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명성아파트
무경 지음 / 래빗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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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명성아파트 #무경 #래빗홀 #서평단

시대극을 추리소설로 만드는 일가견이 뛰어나신 무경 작가님의 신간이다.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의 후속작을 내심 기다렸는데..이번 작품도 1939년의 명성아파트이라니 벌써 흥미진진하다. 그럼 무경 작가님을 믿고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일본 주인 마님에게 쫓겨난 입분은 손님에게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고 최연자라고 하는 새로운 마님을 따라 나선다. 1939년 7월 어느덧 반년이 지난다. 마님은 '명성아파트'라는 독신자아파트에 3층에 산다.
명성아파트는 2층부터 4층까지 한 층당 네 가구가 살고 1층은 공동으로 쓰는 공간이다. 아파트의 가운데가 텅 비어 천장까지 뚫려있다.

갑자기 손님이 찾아온다. 마님과 살면서 가장 놀란 건, 낯선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것이다. 늘 무언가 초조해하는 기색의 손님들..이번에도 나가있으라는 지시에 실망한 입분은 203호 작가님의 집에 간다. 작가는 자신이 최 여사 시중을 들었으면 수상한 사람도 마음껏 관찰하고 좋았을 거라며 셜록 홈즈라는 탐정에 대해 들려준다.

그 뒤 작가님이 들려준 홈즈이야기에 흠뻑 빠진다. 작가님은 지금 술김에 범죄극을 쓰겠다고 돈까지 받았는데 막상 떠오르지 않자 고민중이다. 입분의 한마디에 아이디어가 떠오른 작가는 타닥타닥 마구 타자기를 쳐댄다. 입문은 마님이 손님을 만날때 쓰는 모자가 탐정 홈즈의 모자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입분은 공용 응접실에서 402호 유진 언니를 만난다.

유진 언니는 마님이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묻는다. 사실 입분도 모른다. 산책길에 히로타 교수님과 동행한다. 작가님은 '최 여사'로, 히로타 교수님은 '가야마 여사로 부른다. 마님은 조선 사람에게는 '최연자'로 일본 사람에게는 '가야마 렌코'로 본인을 소개해서다.

입분은 명성아파트의 주인이 누군지 모른다. 유진 언니는 미우라 씨가 수상하다고 한다. 그 사람 몸에서 피 냄새가 났다고. 별관에는 관리인 우에다 씨가 머물렀는데 아파트 주민들은 우에다 씨에게 불만이 많다. 명성아파트는 겉보다기보다 이런저런 문제가 많았다. 전기문제에 물문제도 그렇고. 우에다 씨의 열쇠와 유진 언니의 은팔찌가 사라진다.

다음날 1층 응접실 냉장기 안에서 열쇠와 은팔찌가 발견된다. 범인은 도대체 누굴까? 명성아파트에서 영화 촬영이 시작되자 입분은 종종 구경한다. 마님의 지시도 있었고. 감독은 여주인공 자리가 비었다고 자꾸 마님의 의향을 묻는다. 조용하던 명성아파트가 어느새 왁자지껄해지고 영화에 관심을 가진다.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명성아파트를 배경으로 영화 촬영이 시작되면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갑자기 사건현장이 되어 버린 장소에서 용의자가 된 입주민들. 그리고 서로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불신, 열두 살 입분의 시선을 쫓다보면 어른들의 뒤얽힌 욕망과 비밀이 드러난다.

어린이 탐정 입분과 또래 윤기를 보면 요즘 아이들 못지않게 호기심과 용기가 있다. 아는 사람이 죽고 수상한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겁을 먹을텐데 말이다. 주인공 입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건이라 고아인 자신이 몸담을 곳을 찾아 두려움에 떨면서도 용기있게 말한다. 뛰어난 관찰과 기억력을 토대로 어른에게 거래를 할 만큼.

