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력 (스프링) - 하루의 위트를 키우는 일력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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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력 #가벼운고백 #김영민 #김영사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선보이는 일력 <드립력>이 출간되었다. <가벼운 고백>에서 고른 365개의 문장이 365일 내 하루를 충만하게 해주리라.

<드립력>이 '책상 위 작은 예술 작품'으로 제작된 만큼 시선을 사로잡는 과감한 색체와 그래픽이 시선을강탈한다. 책상 위를 차지할 선물로 짱이다.

인생의 불완전함을 꿰뚫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사유, 세계의 진부함을 파헤치며 이면을 들추는 김영민식 위트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부조리와 경이를 담은 문장을 읽으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매일의 작은 깨달음을 쌓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명확한 판단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1월 13일
누구나 인생행로에서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산에는 두 종류가 있다. 산 그리고 산 넘어 산.
2월 13일
내게도 자제력이 있다는 증거로서, 가끔 음식을 남기곤 한다.

3월 13일
늘 메모할 준비를 해야 한다. 상념은 고라니처럼 튀어나온다.

4월 13일
옷이 구겨지면 삶이 구겨지는 것 같아. 그러나 잘 구긴 옷은 예술이 된다.

5월 13일
어려운 말을 하면 사람들은 화를 내지.

6월 13일
나무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혼자 있으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던데.

7월 13일
다들 강해지고 싶어 하지 않나. 강해지는 좋은 방법은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다. 강해진 다음에 상대를 용서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용서함으로써 강해진다.

8월 13일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훗날 이때를 그리워할 때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9월 13일
이 직업을 유지하는 한,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포기하지 않는 일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도 노력 없이 되지 않는다.

10월 13일
대답하기만큼 어려운 것이 질문하기다.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 명료히 알아야 한다. 구쳬적 대답이 가능한 질문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대답이 불가능한 수사적 질문을 하고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질문 자체가 곧 대답이 되는 질문을 하고 있는지. 첫째는 연구자들이 하고, 둘째는 정치인들이 하고, 셋째는 선사들이 한다.

11월 13일
<그래비티>에 장관이 있다면, 침착하게 자신의 생명 끈은 놓아버리는 조지 클루니의 선택이다. 매일 아침 마음의 훈련을 위해 죽음을 상상해온 세네카나 사무라이처럼, 그는 '놓는다'."사실 속으로 날 좋아해오지 않았어?" 장광설과 같은 그의 농담 혹은 진담은그 놓아버림과 더불어 비로소 합당한 의미를 얻는다.

12월 13일
오늘도 건강을 보살핀다. 아집들과 편견들이 죽어 묻힌 무덤 위에서 말할 계획이므로.

13일만 뽑아 보았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것도 있고,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글도 있다. 김영민 교수의 통찰과 해학이 담긴 글을 보면서 1년을 보낼 준비를 한다. 철학적 사고로 성찰이 담긴 가벼운 고백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고백이다. 하루의 위트를 키우는 드립력으로 새해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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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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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마이클코넬리 #RHK #서평단

해리 보슈 형사 시리즈도 드문드문, 미키 할러 변호사 시리즈도 드문드문..넷플릭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봤지만 책으로 접하지 않았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신작인 만큼 기대는 크다. 그럼 보슈와 할러의 만남은 어떨지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보슈와 할러는 이복형제이고 동갑인 외동딸이 있다. 딸들은 9월부터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체프먼대학교에서 함께 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버지들은 감시가 수월하겠다고 생각해 그 계획에 찬성한다는 가정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생활비와 딸의 대학 등록금 마련이 힘들게 되자 보슈는 퇴직금과 DROP 연금을 타기 위해 퇴직했다. 그리고 할러를 고용해 경찰국이 불법적 전술을 써서 자신의 퇴직을 종용했다고 주장하면서 로스앤젤레스 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할러가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했기 때문에 보슈는 나쁜 소식을 예상했는데 할러는 보슈를 고용하고 싶다고 한다. 다콴 포스터 변호하는 렉시 파크스 사건을 맡고 있다. 포스터는 범인이 아니라고 한다. 살인죄로 감옥에서 영원히 썩을 거라 도와줘야 한다고.

조사관 시스코가 오토바이 사고로 누웠다. 살인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형사가 필요하고 결백한 의뢰인을 위해 보슈가 적임자다. 하지만 보슈가 수사를 도와주면 경찰 생활하면서 쌓았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어둠의 편으로 선을 넘어간다는 뜻이다.

