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로메의 단두대 ㅣ 다이쇼 본격 미스터리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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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의단두대 #유키하루오 #블루홀식스 #서평단 #다이쇼본격미스터리3탄

유키 하루오 작가님의 신작소식을 듣고, <시계 도둑과 악인들>을 찾아 읽었다. 이번 책이 다이쇼 본격 미스터리 3탄이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상회>도 읽었다. 딱히 시리즈로 안 읽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법학과를 졸업하고 도둑이 된 히스노와 그의 단짝 친구 화가 이구치가 주인공이다. 어떤 일이 기다릴지..
살로메는 우리가 아는 그 광기에 사로잡힌 살로메일까? 살로메의 단두대와는 어떤 연관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시계 도둑과 악인들>에서의 쾌종시계를 기억할 것이다. 이구치의 아버지가 팔았던 쾌종시계를 되사러 온 림스데이크가 일본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이구치는 하스노를 통역으로 데리고 간다.

돈에 쪼들려 시계를 팔아넘긴 림스데이크 집안과 이구치 집안의 입장이 뒤바뀐 상황에 이 묘한 화가와 통역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림스데이크는 이구치의 그림을 한번 보고 싶다고 한다.

이구치의 집에 방문한 림스데이크는 쾌종시계 거래에 대해 몆 가지 확인을 한다. 림스데이크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보고 무심코 그리움에 젖는다. 이구치가 그림을 보여주자 탄식을 흘린다.

그림을 감상하다가, 그림 한 점에서 여러가지 질문을 쏟는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이 그림과 똑같은 작품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똑 닮아있다. 도작이 분명하다.

우리도 알다시피 이구치가 누구의 그림을 베끼거나 하지는 않을 위인이다. 그럼 반대로 이구치의 그림을 도둑질한 인간이 있다는 것인데..림스데이크 씨와 세상을 수긍시켜야 한다.

그럴려면 도작범을 찾고 원작임을 밝혀야 한다. 범인 찾기에 돌입하자, 흰갈매기회 모두가 알고 있었던 점에서 용의자는 아홉 명이나 된다. 그중에 행방불명자도 있고, 의심스러운 사람도 있다.

오렌지색 옷을 입은 그림의 모델은 지금까지 이구치가 아내에게도 비밀로 한 배우다. 밝혀도 하스노만은 누군지 모르지만. 얘기를 하다보니 비밀은 없는 듯 과거의 한 조각들이 드러난다.

모델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본인이 말했을 경우를 부정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도작범 후보는 무수히 늘어날지도 모른다. <살로메>가 재상연하는 극장으로 찾아가 보기로 한다.

아내 사에코는 이미 기분이 상해 하스노가 동행하기로 한다. 인간을 혐오하는 성향을 가진 하스노는 도작 용의자를 추릴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하스노의 촉은 그녀를 빨리 만나봐야 한다고.

도작을 조사하면서 위작까지 신경써야 한다. 정작 기묘한 사건은 미네코에게 찾아온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부터일까. 살로메의 의상, 헤롯왕의 왕관..동일한 발자국은 범인일까? 사건은 예상치 못한 형태로 진행된다.

도작과 위작, 희곡 살로메를 흉내 낸 연쇄 살인, 수수께끼는 계속 안개를 헤맨다. 탐정으로 나설 동기가 있는 이구치는 도작범을 찾아내 림스데이크 씨에게 그림을 팔 수 있을까?

하스노가 툭 던져주는 말 한마디가 해결의 실마리가된다. 그래도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 사고에 모작범을 찾기는 커녕 경찰서에 끌려다니기 바쁘다. 하다하다 집 뒤뜰에서 시체가 나온다.

수사는 난항을 겪고, 위작을 한 인간이 성형한 얼굴이 가짜라고 한다. 원한 같은 건 없고, 그저 세상은 평등해야 한다고. 뭐 이런 개소리를 당당하게 하는지..시대를 탓하기보다 인격을 탓해야 한다. 덜 떨어진 인간이 위작만 하는 줄 알았는데 쓰레기다.

