입시를 두 번 치르는 느낌을 받았다. 꿈에도 그리던 시험과 면접을 통과한 후 수련의로 첫 출근. 하지만 이후 발생하는 일들을 보면 생명을 직접 다루는 직업이어서인지 일반 직장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긴장과 혹독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재미있는 것은 작가님 입담이 얼마나 좋은지 각 에피소드들을 읽을 때 일반인이지만 꽤 공감하면서 읽은 것이다. 의학에 대하여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내가 말이다. 읽으면서 눈길을 머물게 했던 문장을 공유한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다.

그렇기에 행복하게 사는 것은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행복은 목표를 향해 걷다가 우연하게 발견하는 것이다.

마치 길을 걷다 예상치 못하게 발견한 아름다운 풍경처럼.

어딘가에 놓여 있을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행복을 찾아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은 '나 여기 있어요.' 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찾아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행복도 습관이다."

-p.174~175


어렸을 땐 경쟁 속에서 이기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희열을 느끼고 그 희열이 행복인 줄 알고 지냈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세월이 쌓이면서 이런 희열보다는 입버릇처럼 행복해지기 위하여 산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이런 마음을 먹을수록 그것에 도달하는 방법은 더욱 미궁 속으로 변했다. 그런데 작문의 작가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것처럼 행복을 목표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이 문장들이 그다지 틀린 점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내가 무의식중에 삶의 만족을 느낀 순간들이 이렇게 정의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상징하는 세잎 클로버가 네잎클로버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면 위의 문장이 전적으로 작가의 주관적인 말은 아닌 것 같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본인의 성향에 집중하는 것은 참 어렵다.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라는 말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 다 하는 것을 왠지 나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력이 그것이다.

남들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취향이 나의 취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피어 프레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단계이다."

-p.189~190


요즘 미디어에 보면 부모나 선생님들에게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자녀나 제자에게 남과 비교하는 말을 하지 말라고. 이런 말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런데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에 나오는 문장을 보면 가장 비교를 많이 하는 것은 자신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작게는 음식부터 시작하여 옷, 차, 집, 직장 등등. 아마 스스로 돌이켜 보면 자신이 가장 스스로를 비교 저울에 올려놓는다는 말에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본문의 내용을 보면서 타인이 하는 비교에 발끈하던 것을 이제 스스로에게도 적용하다 보면 조금 더 행복지수가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



작가의 인턴 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부록과 같은 의미같이 동기들의 인터뷰를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인터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날이 갈수록 바이탈과를 기피하는 와중에 가장 힘들다고 알려진 응급의학과를 전공으로 정한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가끔 남궁인 교수님의 인터뷰를 보는데 이분이 말한 응급의학과의 장점을 그대로 말하고 있어서 조금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지원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자신의 성향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의사라는 직종을 업이라고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일을 배워가면서 스스로 깨달아 가면서 의사라는 그릇을 채워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으며 재능과 노력에 관하여 논하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가볍게 생각했던 나의 논리에 금을 가게 만들기도 하여 마지막 페이지까지 꽤 몰입해서 읽었다. 마지막 두 챕터는 앞으로 인턴이 되려는 후배들에게 남기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작문의 작가님이 쓴 인턴 성장 에세이 의사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는 한 인간의 고군분투하는 삶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어 의학도도, 일반인도 각각 얻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의사로한번살아보겠습니다 #작문의 #미다스북스 #인턴성장스토리 #에세이 #성장에세이


*** 작가에게 선물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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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끼는 너에게 주고 싶은 말
도연화 지음 / 부크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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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만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생활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된 요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세월이 지속되면 번 아웃과 우울 그리고 치유의 시간을 반복해서 가지며, 그 반복이 쌓이면 시야가 점점 좁아져 자신 안에 갇히게 된다. 맘 편하게 포기할 수도 없는 실정에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하여 찾는 책이 에세이이다. 그래서 오늘은 무려 50주나 베스트셀러였고 그 영향력으로 이번에  블루밍 에디션 리커버로 거듭난 도연화 작가의 가장 아끼는 너에게 주고 싶은 말을 소개한다.



