죔레는 거기에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30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김보국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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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거기에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노벨문학상 #은행잎3기 #은행잎서재

은행잎 3기의 희망도서는 <죔레는 거기에>를 선택했다. 사실 <노바디스 걸>도 궁금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이 더 끌렸다고나 할까. 그럼
"크러스너호르커이의 가장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소설"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어느 날 문득 산꼭대기에서 노견 죔레와 살고 있는 카다 요제프에게 손님이 방문한다. 그들은 그를 찾아다니며 도서관과 문서보관소, 중고서적상들을 뒤졌고, 가계도와 문장을 샅샅이 훑고 추적하며 사냥하듯 탐색해 결국 찾아낸 것이라 한다. 이제 부터 섬길 것이라는 말에 그는 섬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각자 누군지 묻자 한 사람은 전기 관련 기술자라 하고, 다른 이는 기타를 치는 유랑 가수였으며, 세 번째는 자동차 도장공, 네 번째는 토종 종마의 사육사였으며, 그밖에도 말단 경찰 한 명, 고문 회계사 한 명, 퇴역 원사 한 명과 전직 교사 한 명도 있었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그를 위해 무언가를 행할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은 떠나지 않겠다고 한다.

그들은 잡초가 남아있다는 말에 네 귀퉁이의 잡초를 말끔히 정리하고 그들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세번째 방문에서 그는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느껴 솔직해지기로 한다. 올해 아흔두 살이 된 그는 열두 해 전에 세상을 떠난 아내도 사실을 몰랐다며 자신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지금까지 그 결정을 지켜왔다고 전한다.

신분을 숨기고 전기 기술과 농업 기계 기술을 익혀 기술자로서 신성한 헝가리 조국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폐하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고, 요지 아저씨라고 하라며 네 귀퉁이들을 정리해준 데 대한 감사표시를 한다. 또한 당신들이 발견한 사실은 일곱 겹으로 봉인된 비밀로 남아야 하고, 부탁한 것을 받아들이고 반드시 지켜달라고 한다.

요지 아저씨의 더 이상 불을 때지 않겠다는 말에 이해는 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자, 이때 요지 아저씨는 더 이상 오지말라고 소리친다. 그날 그들은 그렇게 돌아간다. 그들은 매주 한 번씩 찾아왔고, 그는 서서히 그들의 이름을 연결하여 누가 누군지 알기 시작했는데, 덩치 큰 청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맨 처음이었다.

요지는 사실 칭키즈 칸의 손자의 손자다. 750년 동안 자신들이 누군지 철저히 숨긴 채로 아버지들은 아들들에게 오직 죽는 순간에만 그 비밀을 전해주었고, 이 모든 일이 이렇게 모든 사람으로부터 숨겨진 채 이루어진 것은 필요한 경우 왕위 계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더러운 합스부르크 사람들 때문에 그리고 조국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제는 분명히 정리해야 할 때이기에 청원서를 통해 실제로 실행에 옮겼고 지금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번 방문에 역사학자 두 사람도 합류했는데 요지 아저씨를 2년 뒤가 아니라 즉시 합당한 자리에 모셔야 하기 때문이라 한다.

요지 아저씨는 750여 년 동안 비밀리에 이어진 헝가리 왕가의 혈통을 가진 자라고 여기지만, 어쩌면 순수하다고도 할 수 있는 여염집 노인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딸 아그네시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지만 분노만 남은 고독한 노인네다. 오직 노견 죔레에 이어 영원한 죔레가 곁에 있을 뿐이다.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집단들이 그를 찾으면서 지금까지 전혀 다른 삶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신랄하고 농익은 유머가 숨어있다. 요지 아저씨는 왕좌에 앉을수 있을까. 열정은 가득하지만 체력적으로 많이 딸리는 것 같은데..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느끼는 모욕은 두개골의 상처를 악화시킨다.

요지 아저씨의 에텔커 사랑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주변 인물 예뇌, 히르냐크를 보는 것은 즐겁다. 7인의 의인들에게 닥친 가혹한 처벌과 반란의 수괴가 된
노인, 강제 이별하게된 죔레의 이야기에서 다카 요제프가 가상의 인물이 아닌 점, 98세에 생을 마감한 점으로 소설속 마지막 장면이 마지막이 아니길..

