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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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 디깅을 목적으로 작품을 읽다가 보면 처음에 작가나 등장인물에 대하여 공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차후에 새로운 정보가 더 보이는 경우가 있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이런 형상이 다른 도서보다 큰 편이었다. 아마 작가나 작품 자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오늘은 지난번에 공부한 작가나 도서에 대한 내용 말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 중 누구나 감탄이 나올만한 부분부터 짚고 난 후 오늘 소개할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작가의 길에 발을 늦게 들인 케이스였다. 1959년 46세 때 스릴러 소설인 『죽음의 가면』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77년 64세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권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시작하여 타계하기 한 해 전인 1994년 81세에 마지막 권을 마무리하였다. 이 시리즈 중 오늘 소개할 『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실버 대거 상을 받았으며, 영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다. 



우리가 잘 아는 007시리즈의 이언 플레밍은 글을 쓰기 전에 전혀 다른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가 40대 중반에 007을 처음 써서 흥행을 시켰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오늘 우리가 새롭게 알게 된 엘리스 피터스와 더불어 나이가 많아서 어떠한 일에 도전하지 못한다는 말을 이렇게 철저하게 부술 인물들은 없을 것 같다. 한동안 이 나이에 이런 도전이 어울릴까 고민했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고민이었는지 깨닫게 해주고픈 누군가의 소망이 닿은 느낌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관하여 아주 작은 스포를 하나 하려고 한다.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너무 흥미로워서 혼자 알고 있기에는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그 책에 나오는 인물 중 실존 인물에 관하여 짧은 코멘트가 달려 있다. 여기에 캐드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아 마냥 허구의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알게 된 정보에는 그가 실존 인물이며 무려 17년간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다가 60이 다 되어서야 수사가 된 인물이라고 한다. 시리즈 내의 도서에 이 부분이 나온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실존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읽으니 몰입도가 몇 배는 커지는 것을 느꼈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에서 수도사의 두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었다. 이는 투구꽃의 예명이었는데 한동안 이것으로 미디어가 뜨거웠으니 많이 아실 것이다. 투구꽃에 이런저런 것을 넣고 만들면 먹거나 상처가 난 곳에 묻었을 때 독약이 되어 치명적이지만, 관절염에 굉장히 좋다고 본문에서는 나온다. 물론, 이것이 실제로 관절염 특효약인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투구꽃』이라는 제목보다 훨씬 작품 분위기에 맞는다는 생각을 하며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에 손님 자격으로 수도원에 들어오겠다는 사람, 한창 일할 나이에 세상을 버리고 유산은 전부 수도원에 기탁한 채 자기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음식과 의복과 연료 따위를 지급받으며 은거하겠다는 그자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p.24


​전작에서 범인을 잡은 지 몇 달이 흘러 수도원에 겨울이 왔다. 날이 추워지고 궂어지면 가장 먼저 표시가 나는 것이 연로한 분들의 관절염. 수사들 중에도 이런 분이 있어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알고 있는 본초학을 바탕으로 관절염 약을 만들어서 이들의 고통을 덜어준다. 절대 상처 난 곳에 발라서 안 되며, 발라준 이도 이후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할 정도로 약이면서 치명적인 독이라는 것을 환자나 간호하는 이에게 강조한다. 


"아직 그럴 수 없습니다. 에드먼드 형제. 이 죽음은 자연사가 아닙니다. 음식물에 섞인 독에 의한 죽음이에요. 행정 장관에게 맡겨야 할 사건이니, 그때까지 이곳에 있는 어떤 것도 만지거나 옮겨서는 안 됩니다."

- p.65



지방의 영주 보넬 씨가 자신의 전 재산(영지 포함)을 수도원에 기증한 후 늙어 죽을 때까지 보살핌을 받기 위하여 이곳으로 들어온다. 원래는 들어오기 전에 계약이 우선이지만, 지난번 슈루즈베리에서의 전투 때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못마땅한 스티븐 왕으로 인해 수도원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어 일단 이사를 먼저 하게 되었다. 즉, 계약할 때까지 수도원에서 보넬 씨의 마음이 바뀌지 않기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 이런 이유로 그를 위하여 부수도원장이 자신을 위하여 바쳐진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덜어서 그에게 보낸다. 



