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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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나가 #김진영 #오팬하우스 #서평단

공포영화 <미혹>의 김진영 김독님은 <마당이 있는 집>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드라마도 봤는데 역시 책이 재밌었다. 서스펜스 스릴러를 잘 쓰시는 듯. <여기서 나가>도 딱 공포 분위기다. 그럼 안 나가고 확인해보겠다.

사흘째 멈추지 않는 비로 논과 밭이 침수 위기에 놓였다. 예감대로 비닐하우스 근처 배수로엔 이미 물이 넘칠 듯 차올라 장화 신은 발이 진흙속으로 빠진다. 물길을 내던 상조의 귓가에 스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꺼내줘'

밭 한가운데 서있는 검은 형체. 상조는 본능적으로 낫을 집어 들고..검은 형체는 상조를 한참 바라보다 서서히 허리를 숙인다. 그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소주병과 붉은 꽃잎이 떨어져 있다. 붉은 글씨로 쓰인죽은 아들의 이름에 예삿일이 아니라 짐작한다.

형용은 입사 동기인 재환의 말투에 모욕감이 느껴지자 아버지 땅에 베이커리 카페를 해도 좋겠다는 거짓말이 나온다. 잔인한 재환의 말에 형용은 자신도 모르게 현실을 인정하고 만다. 술기운 탓인가, 묻어두었던 감정이 저항 없이 밀려온다.

일주일 전 새벽에 고향집에 내려라는 상조의 다급한 전화에 형용과 성희가 모였다. 아버지는 형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다. 식사가 끝나고 상조가 식탁 위에 문서들을 꺼내 올린다. 죽기 전에 미리 상속을 하려고 하니 절차를 알아보라 한다.

형진의 아내 해령과 딸 수인에게 자신의 땅을 상속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수인이는 형진의 핏줄도 아니다. 형진의 꿈에 형이 나타나고 땅문서의 존재를 알게된다. 음산한 터에 어머니의 명의까지 빌려 사들인 땅에 낯선이가 제까지 올린다.

형과 아는 사이라는 필석은 형진이 집을 지으려 했다고 한다. 형용은 가족을 모두 데리고 군산행을 감행한다. 유화도 남편의 뜻에 따라 건물이 들어서는 현장을 지켜본다. 일본식 가옥의 가게 이름은 '유메야'란다. 꿈이 담긴 집이라는.

유화가 들른 맛집 사장이 그 땅은 먹는장사 하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이전 주인 할매 무당이 땅을 오랫동안 지키던 이유가 땅 때문에 사람이 죽어 나갔기 때문이라고. 해령이 찾아와 죽은 남편이 1억을 대출받아 행방을 찾는다고 한다.

유화는 해령이 다녀가고 막연한 두려움에 점점 잠식해 간다. 밤중에 해령이 나타나 땅의 소유권을 주장했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던 차에 해령이 집까지 찾아왔다고 하자 형용도 한층 더 불안해진다.

형용은 필석이 시킨대로 막상 담보대출을 받고보니 아득하다. 유메야의 터에서 처음 만난 필석이 그 땅의 역사를 풀어놓았다. 90여 년 전 이곳을 차지한 일본인은 군산에서 손꼽히는 부자였고, 여기 터가 부자를 만드는 땅의 기운 때문이라고.

사실은 부의 기운을 쓸어 담으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형용도 유메야가 가져올 성공이 정해진 운명처럼 느껴졌다. 필석에게 1억만 투자해달라고 무릎을 꿇는다. 자신의 눈물에 약해진 필석에겐 미안하지만 형용은 부의 기운을 누구와도 나눌 생각이 없다.

형용의 욕심은 당연한 걸까? 음식이 쉽게 상하고, 일본 옷을 입은 하얀 얼굴의 남자를 떠올리며 유화는 비로소 땅에 대해서 알아본다. 형진의 죽음도 이 땅을 사고부터가 아닌가. 그 땅이 사람을 죽인다는 소문이 맞을까, 부자의 땅을 만든다는 말이 맞을까?