작가의 책이 난해하다는 평가라 진도빼기 힘들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헝가리어를 사랑하는 번역가님의 힘이 아닌가 본다. 희망도서의 선택에 만족하며 이 작품이 전통적인 의미로 소설로서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언급된 적도 있다니 부디 작품활동을 계속 하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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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화형 법정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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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든화형법정 #사카키바야시메이 #블루홀식스 #서평단

근래에 마녀가 나오는 책을 자주 읽는 느낌이다. 마녀는 화형에 처해지기 마련이고 독이 든 화형 법정이라면..넘 궁금해진다. 그럼 바로 확인해 보겠다.

마녀가 처음 사람들 앞에 나타난 건 불과 십여 년 전이다. 수많은 국가를 휩쓴 비극적인 전쟁의 폭풍이 지나가고 새시대가 시작될 거라는 기대감이 자리 잡
고 있을 시기. 빗자루를 타고 이능력을 구사하는 이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갖 추측이 세간을 떠돌았지만 결국 마녀의 힘은 정체 불명이었다. 이 초월적이고 언뜻 우화적이기까지 한 능력을 지닌 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때 마녀 범죄가 한 건 발생한다. 빗자루를 타고 나타난 마녀가 권총으로 사람을 쐈다.

마법을 써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마녀. 이 나라의 법이 마법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한 심판할 수 없다.
마법을 구사한 범죄는, 법으로 심판할 수 없고 마녀는 무죄를 판결 받는다. 이 판결이 범죄 그 자체보다 사람들의 공포를 키운다.

결국 왕국 의회는 형법에 특별 조항을 신설해 마녀 범죄에 맞서기로 한다. 화형 법정이란 마녀를 단속하는 사법 조직의 명칭이자, 마녀가 출몰한 지역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특별 법정을 가리킨다.
마녀로 단정된 자는 화형에 처해진다.

그리고 지금 화형 법정이 열리려 한다. 액턴 벨 컬러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 해럴드 베너블즈 가의 저택에 침입해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컬러. 이곳은 법정 같지만 법정이 아니다.

판사가 없고 재판은 화형 심문관 오페라 가스톨이 주도한다. 목격자들은 모두 컬러를 지목한다. 피고인이 마녀라는 사실이 차근차근 입증되고 있고 앨리스 카슨만이 우울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컬러를 도와주고 친구가 된 앨리스다.

앨리스의 엄마 메리다의 눈물어린 호소가 있고, 범죄 수사과 스텔라 바이콘 경감은 빈방에 침입할 방법은 오직 비행뿐이라며 피고인이 마녀임을 확정이라도 하려는 찰나 변호인 독양이 나타난다. 사적 용무 때문에 늦었다며 전력을 다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바이콘 경감의 증언에 도발한다. 제삼자 다레카의 등장에 위증이라는 오페라. 독양은 '빅토고 규칙'을 언급한다. 마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현대판 마도서다.

"제1장 비행.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날 수 있다. 제2장 변신. 마녀는 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다. 제3장 감응. 마녀는 타인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다."

독양의 논증은 무죄를 입증할 수 있을까. 오페라 심문관도 만만치 않다. 마지막 증인이 판을 깬다. 우정과 용기로. 마녀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화형 법정은 막을 내린다. 두 소녀에게 평온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독양은 <마녀 재판의 변호인>이 떠오른다.

컬러 재판 직전에 불쑥 나타난 수상한 독양. 그리고 마녀 고양이. 익명의 조력자 검은 후드. 앨리스 앞에 나타난 세 명의 마녀들. 마녀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외로 많을지도 모른다. 동맹을 맺으며 동지애를 느낀다.

시의원 살해 사건이 일어나고, 또 독양이 변호를 맡는다. 궤변을 늘어놓는 듯 하지만 논리적으로 상대를 납득시킨다. 번번이 당하는 오페라가 가여울 정도다. 하지만 사건과 관련이 있든 없든 무조건 화형에 처하려 한다. 재판은 최악의 결과로 끝난다.

'불'의 화형 심문관과 '독'한 변호인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지옥의 법정이 세 번 등장한다. 판타지적 요소와 논리적인 미스터리가 어우러진 특수 설정 본격 미스터리다. 마녀인지 아닌지가 중요할 뿐 범인은 관심도 없는 재판에 삽화와 도면이 삽입되어 있다.