악당들 사이에서 입문은 탐정 자질이 엿보인다. 2차 세계대전 발발하기 직전의 이야기라 조금은 평화롭기까지 한 지금의 탐정 이야기라고 해도 거리감이 없다. 책표지의 명성아파트를 보는 맛도 있고 빠르게 읽혀 '아니 벌써'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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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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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붙게해주세요 #이로아 #미래인 #청소년소설 #서평단

우리가 흔히 장례식에 다녀오면 거기서 달고 온 잡귀가 있나싶어 팥이나 소금을 뿌린다. 그런데 귀신 붙게 해달라니..뭔가 사정이 있어 보인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윤나가 본격적으로 헤어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중학생 때였다. 엄마는 4년제 대학이 아니면 학비를 대 주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실기를 주로 본다는 4년제 대학의 미용학과를 가기 위해 미용학원을 등록하려는 윤나를 향해 엄마는 화를 낸다.

학교 여자 배구부가 있었을 당시 만들어졌다는 샤워실은 윤나 혼자서 돌리는 염색 공장이다. 학교에서 계도기간을 정하고 염색한 학생에게 벌점이 부과된다고 해서 바쁘다. 바람잡이들이 소문을 퍼트려줘서 윤나에게는 남는 장사다.

엄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용 학원에 등록하고 싶다. 윤나는 그동안 모은 용돈과 이번 염색 대란으로 벌어들인 돈을 합치면 된다. 국가 자격증 취득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생겼다. 이 정도면 엄마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반대는 말아야지 않나.

학교에서 조만간 복장 검사가 있을거라는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덕분에 윤나는 걸린게 없다. 재이는 짱구눈썹을 그리고 온 덕분에 학생부장에게 모두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다. 엎드려 있는 재이가 잠든줄 알았는데 훌쩍이는 소리다.

재이는 자초해 놓고 울기는..오늘만 참았어도 이런 모욕은 없었을텐데. 윤나는 재이의 등에서 눈을 뗄 수 없어 처음으로 말을 건다. 그렇게 3년 내내 재이의 눈썹을 그렸다. 재이는 자신과 평생 함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순고도 함께 갔다.

입학하자마자 반이 갈라지고 재이는 서툰 짱구 눈썹을 하고 윤아에게 좀처럼 시간을 내주시 않았다. 교내 동아리도 달라 학교에서 마주칠 일도 아예 없어졌다. 서운하기는 했지만 재이는 여전히 윤나를 좋아했고 그쯤은 윤나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재이 옆에는 현서가 있다. 영화 토론 동아리에서 만난 현서와 학년의 공식 커플로 소문난다. 재이랑 같은 학교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무시했지만 기순고는 레즈로 유명하다. 이후로 재이를 피하고 재이로부터의 연락도 끊긴다.

윤나는 재이가 여자 친구가 생긴 것도, 자신에게 소홀해진 것도, 죄다 불만이다. 이게 다 기순고에 와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재이는 SNS에서의 글을 보고 기순고에 끌렸다. 둘은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있음을 재이는 깨달았다.

재이는 그렇게 윤나와도 멀어지고, 재이를 겁장이라 부르는 현서와도 멀어진다. 한편 윤나는 도서관에서 '기초부터 배우는 강령술'이란 책을 찾아내 물질적인 커닝이 무리라면 영적인 커닝으로 가기로 한다.
야자가 부활되고 모두 학교에 발이 묶인다.

윤나는 미용 학원상담을 취소하고 결의를 다진다.
문제는 문제집 대신 강령술 책에 의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0년 전 죽은 전교 1등 백순지와 마주하게 된다. 기순고 지박령인 순지는 이미 윤나가 애들 염색해주는 것까지 다 알고있다.

한마디로 순지 귀신이 붙은 것이다. 전교 1등 귀신이라면 개꿀아닌가.. 윤나에게 소환된 순지로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거에 해소되지 못한 문제임을 일깨운다. 오래전 벌어졌던 소독이 치유라는 이름으로 되풀이 된다는 것을.

야자, 복장 단속 등 교칙이 강제적으로 생기고 아이들은 동요한다. 20년 전과 같은 일이 되풀이 된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인데..학교의 교칙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안전하고 현명한가? 학생의 인권은 20년 전과 어떻게 다른가.