"캐드펠은 생각에 잠겨 밖으로 나왔다. 뜰에 서자 낮게 뜬 겨울의 태양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한순간 눈이 아찔해지며 현기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아찔한 순간, 그는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p.233

그러나 보넬은 이것을 먹고 새파랗게 질려 죽어버린다. 여기에 쓰인 것이 바로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독극물. 그의 집에는 캐드펠의 오랜 전 연인이자 보넬과 재혼한 아내, 그녀가 첫 번째 남편에게서 낳아온 늦둥이 아들 에드윈, 보넬 씨가 하녀로부터 얻은 메이리그, 자유민이었던 이의 아들을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농노로 만든 엘프릭, 아내의 먼 친척인 하녀 알디스가 있었다. 먼저 남편은 의붓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장을 써 놓았는데 이것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물론 작품 내에서는 이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과연 이들 중 누가 무슨 이유로 보넬 씨의 음식에 독극물을 넣었을까?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은 범인 예측이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가서야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들이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마 당시가 무정부 시대이자 봉건 시대여서 법의 적용 방법이 우리와 많이 달랐고, 보넬 씨의 죽음으로 이익을 얻는 자가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심지어 행정관의 표적 수사 덕분에 무고한 자를 지키고 그의 억울한 점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과제가 겹쳐 독자의 눈을 교묘하게 가린 것도 한몫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2권에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남자 휴 베링어가 재등장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 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 앞으로의 작품에 더욱 큰 기대감이 생겼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Ⅲ 『수도사의 두건』까지 읽고 나니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선』이라는 단어이다. 스토리의 기본은 추악한 사건 해결이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것은 언제나 선악에 따른 인과응보, 권선징악이었다. 덕분에 차디찬 피살 사건의 수사물이지만 그 끝은 항상 독자의 마음에 은은한 따스함을 남기는 작품이다. 


#수도사의두건 #엘리스피터스 #캐드펠수사시리즈 #북하우스 #고전추리 #미스테리 #스릴러 #드라마원작 #역사추리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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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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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의 사건, 인물, 지역이라는 배경으로 인하여 단순하게 추리소설을 읽지만 당시의 역사적 배경까지 알게 되는 일석이조의 작품이 역사추리소설 장르이다. 특히 영국의 중세라고 하면 우리는 대부분 스캔들의 대가인 헨리 8세의 이야기로 국한될 때가 많다. 스토리도 풍부하고, 아침 드라마로 삼기에도 뒤지지 않을 자극적인 요소들 때문이다. 덕분에 천일의 앤, 블러드 메리, 튜더 왕조 등등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그가 통치하던 시대적 상황에는 많이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기를 벗어난 중세에는 생각보다 무지한 것이 사실이다.



작품 중에 등장하는 시기와 맞물리는 시대의 소설로 우리가 잘 아는 것은 로빈 후드의 모험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길동과 같은 인물인데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바로 다음 시대이다. 헨리 1세-스티븐 왕-헨리 2세-헨리 왕-리처드 1세로 이어지는 계보에서 본문의 작품은 스티븐 왕과 헨리 1세의 딸 마틸다가 싸우는 상태이며 로빈 후드는 리처드 1세 때의 일이다. 이런 짧디짧은 계보 정도만 알고 있어도 역사소설을 통하여 얻는 정보가 꽤 많아지며 재미가 배가되니 읽기 전 5분 정도만 할애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땅의 길이란 길이 모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지금의 무정부 상태에서 감히 그렇다고 주장할 수가 없구려."

-p.115


자 그럼 영국 BBC에서 드라마로 방영된 적이 있는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Ⅱ『시체 한 구가 더 있다』를 소개해 본다. 시리즈 Ⅰ에서 다시 원래 있던 슈루즈베리에 있는 수도원으로 돌아온 캐드펠.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왕위 찬탈을 두고 온 나라가 난리가 났다. 전 국왕 헨리 1세가 죽을 때 자신의 딸인 마틸다 공주 즉 모드 왕후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하여 외조카인 스티븐이 왕위를 찬탈했다. 여기서 모드 왕후가 깔끔하게 물러섰으면 좋았겠지만,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한 왕위를 되찾아오기 위하여 국민을 둘로 쪼개 스티븐과 전쟁을 벌인다.



