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의 어둠
사와무라 이치 지음, 김진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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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앞의어둠 #사와무라이치 #현대문학 #서평단

한 치 앞의 어둠이라니..제목 자체가 공포다. 초단편 공포소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다. 짧고 강하게 긴 여운을 남기는 초단편이 주는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명소
선빌리지 B동 13층에서 1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층계참에서 아스팔트를 향해 떨어지는 소리 '쾅 콰직' 투신자살하는 사람들..반전 대박!

수로
세 아이가 축구를 하다가 공이 데굴데굴 수로에 빠진다. 꺼내려간 아이는 보이지 않고 새빨갛게 피범벅인 축구공만..왜 다들 눈치를 못 채는 걸까 소름.

선생님, 있잖아요
마사요시와 강가에서 주운 검은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강에 떠내려 보내고 집에 온다. 강 하류에서 발견되는 마사요시..알게되는 검은 인형의 정체.

기미지마 군
1학기 첫날부터 한 번도 등교한 적이 없는 기미지마에게 규칙대로 인쇄물을 전달하라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마사키는..대대로 행해지는 업보인가.

가정통신문
매년 6월만 되면 등하교 시 안전 확보에 관한 주의 안내. 30년이 지나도 똑같은 주의사항. 카니쿠 너는 누구니.

신과 인간
어린이가 꼰 새끼줄로만 만들어야 완성되는 신.

잠꾸러기 물개 Q초지점 301호의 노트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숙박업소 욕실의 진실.

심야 장거리 버스
옆좌석에 앉아 있던 게 사람이 아니라면. 다신 못타.

부동산 임장
까다롭게 집을 고르는 사람 옆에 달라 붙은 상복녀.

만원 전철
매일 타는 전철 안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경험.

공백
가족여행에서 함께 본 영화. 사토루의 잘못이 뭘까.

다리 아래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농담은 다신 못할듯.

검푸른 죽음의 가면
죽음의 사신 A로 아수라장이 된 결혼식.

밤샘 조문을 마치고
식스 센스 급, 산 자와 죽은 자의 조우.

절반쯤 짧게나마 소감을 남겼는데 모든 초단편과 단편이 정말 짧지만 강렬하다. 한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초단편의 매력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선을 강탈한다. 평범한 일상에 스며든 평범한 사람들의 공포는 어쩜 너무 평범해서 더 공포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매일 타는 전철, 매일 만나는 지인 또는 어쩌다 마주친 이 세상이 아닌 존재. 내 눈에만 보이고, 내 눈에만 다르게 보이는 존재..그런 존재를 만난다면 그것이 죽었던지 살았던지 너무 무서울것 같다.

<무제>의 공포가 압도적이다. 워킹데드 네간을 떠올리게 하는 <몽살>과 가장 인상적인 건 <꾸물거림>이다. 이건 뭐 대반전에 역겹고, 충격적이다. 이보다 자극적인 게 있을까. 평범한 일상에 자극이 필요하다면 <한 치 앞의 어둠>을 통해 독특하고 기묘한 호러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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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록
듀나 지음 / 래빗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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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록 #듀나 #래빗홀 #서평단

몰록이 대체 뭘까 싶었는데..고대 가나안 지방에서 사람을 제물로 받았다는 신. 사실 듀나 작가님이 더 궁금하다. 청예, 이산화 작가님의 강력 추천이라니 무조건 믿고 봐야 할 SF가 아닐까 싶다.

무영의 오빠 이무혁은 헬키온 사의 화학 공장 운송부에서 일하다가 누출 사고로 뇌가 오염된다.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오빠가 자꾸 사고를 치자 병원에 넘긴다. 무혁은 이곳에서 알렉세이 부닌이라는 남자와 같은 방을 쓰게 된다.