요즘 중,고등학생은 야자가 뭔지 복장 검사가 뭔지 모르지 않을까 싶다. 약간은 시대에 어긋나 보인다.
갑자기 20년 전 교칙이 부활한다면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싶다. 자살은 커녕 교사와 학교를 고발하지 않을까.

어른들의 입장에서 지금의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더 똑똑하고 성숙하다고 본다. 전교 1등 귀신이 붙게 해달라고 빌지는 모르겠지만. 소원 빌고 받은 책인데 부끄러운 소원이 될 줄 몰랐다. 청소년들이 재밌게 읽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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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코믹스
프리키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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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코믹스 #프리키 #도서선물

도서협찬이 아니라 도서선물이다. 아무런 말씀도 없이 보내주신 책. 신간 소식을 듣고 또 언제 쓰셨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깜짝선물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은의 미로
이승에서 꽤 실력있는 수영선수였던 은은 수영 대회 요원으로 참여한 성은을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지고 조촐한 결혼식을 한다. 신혼여행으로 간 유원지에서 성은은 계곡에 빠져 죽는데..저승길에 만난 사신과의 계약으로 은과 성은은 전혀 다른 결말을 맞는다.

고독부
정부청사 '고독부'신설을 제안한 이계장의 기안서는 오늘도 거절당한다. 혜주는 망부석 같은 김 과장을 설득해서 고독부 문건을 총리님까지 올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데..조직 신설을 만드는 동안 정작 다 죽어나가고 고독부 워드 파일만이 계속 생성된다.

리얼 러버
퇴근과 동시에 뛰쳐나가는 정호는 제인을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다. 성인 AI 리얼돌 룸에 오랜 단골인 정호가 제인을 만난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그녀는 고밀도 AI칩이 내장되어 있는데..제인은 강인한 인간이 되려하는데 정호는 콩팥이 하나밖에 인간이 된다.

11편의 단편은 프리키 작가님의 특징인 기발하고 기이한 이야기들로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먼저든다. 하지만 잠시 그 특이한 단편이 보여주는 숨은 그림은 어쩜 일상적이고 평범할 수 있다. 그러니까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지어내는게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일,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작가님만의 세계로 재탄생시켰다고 하겠다.

<합체 가족>은 예외로 두겠다. 원인 불명의 F바이러스로 가족 구성원이 하나의 신체로 합체라니..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시는지. 정부기관 '스파이럴'도 난 왜 욕으로 읽히는지. 이런 재미가 책을 읽는 맛이 아닐까. 하드고어물이라 더 좋았다.

<부모뽑기방>에서의 아이 뽑기방이라니. 솔깃하다. 내용은 잔인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나오는 '삼숑'도 어찌나 반갑던지. 인류의 멸망 앞에서도 삼숑은 끄떡없겠지. 11살의 민석이 71살에 눈을 감을 지언정.

<초미의 괸심사>는 양다리에 콩가루 집안을 다루고 있다. 끔찍한 결말이 예상되면서 초미라는 인물에 비위가 거슬린다. 한 집만 파면 이런 사단이 나고 말테지만 이 집 남자들 유전일까.

영원히 정신병원에서 함께 해야 할 <싫은 부부>, 정체성 장애를 앓는 1인 5역의 <야수의 기억>, 한반도 가 지도에서 사라진다는데 <국가 소멸 한 시간 전 소개팅>, 아폴로 11호의 암스트롱이 만난 소련의 유리 가가린의 실체 <지구는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핵전쟁 이후 살점을 바치면 황금을 준다는 사마귀 남자의 제안 <굶고 있는 가족에게 내 살점을 바친다>까지 은으로 시작한 단편은 은의 이야기로 끝난다. 호러, SF, 공포, 미스터, 스릴러가 한 권에 다 들어있다. 다양하고 기이한 세계를 맛보고 싶다면 프리키 작가님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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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재판의 변호인
기미노 아라타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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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재판의변호인 #기미노아라타 #톰캣 #서평단
#본격미스터리