"이런 험난한 시대에는 그 누구도 양심에 따라 자기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어요."

-p.213


당시 시대 상황은 왕과 영주가 존재하는 봉건주의였기에 끊임없이 영주들이 적통을 문제삼아 왕에게 반기를 들었으며 스티븐 왕은 이들을 찍어 누르기 위하여 전쟁을 하러 다닌다. 그래서 이 시기를 무정부 시대라고 부른다. 이번에 스티븐 왕은 우리들의 주인공이 거주하고 있는 슈루즈베리를 치러 왔다. 이곳은 왕후의 편에 서서 그녀에게 재정과 군사를 지원하기 위하여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영주들이 많았던 것. 모종의 사건으로 인하여 원래 시작하려던 것보다 더 이르게 전투를 시작하여 슈루즈베리를 점령하고 반대파의 사람들을 포로로 잡아와 모두 처형시킨다.



"인간에게 권능라는 게 있다면 이를 오용한 최악의 사례가 바로 이것이겠지."

-p.88


다수의 주검은 결국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가 처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분명 처형자는 94명이었으나 한 구의 시신이 더 존재하는 것을 캐드펠은 알게 된다. 다들 처형 전 인원을 잘못 센 것이라며 쉽게 넘어가려고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그가 죽게 된 방식이 처형이 아님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여 결국 왕에게 보고가 된다. 왕은 자신의 일에 범죄의 숟가락이 얹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 그에게 사건 수사를 명령한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피해자의 이름조차 알아내기가 어려워진다.



"공정한 승리와 공정한 패배는 어느 누구의 마음도 상하게 하지 않는 법이죠. 동의하나요?"

-p.285


당시 수도원에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난민 비슷한 이들도 함께 살았다. 딱히 난민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 이유는 돈이 있는 이들이나 도망자가 신분을 숨기고 1년간 묵을 비용을 미리 내고 조금 더 안전한 곳인 수도원에 머물기도 하였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하루 이틀 쉬어가는 곳으로 이용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수도원이 철저하게 중립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왕의 편도, 모드 왕후의 편도 모두 들어와서 살았을 정도로 말이다. 당연하게 본문에는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이곳으로 들어온다.



"정의에 대해 하는 말인데, 정의는 전체 이야기의 절반도 채 안 되기 마련이오."

p.367


그들 중 두 명은 왕의 그리고, 두 명은 왕후의 편이다. 당연하게 지금 이곳은 스티븐 왕이 점령하고 있으니 불리한 것은 후자이다. 이런 가운데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이 나타났고, 마을 사람들이 와서 봐도 그의 이름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왕후의 편에 있던 한 남자가 피해자를 알아보면서 드디어 사건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하지만 아직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안갯속이다. 과연 수도원에서 나뉘어 있는 이들은 서로 사이좋게 지냈을까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을까? 이들이 발견한 이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고 왜 이곳에 생명이 꺼진 모습으로 누워 있는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왕의 포로 처형장에 몰래 옮겨 놓았을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권은 1권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었다. 1권이 주인공의 독무대였다면, 2권은 투 탑 체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두 남자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아마 2권을 읽고 나면 주인공보다 이 남자에게 반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현대 사회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연예인 하기에는 아까운 인물이고 정치인이나 대기업 총수를 하면 천하무적의 인물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1권보다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짜임새 면에서 훨씬 촘촘했다. 마지막에 뒤통수를 세게 맞게 될 테니 정말 기대하고 봐도 좋을 책이다.