부닌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었는데 마음만 먹으면 말 한마디, 눈빛 하나만으로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제약회사는 정신병원의 환자들은 생체 실험에 이용했는데 용돈이 부족했던 무혁도 자원하려 했다. 하지만 언제나 부닌이 막았다.

정작 자신은 실험에 자주 참가했는데 번 돈은 무혁에게 주었다. 부닌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에 실험에 참가한다. 어린 시절 무혁을 괴롭혔던 사람이 강정환이라는 사람과 닮아 그를 놀려댈 기회를 찾아 확 튀어나오자 침대 밖으로 시체가 떨어진다.

그 시체는 머리가 없었다. '머리 도둑'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연쇄살인마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살해하고 머리만 잘라 갔다. 정신병원처럼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어나 수사하기가 유리한 상황이다. 특별 수사팀이 구성되고 소각장에서 두개골이 발견된다.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나고 현주는 운 좋게 빠져나오는 부닌과 무혁과 마주친다. 환자 스물다섯 명과 의사 네 명이 목숨을 잃었고 시체 중 다섯 명의 머리가 없었다. 부닌의 가방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수사는 중간에 막혀버린다.

무영은 미향을 찾으러 다닌다. 학교에 불을 지르고 선생 혀를 자른 애는 이미 잡혔다. 퇴학당하고 구속되기전에 자수시키려 한다. 무영의 차 앞에서 폭발한 남자는 김진석이다. 애들에게 마약을 팔던 잡범인데 막 진짜 거물들을 잡으려는 참이였다.

무영은 현주에게 미향의 일을 부탁해 훈방 조치로 끝내고 이윤구 교수에게 미향을 데려다 준다. 교수는 무영이 괜찮은지 묻는다. 무영은 스코르닉씨병 환자다. 7년 전부터 뇌가 신경전달물질을 제대로 생성해내지 못해 약을 먹는다. 서류상 전과자다.

의천시 선정협회에서 쫓겨난 무영은 약을 삼키고 간신히 생각을 가다듬는다. 현주에게 해고 당했다고 알린다. 미향은 국제 화합을 도모한답시고 여러 나라 아이들을 한군데 밀어 넣은 수정중급학교에 다닌다. 자신같은 박쥐가 가장 손해를 본다고 한다.

그날 한국 애들 중 한명이 뭔가 새로운 약을 가져와 화장실에서 나눠 먹고, 한국 패거리 두목은 애들을 창고에 가두어 버렸는데 그 뒤로 아주 이상하게 흘러버려 고함을 지르고 책상을 부수기 시작하더니 결국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미향 자신만 멀쩡했다고. 그리고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자신은 미치광이의 여왕이라고 한다. 학교의 모든 아이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아이들을 조종하기위한 방법을 깨우친다. 미향에게도 부닌같은 능력이 있는걸까. 점점 마법같다.

머리 없는 시체의 범인을 찾는 평범한 소설 같지만 완전 오산이다. 환태평양대지진으로 일본, 필리핀, 미국 서부 등지가 침몰해버리고, 오늘날 우리의 기술이나 사회 체제와도 완전히 다르게 변화해온 평행우주의 지구. 20세기말 가상 도시 의천이 무대다.

무영과 미향, 현주 세 여자가 등장해 연쇄살인 사건의 소용돌이 안에서 숨은 진실에 접근하는 이야기다.
지구상에 남은 존재의 명백한 이유와 결과에 의문이 들긴 하지만 소설이니까. SF의 시초라는 듀나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하드보일드한 SF 미스터리를 만끽하고 싶은 독자들은 주저없이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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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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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루니 #노멀피플 #은행잎3기 #은행잎서재

은행나무 책들은 깊이가 있고, 재밌다. 재미가 최우선이라 은행나무 서포터즈 소식에 바로 신청했다. 그렇게 은행잎 3기의 첫 책이 샐리 루니의 <인터메초>
625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이다.

