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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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의 중요성만 강조 받던 우리의 교육에서 대가의 그림의 이면 이야기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어서였을까? 삶의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누가 그린 작품명 무엇이라는 것을 아는 것을 넘어서 그림이 말하는 내용을 알고 싶은 갈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백과사전 식의 설명이 담긴 도서가 아닌 더 깊은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정보를 얻으면 어떻게든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오늘 선택한 도서는 김태진 작가의 명화잡사이다. 우아한 도서명은 아니지만 엘레강스함을 수십 번 덧칠해 놓은 제목의 책보다 훨씬 유익해서 자신 있게 소개한다.



그동안 예술에 문외한으로 지냈기에 김태진 작가가 꽤 생소했다. 처음에 제목과 책 설명을 읽은 후에도 망설일 만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및 인문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울 시립대 교수이다. 게다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는 스타로 알려져 있었다. 바로 유튜브 채널 아트 인문학의 크리에이터이며 누적 조회 수 1,100만에 달한다고 한다. 독서를 하다가 잠시 아트 인문학을 방문했는데 활자로 마주한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이번 명화잡사에 실리지 않은 많은 이야기도 있었으며 영상의 수가 꽤 많았다. 개인적으로 영상보다 책으로 접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어서 이곳에 있는 내용을 모두 출간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읽기 전에 도서 내의 특별한 그림 감상법이라면서 책 보는 방법을 9페이지에 걸쳐 설명한 부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우리가 여행을 가기 전 교과서적인 지식 습득을 위한 노력에 관한 것이 나온다. 가볍에 둘러보는 작품에서는 이 정도의 지식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명화를 마주할 때는 본인 스스로도 명백한 한계에 부딛힌다는 것. 이것을 저자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며 이 과정을 독자가 시간을 멈춘 화가의 마법을 푸는 방법이라고 한다. 처음엔 이 말의 수식어들이 멋지다는 생각만으로 시작하였지만, 막상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작가의 말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깊이가 있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첫 장을 열면 우리는 작가에게 멱살이 잡혀 바로 16세기 초로 날아가 20세기 중반까지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총 15가지 스캔들이라고 책 표지에 소개하였지만, 사실 직접 읽어보면 각각의 스캔들에 얽힌 인물이 많아 그것보다 훨씬 더 많게 느껴진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인문학 카페라는 제목으로 작가가 이 작품들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앞에서 우리를 과거로 끌고가 역사적 사건과 각종 스캔들 등 명화의 세부 내용을 파고드는 것과 달리 갑자기 현재로 끌고 오면서 가장 멀리에서 명작을 감사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모든 페이지가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마지막 인문학 카페에서 큰 그림으로 정리해 주는 것이 개인적으로 꽤 좋았다.



사실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첫 챕터였다. 라파엘로나 그의 작품 자체에서 받은 충격보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교황이라는 존재가 너무 하찮게 느껴진 것이 컸다. 적어도 종교적으로 그 길을 오래 걸었거나, 업적이 있거나, 인물 자체로 훌륭한 사람을 교황으로 추대한 것으로 짐작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첫 장부터 박살나는 바람에 충격도 받았지만 기대감아 훨씬 커졌다. 위의 문구처럼 각 가문의 치열한 싸움도 싸움이지만, 종교적으로 존경의 유무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추기경을 매수했느냐가 교황 선출을 좌우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행태들이 모이고 모여서 천년이나 신들에게 홀려 있던 인간이 마법에서 깨어나는 역할을 했던 것일 수도.



1장의 대부분은 종교적 갈등에 관련된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대를 말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유명 인사도 출연을 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헨리 8세와 그의 아내들. 개인적으로 그동안 역사, 과학, 예술 관련 도서를 통하여 너무 자주 만났던 인물이어서인지(너무 자주 나와서 혼자 책 이외의 자료로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들의 행적보다 앤 불린이 경고의 의미를 담아 프랑스 대사들에게 선물한 한 편의 그림에 더 눈이 갔다. 바로 다음에 소개할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이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의 원래 제목은 대사들이 아닌 장 드 댕트빌(Jean de Dinteville)과 조르주 드 셀브(Georges de Selves)였다고 한다. 그리고 별칭이 붙어 있기도 하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치밀하게 설계된 그림. 가로, 세로 2미터로 그려졌으며 실물 크기에 입각하였으며 작품 속에는 어느 것 하나 계산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바닥의 해골은 당시의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왜상 원리가 적용되어 있어 정면에서 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오른쪽 측면에서 보면 해골로 보인다. 지금은 내셔널 갤러리에 있지만, 실제 주인은 이런 원리를 알아서인지 작품을 계단에 전시해 놓았다고 알려져 있다.



독서가 진행됨에 따라 "우와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구나.", "사람이라는 것이 참 여러 가지 종류구나.", "시대에 따라 이런 생각을 하며 살 수도 있구나.", "작품을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구나.",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정말 티끌에 불과했구나." 하는 등등의 생각을 하였다. 역사, 경제, 정치, 종교, 사랑, 욕심 등등 책 한 권을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이 엄청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게다가 학교 다닐 때 지루하기 짝이 없던 내용들을 너무나도 즐겁게. 그 이유는 아마도 현대에서 머나먼 옛날의 사람들이 한 행태를 본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시대로 날아간 것 같은 느낌으로 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 작가의 역량이지 않을까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중에 타임 슬립에 대하여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가벼운 타임 슬립을 말하는 웹소설이나 드라마부터 타임머신을 통한 진정한 시간 여행을 보여주는 SF 영화까지 실생활에서 매일 접하고 있으니까. 이런 상상 속의 타임 슬립은 쉽게 여기면서 명화를 이용하여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어려워하는 것이 실정이다. 이번 기회에 김태진 작가의 명화잡사를 통하여 확실하게 화가가 심혈을 기울여 부린 마법으로 붙들어 놓은 시간을 직접 풀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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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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