그리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정답이다. 살벌한 단두대의 묘사가 아찔한 다이쇼 본격 미스터리다. 하스노와 이구치를 계속 보고 싶고, 미네코의 성장도 놓치고 싶지 않다. 역시 유키 하루오..아껴 읽어봤자 이틀이다. 계속 시리즈로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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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임시 보관 중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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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임시보관중 #가키야미우 #문예춘추사 #서평단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던 마사미. 만약 한 번 더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인생을 방해하는 요소는 모조리 배제해보고 싶다. 오타니 선수처럼 말이다. 오타니 선수는 고등학교때 이미 만다라차트에 목표를 적고 인생 설계를 마쳤다.

오타니 선수와 자신을 비교하고 울적해한다고 남편이 비웃는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남편도 그나마 연애할 땐 자신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존중해주었다. 남편을 존경하고 존중받고 싶다. 지금은 남편의 쪼잔함에 경멸하게 될 것만 같다.

남편의 빈정거림에 상처받은 마사미. 무심코 장보기 메모 뒷면에 만다라차트를 적는다. 오타니 선수가 야구에 품은 열의에 필적할 만한 거라고는,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외길 인생'이라고 적는다. 너무 추상적이다.

만에 하나 남편이 본다면 또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오타니 선수처럼 장래 목표가 아니라 가공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 분한 마음에 두 줄로 지우고 어느새 칸을 메우는 데 몰입한다. 다 쓰고 보니 만다라차트 중심이 태풍의 눈처럼 빙글빙글 돈다.

어느 순간 타임스립하여 중학생으로 돌아가고, 짝사랑 아마가세를 보게된다. 엄마, 아빠, 오빠에겐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태도로 대한다. 하긴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본 마사미가 아니겠는가? 40대의 아빠는 햇내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미래를 안다.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도 홀로 살다가 건강을 잃고. 다행히 빨리 돌아가셔서 안도하는 날이 올 줄 어릴 때는 상상도 못하지 않았나. 마사미는 그래서 더욱 분위기를 바꾸어 놓으려는지도 모른다.

만다라차트를 들여다보다 타임슬립해서 중학교 2학년으로 온 지 석 달이 지난다. 성적이 우수한 아마가세가 과제를 빼먹는다. 줄곧 심각한 표정의 아마가세를 아무도 모르게 짝사랑했다. 63년 인생 중에서 가장 못생겼던 시절이기도 하다.

말실수로 아마가세에게 들킨다. 아마가세 역시 2023년도에서 타임슬립한 모양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의지가 되는 것일까. 둘은 교환일기를 쓰기로 한다. 아마가세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동지애를 느낀다.

그리고 서로의 2회차 인생을 응원하게 된다. 결혼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다. 이미 실패한 인생을 살아봤다면, 후회하는 인생을 겪어봤다면 다음 생은 당연히 다시 시작하는 삶이 아니겠는가.

기억도, 능력도 그대로 50년 전으로 돌아간 14살의 마사미는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을 것이다. 시대의 급변도 경험했으니 주식을 사지 않을까 싶은데..우리의 주인공은 항의 편지가 늘어난다. 불합리한 광고나 작사가에도 자기 목소리를 낸다.

또한 불편하기 짝이 없는 부엌이며 청소하기 힘든 욕실, 덥거나 추운 단열재 없는 건물, 생활자 시선을 무시한 내장 설계와 건축 방식을 바꾸고 싶다. 그 첫 번째 관문으로 대학은 건축학과에 들어가려 한다. 마사미는 뜻을 이룰 수 있을까.

낡아빠진 봉건주의적 사회 풍조에서 그것도 건축회사에 취업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하지만 주어진 삶이 아닌 만들어가는 삶을 느끼며 고군분투한다.

무엇보다 가부장적인 가족을 변화시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애초에 이럴려고 과거로 갔나 싶기도 하다. 자신과 오빠의 진로를 바꾸고,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바로 잡는 모습이 멋지다. 아마가세와는 첫사랑이 이루어질까?

우리의 주인공이 꿈을 이룰지가 중요한 것이니..하지만 반전은 없다. 아니 있는 걸까? 그것도 엄청난! 63살 마사미의 인생 2회차는 끝나지 않았다. 엄청 답답하고, 무개념 사회의 과거는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난 과거로 돌아가기보다 이대로 늙는게 더 좋다.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살아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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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웨인 케스텐바움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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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웨인케스텐바움 #문학과지성사 #인문에세이 #서평단

살면서 '굴욕'을 느끼거나, 당하거나 어쨌거나 경험들은 있을 것이다. 웨인 커스텐바움의 굴욕은 어떤 이야기일지 굴욕 앞에서 느끼는 감정은 다 같을지, 다를지 궁금해진다.