그 선을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다. 그런 부탁을 한 사람이 할러가 처음도 아니고. 보슈는 할러의 제안을 거의 잊고 있고 오토바이에 전념하지만 마음이 불편하고 주말 내내 그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검색창에 렉시 파크스를 입력하자 333개의 기사가 뜬다.

파크스는 자신의 침대에서 구타당해 사망했고 남편헤릭이 발견했다. 보슈는 렉시 파크스 피살사건에 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사건 발생 38일째 되는 날 실린 기사에 다콴 포스터가 현장에서 수거된 DNA와 일치한다는 기사다.

보슈는 할러에게 전화해 물어본다. 의뢰인을 안지는 20년 가까이 되었고 살인범은 아니라는 답변이다. 보슈는 만나는 건 관심없고, 수사는 기록으로 시작해 기록으로 끝나니까 기록 사본을 보여 달라고 한다. 어떤 선도 넘지 않았지만 그 선에 다가가고 있다.

할러는 의뢰인이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피해자를 알지도 못한다고 한다. 조폭의 보복극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말이 안된다고. 그가 함정에 빠졌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할러의 직감이 맞을까? 보슈는 경찰국을 배신하고 할러를 도와 선을 넘을 것인가?

포스터를 만나러 가는 자리에 할러는 나오지 못한다. 의문점이 드는 음주단속에 걸려 구치소에 있다.
애런슨과 함께 만난 포스터는 보슈의 예상밖 모습이다. 로스앤젤레스 남부 출신의 조직 폭력배였지만 과거를 깨끗이 청산한 다콴 포스터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빼박 DNA의 진실은 무엇일까?

산타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안다면, 보슈는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고 있다. 할러는 포스터가 왜 범인이 아닌지 알고 있다. 포스터를 범인으로 만든 범인의 목적이 궁금하다. 이미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이 살해되거나 상해를 입고 있다. 성범죄 전담반이 배후에 있는 이유는 또 뭘까.

이미 수사를 끝낸 보고서만 보고도 그들이 놓친 걸 찾아내는 예리한 관찰력과 안목이 있는 보슈다. 두 건의 살인사건, 두 형제가 살해됐고, 살인범은 두 명일 가능성이 있다. 사방에서 마법의 2가 난무하다. <크로싱>은 형사 해리 보슈의 이야기다.

읽는 내내 보슈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길 조마조마 지켜봤다. 선을 넘은 보슈가 결국엔 정의의 편에 선 것은 틀림없다. 해리 보슈 이야기가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본다. 물론 미키 할러의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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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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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아내 #K.L.슬레이터 #오팬하우스 #심리스릴러 #반전소설 #서평단

디너 댄스파티에 가기 위해 바니를 부모님 집에 맡기러온 파커. 아내 루나는 차에 앉아 있다. 파커와 아버지 칼은 언제부턴가 소원한 사이가 되었다. 잠깐 인사를 나눌 수도 있는데 그러고 있는 며느리 루나가 못마땅하다. 파커는 아빠나 루나가 모르게 얘기 좀 하자고 엄마에게 말하고 간다.

새벽 2에 경찰의 방문에 깬다. 파커와 루나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아들내외는 호텔에서 자고 오기로 했었다. 역시나 파커는 중환자실에, 루나는 응급으로 검사중이다. 성공 가도를 달리며 행복하게 살던 아들이 어떻게 한순간에 이렇게 될 수 있지? 직접 본 파커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니콜라가 바니의 옷을 가지러 집에 가겠다고 하자, 파커는 아주 작은 소리로 가지 말라고 한다. 루나는 골반을 다쳤고 면회는 안되는 상태다. 왜 계획대로 호텔에 머물지 잃고 집으로 향했는지 정말 궁금하고, 사고 경위를 몰라서 미칠 것 같고 파커의 말도 신경쓰여 집에 가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파커의 집 앞 매매 표지판을 보고 니콜라는 배신감을 느낀다. 바니의 물건을 챙기면서 파커의 물건이 가득한 방을 보고 결혼생활에 위기가 닥쳤다는 걸 깨닫는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바니와 찍은 사진 액자를 보고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 뷸화를 알고있는 사돈이 손자에 대한 주도권을 쥐려한다.

버려진 쓰레기 봉투를 챙겨온 니콜라는 바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본다.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화장품과 초록색 리본 블라우스, 색이 있는 사각 스카프는 본 적이 있지만, 어디에서 봤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신문 머리기사가 눈에 띈다. 세라 그레이슨 살인 사건의 핵심 증거였다.