북하우스에서 순차적으로 다섯 권씩 출간할 예정이며 첫 번째로 출간한 역사추리소설 엘리스 피터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Ⅱ『시체 한 구가 더 있다』의 소개를 마친다. 일반적으로 작가는 책을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는다고 한다. 엘리스 피터스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임에도 첫 번째 작품보다 확연하게 필력이 좋아진 것이 보인다. 음모와 음모와 음모와 음모가 우연히 겹쳐져서 나오는 결과가 상상조차 하지 못하여 책장을 덮고도 감탄을 하게 만드는 2권이었다. 3권 수사의 두건은 얼마나 더 좋아져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시체한구가더있다 #엘리스피터스 #캐드펠수사시리즈 #북하우스 #고전추리 #미스테리 #스릴러 #드라마원작 #역사추리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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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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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 오면 문화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빠질 수 없는 장르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전통적인 도서로 애거사 크리스티,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아르센 뤼팽 전집 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탐정의 자리는 경찰로 대체되면서 추리는 과학적 검증으로 바뀌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러나 올여름에는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 덕분에 전통 추리를 즐길 수 있다. 오늘은 시리즈의 첫 번째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소개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총 21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부터 다섯 권씩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며 현재는 5권까지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실제 존재했던 장소, 기관, 인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그려진 허구라는 것이다. 덕분에 읽으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허구로만 구성된 책보다 몰입도가 크다. 게다가 BBC 드라마 캐드펠의 원작이며 전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은 소설이다. 각 이야기는 독립적이어서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전작의 스포를 받고 싶지 않다면 1권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엘리스 피터스 작가 소개>



엘리스 피터스는 1913년 영국의 슈롭셔주에서 태어났으며 2차 세계대전 중 해군으로 참전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스스로 움베르토 에코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으며 추리 소설의 여왕인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첫 소설인 네로의 친구 호르텐시우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했다. 현대 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치사와 함께 마크 트웨인의 딸이라는 호칭을 얻었으며 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시작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21권 출간한다. 1995년 고향에서 타계하였다.



<작품의 배경과 특징>



캐스펠 수사 시리즈의 배경은 12세기 영국 헨리 1세가 죽고 난 후 스티븐 왕과 마틸다 왕비로 더 알려진 모드 황후 시대에 실존했던 수도원이다.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슷한 분위기를 띤 작품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그러나 장미의 이름보다는 2세기 정도 전 섬나라인 영국이 배경이어서인지 장미의 이름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여성에 대한 인권이 조금 더 보장된다. 물론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그리고 장미의 이름처럼 난해한 부분이 없어 누구나 읽으면 빠져들 작품이다.



<줄거리(스포 없음)>



"혹시 내가 기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있는 것일까?

그래. 진정한 긴적이라면, 그 까닭 같은 건 있을 수 없으니까.

기적이란 이성과 합치될 수 없으니까.

기적은 인간의 인과를 초월하여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생겨나는 법.

합리적인 기적은 기적이 아니니까.

그러자 문득 기쁨과 위안이 찾아왔다."

-p.331


베네딕토회의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로버트 페넌트 부수도원장이 수도원에 기적을 창조하는 성자들의 유골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단순한 열정을 넘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1년을 넘게 국경 지방을 샅샅이 돌아다닐 정도로. 이런 그들에게 귀더린의 위니프리드 성녀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것도 상상도 못 할 기이한 방법으로. 우리의 주인공 캐드펠과 부수도원장, 그의 심복 등 여러 수사들이 귀더린을 향하여 떠난다. 도착하기 전 주교와 왕자의 허락까지 받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여 유골을 거두어 가려고 한다.



"안 돼! 아무것도 만지지 말게!

아직은 안 되네!

부친을 내버려두게!

이분이 죽음을 통해 하신 말씀을 들어야 해!"

-p.131


물론 캐드펠 수사는 유골이 탐 나서 동행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꿍꿍이가 궁금하여 합류한 것이다. 마을에 도착하여 그곳의 수사와 마을 대표인 리샤르트를 설득하는데 그 과정에서 부수도원장은 아주 큰 실수를 저질러 1차 협상 때 리샤르트의 마음을 완전히 돌아서게 만든다. 결국 그에게 사과를 한 부수도원장은 2차 협상의 약속을 이끌어 낸다. 2차 협상을 위하여 만나기로 한 날 무슨 일인지 리샤르트가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온 마을 사람들이 그를 찾아 나서지만 리샤르트의 주검만 발견한다. 과연 누가 무슨 이유로 그를 죽였으며 수사들은 무사히 성녀의 유골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까?



<나의 생각>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등장하는 수도원장과 부수도원장, 주교나 왕자는 실존 인물이다. 그리고 페이지를 열면 제일 처음에 중세 슈롭셔와 웨일스의 지도, 수도원의 내부 안내도가 나온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이동 경로나 인물에 대하여 머릿속으로 그리기가 수월했다. 게다가 오로지 두뇌 싸움만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캐드펠로 인하여 독자도 범인을 찾는 수단과 범인을 찾기 위하여 자신도 모르게 치열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덕분에 더위는 자연스레 잊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다.



