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ㅣ 고블 씬 북 시리즈
모래 지음 / 고블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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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모자를쓴여자 #모래 #고블 #서평단 #고블씬북

오컬트 호러 <드리머>로 알게 된 모래 작가님의 고블씬북 신간이다. 책표지도 초록초록 어떤 내용일지 초록빛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바이라마 출몰에 따른 전 국민 협조 요청 공문에 유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현상금이 6천원..마을을 벗어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바이라마를 어디서 찾는담? 일단은 공문을 호주머니에 숨겨놓는다.

유나는 바이라마보다 더 끔찍한 인간들틈에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이곳을 반드시 탈출할 것이다. 술집에 초록빛 모자를 눌러쓴 낯선 여자가 들어선다. 여위고 키가 큰 여자의 옷과 흰 천에는 검붉은 피얼룩이 엉겨 있다.

여자 떠돌이들은 보통 노파였는데 이 여자는 젊어 보인다. 형식과 미라는 이방인들에게 꼭 돈을 두 배로 불려 받는데 여자는 선선히 돈을 낸다. 술을 한 잔 받은 여자는 유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여자의 눈은 어디선가 본 눈 같다.

마을과 외부를 잇는 유일한 통로가 밴이다. 밴에서 내린 남자들이 홀을 가득 채우고 바깥세상의 소문을 전한다. 일주일 내내 한가한 술집이 밴이 오는 날에만 북적인다. 형식도 밴이 오는 날에는 목청을 높여 정부군 시절을 자랑한다.

형식이 유나를 팔아먹으려다 미라가 쓸모 있다는 걸 발견하고 주방일을 거들게 했다. 밴 운전사는 바이라마가 다시 나왔다는 소문을 전하다. 형식은 그따위 나무 괴물 요절을 낸다고 큰소리 친다. 마지막 군벌 병사가 떠나고 유나도 잠자리에 든다.

막 잠이 들었을 때쯤, 그 고요를 뚫고 들리는 소리에 칼을 들고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궁금한 유나는 낮에 도착한 여자 떠돌이의 방문이 열려있자 조용히 다가간다. 방 한복판에 떠돌이의 온몸에 초록색 핏줄이 소용돌이치며 돌고 있다.

군벌 병사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눈은 초점을 잃고 허공을 향하고 있다. 여자가 만면에 미소를 짓고 유나를 돌아본다. 여자는 점점 더 활짝 웃는..게 아니라입이 점점 커져서 얼굴을 절반으로 가른다. 얼굴이라 믿었던 곳에 열린 구멍, 무로 향하는 통로.

온몸의 피부가 스멀거리고 사지가 제멋대로 뒤틀린다. 순간 뭔가가 유나의 속에서 빛을 일으키며 폭발한다. 죽은 엄마와 개, 황홀감이 지글거리며 녹아내린다. 복수도 못 하고 죽나..유나는 힘을 끌어모아, 칼을 휘두른다. 여자는 유나에게 자매라 한다.

개쩐다. 영상으로 보고 싶다.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는 아마도..바이라마. 여기서 이야기가 딱 끊긴다. 그리고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는 마담O가 그냥 심심해서 쓴 소설이라고. 그 소설을 읽고 있는 석희는 인산에서 여자 옷을 판다.

새모이 마을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유나, <초록빛모자를 쓴 여자>소설을 읽고 완규를 떠올리는 석희.. 두 개의 이야기다. 두 편의 이야기에 공통적으로개가 나온다. 개아들을 위해 오래 살아야할텐데..

작가님이 이 이야기를 처음 쓴 시기가 군대가 변희수 하사를 거부하고 트랜드여성인 A씨의 여대 입학이 좌절되던 2020년 전후라고 한다.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를 쓴 마담O가 바로 트랜스여성이며 석희의 친구다.

사회파 SF로 장르를 타고 현실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괴물이란 무얼까? 나와 다르면 괴물일까? 편견과 잣대로 판단하는 눈이 괴물이고, 사회가 괴물이지 않을까 싶다. 자매님들의 세상은 자유롭고 행복하길..<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가 세상에 나와주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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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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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목욕시키는여자 #화바이룽 #서사원 #추리소설 #서평단

제목이 특이하다. 코끼리가 뜻하는 바가 뭔지 궁금해서 신청했는데 과연 뭘까? 대만 작가님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다.

