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눈이 사무소 : 반짝 마을의 비밀 ㅣ 이야기친구
황지영 지음, 조영글 그림 / 창비교육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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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눈이사무소:반짝마을의비밀 #황지영 #창비동화

반짝반짝 실물이 너무 예쁜 책이다. 책표지의 큰눈을 가진 주인공 큰눈이는 눈이 하나다. 새하얀 흰자에 검고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눈이 아주 좋아서 마음만 먹으면 아주 작은 것까지 볼 수 있다. 큰눈이는 큰 눈으로 반짝 마을 이웃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고 손님은 대신 맛있는 음식을 준다.

첫 번째 손님은 다람쥐 지지다. 블루베리 머핀을 가져온 지지는 자신의 황금 똥을 찾아 달라고 한다. 아니 똥을 찾아 달라니..큰눈이는 황금 똥을 찾을 수 있을까? 무엇이든 찾아 드리는 큰눈이 사무소에서 못 찾는 것은 없다. 큰눈이의 황금 똥찾기 여정이 시작된다. 마냥 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추리를 하고, 모험을 떠난다. 숲속 동물들을 만나고 용기내 사건을 해결한다.

두 번째 손님 코끼리 끼리의 의뢰는 안경을 찾는 것이다. 황금 똥을 찾는 것보다 훨씬 쉬울 거라 예상하지만 무서운 롤러코스터를 두 번이나 타는 시련을 겪는다. 그럼 큰눈이는 두 번째 임무를 완수 했을까?
세 번째 손님은 고양이 고고다. 이건 비밀인데 큰눈이는 고고를 좋아한다. 신선한 블루베리를 가져온 고고는 만들던 인형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아무래도 고고의 인형은 누군가 훔쳐간 것 같다. 위험을 감지한 큰눈이는 이번에도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간다.
뜻밖의 상황에 처한 큰눈이는 의뢰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물건을 찾다보면 도둑도 잡는다. 네 번째 손님 너구리 구리는 범인을 찾아 달라고 한다. 구리 아줌마의 꽃나무를 뽑은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반짝이 마을과도 상관이 있는 걸까? 이야기는 1년 전으로 거슬러 내려가고 반짝 마을의 이름처럼 보석을 둘러싸고 마을의 붕괴를 예고한다.

우리의 주인공 큰눈이는 마을을 구하고 화해와 용서로 반짝 마을의 빛나는 보석이 된다는 아주아주 행복한 이야기다. 책과 함께 독서 활동지가 두 장 들어있다.

큰눈이는 동물들에게 음식을 받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데 동물과 음식을 바르게 연결하는 문제가 하나, 두 번째는 지지의 의뢰를 빋고 황금똥을 찾는 지도 연결하기. 세 번째는 큰눈이와 친구들 색칠하기, 마지막이 다른 그림 찾기다. 임무는 완수했지만 정답이 누출될까봐 색칠 그림만 공개하겠다.

책상에 앉아 열심히 색칠하는 모습으로 딸내미에게 큰웃음을 주었다. 비록 지금은 색칠을 하고 있지만, 나만의 그림책을 내고 싶은 꿈도 있다. 큰눈이가 코가 아닌 큰 눈으로, 냄새가 아닌 시력으로 물건을 찾는 이야기 발상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개하면 코가 먼저 떠오르는데 눈이라니..이런 생각을 해야 동화작가님이 되는가 보다.

작가님의 글과 찰떡궁합으로 예쁜 그림이 너무 예쁜 동화다. 잠시 동화속에 빠져..큰눈이 사무소에 가서 내가 의뢰하고 싶은 것은, 젊음이다. 큰눈이는 뭐든 찾을 수 있으니까 샘물이라도 찾아주지 않을까. 오늘은 왠지 달콤한 꿈을 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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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소설, 한국을 말하다 ㅣ 소설, 한국을 말하다
성해나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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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소설한국을말하다 #은행잎3기 #은행잎서재

재작년 나왔던 <2024 소설, 한국을 말하다>를 읽었다. 반갑기도 하고, 그동안 한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키워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소설을 통해 알아보겠다.

아동 콘텐츠 회사에서 유해 언어를 순화해나가는 일을 하는 0의 임신, 씁쓸함이 느껴지는 성해나의 <유령>, 신문 읽어주는 신문으로 진취적 시민의 15분 투자, 굳이라는 말이 섬찟한 김기태의 <진취적 시민을 위한 15분 읽기>,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 언니, 갓생을 부르짖는 답없는 오민아의 박연준의 <오민아의 남부러운 삶>, 프로듀서를 고발한 언니로 인해 뉴스 중독자가 된 박민정의 <나는 너에게 남은 사람>, 여름휴가에 강력 범죄 영화를 보던 영인의 소름끼치는 이웃 성혜령의 <방콕>, 병원에 입원한 엄마의 보호자로 배달앱의 배달 상황을 지켜보는 김경욱의 <가고 있습니다>, 강을 체험한 최가 가상체험에서 어머니를 떠올리는 하성란의 <발목>까지가 1부다.