독자를 즐겁게 하는 요소를 넣어 수수께끼를 풀면서 공정한 추리로 인도한다. 화형 법정이 마녀 재판과 다른점은 변호사가 있다는 점. 역시 범인은..충격적인 반전은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든다. 마녀의 치유 능력에 희망을 품어 보면서 작별이 아닌 예고편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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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A 그리고 좀비 - 제9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배예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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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A그리고좀비 #배예람 #최정원 #성재하 #담장 #황금가지

제9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이다. 여기서 ZA문학 공모전은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를 소재로 한 장르 문학 공모전이다. 수상작인 <엄마A 그리고 좀비>를 쓰신 배예람 작가님은 <소름이 돋는다>에서 호러 예찬을 했는데 이번엔 좀비다. 호러만큼이나 좀비물도 무진장 좋아하는 내가 참을 수 없지..

엄마A 그리고 좀비_배예람
평생 서울을 동경한 엄마는 서울살이를 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고 서울에 가면 남산에 꼭 가겠노라 중얼거렸다. 재난 발생 삼 주가 지나서야 찾은 엄마는 세 조각으로 찢어진 좀비가 되었고 평생 남산 노래를 불렀지만 가보지도 못하고 죽은 엄마 A를 등산용 백팩에 넣고 남산을 향하는데..읽는 내내 가슴 뭉클해지는 좀비 엄마와 딸 이야기.

기항지_최정원
며느리를 들이자마자 대갓집 마나님 흉내를 내는 시모와 서방을, 이 근방 사람들은 그 근본을 알고 어느 부모도 딸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두 해 전에 반죽음이 된 채로 바닷가에 밀려와 자기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새댁이 임신한 몸으로 종살이를 한다. 서방은 양인에게 물리는데..일제강점기의 좀비떼에서 생명을 품은 여인의 투쟁기.

식귀_성재하
열 살 위 누나는 내 롤모델이었다. 가끔 어깨에 손을 얹고 말하던 누나를 떠올리며 노력했다. 지금 누나가 폭식을 하는건 퇴사와 파혼을 겪어서다. 격려해주던 어린 시절의 누나는 날 비웃고 있다. 나도 누나가 실망스럽다. 블라우스를 이빨로 뜯고 있는 누나를 보고 초연이 했던 말이 떠오른데..사람을 먹고 싶어하는 걸신들린 식귀와 싸우는 성진과 초연 이야기.

그날, 동좀하초 재배실에서_담장
좀비들의 몸에 의도적으로 동충하초 균을 집어넣으면 그들은 좀비의 부패한 내장들을 파먹고 영양분을 얻는다. 그들은 좀비의 뇌를 조정하지 않는다. 대신 좀비의 팔다리를 대신 움직인다. 좀비는 그저 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좀비들을 잡아다가 보약해 먹으려 하는데...좀비 재활용 회사 R사 직원 은진과 수애 이야기.

좀비가 된 엄마와 딸의 이야기도, 조선시대의 좀비가 된 남편과 며느리 이야기, 식귀가 된 좀비와 어린 무당 이야기, 좀비가 약재가 되는 세상의 이야기까지 각각의 특색있는 작품들이라 다 재밌다. 좀비로 인한 인류 멸망을 그린 좀비 아포칼립스라 좀비가 창궐하는 세상은 삭막하고 건조하기만 할까 했는데..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좀비하면 워킹데드지만 한국판 좀비 이야기는 우리만의 색깔이 있어 좋았다. 동좀하초는 제목도 그렇고 기발한 상상력이다. 기항지는 밝은 눈으로 그런 잡것들과 보낸 세월에 비해 끝이 아쉽다.

ZA 문학 공모전 작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간이었다. 좀비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잔인하거나 충격적인 장면 없이 좀비의 특성은 잘 살린 소설이라 즐겁게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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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다커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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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다커 #앨리스피니 #밝은세상 #스릴러추천 #미스터리소설

작가님 신간을 마냥 기다렸다. 넷플릭스에서 <그의 이야기 & 그녀의 이야기>를 봐서 그런가 기다림은 기대감으로 크다. <가위바위보> 역시 드라마로 확정이라 반전 스릴러를 스크린으로 만나길 기대해본다. <데이지 다커>도 혹시..책으로 먼저 만나는 기쁨을 누려보면서 그럼 들어가 보겠다.