제 2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히든카드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기미노 아리타 작가님은 정신과 전문의다. 요즘은 본업과 상관없이 글들을 너무 잘쓰시는게 아닌가. 전업작가들은 어쩌라고 쓸데없는 걱정을 해보며 책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재작년인 1555년 겨울에 고향을 떠난 로젠과 리리의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때로는 폐허에서 노숙하고, 마을을 찾아 며칠이나 걷기도 했다. 짐승이나 강도에게 습격당한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로젠은 이 아이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소녀는 신기하리만치 직감이 뛰어났다. 상대방 이야기에 섞인 거짓말을 꿰둟어 보았고, 위험이 닥쳐오면얼른 알아차렸다. 리리의 직감 덕분에 목숨을 구한 적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리리의 직감이 어디서 유래됐는지는 짐작이 갔다.

목적지인 마을에 당도하자 마녀재판 중이다. 로젠이 리리와 여행을 떠난 이후 마녀재판을 마주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톨릭과 루터파가 화의를 맺은 만큼 다시 마녀에게 공세를 돌리는 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지만 마녀재판이 활발해지고 있다.

로젠은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에른스트 대학교의 전직 법학교수다. 마을 촌장 모그는 부디 마녀를 심판해 달라고 한다. 아인슈타인령의 통치자인 기욤 글란 아인슈타인 후작의 차남인 란드센 영주가 두 사람을 맞이한다.

마녀가 세 명을 죽였다고 한다. 첨탑에 갇힌 마녀는 앤. 리리는 눈앞의 여성은 화형을 당해야 할 죄인이 아니라고 이미 확신한다. 란드센은 전 사법관 부부와 물레방앗간 관리인이 죽었다고 한다. 신탁사 코펠의 해석에 로젠이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것은 앤의 어머니가 마녀로 처형당했다는 편견에서 시작된 것이다. 앤의 어머니가 만진 아기가 열이 나고 죽었다는 이유로 고발당하고 이변없이 유죄 판결을 내려졌다. 또 마녀의 업이 어머니에게서 딸로 이어진다는 소문이 빠르게 구금된 거였다.

사람들의 증언도 그냥 앤이 마녀이길 바란게 아닐까. 심문과 재판은 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로젠은 말한다. 로젠과 리리는 빈약한 물증과 비논리적인 증언, 명백한 모순이 눈에 띄었지만 무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앤은 마술을 사용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발 당했다.
쟁점은 앤이 마술을 사용했는지, 아닌지를 밝히는 거다. 하지만 어떻게 구별한단 말인가. 결국 끔찍한 고문을 받아 자백한 후에 화형을 당할 공산이 높다. 앤을 마녀라고 단정한 자들에게 앤의 결백을 납득시킬수 있을까.

로젠의 마녀재판 경험은 사랑하는 엘레나가 마녀로 고발당해 변호했다. 사법 당국의 압력과 책략에 빠져 결국 처형되었다. 그 일로 사표를 내고 리리와 도시를 떠났다. 연인을 잊기 위한 시간은 후회로 갈수록 그곳으로 되돌아갔다.

이번에야말로 무죄를 증명하는게 엘레나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앤이 구금된 상태에서 집 열 채에 주술이 사용되었다. 코펠의 예언은 맞긴 한건가? 천상의 목소리는 커녕 악마의 속삭임은 아니고? 성 메니니누무스를 너무 남발하는거 아닌가 싶다.

로젠은 수호성신을 절대시하는 마을에서 오직 논리만으로 앤의 무죄를 입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로젠은 이 어려운 임무를 성공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마녀재판이 본격 미스터리의 불가능 범죄는 완벽한 특수설정 미스터리답게 완벽하게 끝난다.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다. 오늘 죽기 딱 좋은 날이네..나만 떠올랐을까. 16세기의 마녀재판이 눈앞에 펼쳐지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독자들이 선택하기 딱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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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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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게 #정영욱 #부크럼 #도서협찬 #에세이추천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잘잘잘의 작가님 신작 서평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읽다가 내 생각에 빠져드는 거 아닌가..였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손에 놀아 나는데 반면 산문은 매번 내 기억을 끄집어 내고 헤쳐 놓는다. 좋은 기억이건 슬픈 기억이건. 분명 작가님의 이야기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산문이 주는 맛은 맵고, 달고, 쓰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작가님의 글에서 위로받고 감동받은 애독자 들은 생각할 것이다. 내 얘기 같고, 내 얘기는 아니지만 공감가는 이야기들에서 밑줄 긋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을수록 이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구나..또는 아픔도 진솔하게 고백해서 내가 힐링받는구나하고.