꼴지라는 단어가 예쁘게 느껴지는, 일상의 다정함을 느끼게 해주는 윤성희의 <나중에 이기는 사람>,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열정적인 엄마들, 7세에 뭔 고시라는건지 정한아의 <키즈카페>, 1등급 소를 키워낸 경미, 딸의 수능 등급도 올릴 수 있으려나 김유담의 <엄마의 역할>, 정년퇴직을 앞두고 사보에 실린 남편의 글, 아들이 알아주는 엄마의 기록 김병운의 <일한 기록>, 불임 부부의 슬픔이 느껴지는 비극 문지혁의 <다섯째 아이에게>, 할머니 피를 말리는 ADHD 에치치 이미상의 <에치치에게 경배를>까지 2부는 가족단위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본 작품들이다.

한국의 뿌리 깊은 이념 갈등으로 인한 부부싸움 송호근의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 계엄을 떠올리게 하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플랫폼 정용준의 <일어나지 않은 일>, 나를 지키려 미래에서 온 나 정소현의 <나를 떠나지 않는 사람>, 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브레드 로프 캠퍼스에 참가한 번역가의 삶 안톤 허의 <영어생활>, 특별한 목소리의 류가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로 범죄를 막는 권김현영의 <들려?>, 신혼부부가 사기 위험에 처하는, 전세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정대건의 <불안>을 끝으로 3부에서는 조금 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다.

2025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소설 열아홉 편을 묶은 앤솔러지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 시인, 번역가 그리고 사회학자가 '소설, 한국을 말하다'라는 기획에 참여했다.

AI, 돌봄 노동, 저출생, 고령화, 사교육, 세대ㆍ정치 갈등과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한국 사회는 더 많은 질문을 품게 됐다. '소설, 한국을 말하다'의 두 번째 단행본이 나오게 된 지금, 우리 사회의 수많은 난제에 답을 내려주지는 않지만, 우리를 둘러싼 것들의 변화와 마주볼 수 있다.

'인생의 불가해함'에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는 시도로 앞으로도 짓고 지어지고, 부수고 부서지기를 무수히 반복할 인간사에, 마지막까지 꿋꿋하게 남을 것은 오직 '이야기'일 것이라는 기획의 말이다.

2024년도 작품도 좋았는데 현실을 날카롭게 벼려낸 2026년 작품도 깊이있고 좋았다. 꾸준히 '한국, 소설을'를 챙겨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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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지마인드 - 진짜 좋아하는 삶을 살아볼 용기
키키.프랭키 지음 / 푸른숲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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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지마인드 #키키와프랭키 #푸른숲 #서평단 #에세이

에세이 읽고 싶어서 신청한 책..재지마인드 (Jazzymind)는 키키와 프랭키 공동 저자의 운영중인 <재지마인드> 채널 이름이기도 하다. 진짜 좋아하는 삶을 살아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폐해진 마음에 단비가 되어줄지 들어가 보겠다.

프랭키의 본명은 성도 특이하고 이름에 '암'자가 들어가 어려서는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고. 하지만 이름 덕을 봐 학비 걱정없이 졸업하기도 했단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할 때 자연스레 활동명을 고민하다가 좋아하는 배우 '릴리 프랭키'를 떠올리며 프랭키로 한다. '자유롭고 솔직하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운명처럼 그렇게 탄생됐다.

아내는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키키'로 정한다. 키키 키린처럼 위트있고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키키는 전에 기르던 강아지 이름이기도 해서 웃음이 나온다. 예전에도 밝힌적이 있지만 별명이 '예삐'였던 적이 있던 나다. 예쁘다고 회사언니들이 부르던 이름이지만 어째 강아지처럼 대하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어쨌거나 두 저자 이름의 탄생 비화다.

'착한 사람'으로 살아온 키키가 듣던 착한 사람은 아마도 만만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착하다는 말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중이라니 다행이다. 나도 착
한 콤플렉스가 있어서 딸에게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한다. 이미 이기적이라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말이다.