엄마 뱃속에서 꺼꾸로 있을때 엄마를 택했고 푸르스름한 피부색을 보고도 의사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그저 난산 탓이려니 했다. 다섯 번째 생일에는 두 번째 생의 중대한 위기를 겪고 언니 로즈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끝장났을 것이다. 심장이 온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데이지 다커는 그때 처음 깨닫는다. 의사들은 열다섯 살을 넘기지 못할거라 말하고, 하루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해 약을 열심히 복용해 현재 스물아홉. 자주 죽음을 목전에 두었던 만큼 최선을 다해 주어진 운명을 바꾸고자 다짐하고 결국 소기의 목표를 거둔다.

할머니는 가족 유일하게 무조건적 사랑을 베풀어왔고 한결같다. 할머니는 데이지 다커가 주인공인 그림동화책을 쓰기도 했는데 부모님과 로즈, 릴리 언니들의 관심사는 저작권료에 있다. <데이지 다커의 작은 비밀>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다. 땅끝마을 유명 점술가는 할머니가 여든 살을 넘기지 못할 거라 예언했는데 내일이 핼러원이자 할머니의 여든 번째 생일이다. 할머니가 '시글라스'로 가족 모두를 초대했고 10년 전 로즈의 결혼식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할머니의 집 시글라스는
가장 행복하고 슬픈 기억이 남아있다.

점술가의 예언처럼 할머니는 여든을 넘기지 못할까? <데이지 다커의 작은 비밀>이라는 책은 가족을 영원히 바꿔놓을 수 있는 일종의 예언서다. 데이지 다커에겐 비밀이 있고, 이제 그 비밀을 공유할 때가 되었다. 오늘 시글라스로 향하는 데이지의 발길이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진다. 시글라스는 바닷물이 차 있는 만조에는 세상과 단절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라색과 분홍색 차림의 할머니가 반겨준다. 시글라스에 오면 언제나 벽에 걸린 시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복도에 걸린 무려 여든 개의 시계. 잠시 후 만조가 되면 이 집은 여덟 시간 동안 세상과 단절된다.

이혼한 아빠와 로즈, 엄마와 릴리, 조카 트릭시가 모두 도착한다. 할머니는 모두 타임카드를 찍으라고 한다. 할머니의 생일을 망각하고 서로 으르렁댄다. 할머니는 유언장을 공개하며 흔쾌히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한다. 할머니는 재산을 모두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집은 트릭시에게 남겼다. 할머니는 가족의 앞날을 위해 무엇을 남기고 떠나야 할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고 그대로 했을 뿐이다. 데이지가 어릴적 짝사랑 하던 코너가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온다. 모두가 잠이 든 시간 비명소리가 들리고 할머니는 바닥에 쓰러져 숨져있다.

사고일까, 살인일까? 주방 벽의 칠판에 시가 적혀있다. 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쓴 글이 분명하다. 전날 유언장 만큼이나 충격적인 글은 모두를 경악하게 한다. 데이지 다커의 가족들은 거짓으로 긴 세월을 허비했으니 죽기 전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핼러원의 장난이 아니다. 예언된 죽음인가. 그럼 할머니는 누군가의 둔기에 맞아 죽을 운명이었던 걸까? 딱히 할머니를 죽여서 이득을 볼 사람은 없다. 그럼 원한관계에 의한 타살이란 말인가. 범인은 누굴까?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떠오른다.

시글라스로 초대되어 온 손님들. 그리고 벽에 적힌 시와 죽음. 범인은 섬 안에 함께 있는 누군가다. 할머니의 시체가 없어지고 아빠가 독이 든 술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된다. 시에 적힌 예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 과연 나머지 가족은 무사할까? 세자매들의 과거는 전쟁같은 질투로 얼룩져있다. 간조까지 살아남아 있는 사람은 누굴까? 살아남은 자가 범인이라고 봐야하는데..잔혹한 가족사를 둘러싼 스릴러는 한시도 눈을 떨 수가 없다. 예상치 못한 반전을 좋아하는데 이런..앨리니 피니는 역시 반전의 여왕답다. 진실찾기 게임의 일가견이 있는 작가님의 신작 너무 맘에 든다. 책표지도 다시보니 모든게 정확하게 함축되어 있다.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의미. 당신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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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얼굴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최고은 옮김 / 반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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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얼굴 #사쿠라다도모야 #오팬하우스 #서평단

이번 책은 2026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025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2026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해 3관왕을 석권한 책이다. 요네자와 호노부, 온다 리쿠가 극찬한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야간 근무를 하고 돌아온 아내가 누운지 불과 15분전 히노는 변사체가 발견 됐다는 호출 전화에 모닝커피를 포기한다. 중학생 딸의 도시락도 싸주기로 했는데..카페인과 아내의 기분 모두를 챙기지 못한 채 집을 나선다.