예를들면, 어릴적 친구의 다마고치를 훔쳤던 일, 좀도둑처럼 무언가를 훔치고 들키면 수습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여겨져 더는 남의 것에 손대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훔치는 작가가 되고 만것이 아닌가. 그리고 기억으로 남은 아버지의 훈육, 만약에 본인에게 가해진 폭력이었다면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지금은 '사랑의 매'라는 존재 자체가 용납이 안되는 세상이다.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이라 불리며 애틋한 감정으로 재해석되는걸 봤다. 포장되고 관대해진 추억도 조작된 기억도 상실 앞에서는 어쩔수가 없더라. 아니라고,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고 해봐야 이미 없는 사람을 나무라기보다 그 기억을 간직한 사람을 모욕하는거 같아서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만큼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이 또 있을까. 그러니 기다림도 클수밖에 없다고 본다. 미련은 미련맞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는 정말 어떤 인물이었을까. 세상의 반은 부정, 나머지 반은 환멸인 사람. 또 그럴수 밖에 없다고 본다. 주변에서 발생했던 일들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수에게 애정은 네네와 치킨이라는 고양이뿐인가. 아니다. 수와의 만남, 사랑은 특별해보인다. 일단 사람이 특별하니까. 박멸에 동참하기로 하고 왁싱을 선택하거나, 귀가길 전화를 받아주는 일. 쉬운것 같지만 쉬운일이 아니다. 연민과 다정을 품게 하고 홀연히 날아가 버린 무책임한 사람에게.
언어를 해독해야 하고 표현을 해석해야 알 수 있는 수다. 수는 왜 끝끝내 자신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출간된 에세이 중에서 가장 사적인 기록이 아닌가 본다. 사람과 삶과 사랑의 이해를 향한 회고록으로 이해받지 못했던 사람을 향해 오직 이해했던 단 한사람의 기록이 아닐까. 수 뿐만아니라 죽음과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오었던 비, 비도 독특하다. 선물은 써야 한다던. 그래서 비의 말처럼 써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 그것이 바로 사랑이고 글이 되어 산문의 시작점이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닮아가던 비. 사랑을 하면 그를 닳는다. 아니, 사랑을 하면 내가 닳는 것이다.

비의 이야기는 내게 버겁다. 질투를 유발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다. 요즘 세대의 자유분방함에 당황스럽다. 사랑과 다정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추락해 갈때쯤 손을 내밀어 준 구원. 원이다. 산문의 제목이 구원인걸 보면 사실상 주인공이 원인가 싶다. 사랑과 비극을 동시에 꿈꾸는 얄팍한 심경을 결핍이나 우울로 치부하지 않을 사람, '안녕을 바란다'는 문장을 시작의 의미로 해석해 줄 사람. 그래서 편지를 받고 슬프다는 원에게 사랑에 빠진다.

원의 이야기는 책으로 확인하기 바란다. 다 알려주면 재미없으니까. 딱히 반전은 없다. 아버지의 훈육으로 느꼈던 작가님의 아버지. 뺨을 맞았다는 대목에서 갑자기 화가 났다. 가난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은 마음이 가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믿음..속상하다. 부모님과 지인들의 이야기가 사랑이야기보다 더 와닿는다. 이번 산문에서 사랑은 그럭저럭 공감했다고 해야할까. 참고로 나는 60대다.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세상에 그 사람이 없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진다. 목숨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 난 이걸 사랑이라고 여기고 산다. 젊은 사람들의 연애관, 가치관은 존중한다. 구원에게 보내는 정영욱 작가님의 신간을 통해 이 시댕디 사랑법을 또 배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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