유메야는 성공의 땅인가, 아님 저주의 땅인가. 삿된 기운의 땅이 가져온 운명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지켜보게 된다. 이야기는 중간중간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여주며 이어진다. 이 기사를 찾아낸 유화가 화자인 셈이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땅의 역사는 곧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땅에서 죽었어도 남아있는 자, 죽은 자를 불러내는 자, 땅을 지키려는 자의 이야기가 K-호러가 주는 한국적인 신앙, 저주가 어우러져 오컬트 호러의 뜨거운 맛으로 안내한다.

댓가를 요구하는 무엇으로 부터 재물을 탐하겠는가, 그래도 부를 원하는가. 탐욕을 부리지 마라. 살고 싶다면..여기서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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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되살아난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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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되살아난다 #나카야마시리치 #블루홀식스 #서평단

내 너를 만나려고 달렸다. 마녀의 부활을 예고하는 제목과 까마귀가 인상적이다.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초기작이라니 뭔가 신선한 맛이 나지 않을까..그럼 바로 확인해 보겠다.

수사 현장 12년의 마키하타 게이스케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시신은 처음이다. 마을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늪지에 유기된 시신은 살점과 뼈만 남은 조각에 불과하다.

마치 수십 명이 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 먹고 버린 것을 잔뜩 쏟아부어 놓은 듯한 광경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검은 코트, 옷의 잔해마저 없었다면 사람의 시신이라 유추 할 수 없었으리라.

지뢰라도 터진 현장 같다. 반장 와타세는 어떤 살점 조각을 집어 든다. 끝이 피로 물든 검은 깃털이다. 조각조각 해체되어 보란 듯이 방치된 시신은 자신의 범행을 전시하는 쾌락 살인이다.

검정 지갑에서 나온 얼굴 사진이 담긴 사원증은 스턴버그라는 회사의 것이다. 기류 다카시. 서른 살. 최초 발견자 순경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두 달 전에 문을 닫은 스턴버그 회사의 연구소로 향한다.

연구소 건물을 본 순간 마키하타의 등줄기를 따라 차가운 한기가 흐른다. 그것은 피로 얼룩진 살해 현장이나 시신이 묻혀 있던 자리에 서 있을 때 느끼는 섬뜩한 감각은 불길함이다.

땅과 연구소 모두 독일인 소유다. 기류 다카시는 왜 연구소 근처에서 살해당했을까? 그것도 폐쇄된 곳 근처에서. 사건 현장과 연구소를 맴도는 불길한 까마귀가 해결의 실마리 일까?

범인은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고 했던가? 그럼 범인은 까마귀? 일단 등장인물은 모두 용의자다. 브랜든 리의 크로우가 떠오른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길로 인도한다는 까마귀.

대학 선후배로 사이라는 마리무라 미사토. 오늘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마키하타가 처참한 현장을 설명하자 감정과 싸우던 미사토는 학생증을 맡기고 사라진다.

기류의 아파트와 치과를 찾아간 결과 기류는 모범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생긴 대로 순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치과 의사의 마지막 증언에 의구심을 갖는다. 기류 자신이 마녀의 후예라 했다니..

수사본부가 꾸려지고 경찰청 생활안전국의 구조 고헤이가 방문한다. 신종 마약 히트와 스턴버그 제약 회사로 사건의 방향이 잡힌다. 기류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죽음의 상인'이란 걸 알게 된 걸까?

마녀의 후예를 차처하던 기류가 맞은 최후는 상징적으로 느껴진다. 또 다른 유괴사건이 발생하면서 두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점친다. 기류 사건이 단순 엽기 살인이 아닌 것처럼 단순 유괴가 아니다.

구조와 한 팀이 된 마키하타는 구조가 왜 마약 범죄를 증오하는지 알게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범죄자 새끼들. 그러니 마약이라면 치를 떨 수밖에.