히노가 도착하자 이리에가 달려와 현장으로 안내한다. 계곡 바닥을 향해 엎드린 자세의 변사체 시신은 속옷만 걸친 차림으로 신발도 신지 않았다. 신원을 특정할 수 없을 것 같은 특징이 바로 얼굴이 뭉개져 있기 때문이란다.

검시관이 도착하고 머리나 안면에 입은 타격 중 하나가 치명상이고 손목 절단까지 포함해서 현장은 다른곳이고 유기된 것으로 본다. 이까지 뽑혀 신원 특정으로 이어질 만한 정보가 모두 소실되었다. 다카미야는 정해진 절차에 대응하라고 한다.

검시관의 투서 얘기에 히노가 서로 돌아와 하보로가 있는 생활안전과를 찾는다. 신입은 서장실에 불려 가신 것 같다며 과장님이 저녁 무렵 어디 나가시는지 묻는다. 최초 신고자 사타케는 불법 투기를 하다가 시체를 발견하고 신고까지 했지만 조사 대상이다.

히노와 이리에는 사타케의 본가로 향한다. 현관은 쓰레기에 파묻혀 있다. 사타케의 누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아버지가 갑자기 쓰레기를 쌓아둔다고 한다. 방범 카메라를 통해 사망 추정 일시부터 오늘 아침까지 부자연스러운 점이 없음을 확인한다.

같은 J현의 고마네시에서 변사체가 발견된다. 형사과장이 지시로 히노는 의대에 전화해 개요만 알려달라고 한다. 시신훼손은 안면 구타에 손목 절단에 치아가 모두 결손된 상태로 역시 신원으로 이어지는 정보가 부족한 상태다. 연쇄 살인일까.

생각지도 못한 다카미야의 전화다. 또 다른 남성 시신은 다세대주택 소유자인 시라카와 기요시. 살해 현장에 살던 사람은 야기 다쓰오. 이미 발견된 시신과 일치한다. 합동 수사에 앞서 수사 협력으로 정보를 공유해주겠지만 중간에서 연락을 하라는.

단독으로 움직이라는 다카미야의 지시는 이리에도 뾰족하게 만든다. 이리에는 새로운 소식을 전한다. 먼저 죽은 야기가 흥신소 소장이라고. 한편 생활안전과를 찾은 초등학생 오누마 하야토는 시체가 발견될때마다 실종된 아버지인지 확인하러 온다.

수상한 인물이 초등학생에게 말을 건 사안에 대한 대응이 불충분하다고 호소하는 우에무라 교코. 그 지역에 하야토가 살고, 하보로의 행적이 묘연해지는 시간이 초등학생의 하교시간이다. 뭔가 민중의 지팡이 노릇을 제대로 한다고 할까.

범인을 잡고자 쉼없이 뛰는 모습도. 하지만 공조 수사는 별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 않다만. 명탐정같은 천재 경찰이 등장하지 않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가설과 검증을 반복하고 열심히 뒤지고 발로 뛰는 평범한 경찰의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위장약을 달고 살고, 카페인이 없으면 머리가 안돌아가는 히노 유키히코. 조금은 무섭지만 일처리가 깔끔한 열혈부하 이리에 아야노. 옛추억을 공유한 동기 하보로. 합동 수사 가키모토 주임과 얄미운 캐익터인 다카미야 검시관 등이 등장 인물이다.

세 건의 살인사건은 10년의 세월과 연결되면서 모든 퍼즐이 하나씩 맞춰진다. 하보로의 수상쩍은 행동에 대한 배경부터 다이야가 오누마와 절친이 되기까지의 사연까지. 얼굴이 뭉개진 시신이 주는 잔인함이 시작이었다면 끝으로 갈수록 거짓과 비밀이 얽힌 반전과 속에 품은 훈훈함도 엿보이는 미스터리다.
경찰이 가져야 할 신념은 사건을 해결하고, 가족을 향한 사랑은 평온을 가져온다. 극적반전을 기대하고 인간미있는 하드보일드로 괴뇌하는 경찰소설을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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