부크럼 출판사에서 출간한 도연화 베스트셀러 에세이 가장 아끼는 너에게 주고 싶은 말 블루밍 에디션은 에세이와 시가 섞여 있었다. 1장 결국 당신은 빛이 날 테니, 2장 존재만으로 고마운 너라서, 3장 너도 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4장 네가 늘 미소 지었으면 좋겠어, 5장 이토록 귀한 너에게, 6장 너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까지 총 6장으로 구성되었다. 언뜻 보면 사랑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험난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에게 하는 말들이기에 자신의 뿌리가 흔들림을 느낄 때 꽤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에 연필로 줄을 긋고, 페이지를 접어서 표시하였더니 두께가 두 배가 되었다. 즉, 그만큼 좋았던 부분이 많았다는 뜻. 모든 것을 다 소개하기에는 여의치 않으니 몇 가지만 짧게 소개하려고 한다. 



"당당한 아마추어


​많은 실패를 했고, 그보다 많은 실수를 했으며, 많은 미움을 주고받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한 번의 깨달음으로는 부족했다. 도무지 정답을 모르겠는 삶 속에서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부족하고, 서투르다는 것을.

…… 중략

부족해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배워 가는 중이니까. 나의 노력을 알기에, 결국 잘 될 것이라 믿는다. 시간과 노력이 쌓이고 있다는 믿음으로 조급함을 내려놓는다."

- p.25~26


요즘 소설, 드라마, 영화 등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소재가 회기이다. 즉, 죽음이나 사고 등 특정한 계기로 인하여 인생 2회차를 살 수 있게 되는 소재. 그래서인지 이 과정을 겪은 주인공은 만능 재주꾼이며 천하무적으로 그려지곤 한다. 이런 소재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누구나 소망하지만 이룰 수 없기에 대리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회기를 겪지 않는 한 누구나 인생은 아마추어이며 서툴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연습과 실수한 것을 바로 잡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불안, 불만, 좌절을 느끼곤 한다. 저자는 언급한다. 원래 우리는 부족하고 서투니까 조급함을 내려놓고 배워가며 노력하면 된다고. 요즘 도전하고 있는 일에 슬슬 조급증이 느껴지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문구를 적어서 책상 앞에 붙여 놓고 힘들 때마다 보면서 기운을 내보려고 한다. 몸과 경험은 성장하지만 새로운 일 앞에서 선 우리는 언제나 어린아이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보이지 않는 배려


​누군가와의 만남이 편안하다면, 상대방이 나를 위해 주는 마음이 함께하는 내내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중략)

보이지 않는 배려를 건네는 사람을 알아봐 주어야 한다. 나의 행복을 곧 자신의 행복처럼 여기는 사람을 알아봐 주어야 한다.

깊은 애정을 쏟는 마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p.112


​과거에는 같이 앉아서 대화할 때 편안한 사람이 나와 결이 맞는 인물이라고 느꼈다. 편한 이유가 노력과는 관계없는 결이니 그다지 소중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다 보니 조금만 불편해도 만남을 꺼리게 되고, 편한 이와만 어울리려고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편안함은 결이 아니라 상대가 노력한 배려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를 알면서도 가끔은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활자로 만나니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변에 편한 누군가가 있다면 꼭 마음에 새기는 문구가 되었으면 한다.



우울과 성장


​변화의 시기에 찾아오는 우울은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증표이다.

우울은 편안할 때 찾아오지 않는다.

현재에 안주하고 있을 때는 우울이 다가오지 않는다.


​해내고 싶은 간절함을 품고 있을 때,

잘 살아 내고 싶지만 과거의 내가

나를 방해하는 것만 같을 때,

지나온 시간이 후회될 때,

자신에 대한 의심과 능력에 대한 의문이 드는 때 찾아든다."

-p.123


​얼마 전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지금은 중국으로 건너간 푸바오의 성장 과정을 모아 놓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모성애를 보여준 아이바오도 인형 같던 푸바오도 보기에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푸바오의 걸음마 연습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아마 우리도 처음 걸음마나 언어를 배웠던 시기에 비슷했으리라. 그런데 이제 몸이 좀 커졌다고 당시의 노력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잘 걸어 다니는 모습만 기억한다. 그러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전할 경우 적당한 시도만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 좌절, 우울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주장한다. 우울은 내가 뭘 못해서가 아니라 성장하기 위한 시도를 할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재미를 지우는 욕심


​잘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전과는 다른 재미가 펼쳐진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기보단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다. 재밌게 즐기는 사람은 언젠가 잘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욕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잃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좋아하는 마음이 변질되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다."