기류는 정말 본인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려 했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까마귀 밥이 되었다해도 자업자득 아닌가. 사실 마키하타도 꿈을 꿀 정도의 트라우마가 있다. 자신의 정의를 잃었던 과거의 고통으로.

마키하타의 공포와 분노는 생명의 불꽃이 꺼져갈 때 각성제가 되었다. 이보다 처절한 한판 승부가 있을까. 지옥에서 살아남은 자가 누릴 수 있는 사명이고 정의다. 속죄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처음부터 예상은 했지만 설마설마했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처음부터 반전의 제왕이 아니었나 싶다. 최초의 작품이라는 티가 전혀 안 나는 타고난 작가의 처녀작이다. <마녀는 되살아난다>에서 다풀지 못한 '히트'의 또 다른 이야기가 출간 예정이다. <히트업>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으리라 본다. 진작 소환되어야 할 책들이다. 기다리마 어여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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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의 어둠
사와무라 이치 지음, 김진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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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앞의어둠 #사와무라이치 #현대문학 #서평단

한 치 앞의 어둠이라니..제목 자체가 공포다. 초단편 공포소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다. 짧고 강하게 긴 여운을 남기는 초단편이 주는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명소
선빌리지 B동 13층에서 1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층계참에서 아스팔트를 향해 떨어지는 소리 '쾅 콰직' 투신자살하는 사람들..반전 대박!

수로
세 아이가 축구를 하다가 공이 데굴데굴 수로에 빠진다. 꺼내려간 아이는 보이지 않고 새빨갛게 피범벅인 축구공만..왜 다들 눈치를 못 채는 걸까 소름.

선생님, 있잖아요
마사요시와 강가에서 주운 검은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강에 떠내려 보내고 집에 온다. 강 하류에서 발견되는 마사요시..알게되는 검은 인형의 정체.

기미지마 군
1학기 첫날부터 한 번도 등교한 적이 없는 기미지마에게 규칙대로 인쇄물을 전달하라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마사키는..대대로 행해지는 업보인가.

가정통신문
매년 6월만 되면 등하교 시 안전 확보에 관한 주의 안내. 30년이 지나도 똑같은 주의사항. 카니쿠 너는 누구니.

신과 인간
어린이가 꼰 새끼줄로만 만들어야 완성되는 신.

잠꾸러기 물개 Q초지점 301호의 노트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숙박업소 욕실의 진실.

심야 장거리 버스
옆좌석에 앉아 있던 게 사람이 아니라면. 다신 못타.

부동산 임장
까다롭게 집을 고르는 사람 옆에 달라 붙은 상복녀.

만원 전철
매일 타는 전철 안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경험.

공백
가족여행에서 함께 본 영화. 사토루의 잘못이 뭘까.

다리 아래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농담은 다신 못할듯.

검푸른 죽음의 가면
죽음의 사신 A로 아수라장이 된 결혼식.

밤샘 조문을 마치고
식스 센스 급, 산 자와 죽은 자의 조우.

절반쯤 짧게나마 소감을 남겼는데 모든 초단편과 단편이 정말 짧지만 강렬하다. 한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초단편의 매력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선을 강탈한다. 평범한 일상에 스며든 평범한 사람들의 공포는 어쩜 너무 평범해서 더 공포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매일 타는 전철, 매일 만나는 지인 또는 어쩌다 마주친 이 세상이 아닌 존재. 내 눈에만 보이고, 내 눈에만 다르게 보이는 존재..그런 존재를 만난다면 그것이 죽었던지 살았던지 너무 무서울것 같다.