책표지의 사람들 그림자가 뭔가 했더니 체스판 위의 누군가의 그림자였다. '인터메초'가 체스에서 흐름을 깨는 예상 밖의 한 수를 이르는 말로 간주곡이나 막간극을 뜻한다고 한다. 그럼 인터메초를 확인하러 가보겠다.

아버지의 장례식. 조금 있으면 스물세 살인 아이번은 치아교정기를 끼고 정장은 두 눈을 믿기 힘들다. 열 살 많은 형 피터는 촉망받는 변호사다. 더러운 불법 주택 점거인 나오미와 성적 관계를, 그리고 비밀리에 금전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실비아를 만난다. 완벽한 카리스마의 실비아는 대학 강의에서 만난 냉정하고 침착한 친구다. 그리고 친구라는 허울로 계속 만나는 헤어진 연인이다. 피터는 잡을 수 없는 옛 연인과 정착할 수 없는 지금의 연인 사이에서 길을 찾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4주쯤 아이번은 체스 클럽 행사에 참가한다. 그를 어린 소년으로 착각한 마거릿은 아트센터에서 일한다. 아이번을 숙소로 데려다 주기 위해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아이번에게 호감을 느낀 마거릿은 키스를 허락한다.

나이 격차가 크긴 하지만 마거릿은 아이번이 너무 다정했기에 이 바보 같은 일을 후회하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모르는 사람과 밤을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이번은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마거릿은 연락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마거릿은 지금까지 평범한 삶에 억눌리고 통제되었다. 이제 그런 힘에 통제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제 그 무엇도 그녀를 통제하지 않는다. 아주 이상한 사람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마거릿은 아이번에게 전화를 할까?

체스판의 다섯명은 바로 피터와 아이번 형제, 실비아와 나오미, 마거릿이다. 형제는 갑작스러운 상실로 인해 삶의 막간, 삶의 인터메초를 맞닥뜨리게 된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순간에 찾아온 사랑과 애증, 관계의 소용돌이를 보여준다.

체스는 잘 모르지만 넷플릭스에서 '퀸스 갬빗' 이라는 천재 소녀 이야기는 재밌게 봤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번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새 아버지 가족과 어머니를 향한 원망에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번이야말로 지극히 정상 아닌가.

더군다나 애견 알렉시를 책임지려는 선한 마음까지..피터는 자신에겐 너그럽고 동생에겐 야박한 잣대를 가졌다. 사랑은 누군가에겐 불장난일지 게임일지 아님 의리나 의무처럼 보인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삶에서 세상의 눈을 뜨는 경험을 하는 소설이다.

상실의 아픔과 실연의 상처도, 형제간의 갈등도 감정을 소통하는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용서는 모든 것을 무해한 것으로 돌려 놓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상대편을 이해하는 노력이 사랑과 관계에 꼭 필요 요소임을 느끼게 한다.

샐리 루니 작가는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를 통해 알게 되었다. 청춘남녀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사랑이 빠질 수가 없고 당연히 어른의 로맨스가 등장한다. <노멀 피플>이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처럼 <인터메초>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난 책으로 읽기를 권하고 싶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몇배는 더 재밌을 테니까. 감동의 쓰나미에 눈물도 흘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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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세고 촛불 불기 바통 8
김화진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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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세고촛불불기 #기념일테마소설집 #은행나무 #은행잎3기 #남유하

내가 소개하고 싶은 은행나무 책으로 선택한 도서는<셋 세고 촛불 불기>다. 순전히 남유하 작가님의 이름만으로.. 이기적인 선택이지만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소설가 8인이 기억하고자 한 기념일 테마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축제의 친구들_김화진
무주에 가면 영화를 한없이 볼 수 있다고 알려준 하나뿐인 친구에게 이끌려 왔다. 영화제 주최 측에서 마련한 술자리, 축제 방청객 주제에 소설을 쓴다고 소개하는데..거기서 알게 된 재우가 소개해준 작업실에서의 외도내지 방랑하는 영혼은 뭘보고 느낀걸까. 진작에 축제는 끝났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_남유하
서울고독사박물관에 환경관리원 모집을 보고 면접을 보러온 윤호. 담당자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기다리란다. 다행히 호환되는 보디로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데..신인류 안드로이드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 그는 유품정리사였고 이모의 크리스마스 소원을 들어주었다. 고독사한 밀랍 인형으로 전시된 박물관이 우리의 미래다.