굴욕이라는 논제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굴욕의 복잡한 특징들을 포괄하려는 목소리를 서서히 손상시키는 것이 굴욕이기 때문이라고. 공인의 굴욕을 보면 감정이입하게 된다. 그 범죄가 성범죄라면 더욱 그러하다.

딱히 공인에 대해 감정이입을 해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스크린에서 보는 사람, 스타이거나 범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성범죄라도 관심이 없달까. 마이클 잭슨이 아이들이랑 잤건, 로만 폴란스키가 열세 살짜리를 강간했다고 해도 말이다.

로만 폴란스키는 인간 쓰레기이기 때문에 거론하고 싶지 않다. 이뿐만아니라 굴욕을 즐기는 듯한 작가의 방대한 글은 '굴욕'이라는 단어를 되뇌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작가만의 지식과 통찰을 자랑하고 있다.

굴욕당하는 여자보다 굴욕당하는 남자들에게 더 관심을 가진 작가는 경악은 똑같이 느끼지만, 남자에게는 슬픔을 못 느낀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이유가 나 자신의 굴욕적인 전사라는 심해의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서라고.

굴욕에 대해 연관된 책과 역사속 인물, 실제 사건들과 적나라한 방송, 영화의 장면들과 끔찍한 기억의 편린이 담겨있다. 거의 낯선 작품 일색이지만 뉴스를 통해 아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굴욕이 아닌 능욕과 모욕을 담은 가학적인 사건들이 진짜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니 이런 굴욕을 탐색하는 책도 있는 게 아닌가.

아마추어 심리학자의 분석으로 능욕을 자초하는 행위가 보상의 각본을 가지고 '속 뚫림 작용'이라고 한다. 우리는 남이 당하는 굴욕을 보면서 즐거워하거나 자기가 처했던 굴욕 상황을 거침없이 되풀이하는데, 그러는 이유는 심리적 해소 때문이다.

그렇게 반복함으로써 자기가 받았던 인상의 위력을 속 뚫림 작용으로 해소한다. 주네를 예로 들었는데 주네의 사랑 노래는 난 또 모르겠다. 마조히스트는 굴욕을 찾아다니고, 비마조히스트는 굴욕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작가는 디테일을 전하고 싶어 할까 궁금해할 권리, 굴욕에 대한 성찰, 굴욕에 대한 논의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를 궁금해할 권리, 이렇게 굴욕의 특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대신 굴욕으로부터 조용히 도망쳐야 하지 않을까 궁금해야 할 권리는 당신에게 있다고 한다.

푸가 형식을 띄고 있고, 모두 11개의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다. 자신에 대한 고백은 친밀하고 자기비하적이며 도발적이다. 시, 소설, 영화, 미술, 음악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문학비평의 대가의 솔직하고 예리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굴욕의 전문가답게 이 책을 쓰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크다.

어쨌거나 내겐 조금은 힘든 책, 어려운 책으로 기억될듯싶다. 굴욕은 개인적이지만 짧은 소견에 굴욕이라면 나라를 뺏겼던 대굴욕이나 산부인과 진료에서 느끼는 보편적인 굴욕이 있다. 지금 책속에 나열된 굴욕의 현장은 꼭 소설같다. 내가 겪은 굴욕은 새발의 피정도. 작가의 오래된 기억들이 폭우처럼 쏟아진 <똥 싸는 소리를 엿듣는>를 마지막으로 굴욕의 여정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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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8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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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슾속의서커스 #강지영 #자음과모음 #좀비아포칼립스 #서평단

유난히 좀비 좋아하는지라 대뜸 신청한 책이다. 지구의 종말 좀비떼가 나오면..딱히 뭐 방법이 있을까. 서커스에 온 걸 환영해주시니 기쁘게 들어가 본다.