-p.187


​이것과 비슷한 내용의 글이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에서 나온다. 수영을 배우러 간 상황을 예시로 들면서 잘 하기 위함이 아니라 즐기기 위함이어서 경쟁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잘하려고 하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어떤 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도 한다. 업이 되면 스트레스로 돌아와 즐거움이 사라질 것 같다고. 그런데 이런 분들을 보면 실제로 그 능력치는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좋은 편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도 이런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 일이 재미있어지고, 재미를 느끼면 자꾸 더 하고 싶고, 이 더 하고 싶은 것은 노력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잘하게 된다고. 말장난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냥 하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옛말이 있는 것을 보면 그리 틀린 것도 아닐 것이다. 사실, 너무 잘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시작조차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정말로 잘하고 싶으면 재미있게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일 지도.


부크럼 출판사에서 출간한 도연화 베스트셀러 에세이 가장 아끼는 너에게 주고 싶은 말 블루밍 에디션에는 뽑아온 글보다 훨씬 좋은 글이 많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 정도의 단편이 모여 있어 하루에 한 페이지씩 필사하기에도 좋은 도서이다. 게다가 특정한 나이나 계층을 나누지 않고 아우르는 도서이기에 응원, 위로, 선물하기에 좋은 책이다. 자신감,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분이라면(사실 대부분의 사람들)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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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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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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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의 중요성만 강조 받던 우리의 교육에서 대가의 그림의 이면 이야기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어서였을까? 삶의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누가 그린 작품명 무엇이라는 것을 아는 것을 넘어서 그림이 말하는 내용을 알고 싶은 갈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백과사전 식의 설명이 담긴 도서가 아닌 더 깊은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정보를 얻으면 어떻게든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오늘 선택한 도서는 김태진 작가의 명화잡사이다. 우아한 도서명은 아니지만 엘레강스함을 수십 번 덧칠해 놓은 제목의 책보다 훨씬 유익해서 자신 있게 소개한다.



그동안 예술에 문외한으로 지냈기에 김태진 작가가 꽤 생소했다. 처음에 제목과 책 설명을 읽은 후에도 망설일 만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및 인문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울 시립대 교수이다. 게다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는 스타로 알려져 있었다. 바로 유튜브 채널 아트 인문학의 크리에이터이며 누적 조회 수 1,100만에 달한다고 한다. 독서를 하다가 잠시 아트 인문학을 방문했는데 활자로 마주한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이번 명화잡사에 실리지 않은 많은 이야기도 있었으며 영상의 수가 꽤 많았다. 개인적으로 영상보다 책으로 접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어서 이곳에 있는 내용을 모두 출간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읽기 전에 도서 내의 특별한 그림 감상법이라면서 책 보는 방법을 9페이지에 걸쳐 설명한 부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우리가 여행을 가기 전 교과서적인 지식 습득을 위한 노력에 관한 것이 나온다. 가볍에 둘러보는 작품에서는 이 정도의 지식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명화를 마주할 때는 본인 스스로도 명백한 한계에 부딛힌다는 것. 이것을 저자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며 이 과정을 독자가 시간을 멈춘 화가의 마법을 푸는 방법이라고 한다. 처음엔 이 말의 수식어들이 멋지다는 생각만으로 시작하였지만, 막상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작가의 말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깊이가 있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첫 장을 열면 우리는 작가에게 멱살이 잡혀 바로 16세기 초로 날아가 20세기 중반까지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총 15가지 스캔들이라고 책 표지에 소개하였지만, 사실 직접 읽어보면 각각의 스캔들에 얽힌 인물이 많아 그것보다 훨씬 더 많게 느껴진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인문학 카페라는 제목으로 작가가 이 작품들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앞에서 우리를 과거로 끌고가 역사적 사건과 각종 스캔들 등 명화의 세부 내용을 파고드는 것과 달리 갑자기 현재로 끌고 오면서 가장 멀리에서 명작을 감사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모든 페이지가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마지막 인문학 카페에서 큰 그림으로 정리해 주는 것이 개인적으로 꽤 좋았다.



사실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첫 챕터였다. 라파엘로나 그의 작품 자체에서 받은 충격보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교황이라는 존재가 너무 하찮게 느껴진 것이 컸다. 적어도 종교적으로 그 길을 오래 걸었거나, 업적이 있거나, 인물 자체로 훌륭한 사람을 교황으로 추대한 것으로 짐작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첫 장부터 박살나는 바람에 충격도 받았지만 기대감아 훨씬 커졌다. 위의 문구처럼 각 가문의 치열한 싸움도 싸움이지만, 종교적으로 존경의 유무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추기경을 매수했느냐가 교황 선출을 좌우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행태들이 모이고 모여서 천년이나 신들에게 홀려 있던 인간이 마법에서 깨어나는 역할을 했던 것일 수도.