월드 발레 데이_박연준
죽은 무용수 최무희. 자살한 영에게선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지나가는 귀신들이 나무란다. 지독한 가난을 이겨내고 노력과 재능으로 정상에 오른 무희는 죽어서도 클래스에 임하는 민오를 바라보는데..새벽처럼 무심하고 싶어서 죽었다니, 개천에서 용이 났지만 깨진 독에 물을 붓던 엄마의 마음이 민오보다 궁금하다.

위드걸스_서고운
사랑하는 선주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해서 보호소 홈페이지를 뒤진다. 그렇게 온 치와와 순찌를 임시보호를 시작한 지 한달 선주는 고시를 포기하고 학원 강의를 시작하는데..위드걸스 바 화재 제보자를 만났다가 실직한 인혜는 무속인을 찾고, 순찌의 입양을 거절 당한 이유가 뭔 개뼉다귀 같은 소린지 이해불가다.

껍질?_송섬
누군가 오려낸 것처럼 깨끗이 사라져버린 토요일. 아무리 기억하려 애써도 떠오르지 않는다. 거슬러 올라 모든 날의 기억이 제자리에 있음을 확인한다. 대표는 하루 연차에 일주일쯤 없었던 것 같다는데..이런일이 2년 연속 발생하자 미리 대책을 세우지만 헛수고다. 확실하게 CCTV를 달던가 병원에 갈 일인가. 차라리 그냥 받아들이는 게 낫다.

바다의 기분_윤성희
출근길 행정복지센터 주무관이 공무원 음악제에서 금상을 탔다는 플래카드를 본다. 부모님 이혼으로 외가에 맡겨져 일요일 점심마다 삼겹살을 먹으며 전국노래자랑을 봤는데..무단결근을 하고 조카 영지를 만나러 간다. 바다의 기분 의자 얘기를 들려주며 영지를 위로해 주는데 어째 위로 받는 느낌이다.

비트와 모모_위수정
피해자 가족 모임에서 만난 모모와 비트. 가까운 이가 사고로 죽어 없어진 사람들은 일생의 눈물을 다 흘려 눈물이 말랐음에도 울 수 있는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는데..아내가 살해당한 모모와 남편이 실족사한 비트. 둘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거라 여기고 싶다. 하지만 배신감은 어쩔거냐.

0302♡_이희주
새 학교, 새 학년 첫날의 전학생 유리. 그런 유리의 뒤를 쫓을 생각도 없이 따라가던 희주. 자기 집 앞에서 발걸음이 멈추자 새로 이사 온 앞집이란 걸 안다. 하굣길 사거리에 존나 잘생긴 미소년이 있는데..소원대로 미소년의 얼굴이 된 유리는 인기 절정을 맛본다. 하지만 이런 반전 예상 못했다.

궁금했던 남유하 작가님 작품은 미래 사회에서의 죽음과 존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미 존엄사에 대한 뜻을 밝힌 에세이와 소설이 다수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역시 맥락은 같다. 왠지 고독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납득이 된다는 자체가 너무 슬프게 느껴진다.