나도 TV없이 살던 시절이 있다. 2002 월드컵을 길거리에서, 식당에서 밥먹다 봤다. 911 테러 역시도. 드라마도 안보고, 뉴스도 안봤지만 사는데 지장은 없었다. 그때는 책 한 권을 일주일이나 야금야금 읽었다. 일기는 가계부에 짧게나마 적었다. 습관이 무서운지라 지금도 끄적거리는 것을 즐긴다.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키고 있는 것들,지키고 싶은 것들을 읽어보니 나도 휴대폰과 관련된 항목이 많다. 네비없이 지도만 보고 길을 찾고, 휴대폰없이 자연을 즐기던 시절이 꿈만 같다. 당장도 책을 읽고 메모장에 리뷰를 적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노트에 수기로 적었다) 인스타에 올린다.

머리를 맡기는 프랭키와 남편의 머리를 다듬는 키키. 과감하게 커트하는 프랭키로 인해 단발이 숏커트가 되어가는 키키. 집에서 셀프 커트를 안하는 이유가 미용실에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머리 자르면 3년 재수없다고 해서다. 키키의 미용실에서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니 변하긴 했나보다.

에세이를 읽으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너무 잘나서 동떨어진 이야기에 자랑하려고 책을 냈나 싶기도 하고 아님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한 스토리가 자기계발서 같기도 하고, 감성팔이가 지나쳐 아예 소설을 쓴 것 같기도 하다.

<재지마인드>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에 내 추억을 끄집어내고, 잠시 감상에 빠지기도 했지만 책을 낼 만큼의 매력이 있는 부부다. 이제까지 잊고 살았던 나를 발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차근차근 그러모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산책이나 빵,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같지만, 집에서 청바지를 입고 절대 책을 읽지 않는다. 밖에 나갈때 화장도 안하는 스타일이다.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사실 게을러서다. 한껏 꾸미고 다니고 집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 대단하다.

대화하는 방식의 콘텐츠라니까 궁금해서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았다. <누워서 북토크>에서 서로가 재밌다는 말을 하는 목소리를 듣자니..연출된 장면이지만 수다와 이불을 들썩이는 모습이 귀엽다. <재즈와 식빵> 마지막 마무리로 나도 좋았다. 이상하게 끝나서 좋다에 찬성한다. 프롤로그도 역시. 두 사람 너무 잘 어울린다. <재지마인드>의 담백한 글과 단순한 삽화도 잘 어울린다.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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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걸
하비에르 카스티요 지음, 박설영 옮김 / 반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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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걸 #하비에르카스티요 #오팬하우스 #서평단

최악의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1998년 11월 26일 사건이 시작된다. 그레이스는 화려한 추수감사절 행렬에서 남편 에런의 어깨에 목마를 탄 채 행복에 겨워 환하게 웃는 딸 키에라를 올려다본다.

메리 포핀스처럼 차려입은 여자가 다가오는 모든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고 있다. 키에라는 너무 들떠서 말을 못 할 지경이다. 풍선을 받으러 간 키에라를 땅바닥에 내려 놓는 에런은 훗날 절대 용서 못 할 선택임을 깨닫는다.

누군가 에런을 세게 밀친다. 바로 그 순간 키에라의 손을 놓친 짧은 2분 동안 아이가 사라진다. 키에라가 사라졌다는 소리에 그레이스는 공황장애가 온다. 그리고 경찰이 확인하라는 키에라의 머리칼과 옷 뭉치를 보고 에런은 절규한다.

키에라 템플턴이라는 세 살 된 어린이의 실종 사건만 제외하면 그날 퍼레이드는 대성공을 거둔다. 언론도 대서 특필하고 키에라의 얼굴은 도배된다. 말 못 할 비밀을 간직한 언론학을 공부하는 미렌에게 키에라 실종 사건은 전환점이 된다.

교수님의 과제로 키에라 템플턴 사건을 조사하는 미렌은 기자 지망생이다. 수색 방향과 운을 바꿀 만한 중요한 정보를 찾기를 바란다. 불행은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복수는 인내할 수 없는 사람을 찾는 법이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원하는 것을 찾는다.

키에라 실종 5년 후, 추수감사절 행사 퍼레이드. 키에라 템플턴의 실종은 시민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무의식에서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다. 부모들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에런은 소동을 일으키고 미렌이 찾아 온다.

미렌은 키에라를 찾아 나서고, 처음 몇 년 동안 가끔씩 에런과 만나면서 슬픔과 좌절의 소용돌이에 그가 서서히 빠져들며 잠식당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레이스의 전화에 부탁을 받고 에런을 찾아온 것이다.