DNA만 있으면 특별한 증거나 증인이 없더라도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요즘 미스터리 스릴러는 독자가 가지는 감정의 폭을 굉장히 넓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즐거움은 있지만, 읽고 나면 미묘하게 피곤함을 느낀다. 읽으면서 현실성과 과학성을 끝도 없이 가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 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Ⅰ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꽤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다. 예를 들자면 헤비메탈과 클래식의 차이 같달까?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만들 정도로 더운 요즘 잠시 자신에게 릴랙스할 여유를 주는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추천한다.


#유골에대한기이한취향 #엘리스피터스 #캐드펠수사시리즈 #북하우스 #고전추리 #미스테리 #스릴러 #드라마원작 #역사추리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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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킹버드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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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에는 현재로서 상상하기 힘든 발전된 모습에 매료되어 SF 소설을 보았다. 그러나 읽은 책의 높이가 쌓일수록 SF 소설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비판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신들의 시대를 비판하고 사회를 바꾸기 위하여 풍자소설이라는 장르가 많이 사용하였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현대는 오히려 SF 장르가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은유를 강하게 사용하지만 그 시대에 따라 각 장르가 심리적으로 와닿는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 읽고 소개하는 월터 테비스의 모킹버드에서도 그런 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엄청 유명하지만 생소하게 느껴지는 저자 월터 테비스에 대하여 먼저 알아보자. 우리는 이 작가를 책보다 드라마로 먼저 만났다. 바로 그 유명한 체스 천재의 이야기 퀸스 갬빗이다. 그래서 월터 테비스는 퀸스 갬빗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그 외에도 영화로 제작된 당구 주제의 허슬러와 컬로 오브 머니가 있으며 SF 소설로는 지구에 떨어진 남자와 오늘 소개하는 모킹버드가 있다. 지구에 떨어진 남자와 모킹버드를 수식하는 말로 40년 전에 그린 400년 후 미래가 있다. 1984년에 타계했으며 이번에 출판사 어느날 갑자기에서 그의 저서를 모아 월터 테비스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로버트 스포포스. 그는 메이크 나인 로봇이고, 인간의 기발한 독창성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정교한 기계였다."

-p.18


작품의 주요 인물은 스포포스라는 지구상 최고의 로봇과 인간인 폴, 그의 연인 메리 루이다. 물론 이름도 없는 로봇과 폴이 살면서 만나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인연들도 있다. 작품은 이 세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삶과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13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는 2460년 대이며 로봇이 인간들을 돌보며 사는 시대이다. 모든 인간은 바륨이라는 최면제와 대마초로 생각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이 최면제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며 언제나 몽롱한 상태로 살아가며 그 양 조절에 실패하게 되면 스스로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데 엄청난 음모까지 내재되어 있는 최면제였다.



"우리는 매일 한 시간 동안 개인 영역 지키기 훈련과 마음 평정 유지 훈련을 받았다. 방 안 가득 같은 나이 대의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빛과 색깔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존재를 망각하는 훈련이었다."

-p.60


게다가 텔레비전으로 각종 세뇌를 당한 인간들은 읽고, 쓰기를 전혀 못한다. 게다가 개인주의 성향을 강조하여 타인과의 교류를 전혀 하지 못하도록 교육받는다. 이런 세상에서 처음으로 읽기를 할 줄 안다는 폴의 전화를 스포포스가 받고 그를 고용한다.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스포포스는 금속 뇌를 만들 때 실제 인간의 뇌에 남은 기억을 이용하였다. 문제는 이것이 확실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꿈 등과 같이 어렴풋하게 다가와 매번 스포포스를 괴롭히는 것이다. 이렇게 남겨진 실제 인간의 기억을 제대로 찾아 온전히 자신의 기억으로 만들기 위하여 폴을 고용한 것이다.



"이제 9일째 그녀는 나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건 개인주의와 개인 영역 보호에 관한 모든 원칙에 반하는 행동이다."