제 발로 감옥에 들어간 이혼한 전남편이 먼저 면회를 와달라고 한다. 밍런이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굽히고 들어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정팡은 어쩌다 그가 자신을 떠올리게 된 건지 알고 싶다.

이 모든 이야기는 그 여름에 시작된다. 산속 관광을 온 밍런 가족. 프로그래머인 밍런은 운전기사만 자청했지, 차에서 일해야 한다고 한다. 정팡은 다른 여자가 생겼는지 입 밖으로 내뱉는다.

두 아이는 유황 냄새 피어오르는 분화구 쪽으로 달려간다. 밍런은 짜증을 내고 정팡도 아이들을 찾는 일이 시급해 입을 닫는다. 아이들은 싸늘한 공기를 감지하고 할아버지댁에 내려달라고 한다.

둘만 집으로 돌아온 정팡은 한시라도 빨리 진실을 들춰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밍런은 더 이상 아빠인 척, 남편인 척 살아갈 수 없다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라고.

밍런은 코끼리가 어쩌고 하는 개소리는 전부 고도의 거짓말이고, 속임수일 뿐이라 여긴다. 남편의 이혼 선언을 알리고, 시댁 어른들은 아들의 코끼리를 어떻게 처리하시려나 생각한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 팡언니에게 뒷조사를 의뢰한다. 동업자 안커도 만나본다. 결국엔 이혼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도 외도를 의심한다. 이혼 첫 날, 밍런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걸 빈 집에서 지켜본다.

정팡은 고향에 가는 건 생각만 해도 뒷걸음질이 쳐진다. 반신불구 식물인간이 된 아빠, 언젠가는 깨어날 거라고 믿는 엄마. 그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꼬박 돈을 부쳐야 한다.

집에가서 솔직하게 털어 놓아야하나 고민하는데 애니가 일자리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어긋나고, 경찰에게서 전화가 온다. 경찰서 조사실에서 남편이 살인을 인정했다고..피해자는 뤼지.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실 안다고 할 수 있다. 정팡이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 팡언니에게 의뢰했고, 그 단서를 쫓던 사람이 뤼지니까. 경찰은 이제 가족이 아니니까 진술서에 사인하고 귀가하라 한다.

경찰이 다녀갔는지 집안은 엉망이다. 잠시후 밍런이 집에 온다. 밍런은 바퀴벌레도 못 잡는 사람이다. 밍런의 작업실은 보안이 엄격하다. 그런 보안을 뚫고 뤼지가 나타나고 남편이 살해했다고..

뿐만아니라 드러나는 일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밍런 백과사전인 안커마저도 이해 못 하는 일이니 정팡은 더더욱 이해 할 수가 없다. 이미 코끼리를 꺼낸 밍런아닌가. 이해 못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번 거절당했다가 시작한 위 회장 돌봄일, 부모의 이혼에도 꿋꿋하게 귀여운 아이들 샤오위와 막내. 형 밍룬의 자살과 가족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밍런이 구치소에서 정팡을 부른 이유가..

경찰이 수색에서 못 찾은 걸 막내가 찾아낸다. 비밀을 여는 열쇠를 쫓는 정팡은 남편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안커와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 정팡은 이제 동변상련을 느낀다.

밍런의 비밀은 이제 정팡의 비밀이 된다. 아이들도 시부모도 모르는 상태로 두기로 한다. 그리고 하루 두 번의 장례..남편의 뜻에 따라 재스민을 피안으로 보낸다.