템플턴 부부가 살던 다이커 하이츠에 들어서고 엉망으로 흐트러진 그레이스가 다가온다. 그레이스는 키에라가 살아 있다고 한다. 손을 내밀어 VHS 테이프를 보여준다. 희망적인 단어가 쓰여 있다. '키에라'
마침내 실성한 것이 아니라면..

키에라는 살아 있다. 그럼 누가 데리고 있단 말인가? 아니 왜 테이프를 보낸 것일까? 다시 만날 수는 있을까? 사건 당일과 실종 1년 전, 5년 후, 12년 후를 보여준다. 실종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한 가족을 무참히 짓밟은 범인에게 주목하게 된다.

미렌은 프레스에 개재된 기사에서 자신의 과거도 고백하며, 키에라 템플턴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지난 5년 간 저 자신과 키에라를 찾으려 애썼는지 밝힌다. 테이프의 59초 길이의 영상을 본 뒤 은유적으로 표현한 기사다.

키에라 실종 사건을 12년이나 쫓는 열혈 기자 미렌이 주인공이다. 한번 잡으면 놓지 못 할 만큼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그녀의 용기와 끈기가 자신의 인생과 다른 사람의 인생도 바꿔 놓았다. 가슴 벅찬 감동은 덤이다. 넷플릭스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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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서 나이 들 수 있을까 - 끝까지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노후 설계 수업
박한슬 지음 / 더퀘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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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에서나이들수있을까 #박한슬 #더퀘스트 #이벤트당첨

제목이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 집에서 나이 들 수 있을까>에 물음표를 하건, 느낌표를 하건 똑같이 내 집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싶다만 요점은 그게 아니다. 책은 '내 집에서 나이 들기'의 가능성 공식을 '돌봄 필요성'에 비해 '사회적 자원'과 '개인적 대비'가 부족하면 '내 집에서 나이 들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우선 1부에서는 '돌봄 필요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 '내 집에서 나이 들기'가 왜 이토록 어려운 일이 됐는지, 돌봄이 필요해지는 단계는 '언제' 찾아오는지, 나는 그런 상황이 되면 '어디'에서 '누구에게' 돌봄을 받을 것인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노인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숫자 나이만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자신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나이는 숫자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확히 언제 노후의 변곡점을 맞이할지, 그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을까? '환갑'이라는 개념이 지금은 법정 노인 연령이 65세이다보니 여러 면에서 다르다. 사회적 약자로 돌봄을 받아야 하는 노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이제는 행정 편의적인 숫자 나이가 아닌 개개인의 실제 노화 정도를 파악하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노쇠'라는 낯선 개념이다. 사실 노쇠의 정도를 측정하는 일은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고령층의 사망률이 감소했지만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의학이 발전해도 육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 어쨌거나 노인 나이는 65세보다는 75세가 더 적합하다.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 인구의 절반이 기능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건강하게 살다가 짧게 앓고 떠나고 싶다면 최대한 질병 발생을 늦춰야 한다. 노쇠 관리의 성패에 따라 내가 얼마 동안 질병이나 장애를 앓게 될지가 결정된다. 언제 본격적인 돌봄이 필요하게 될지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가 어려워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집에서 건강하게 늙어가는 게 모두의 바람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인 대부분이 요양시설에서 삶을 마감한다. 가고싶지 않지만 가야 하는 곳, 버려지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할수록 추후 요양시설 적응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왜 이토록 거부감이 클까?

가족의 희생을 전제하는 한국형 복지는 중년의 딸이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모습이다. 매일 함께 생활하는 돌봄제공자의 고난과 우울은 개인의 인내심이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실패와 구조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결국 '내 집에서 나이 들기'가 어려워진 이유는 단순히 노화 때문이 아니다. 가족 기능 약화, 미성숙한 공적 돌봄 시스템,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시장화된 돌봄 그리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복잡하게 얽혀 생긴 구조적 결과물이다.

어떻게 해야 '나이 듦'이 나와 가족 모두에게 '위험'이 아니라 대비할 수 있는 일, 감당할 만한 일이 될까?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내 집에서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1부를 요약했는데 이렇게 길어졌다.

다음으로 2부에서는 '사회적 자원'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우리나라와 다른 길을 걸은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마지막 3부에서는 '개인적 대비'를 중심으로 노후 대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재정 관리부터 삶의 마지막 준비까지 다룬다.

막내와 사는 노모가 올해 95세다. 치매는 악화된지 오래고 막내의 수고 앞에서 고개를 들수가 없다. 돌봄 부담이 얼마나 큰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뼈져리게 느낀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두 웃을 수 있지만 언제까지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이제는 함께 늙어가면서 나의 노후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하게 된다. 훗날 제도가 개선되는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다루고 있으니 미리 공부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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