-p.128


책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는 폴은 현재 우리처럼 완벽하게 글을 아는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읽기만 하고 의미는 사전을 통하여 하나씩 학습하는 수준이다. 완벽한 통제 속에 있던 인간이었지만, 글을 읽고 그 의미를 하나씩 깨달음으로 점점 변해간다. 이런 변화에 기름을 부은 것은 동물원에서 만난 메리 루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이런 사회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통제에서 벗어나 시스템의 허점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기도 하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서로 끌리며 결국 연인이 되고 이런 모습들은 결국 스포포스에게 걸려 법정에 회부되게 된다. 과연 로봇의 두뇌 지배로부터 벗어난 이들의 운명과 암울한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책에 나온 대로, 덴버 사건이 있었던 시기 또는 그 이전에, 그러니까 글을 읽는 능력이 소멸된 후에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이 땅이 이렇게 '황폐화'된 건지 궁금했다. 글을 읽는 능력이 소멸했을 때, 역사도 같이 소멸한 걸까?"

-p.269


월터 테비스의 모킹버드를 읽으면서 몇 가지 큰 주제를 느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책 읽기의 중요성이다. 로봇들이 인간을 세뇌시키고 컨트롤하기 위하여 한 행동 중에 약과 세뇌도 있지만, 이것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읽고 쓰는 능력을 빼앗은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을 없앴다. 심지어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폴마저도 문해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 정도였다. 요즘 각종 미디어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문해력 문제에 대하여 말을 하고 있다. 



"그 모든 책은 -심지어 지루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책들까지- 인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p.421​


그들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하여 해야 할 것이 바로 짧은 영상이 아닌 긴 줄글로 된 책을 읽는 것이다. 작가는 말은 하되 읽거나 쓰지 못하고, 이것이 되더라도 문해력이 없어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이라는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문해력인 것이다. 장르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SF 소설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인간적인 교훈이 숨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출판사 어느날 갑자기에서 출간한 퀸스 갬빗의 아버지 월터 테비스의 SF 소설 모킹버드는 중간에 T.S 엘리엇의 시가 자주 등장한다. 평소에 시라는 장르를 굉장히 어려워하는 나이지만 작품 속 인물들의 심리에 맞도록 짧게 인용한 덕분에 꽤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결말이 궁금한 분, 그의 다른 작품을 좋아하신 분, 40년 전에 본 400년 후의 미래가 궁금한 분, 읽기와 쓰기가 사라진 인류의 미래가 궁금한 분, SF 덕후이신 분들이라면 책에 빠져 더위를 잊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주는 모킹버드를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모킹버드 #월터테비스 #어느날갑자기 #SF소설 #독서의중요성 #문해력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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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미술관 - 그림 속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다
김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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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 인문학 자료들을 보면서 점점 더 명화가 전하는 함축적인 대화를 풀어내는 것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단순하게 명화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만 있는 도서보다는 그 이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주는 책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지식 욕구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이 어떤 식으로 녹아 있으며 그동안 배웠던 내용들을 그림 한점으로 통합하여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더 공부를 한다. 오늘은 이런 욕구를 그동안 읽었던 관련 도서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오늘 출간한 김선지 작가의 사유하는 미술관을 소개하려고 한다.


사유하는 미술관을 통하여 김선지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예술 관련 학과를 전공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이화여대에서 역사를, 동 대학원에서 미술사와 현대미술을 공부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웹진에서 게재한 명화 속 별자리 이야기를 계기로 남편인 천문학자 김현구 박사와 함께 예술과 천문학을 콜라보 하여 그림 속 천문학을 출간했다. 그 외에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그림 속 별자리 신화, 뜻밖의 미술관 등이 있다.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아마 김선지 작가의 책 전부를 읽었을 텐데 이제서야 알게 되어 아쉬웠다.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한 김선지 작가의 사유하는 미술관은 총 여섯 개의 챕터, 각 챕터 당 다섯 가지 즉, 30가지 명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스캔들보다는 철저하게 역사적 관점으로 접근하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그동안에 봤던 도서들과 겹치지 않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어 지루함보다는 새로움에 더욱 집중력을 가질 수 있었다. 내용도 각종 신화에서부터 시작하여 동화 속 내용,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문화적 사안까지 매우 다양하여 그 흥미로움이 배가되었다.



