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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지옥
김인정 지음 / 아작 / 2026년 4월
평점 :
#다정한지옥 #김인정 #아작 #서평단
동백을 자르는 두 개의 칼날..지옥이 다정해봐야 지옥 아닌가 싶고. 넘 궁금해서 신청한 책이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선화>
기생 난옥이 악명높은 저택에 드나든다. 오래 사는 것들과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을 난옥의 등에 옮겨 놓고 극락에 가 살련다며 사라지는 노인 육종득.
난옥을 선화라 부르는 유일한 사람 형완에게 난옥은 등을 보여주며 더러운 세상과 더불어 베어달라 청한하는데..핏빛 바다를 이룬 극락이라.
<화선>
동해 용궁에 속한 관원 설자유는 용왕녀에게 은 가위를 전하려 이승길에 오른다. 용왕녀는 자유가 왜 이승을 싫어 하는지 듣고 싶어 하고 자유는 해당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설자유는 괜스레 한사릉이 품고 있을 수백 가지 상념에 휘말리기 싫었는데..누구나 타인의 삶을 참견하는 것은 두려워 진다.
<권커니, 그대여 종일토록 취하시라>
강 건너 친우 진 아무개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랑이가 찢어지게 가난해 뱃삯으로 쓸 각전 한 푼이없다. 명문가였던 진씨 가문에 얽혀 강 선비 가문도 만신창이가 되지만 담담하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두고 간 옥매화와 술 한동이를 들고 진 아무개를 찾아가는데..우정은 알겠는데 애정은 없는가.
<누마의 여름>
태자 금필을 가엽게 여기는, 나국 최고의 사제 국통 누마는 군대의 출정 축복을 하는 자리에서 대차게 졸다 민망한 미래를 예지한다. 누마가 보고 들은 꿈은 언제나 그대로 이루어졌다. 예지몽으로 청여해가 불편하고 평정을 잃는다. 여해 역시 누마의 예지몽이 궁금한데..당주는 화주가 되어 찾아 올 것이다.
<화적>
막내뻘 중 헌오가 애지중지 피운 꽃에 사내가 칭찬을 한다. 헌오는 굳이 서양화를 가려다 심었는지 알까봐 긴장한다. 사실 헌오는 서향 아씨를 연모한다.
아씨를 연모한 조신이란 중얘기를 꺼낸 사내의 호의로 헌오는 서향 아씨를 만나 함께 하는데..이 모든것이 한여름밤의 꿈이던가.
<연화검, 혹은 흩날리는 티끌>
너구리는 얼룩덜룩한 여우구슬을 삼키고 신선이 되기 위해 꼬리는 큼직한 궁둥이에 몽당치마로 숨기고 아씨의 소쿠리가 된다. 아씨를 위해 사방팔방 천지를 돌며 거문노미, 요괴, 여우, 산적, 꼬마 등을 두루 만나며 연화감을 찾아 헤매는데..다사다난한 너구리는 연화검을 찾았을까.
<동백>
부모를 잃고, 끈목 일을 배운 혜령이 약한 몸을 이끌고 가게에 들어서자 여자들이 따뜻하게 맞아준다. 섬이네는 약부터 받아오라 하고, 약방을 찾은 혜령은 약사 아저씨에게 은혜를 갚고자 싸움에 끼어든다. 끈목집에서는 늙지 않는 약사 아저씨 소문이 도는데..정체모를 약사가 기억하는 한 혜령은 산 것이다.
<그리고 낙원까지>
유한채를 향해 검을 겨눈 연교는 지아비를 잃은 부인과 아이는 살려준다. 두 자루 검에 대한 풍문은 전설로 남는다. 이검귀의 하나뿐인 제자 설은 연교를 찾아 검을 배우러 갔던 어린 유설련이다. 설은 복수보다는 봉황인장을 지키고 싶은데..원수이자 스승과 제자는 서로 베라 하는구나.
장편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시대극인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다. <화선>만 특이한 줄 알았는데 <연화검, 혹은 흩날리는 티끌>도 꽤나 특이하다. 마지막 <그리고 낙원까지>는 그냥 영화 한 편이다. 한 편씩 읽어가면 재밌네를 연발했다.
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지만, 복수의 파멸과 연정에서 피어난 숭고한 사랑이 숨 막히도록 눈부시다. <다정한 지옥>의 주인공들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사랑 앞에서는 무모하리 만치 순수하다. 특히 <동백>의 혜령이 그렇다.
처음 뵙는 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아 찾아보니, 동양적, 서정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환상소설과 로맨스를 사랑한다고 한다. 판타지와 무협을 좋아하는 내게 읽는 즐거움을 준 책이라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몹시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