<무제>의 공포가 압도적이다. 워킹데드 네간을 떠올리게 하는 <몽살>과 가장 인상적인 건 <꾸물거림>이다. 이건 뭐 대반전에 역겹고, 충격적이다. 이보다 자극적인 게 있을까. 평범한 일상에 자극이 필요하다면 <한 치 앞의 어둠>을 통해 독특하고 기묘한 호러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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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록
듀나 지음 / 래빗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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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록 #듀나 #래빗홀 #서평단

몰록이 대체 뭘까 싶었는데..고대 가나안 지방에서 사람을 제물로 받았다는 신. 사실 듀나 작가님이 더 궁금하다. 청예, 이산화 작가님의 강력 추천이라니 무조건 믿고 봐야 할 SF가 아닐까 싶다.

무영의 오빠 이무혁은 헬키온 사의 화학 공장 운송부에서 일하다가 누출 사고로 뇌가 오염된다.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오빠가 자꾸 사고를 치자 병원에 넘긴다. 무혁은 이곳에서 알렉세이 부닌이라는 남자와 같은 방을 쓰게 된다.

부닌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었는데 마음만 먹으면 말 한마디, 눈빛 하나만으로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제약회사는 정신병원의 환자들은 생체 실험에 이용했는데 용돈이 부족했던 무혁도 자원하려 했다. 하지만 언제나 부닌이 막았다.

정작 자신은 실험에 자주 참가했는데 번 돈은 무혁에게 주었다. 부닌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에 실험에 참가한다. 어린 시절 무혁을 괴롭혔던 사람이 강정환이라는 사람과 닮아 그를 놀려댈 기회를 찾아 확 튀어나오자 침대 밖으로 시체가 떨어진다.

그 시체는 머리가 없었다. '머리 도둑'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연쇄살인마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살해하고 머리만 잘라 갔다. 정신병원처럼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어나 수사하기가 유리한 상황이다. 특별 수사팀이 구성되고 소각장에서 두개골이 발견된다.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나고 현주는 운 좋게 빠져나오는 부닌과 무혁과 마주친다. 환자 스물다섯 명과 의사 네 명이 목숨을 잃었고 시체 중 다섯 명의 머리가 없었다. 부닌의 가방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수사는 중간에 막혀버린다.

무영은 미향을 찾으러 다닌다. 학교에 불을 지르고 선생 혀를 자른 애는 이미 잡혔다. 퇴학당하고 구속되기전에 자수시키려 한다. 무영의 차 앞에서 폭발한 남자는 김진석이다. 애들에게 마약을 팔던 잡범인데 막 진짜 거물들을 잡으려는 참이였다.

무영은 현주에게 미향의 일을 부탁해 훈방 조치로 끝내고 이윤구 교수에게 미향을 데려다 준다. 교수는 무영이 괜찮은지 묻는다. 무영은 스코르닉씨병 환자다. 7년 전부터 뇌가 신경전달물질을 제대로 생성해내지 못해 약을 먹는다. 서류상 전과자다.

의천시 선정협회에서 쫓겨난 무영은 약을 삼키고 간신히 생각을 가다듬는다. 현주에게 해고 당했다고 알린다. 미향은 국제 화합을 도모한답시고 여러 나라 아이들을 한군데 밀어 넣은 수정중급학교에 다닌다. 자신같은 박쥐가 가장 손해를 본다고 한다.

그날 한국 애들 중 한명이 뭔가 새로운 약을 가져와 화장실에서 나눠 먹고, 한국 패거리 두목은 애들을 창고에 가두어 버렸는데 그 뒤로 아주 이상하게 흘러버려 고함을 지르고 책상을 부수기 시작하더니 결국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미향 자신만 멀쩡했다고. 그리고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자신은 미치광이의 여왕이라고 한다. 학교의 모든 아이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아이들을 조종하기위한 방법을 깨우친다. 미향에게도 부닌같은 능력이 있는걸까. 점점 마법같다.

머리 없는 시체의 범인을 찾는 평범한 소설 같지만 완전 오산이다. 환태평양대지진으로 일본, 필리핀, 미국 서부 등지가 침몰해버리고, 오늘날 우리의 기술이나 사회 체제와도 완전히 다르게 변화해온 평행우주의 지구. 20세기말 가상 도시 의천이 무대다.

