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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8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평점 :
#어두운슾속의서커스 #강지영 #자음과모음 #좀비아포칼립스 #서평단
유난히 좀비 좋아하는지라 대뜸 신청한 책이다. 지구의 종말 좀비떼가 나오면..딱히 뭐 방법이 있을까. 서커스에 온 걸 환영해주시니 기쁘게 들어가 본다.
초과가 소설과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동안, 세상은 치명타를 입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지 불과 3년 만에 새로운 유행병이 기승이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한국에서만 발병한 페인플루는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페인플루 탓인지 거리는 한산하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허기를 느낀 초과는 과일을 고르다 낯선 번호를 받는다. 유이 엄마다. 사실 유이는 제왕절개로 낳은 초과의 딸이다. 교환학생으로 온 미국 국적의 이석이 교제 3개월 만에 유이를 임신시키고 미국으로 달아났다. 서류상 부부라는 제시카가 나타나 유이를 데려간 것이 9년 전이다.
유이가 탈장 증세가 있어 수술을 하러 한국에 왔다고 한다. 제시카의 전화를 받고 앞으로 사흘 동안 어떻게든 피와 살을 불리기로 맘먹는다. 초과는 미역과 양지머리 이것저것을 사들고 엄마 숙영에게 간다. 삼 남매 중 맏이인 근대를 만난다. 오빠는 오랜 지병이 악화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왔다.
집에는 임신한 언니 초희까지 와 있다. 초희 남편은 페인플루에 감염된 모양이다. 엄마가 자는 초과를 깨운다. 밖엔 전경버스가 두 대나 있고, 곤봉으로 대가리 후려치고 있다. 곤봉에 맞은 남자는 차도로 도망치고 덤프트럭이 급정거한다. 초저녁부터 뒤엉켜있던 두 노인은 여전히 끌어안은 채 중얼거린다.
초과는 두 노인네가 목덜미를 물어뜯은 소린빼고 문단속을 한다. 윤재와의 영화관 데이트는 나가리된다. 초과의 소설과 지금의 사태에 흥분이 깃든 윤재는 지금 SNS에선 페인플루보단 어릿광대 증후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괴질의 정체가 좀비 바이러스라고 단정짓는 윤재는 필요한거 있냐고 묻는다.
좀비 세상이 와도 한 집에 삼 남매가 다 있으면 운 좋은 거 같은데, 엄마가 잔뜩 겁을 집어 먹자 초과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여기에 철딱서니 근대가 약속이 있다며 서른셋에 덕후질 하러 집을 나서자마자 두 노인네의 공격을 받는다. 엄마는 유이의 수술에 안 가도 지장이 없다고 꼼짝 말라고 한다.
집에서 가만히 안전하다면 좀비영화건 소설이건 재미가 있을까. 역시 사건이 일어나고, 주인공의 고난과 역경이 있어야 제 맛이다. 포기할 수 없어 떠나는 근대처럼 초과 또한 유이를 보러 가야만 하고, 엄마 역시 초희의 출산을 위해 집을 떠나야 한다. 과연 모두들 무사할 수 있을까?
어줍지 않게 누굴 도울려다가 동료가 위험하고, 엉뚱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게 좀비 장르의 국률일까.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가는데, 꼭 일을 만들어서 사단이 나고, 생사를 오고가는 비극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남의 불행이 내 행복은 아니더라도, 주연급 인물들의 개빡친 상황은 언제나 쫄깃하고 재밌다.
근대의 배낭 속엔 27분 15초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여신의 하루>를 담은 외장하드가 들어있다. 지저벨과 타라 멤버들은 코펠에 도착할 수 있을까, 윤재와 동행하는 초과는 새로운 사실에 놀란다. 윤재가 윤재가 아니었다. 그럼 대체 누구란 말인가.
좀비 사태가 일어난 배경과 종교단체 심명교, 백신의 항체를 가진 시험체의 행방불명, 정국은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혼란속에서 각자도생 살아남아야 한다.
세상이 미쳐가는데 일조하는 미친놈들이 권력을 희롱한다. 그와중에 근대 패거리같은 무리도 있다. 어쩜 지극히 정상인에 속한달까.
그리고 엄마는 강하다. 아니 위대하다. 더욱이 한국 엄마들은 특히..작가님의 가족 사진을 언급한 것처럼 소설은 가족이야기다. 소문듣고 공포영화 한 편 보고 왔는데 책이 더 재밌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