게다가 한 스토리마다 관련 명화 여러 점을 연결하여 설명하여 점으로 이루어진 앎이 아니라 하나의 큰 그림으로 그려지는 지식 습득으로 연결되었다. 게다가 명화 작품 한 개를 그대로 설명한 것도 있지만 내용이 복잡한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 같은 경우에는 작품에 확대경을 들이댄 것처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각 인물들을 나누어 누구인지, 왜 등장했는지 등 함축적인 의미까지 세세한 분석은 개인 큐레이터를 옆에 둔 느낌까지 주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작품을 보는 눈이 생각보다 많이 잘못되어 있음을 느낀 것이 이번 도서를 읽으면서 가장 뜻깊었다. 예를 들자면 하렘을 우리는 흔히 성적으로 문란함을 뜻하는 의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꽤 엄격한 황후들이 살던 곳이며 치열한 정치와 외교가 이루어진 곳을 뜻하였다. 심지어 여기에 엄청나게 많은 왕의 여자가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왕에게는 네 명의 아내만 허용되었다. 다만, 이 황후를 보필하는 여자들이 있었으며 이들이 아니면 이곳은 가족만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러나 서구인의 눈으로 본 오스만 문화에 대한 편견은 각종 예술 작품에 드러났으며 하렘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있는 의미로 변질시켰다. 이를 역사적으로 표현하면 왜곡된 관점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한다.



"산업 혁명 시대의 대기 오염이 없었다면 터너와 모네의 그림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현대 추상화로 가는 첫 단추를 끼웠다는 것을 생각할 때 산업 혁명이 미술사에 가지는 의미는 자못 크다. 

……(중략) 

연구자들은 대기 오염이 증가함에 따라 두 화가의 그림 속 하늘도 더 흐려졌다는 점을 발견했다."

- p.357~359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에게 빛의 화가로 알려진 모네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동안 모네의 작품에 대한 아름다움, 그가 그린 작품의 배경지, 그의 일생 등에 대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산업혁명의 산물이라는 것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작품들의 흐릿한 부분은 스모그 현상으로 알려졌다. 이 스모그 현상은 날씨 즉, 햇빛의 강도에 따라 빛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상에 모네는 넋을 잃었으며 이를 수 백 점이나 그렸다고 한다.



"모네는 무엇보다도 안개가 계절에 따라 혹은 하루 동안 시시각각 런던을 변화시키는 모습에 매혹되었다. 그는 비 오는 날, 안개로 뒤덮인 날, 밝고 화창한 날 등 변화무쌍한 날씨의 대기 효과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다."

-p.359


그는 이 스모그 현상을 매우 좋아하여 런던을 방문했을 때 맑고 화창하여 안개가 사라졌을 때 매우 실망했다. 심지어 아내에게 안개가 하나도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으며 안개가 없었다면 런던은 아름답지 않았을 거라고까지 말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런던은 대기 오며, 수질 오염이 심각한 상태였는데 이 대기 오염을 두고 완두콩 수프 안개라고 불렀다. 다르게 보자면 우리가 아는 모네는 대기 오염을 표현하기 위하여 빛을 연구한 것이 오늘날 빛의 화가라는 명성을 얻게 한 것이다.


지금이라면 이런 현상을 두고 아름답다고 붓을 들 화가가 얼마나 있을까? 환경 캠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사진으로도 접근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외에 19세기 초에 사각형 소나 축구공 형태의 돼지를 그린 배경, 셀카의 시초를 알려진 카스틸리오네 백작 부인, 매춘부로 황후가 되어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하여 사법 개혁을 한 테오도라, 나폴레옹을 정치적으로 선전하는 기법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 등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들과 그 이면의 이야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때로 그림 한  점은 천 마디의 말을 한다."

-p.56


게다가 공부하면 할수록 과거의 화가는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영상을 작품 한 점에 고정하기 위하여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가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인물, 건축, 사물, 자연물 하나까지도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한 김선지 작가의 사유하는 미술관은 인간의 근본 욕구인 앎을 채우고 싶은 사람에게 꽤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역사는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이기에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부모, 역사는 지루한 과거의 이야기로만 치부하는 학생들이 꼭 접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유하는미술관 #교양미술 #김선지 #알에이치코리아 #명화이야기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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