1장의 대부분은 종교적 갈등에 관련된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대를 말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유명 인사도 출연을 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헨리 8세와 그의 아내들. 개인적으로 그동안 역사, 과학, 예술 관련 도서를 통하여 너무 자주 만났던 인물이어서인지(너무 자주 나와서 혼자 책 이외의 자료로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들의 행적보다 앤 불린이 경고의 의미를 담아 프랑스 대사들에게 선물한 한 편의 그림에 더 눈이 갔다. 바로 다음에 소개할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이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의 원래 제목은 대사들이 아닌 장 드 댕트빌(Jean de Dinteville)과 조르주 드 셀브(Georges de Selves)였다고 한다. 그리고 별칭이 붙어 있기도 하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치밀하게 설계된 그림. 가로, 세로 2미터로 그려졌으며 실물 크기에 입각하였으며 작품 속에는 어느 것 하나 계산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바닥의 해골은 당시의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왜상 원리가 적용되어 있어 정면에서 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오른쪽 측면에서 보면 해골로 보인다. 지금은 내셔널 갤러리에 있지만, 실제 주인은 이런 원리를 알아서인지 작품을 계단에 전시해 놓았다고 알려져 있다.



독서가 진행됨에 따라 "우와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구나.", "사람이라는 것이 참 여러 가지 종류구나.", "시대에 따라 이런 생각을 하며 살 수도 있구나.", "작품을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구나.",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정말 티끌에 불과했구나." 하는 등등의 생각을 하였다. 역사, 경제, 정치, 종교, 사랑, 욕심 등등 책 한 권을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이 엄청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게다가 학교 다닐 때 지루하기 짝이 없던 내용들을 너무나도 즐겁게. 그 이유는 아마도 현대에서 머나먼 옛날의 사람들이 한 행태를 본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시대로 날아간 것 같은 느낌으로 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 작가의 역량이지 않을까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중에 타임 슬립에 대하여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가벼운 타임 슬립을 말하는 웹소설이나 드라마부터 타임머신을 통한 진정한 시간 여행을 보여주는 SF 영화까지 실생활에서 매일 접하고 있으니까. 이런 상상 속의 타임 슬립은 쉽게 여기면서 명화를 이용하여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어려워하는 것이 실정이다. 이번 기회에 김태진 작가의 명화잡사를 통하여 확실하게 화가가 심혈을 기울여 부린 마법으로 붙들어 놓은 시간을 직접 풀어보시길 추천한다.


#명화잡사 #김태진 #카시오페아출판사 #오아시스 #유럽여행추천서적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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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행위 - 문학 노트 오에 컬렉션 3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상민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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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블로그에 책을 소개할 때 전체 요약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아무리 제대로 요약을 하더라도 저자가 작품에서 말하려고 하는 내용을 모두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요약을 하다가 보면 처음에는 디테일까지 매우 장황하게 하지만 결국은 한 문장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얼마 전에 소개한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7년 동안 바다에서 왜군과 싸워 이기는 동안 쓴 일기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물론 조금 더 길게 쓸 수도 있지만, 이런 요약만으로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나 분노 따위는  절대 느낄 수 없다. 오늘 소개하는 21세기문화원에서 출간한 오에 겐자부로의 쓰는 행위의 첫 챕터도 이런 이야기로 시작한다. 덕분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소설의 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서인지 분명 장점이 많은 책이었지만, 실망도 했다. 이유는 작법서인 줄 알았던 나의 착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쓰는 행위는 모든 기대감을 내려놓고 읽기 시작했다. 게다가 소설의 전략에서 문장의 난해함으로 인해 긴장감은 두 배를 가지고서. 그런데 깊이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같은 인물이 쓴 책이지만 번역가가 달라져서인지, 이 도서는 저자가 좀 더 쉽게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읽기가 훨씬 수월했다. 꼬인 문장이 적었다는 말이지 내용이 가벼워 술술 읽힌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도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여 자신의 내면과 작가의 언어와 끊임없이 교류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서두르는가. 왜 침묵을 지키며 진득이 표현의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가. 인생은 단 한 번뿐이거늘."