코끼리가 뜻하는 바는 뭘까. 부부간의 거리, 갈등, 말못할 비밀..코끼리를 집 삼아 살다보니 혼자만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던 밍런을 위해 정팡은 코끼리를 목욕시키듯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했다.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일이 정팡에게는 다시 살아갈 이유고, 희망일테니까. 또한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궁금증이 풀리니까 속이 시원하다. 다들 궁금해서 끝까지 놓지 못하고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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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의 너를 바꿀 수만 있다면
한새마 지음 / 한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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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의너를바꿀수만있다면 #한새마 #한끼 #별보리서평단 #추적스릴러

별보리님의 최애 작가 한새마 작가님의 신간 기념으로다 서평단 모집을 했다.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 운좋게 당첨되었다. 책표지가 너무 예쁜 책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그저 뛰는 게 좋았고,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움이 좋았던 열일곱 살, 청소년 육상 대회 예선전에서 무참히 나뒹굴고 만다. 곤죽이 된 채 병원에 실려 가 온갖 검사를 받고 척수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은 게 3년 전이다.

지금은 망할 놈의 숙취가 더 문제다. 양쪽 다리에 보조기를 차면 걸어 다닐 수는 있다. 집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덕에 근육 손실이 확실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고가의 비용 때문에 치료는 중단되었고 이제 고통만 남았다.

두 번의 자살 시도가 있었다. 부모님이 병원비로 다투는 걸 보고 차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그다음엔 커터 칼로 손목을 긋다 아파서 그만두었다. 자해 흔적이 들켜 수강은 24시간 감시받는 심리요양원에 강제 입원할 처지가 되었다.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심리 상담은 왜 받으라는건지..부모님 말을 못 믿는 수강은 그날로 방에 틀어박혀 있다. 엄마는 현서와 재호를 부르고 둘은 닫힌 방문 앞에서 머뭇대다가 돌아간다. 수강은 암막 커튼 사이로 돌아가는 현서를 지켜본다.

현서의 남자친구를 본 뒤로 모든 게 귀찮아지고, 근육 강화 보조제와 식사도 챙기지 않게 된다. 다시 걸려온 0123 번호는 현서의 스마트폰 번호였다. 링크를 확인하자 '캣박스 베타'라는 사이트로 연결이 된다. 그때 초대장이 날아온다.

주인장 아이디로 동영상이 올라오고..낡은 사무용 의자에 청 테이프로 결박당한 채 발버둥을 치고 있는 현서가 보인다. 고문에 가까운 폭행을 당한 현서 뒤에 늑대 가면을 쓴 자가 말한다. 가져오라고. 안 그러면 현서는 죽는다고. 경찰에 신고해도.

현서가 위험하다. 늑대 가면은 도대체 뭘 가져오라는 걸까? 육상 선수를 꿈꾸던 수강은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일 뿐이다. 첫사랑 현서를 구해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 집 밖은 위험하고, 집나오면 개고생이다. 고생끝에 낙이 오긴 하다만.

정신이 아찔해지는 통증 속에서도 12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가지고 오라는 게 무엇인지, 그걸 찾아 가져가야 할 장소가 어디인지, 납치범은 누구고, 수수께끼를 풀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몸도 성하지 않은 최악의 상황에서 수강은 해낼 수 있을까.

현서의 집을 찾아가서 화재와 부모님, 언니의 사망소식을 접한다. 방화로 추정한다니. 누가, 왜? 현재로서는 현서에겐 선택지가 수강이밖에 없다는 느낌이다. 현서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수강이는 드디어 뭘 찾아야 하는지 알아낸다.

미래의 내가 보내는 죽음의 카운트다운. 늑대 가면에게서 현서를 구해낼 수 있을까. 구해야만 한다. 현서를 구하는 일이 자신을 구하는 일이니까. 이 소설은 바디 소설이다. 읽는 내내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독자는 곧 수강이 되어있는 경험을 한다.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제목을 잘 지었다는 결론이다.
결말을 바꾸기 위한 12시간. 자살하려던 수강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온 힘을 다했던 우리의 주인공. 사지 멀쩡한 나는 반성과 함께 책을 덮었다.