파커는 세라 실종 사건과 관련해 조사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아무 잘못이 없다고 확인받았다. 그때 파커는 은색 아우디를 타고 있었다. 파커의 알리바이로 조사는 끝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계속 찾고 있는 스카프와 똑같다. 불길한 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파커는 살인과 거리가 멀다.

스카프를 들고 파커를 찾아간다. 파커는 당장 버리라고 하며 루나가 자신을 망가뜨릴 거라고 한다. 두려워한 최악의 상황이 사실이라는 것. 파커가 끔찍한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믿고 싶지 않다. 니콜라는 쓰레기통에 쑤셔 넣었던 스카프를 루나와 대화를 하고 다시 찾아오기로 결심한다.

스카프를 경찰에 신고한 건 루나다. 이 일은 일파만파로 커진다. 경찰의 의심을 사게된 파커. 악화된 몸은 혼수상태로 유지하게 된다. 화자는 파커의 엄마 니콜라다. 평범한 일상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아들이 범죄에 연루되었을지 모를 증거를 간직하고 있다. 파커와 루나의 말못할 비밀은 무엇일까?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들을 위해 못할 게 없는 엄마는 파커가 할 말이 있다고 했으니 꼭 알아내야 한다. 그것이 어떤 진실이든. 일의 진상을 밝혀야만 하는 니콜라는 발로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파커와 루나에 대해 다시 알아가게 되는데...

<남편과 아내>가 제목이지만 남편들과 아내들의 이야기다. 파커의 부모님과 루나의 부모님. 복잡할거 하나없는 일이 꼬이고 꼬여 매듭이 단단하게 묶였다. 부부한테 정직함이란 기본이다. 그걸 숨기려고 들다보니 거짓으로 포장되고 왜곡되어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배신 같은 거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 가족의 원흉인 세라 그레이슨은 욕심으로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갔다. 사건의 물고를 튼게 아이러니하게도 니콜라다. 결국엔 부부에서 가족의 이야기로 바니와 니콜라의 행복한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흥미진진한 심리 스릴러지만 반전과 고구마, 니콜라의 캐릭터에 호불호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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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즈
박소해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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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즈 #박소해 #텍스티 #내돈내산

만나본 적도 없는 작가님이 오래 봐 온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박장살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콘서트 한번 다녀오면 그 가수는 내 가수가 된다. 매번 경기장을 찾지 않아도 그 선수의 팬이 되기도 한다. 박소해 작가님은 그렇게 영원히 나의 작가님이다. 드디어 만나게 된 <허즈번즈> 솔직한 리뷰로 작성하겠다.

1945년 10월. 열네 살 소녀 수향의 삶은 해방되지 못했다. 아버지는 수향의 친모가 내리 딸만 낳자 아내를 버리고 재혼했다. 수향과 수진은 친모가 죽자 외할머니 손에 컸다. 수진이 물에 빠져 죽고, 수향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렸다. 그 정체 모를 병은 엄마가 걸렸던 병이다.

외할머니는 성대한 추는굿을 준비한다. 추는굿을 한 후로 수향은 꿈에서 봤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 다정하고 자애롭던 외할머니마저 수향이 열 살 때 돌아가신다. 장례식 날, 6년 만에 아버지 권도진이 찾아온다. 아버지가 경성 본가로 데려오고 새어머니 난실은 첫날부터 종노릇을 시킨다.

해방 후 도진은 미군정 아래에서도 계속 토지조사 일을 해 일본인 거부 나가스 시게루 일가의 대저택을 저렴하게 불하받게 된다. 적산가옥. 패망한 일본인들이 급하게 본국으로 도망가면서 남겨진 집에 가서 사는 게 좋을까. 수향은 마음이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 소녀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린다.

들ᆢ어ᆢ오ᆢ지ᆢ마 ᆢ하얀 기모노를 입고 있는 소녀. 목소리와 환상이 수향에게 경고한다. 그랜드피아노가 신기한 수향이 흰 건반 하나를 눌러본다. 딩. 집안 공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까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목소리가 속삭인다. 내 연주를 들어볼래?

해방으로 인해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일본인 도련님의 서재를 차지한 것뿐이다. 굉장한 장서를 아끼고 사랑했던 마사키 도련님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포의 추리소설 책을 펼치자 사진 한장이 바닥에 떨어진다. 피아노를 쳤던 나가스 교코일 테다.

이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속삭였던 소녀. 수향은 저택 뒤 검은 대나무 숲을 산책한다. 흑죽관이 보인다.
저 집은ᆢ절대ᆢ가지ᆢ마 ᆢ교코의 목소리가 간절하게 부탁한다. 누군가 수향을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이다.