초과가 소설과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동안, 세상은 치명타를 입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지 불과 3년 만에 새로운 유행병이 기승이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한국에서만 발병한 페인플루는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페인플루 탓인지 거리는 한산하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허기를 느낀 초과는 과일을 고르다 낯선 번호를 받는다. 유이 엄마다. 사실 유이는 제왕절개로 낳은 초과의 딸이다. 교환학생으로 온 미국 국적의 이석이 교제 3개월 만에 유이를 임신시키고 미국으로 달아났다. 서류상 부부라는 제시카가 나타나 유이를 데려간 것이 9년 전이다.

유이가 탈장 증세가 있어 수술을 하러 한국에 왔다고 한다. 제시카의 전화를 받고 앞으로 사흘 동안 어떻게든 피와 살을 불리기로 맘먹는다. 초과는 미역과 양지머리 이것저것을 사들고 엄마 숙영에게 간다. 삼 남매 중 맏이인 근대를 만난다. 오빠는 오랜 지병이 악화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왔다.

집에는 임신한 언니 초희까지 와 있다. 초희 남편은 페인플루에 감염된 모양이다. 엄마가 자는 초과를 깨운다. 밖엔 전경버스가 두 대나 있고, 곤봉으로 대가리 후려치고 있다. 곤봉에 맞은 남자는 차도로 도망치고 덤프트럭이 급정거한다. 초저녁부터 뒤엉켜있던 두 노인은 여전히 끌어안은 채 중얼거린다.

초과는 두 노인네가 목덜미를 물어뜯은 소린빼고 문단속을 한다. 윤재와의 영화관 데이트는 나가리된다. 초과의 소설과 지금의 사태에 흥분이 깃든 윤재는 지금 SNS에선 페인플루보단 어릿광대 증후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괴질의 정체가 좀비 바이러스라고 단정짓는 윤재는 필요한거 있냐고 묻는다.

좀비 세상이 와도 한 집에 삼 남매가 다 있으면 운 좋은 거 같은데, 엄마가 잔뜩 겁을 집어 먹자 초과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여기에 철딱서니 근대가 약속이 있다며 서른셋에 덕후질 하러 집을 나서자마자 두 노인네의 공격을 받는다. 엄마는 유이의 수술에 안 가도 지장이 없다고 꼼짝 말라고 한다.

집에서 가만히 안전하다면 좀비영화건 소설이건 재미가 있을까. 역시 사건이 일어나고, 주인공의 고난과 역경이 있어야 제 맛이다. 포기할 수 없어 떠나는 근대처럼 초과 또한 유이를 보러 가야만 하고, 엄마 역시 초희의 출산을 위해 집을 떠나야 한다. 과연 모두들 무사할 수 있을까?

어줍지 않게 누굴 도울려다가 동료가 위험하고, 엉뚱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게 좀비 장르의 국률일까.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가는데, 꼭 일을 만들어서 사단이 나고, 생사를 오고가는 비극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남의 불행이 내 행복은 아니더라도, 주연급 인물들의 개빡친 상황은 언제나 쫄깃하고 재밌다.

근대의 배낭 속엔 27분 15초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여신의 하루>를 담은 외장하드가 들어있다. 지저벨과 타라 멤버들은 코펠에 도착할 수 있을까, 윤재와 동행하는 초과는 새로운 사실에 놀란다. 윤재가 윤재가 아니었다. 그럼 대체 누구란 말인가.

좀비 사태가 일어난 배경과 종교단체 심명교, 백신의 항체를 가진 시험체의 행방불명, 정국은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혼란속에서 각자도생 살아남아야 한다.
세상이 미쳐가는데 일조하는 미친놈들이 권력을 희롱한다. 그와중에 근대 패거리같은 무리도 있다. 어쩜 지극히 정상인에 속한달까.

그리고 엄마는 강하다. 아니 위대하다. 더욱이 한국 엄마들은 특히..작가님의 가족 사진을 언급한 것처럼 소설은 가족이야기다. 소문듣고 공포영화 한 편 보고 왔는데 책이 더 재밌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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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지옥
김인정 지음 / 아작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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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지옥 #김인정 #아작 #서평단

동백을 자르는 두 개의 칼날..지옥이 다정해봐야 지옥 아닌가 싶고. 넘 궁금해서 신청한 책이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선화>
기생 난옥이 악명높은 저택에 드나든다. 오래 사는 것들과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을 난옥의 등에 옮겨 놓고 극락에 가 살련다며 사라지는 노인 육종득.
난옥을 선화라 부르는 유일한 사람 형완에게 난옥은 등을 보여주며 더러운 세상과 더불어 베어달라 청한하는데..핏빛 바다를 이룬 극락이라.