그동안 한새마 작가님의 작품과는 결이 다른 또 다른 맛을 보았다. 20살의 청춘은 결코 병약한 몸에 지지 않는다. 꿈도 희망도 용기 앞에서는 꺼지지 않을 테니까. 타임슬립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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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토 - 1GB의 정의 ㅣ 로빈의 청소년 문학
딜게 귀네이 지음, 이난아 옮김 / 안녕로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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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토1GB의정의 #딜게귀네이 #AI법정 #인권감수성 #안녕로빈

<피욘_친구감시자>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또하나의 이야기니까 세트로 봐야 할까. 딜게 귀네이 작가님의 신간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한쪽은 아파트와 고층 빌딩이 우뚝 솟아 있고, 길 건너편은 낡고 구불구불하며 폐쇄적이다. 오렌지 구역은 그들만의 불문율이 존재해 감시하기 어렵다. 국가의 침묵이 무법 상태를 묵인한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된 자전거 가게는 오렌지 구역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도로 건너편 감시 카메라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스무 번째 카메라가 설치되기만 노리는 전문가 수준의 아이들.

최근 이 지역에서 갱단 싸움이 벌어지자 영구적인 오렌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재판에 출석한 목격자가 증언 마지막에 '오렌지 구역'을 강조한 것은 두 아이 싸움을 모른 척한 부끄러움 때문이다.

로봇 메토는 자신의 기억 아카이브가 백업과 보관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켰다고 진술했다. 그날의 기록은 판독 불가 상태고, 소년과 로봇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메토의 변호사 페르다가 메토는 광고 활동을 위해 제작된 딥루프 인플루언서 로봇으로 '절도'를 실행할 알고리즘 자체가 존재하지 않다고 한다. 반면 에템에게는 동종의 절도 전과가 있다고 한다.

에템의 변호사 불칸은 에템은 가게 직원이고, 근무 중이던 시간에 메토가 난입해 자전거를 훔쳤고, 이후 회사로 가져간 것은 증인 진술과 일치한다고 한다. 에템은 과거 범죄의 대해 처벌을 받았다고.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로봇 인플루언서 '메토' 아니면, 가난과 절망속에 침묵을 선택한 소년 '에템' AI 데이터가 절대적 기준이 된도시. 인간은 한낱 나약한 존재일까?

메토를 따르는 열성적인 팬덤 중 하나인 라일라는 메토사우루스가 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라일라는 새로 산 자전거를 메토의 소속사 건물 앞에 두고 '#내자전거는메토의자전거'라고 달아 업로드한다.

아내가 집을 나가겠다고 한 시기와 딸의 사춘기가 겹치면서 관계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자전거를 찾아온 아빠 알프는 라일라의 말에 감정이 터질 것 같다. 라일라는 메토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낸다.

레반 판사는 타인의 재산을 탈취하여 절도죄를 저지른 메토에게 소년원 수감 3개월을 선고한다. 또한 에템은 절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부족해 무죄다. 판결은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메토는 팬들이 자신을 구하러 올꺼라 믿는다. 로봇이 아니라 인간 아이돌인 양 건방지다. 새아빠 휘세인이 허락을 하자 에템은 아파트 계단실에서 나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메토가 구속되자 라일라의 아빠는 자신이 판단이 옳았다고 말해 라일라와 깊은 균열이 생긴다. 메토는 A75에서 사악한 환영 인사를 받는다. 미르 소년원장은 거래를 제안한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고.

사건의 진상이 궁금하긴 하다. 메토와 에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에템은 무죄에서 자유롭긴 한가. 메토의 1GB의 진실은 무엇일까. 메토가 로봇이라는 점만 빼면 그냥 청소년이다.

절친에겐 껍데기만 보여주고 메토에게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라일라. 자기밖에 모를것 같은 메토는 스파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환경 개선을 위해 거래한다. 왜 매번 로봇이 더 인간적인 것인지.

왜 인간은 로봇만도 못한 인격을 가진 것인지. 연민을 느끼는 로봇, 인간성을 상실한 청소년들..아니 범죄자들은 드디어 사고를 친다. 교도서에서 메토가 박살 났다는 소리를 들은 에템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소설은 정의란 무엇인가 묻는다. 자전거 절도 사건이라는 하나의 사건에 인간과 로봇이라는 용의자를 두고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한 아이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깨달음을 주는 소설이다. 비록 이벤트 정답은 틀렸지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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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인
정윈만 지음, 김소희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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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인 #정윈만 #빈페이지 #장국영 #서평단