- p.209


21세기문화원에서 출간한 오에 컬렉션 Ⅲ인 오에 겐자부로의 쓰는 행위는 총 1. 작가가 소설을 쓰려 한다, 2. 말과 문체, 눈과 관조, 3. 표현의 물질화와 표현된 인간의 자립, 4. 작가에게 이의를 제기하다, 5. 표현되는 말의 창세기, 6. 지움으로 쓰다의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소제목이 여러 개 존재한다. 매 챕터가 작가라는 길을 꿈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이나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며 자신의 글에 깊이를 더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챕터는 말과 문체에 관한 2장이었다. 예전에는 작가마다 특유의 문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존경하는 저자의 문체를 배우고 싶어 필사를 하기도 하였는데 이런 생각은 좁은 시야의 생각이며 꽤 위험한 편견이라는 것을 2장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크게 인식하지 못했는데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을 여러 권 읽다가 보니 묘한 차이점이 느껴졌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말과 문체 파트를 읽으면서 나름의 정의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얻게 된 문체는 어느 지점에서인가 작가의 의식에 의한 기획을 초월하고 있다. 만약 초월하는 대신 그 기획의 범주 내에 위축되어 있다면 그것은 애당초 소설을 위한 살아 있는 문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 P.52



​먼저 오에는 문체에 대하여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물론 두 가지 모두 한 작품을 쓸 때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어 의아했는데 차근차근 읽으니 나름 이해가 되었다. 오에의 문장으로 표현하려면 굉장히 어려워지니 내가 이해한 것을 예시로 표현하겠다. 내가 이해한 것이 100% 맞다는 확신은 없다.) 우리가 흔히 사람의 아들(이문열)은 만연체, 칼의 노래(김훈)는 간결체를 쓰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는다. 즉, 개인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며 이것은 한 저자가 여러 소설을 쓰더라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나는 이것을 작가가 의식적으로 문체를 바꾸려고 하지만 결코 자신의 의식을 초월할 수 없어 어느새 작품에 녹아 있다고 이해했다.


"작가는 소설이라는 미궁의 입구에서 매복하고 있는 괴물 한 마리를 그 소설에서 작가 자신의 존재감의 행동법, 즉 문체를 파악함으로써 간신히 극복한다. 여기에 더하여 문체의 실체를 매번 새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전개해 나갈 때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작가 자신을 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비약의 순간이 찾아온다."

- P.69


오에가 말하는 두 번째 문체는 한 인물이 여러 작품을 쓰더라고 같은 시간에 쓰는 것이 아닌 이상 문체가 항상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꽤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지만, 글을 쉽게 쓰며 자신의 존재감을 작품에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가짜 작가라고 표현하는 설명과 함께 그 작품을 쓸 때 그려지는 이미지와 주인공들의 목소리와 더불어 저자 자신의 시간까지 올려져야만 글쓴이의 존재감이 표현된다고 한다. 나는 이것을 작품을 읽을 때 독자가 소설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만들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라고 이해했다. 한 문장을 수십번씩 지우고 다시 쓰는 행위를 반복하며 가장 저자가 느끼는 감각과 상상과 텍스트가 한덩어리가 되도록 만드는 행위라고.


오에 컬렉션 다섯 작품 중 소설의 전략과 쓰는 행위를 읽었다. 쓰는 행위는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정형화된 방법론이 아닌 그 길을 가려는 후배들 가지는 고뇌에 관하여 선배가 이미 느낀 것에  깊은 고찰의 결과에 대한  안내서이다. 그것도 범접할 수 없는 선배가 자신의 새내기 시절의 미흡함까지 꺼내어서 꼭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안내서. 개인적으로 소설의 전략을 읽고 오에 컬렉션은 나의 수준으로는 아직 이해하기 힘든 책이라는 생각에 나머지 책에 대한 구매 의욕이 완벽히 사라졌다. 하지만, 오늘 쓰는 행위를 읽고 나머지 세 권도 구매할 결심을 했다. 


요즘 블로그에서 한 문장을 나아가기가 어렵다는 고충을 자주 본다. 이것을 오에의 말로 하자면 쉽게 쓰는 가짜 작가가 아니라 작품 속에 자신의 시간을 얹어 스스로를 담으려고 노력이다. 즉, 고충을 느끼는 것이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한 기본적인 과정인 것이니 어쩌면 자부심을 느껴도 좋지 않을까 한다. 아마 앞으로 글이라는 것을 계속 쓴다면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21세기문화원에서 출간한 오에 겐자부로의 쓰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읽을 것이다. 


#쓰는 행위 #오에겐자부로 #21세기문화원 #오에컬렉션3 #노벨문학상수상작가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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