크리스마스나 광복절, 3월 13일, 3월 2일 처럼 특정된 어느날의 기념을 기억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다. 특별할 거 없는 날이 특별한 날이 되는 이유는, 의미를 붙여서다. 이때 케이크 하나 앞에 두고 셋 세고 촛불을 분다면 아마도 더 기억에 남겠지. 그리고 은행잎의 첫 책으로 선택했으니 내게도 특별한 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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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날까 이야기친구
최영희 지음, 곽수진 그림 / 창비교육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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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날까 #최영희 #창비교육 #어린이동화 #도서제공

창비 어린이 동화 서포터즈 첫 책은,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우리 만날까>이다. 여섯 편의 SF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걷는 나무 목격자 진술 녹취록
낙석 초등학교 뒷길 길고양이 급식소에 들기름, 참기름을 보러간 중학생 강뉴원. 벚나무에서 나뭇잎이 팔랑거리며 날아오는데 "시간이 없어"라고 써 있다. 당심이라는 고양이를 못 보고 와서 며칠 만에 다시 갔더니 나뭇잎 편지가 또..미래의 지구에서 온 길잡이 나무와 애벌레 로봇 홀리프의 이야기로 뉴원과 홀리프의 우정이 느껴진다.

비가 그치면 고백할게
열세 살이 되도록 초능력자 등록을 완료하지 못한 강휘슬. 기분에 따라 머리카락 색을 바꾸는 초능력자인 엄마의 머리카락은 새빨개진다. 5월 안으로 등록을 마쳐야 예비 중학생 초능력 진로 캠프에 참가할 수 있는데..드디어 자신의 초능력을 발견하는 이야기로 땅이 노래를 불러주는, 땅을 흔드는 자는 초능력 등록자 최초가 아닐까 싶다.

휘어지는 직진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파란색 선물 상자 두 개와 핑크빛 상자 하나. 남자아이들에게 찢겨 나간 포장지 속 전투 로봇은 갤럭시파이터 최신형 모델들이다. 난멍청한 로봇들과 다른데..똑똑한 감정 로봇 토토와 해니가 오빠들과 전쟁 놀이를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슴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온다, 온다, 온다
지구인들이 촐로행성을 '이주 가능한 지구형 행성'으로 선정하자 촐로행성은 대혼란에 빠진다. 은하계를 벌벌 떨게 만드는 행성 약탈꾼이 지구인들이다. 내 우르의 우르의 우르는 소원을 빌었는데...촐로행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성체 게렐과 액체 종족 아야미와 광물 종족 퉁가가 침략자로 부터 행성을 지키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지구에서 온 지성체와 친구가 되는 귀엽고 깜찍한 이야기다.

문어 도시 여행기
빗소리에 집중이 안된다고 반장 세드나가 나선다. 선생님은 7분 뒤 빗줄기가 가늘어질 거라 말하고, 인공 지능 예보는 정확히 맞는다. 하지만 공사장 소리가 다시 들리고 선생님은 직접 겪은 일을 들려주는데..미국 심해연구소 연구원이던 윤선생님의 소름 돋는 문어들의 도시 이야기보다 세드나가 알게된 사실이 아닐까.

메리플라호 탑승객을 위한 안내문
우주여행 적응 훈련을 통과한 승객들은 정확히 30년 하고 2개월 뒤에 로불트행성에 도착한다. 7종의 지성체가 다른 형태의 문명을 이루어 공존하는 행성으로 알려진 곳인데..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한 협조라는데 왜케 무시무시한거지. 메리플라호 측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경고문이 아닐까.

모든 이야기는 멈춤에서 시작되고, 여러 존재들의 만남은 웃음과 감동을 남긴다. 애벌레 로봇 홀리프, 감정 로봇 토토, 최강 지성체 문어 아이리스는 인간과 또 다른 존재가 우정을 맺고 인연을 이어가는지 보여준다. 작가님의 다채로운 상상력의 진원지는 우정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마치 한 권의 동화를 읽은듯하다. 아마도 SF가 주는 묘한 매력이 곳곳에 발동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중간중간 그림도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SF 동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우주 생명체와의 조우를 맘껏 즐기시길 바란다. 어른도 이리 재밌는데 어린이들이 얼마나 재밌게 읽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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