장국영이 부른 <유심인>은 금지옥엽2 OST다. 읽기 전에 목차를 살펴봤다. 장국영의 노래와 영화제목으로 엮어낸 열 세편이다. 내게 장국영은 천녀유혼의 영채신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전에 영웅본색에서 이미 눈여겨 보았지만 말이다. 이후로도 장국영은 만인의 첫사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충격을 안겨줘서 지금까지도 내겐 만우절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날이다. 정윈만 작가님도 장국영이라는 우상을 기리는 마음에서 시작된 소설집이지만, 한 시절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홍콩이 지나온 시간에 대한 작가적인 시선을 담아내고 있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_춘하추동>
묘목이 버려지던 입춘, 누군가 이사를 하다 버리고 간 묘목은 화분을 뚫고 나와 소리 없이 흙을 움켜쥔다. 그리고 더 이상 작은 묘목이 아니라 자기만의 줄기와 그늘을 가진 어엿한 작은 나무가 된다. 초여름, 태풍이 닥치고 모든것이 강풍에 쓰러질때 견뎌낸 나무는 분노하듯 맹렬하게 자란다. 모두가 나무의 존재를 알아차릴때 점점 흉측하게 변해가는데..속이 텅 빈 채 커다란 구멍만 휑하니 남긴 나무는 한 시절의 홍콩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소시민들의 공허함을
들여다보는 통로가 된다.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는_회비연멸>
남편이 실종되었을 무렵, 고양이가 아프기 시작하고, 막 임신한 상태의 나는. 고양이 진료를 위해 연기가 자욱하게 깔린 거리로 나선다. 유 의사는 연기때문에 종양이 생긴건지도 모른다고 하는데..연기가 뒤덮은 도시는 혁명을 나타내고, 연기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삶을 스스로 돌보는 존재를 시사한다.

끊임없는 집안일과 요양원의 엄마에게 가져다 줄 음식을 하는 게 하루 일과인 나. 잠이 오지 않자 개와 산책길에 나서고.. 마주친 존재에게 분출되는 우울감을 다룬 <잠 못 드는 밤_무심수면>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엄마는 이웃 여자를 험담하고, 딸은 꽃향기의 출처를 찾는 <황금 가지와 옥 같은 잎_금지옥엽>은 둘 다, 여성들의 억압된 삶을 조명한다. 장국영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이기도 하다.
후반에 그밖의 다른 영화도 등장한다.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던 푼 아주머니. 아이들도 푼 아주머니가 좋은 사람인 걸 알고 있다. 푼 아주머니의 죽음은 충격으로 다가오는데..<당신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탓에_과니과분미려>역시 아파트 단지내의 보수적인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카우 아저씨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공중화장실에서 자신과 같은 회청색 러닝셔츠를 만난다. 최고로 운 좋은 날이라 여기는 카우 아저씨의 소소한 행복을 그린 <많은 걸 바라지 않아_무수요태다>

고양이를 핑계로 목 놓아 우는 부자. 배가 아프다고 감씨쥐는 아버지와 병원에 온 레이위가가 이상할 정도로 침착한 것은 아버지를 증오하기 때문이다. 열다섯 살의 방황을 그린 <뜨거운 에너지_대열>

장국영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의 우울까지 직면해야 한다는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을 <유심인_마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붙인 이유가 무릇 마음을 지닌 사라이라면 누구나 온갖 감정과 욕망을 품기 마련이고, 그것은 다시 억압과 표출을 낳기 때문이라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의 집필을 통해 우울증의 결말이 오직 죽음만이 아니라는 것을, 창작의 결실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가장 진실한 나 자신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고자 했고, 비로소 영혼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것이라고. 그래서 그런가 작품 의도가 느껴진다.

일상의 결을 집요하게 포착하되, 절제된 서사 속에 섬세한 문장을 채워 넣었다. 오늘의 홍콩이 겪고 있는 긴장과 균열을 감각적으로 기록했다. 변해버린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불안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번역가의 애쓴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작품으로 곱씹어 읽으면 더 좋을것 같다.

작가는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는>을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꼽는다.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은 좋은 날들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 담긴 작품이니 대표할만하다. 절반만 소개했는데, 나머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장국영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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