<화선>
동해 용궁에 속한 관원 설자유는 용왕녀에게 은 가위를 전하려 이승길에 오른다. 용왕녀는 자유가 왜 이승을 싫어 하는지 듣고 싶어 하고 자유는 해당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설자유는 괜스레 한사릉이 품고 있을 수백 가지 상념에 휘말리기 싫었는데..누구나 타인의 삶을 참견하는 것은 두려워 진다.

<권커니, 그대여 종일토록 취하시라>
강 건너 친우 진 아무개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랑이가 찢어지게 가난해 뱃삯으로 쓸 각전 한 푼이없다. 명문가였던 진씨 가문에 얽혀 강 선비 가문도 만신창이가 되지만 담담하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두고 간 옥매화와 술 한동이를 들고 진 아무개를 찾아가는데..우정은 알겠는데 애정은 없는가.

<누마의 여름>
태자 금필을 가엽게 여기는, 나국 최고의 사제 국통 누마는 군대의 출정 축복을 하는 자리에서 대차게 졸다 민망한 미래를 예지한다. 누마가 보고 들은 꿈은 언제나 그대로 이루어졌다. 예지몽으로 청여해가 불편하고 평정을 잃는다. 여해 역시 누마의 예지몽이 궁금한데..당주는 화주가 되어 찾아 올 것이다.

<화적>
막내뻘 중 헌오가 애지중지 피운 꽃에 사내가 칭찬을 한다. 헌오는 굳이 서양화를 가려다 심었는지 알까봐 긴장한다. 사실 헌오는 서향 아씨를 연모한다.
아씨를 연모한 조신이란 중얘기를 꺼낸 사내의 호의로 헌오는 서향 아씨를 만나 함께 하는데..이 모든것이 한여름밤의 꿈이던가.

<연화검, 혹은 흩날리는 티끌>
너구리는 얼룩덜룩한 여우구슬을 삼키고 신선이 되기 위해 꼬리는 큼직한 궁둥이에 몽당치마로 숨기고 아씨의 소쿠리가 된다. 아씨를 위해 사방팔방 천지를 돌며 거문노미, 요괴, 여우, 산적, 꼬마 등을 두루 만나며 연화감을 찾아 헤매는데..다사다난한 너구리는 연화검을 찾았을까.

<동백>
부모를 잃고, 끈목 일을 배운 혜령이 약한 몸을 이끌고 가게에 들어서자 여자들이 따뜻하게 맞아준다. 섬이네는 약부터 받아오라 하고, 약방을 찾은 혜령은 약사 아저씨에게 은혜를 갚고자 싸움에 끼어든다. 끈목집에서는 늙지 않는 약사 아저씨 소문이 도는데..정체모를 약사가 기억하는 한 혜령은 산 것이다.

<그리고 낙원까지>
유한채를 향해 검을 겨눈 연교는 지아비를 잃은 부인과 아이는 살려준다. 두 자루 검에 대한 풍문은 전설로 남는다. 이검귀의 하나뿐인 제자 설은 연교를 찾아 검을 배우러 갔던 어린 유설련이다. 설은 복수보다는 봉황인장을 지키고 싶은데..원수이자 스승과 제자는 서로 베라 하는구나.

장편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시대극인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다. <화선>만 특이한 줄 알았는데 <연화검, 혹은 흩날리는 티끌>도 꽤나 특이하다. 마지막 <그리고 낙원까지>는 그냥 영화 한 편이다. 한 편씩 읽어가면 재밌네를 연발했다.

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지만, 복수의 파멸과 연정에서 피어난 숭고한 사랑이 숨 막히도록 눈부시다. <다정한 지옥>의 주인공들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사랑 앞에서는 무모하리 만치 순수하다. 특히 <동백>의 혜령이 그렇다.

처음 뵙는 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아 찾아보니, 동양적, 서정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환상소설과 로맨스를 사랑한다고 한다. 판타지와 무협을 좋아하는 내게 읽는 즐거움을 준 책이라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몹시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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