무영과 미향, 현주 세 여자가 등장해 연쇄살인 사건의 소용돌이 안에서 숨은 진실에 접근하는 이야기다.
지구상에 남은 존재의 명백한 이유와 결과에 의문이 들긴 하지만 소설이니까. SF의 시초라는 듀나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하드보일드한 SF 미스터리를 만끽하고 싶은 독자들은 주저없이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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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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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루니 #노멀피플 #은행잎3기 #은행잎서재

은행나무 책들은 깊이가 있고, 재밌다. 재미가 최우선이라 은행나무 서포터즈 소식에 바로 신청했다. 그렇게 은행잎 3기의 첫 책이 샐리 루니의 <인터메초>
625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이다.

책표지의 사람들 그림자가 뭔가 했더니 체스판 위의 누군가의 그림자였다. '인터메초'가 체스에서 흐름을 깨는 예상 밖의 한 수를 이르는 말로 간주곡이나 막간극을 뜻한다고 한다. 그럼 인터메초를 확인하러 가보겠다.

아버지의 장례식. 조금 있으면 스물세 살인 아이번은 치아교정기를 끼고 정장은 두 눈을 믿기 힘들다. 열 살 많은 형 피터는 촉망받는 변호사다. 더러운 불법 주택 점거인 나오미와 성적 관계를, 그리고 비밀리에 금전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실비아를 만난다. 완벽한 카리스마의 실비아는 대학 강의에서 만난 냉정하고 침착한 친구다. 그리고 친구라는 허울로 계속 만나는 헤어진 연인이다. 피터는 잡을 수 없는 옛 연인과 정착할 수 없는 지금의 연인 사이에서 길을 찾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4주쯤 아이번은 체스 클럽 행사에 참가한다. 그를 어린 소년으로 착각한 마거릿은 아트센터에서 일한다. 아이번을 숙소로 데려다 주기 위해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아이번에게 호감을 느낀 마거릿은 키스를 허락한다.

나이 격차가 크긴 하지만 마거릿은 아이번이 너무 다정했기에 이 바보 같은 일을 후회하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모르는 사람과 밤을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이번은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마거릿은 연락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마거릿은 지금까지 평범한 삶에 억눌리고 통제되었다. 이제 그런 힘에 통제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제 그 무엇도 그녀를 통제하지 않는다. 아주 이상한 사람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마거릿은 아이번에게 전화를 할까?

체스판의 다섯명은 바로 피터와 아이번 형제, 실비아와 나오미, 마거릿이다. 형제는 갑작스러운 상실로 인해 삶의 막간, 삶의 인터메초를 맞닥뜨리게 된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순간에 찾아온 사랑과 애증, 관계의 소용돌이를 보여준다.

체스는 잘 모르지만 넷플릭스에서 '퀸스 갬빗' 이라는 천재 소녀 이야기는 재밌게 봤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번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새 아버지 가족과 어머니를 향한 원망에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번이야말로 지극히 정상 아닌가.

더군다나 애견 알렉시를 책임지려는 선한 마음까지..피터는 자신에겐 너그럽고 동생에겐 야박한 잣대를 가졌다. 사랑은 누군가에겐 불장난일지 게임일지 아님 의리나 의무처럼 보인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삶에서 세상의 눈을 뜨는 경험을 하는 소설이다.

상실의 아픔과 실연의 상처도, 형제간의 갈등도 감정을 소통하는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용서는 모든 것을 무해한 것으로 돌려 놓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상대편을 이해하는 노력이 사랑과 관계에 꼭 필요 요소임을 느끼게 한다.

샐리 루니 작가는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를 통해 알게 되었다. 청춘남녀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사랑이 빠질 수가 없고 당연히 어른의 로맨스가 등장한다. <노멀 피플>이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처럼 <인터메초>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난 책으로 읽기를 권하고 싶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몇배는 더 재밌을 테니까. 감동의 쓰나미에 눈물도 흘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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