꿈속에서 소녀가 알려준 구멍 안에 노트가 있다. 매일 일기장을 조사하고 연구한다. 암호는 도저히 풀수가 없지만 마사키의 서재는 수향의 내면을 키운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청년이 스승이자 말벗이었다. 1950년 평화로운 아침에 호외가 날아든다.

도진을 따라 나선 피난길은 인도교 폭파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신분증과 서류를 불태우고 빈집처럼 보이게 하고 숨어있기로 한다. 지독한 이질에 걸려 현수가 허무하게 죽는다. 도진은 쌀을 넉넉하게 주겠다는 쌀가게에 수향을 시집 보내려 한다.

수향의 몸값이 여덟 섬이다. 나가스 저택에서 영우와결혼식이 치뤄진다. 시아버지 최두만과 영우는 흑죽관에서 살기로 한다. 영우는 수향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곁에 얼씬하지 않았다. 수향의 상태가 좋아지자 다시 영우가 찾아온다.

두만이 손주를 원해 일주일에 세 번은 합방을 해야 한다. 수향은 남편의 이상한 점을 감지한다. 같은 얼굴, 같은 몸이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영우를 이해할 수 없다. 월, 수, 금요일에 따라 달라지는 남편이라니. 말도 안된다.

<허즈번즈>는 수향의 남편들과 나가스가의 사람들이 엮이면서 끝을 알수없는 미스터리로 들어간다. 사라진 교코는 어디있을까. 마지막으로 전쟁통에 흘러들어온 월터의 이야기는 결국 수향을 넓은 세계로 인도한다. 적산가옥에서 벌어진 한 여자의 기구한 삶과 사랑은 유령과 짐승보다 못한 인간을 더해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져 이야기에 빠지게 만든다.

박소해 작가님의 외할아버지와 외증조할머니의 역사처럼 6.25 참전용사이신 아버지, 그 무서운 시기를 보낸 어머니가 계시다. 전쟁통에 굶주리고 핍박박는 게 여자의 인생이지만 수향은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신여성으로 <허즈번즈>의 주인공이다. 흐뭇한 열린 결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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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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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서울에서는무슨일이 #김아직 #정명섭 #최하나 #콜린마샬 #오팬하우스 #한끼출판사 #서울미스터리 #책선물

김아직 작가님이 사인본 책이랑 선물 보따리를 보내 주셨다. 신간 나오면 보내주신다더니 이리 보내주실 줄이야..크리스마스 선물받은 느낌이다.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있었을까? 네 명의 이야기꾼이 쓴 미스터리 소설집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사라진 소년_정명섭
1987년 레이더 기지가 있는 군부대가 실미도에서 온 군인들이 총살당한 장소라고 개웅산을 오르는 네명의 소년. 철조망 옆 참호가 보이자 흥분한 소년들은 코앞에서 군인을 보자 도망치는데..그날 실종된 신웅섭이 40년 만에 보낸 편지로 탐정을 찾은 찬규아저씨의 의뢰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준혁 아저씨와 상태 이야기다.

선량은 왜?_최하나
서울 연희동 사는 41살의 선량이 누군가를 망치로 무자비하게 때려죽인 죄로 포토라인에 서서, 인간 같지도 않은 거를 죽였다고 하는 장면이 TV 속에서 흘러나오는데..재개발 광풍 속에 선량했던 한 소시민이 왜 무서운 짓을 벌이게 되었는지, 그녀의 선택은 잘못되었나? 그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곱씹어 보게 되는 이야기다.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_김아직
연극 <천사는 광장에서 죽는다>의 초연을 하루 앞둔 새벽, 4월의 마로니에 공원에서 배우 샹지가 죽었다. 오느릅은 샹지 사망 사고는 살인 사건일 확률이 높다는데..똑똑한 고딩 탐정 오느릅의 말대로 한 형사는 살인 사건으로 파고 들고, 오느릅은 샹지 사건을 라울 사건과 연관지어 극작가가 극본에 숨겨놓은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신촌에서) 사라진 여인_콜린 마샬
다트를 하고 싶어하는 에드먼턴 출신인 피터는 항상 금요일 밤이면 항상 이곳으로 온다. 어느새 다같이 다트를 하고 지혜라는 여자에게 호감이 생기는데..신촌 일대를 찾아다니며 찾은 결론은 뭘까. 사진을 보고 다 다른 이름으로 기억하는 지혜가 맞긴 한걸까.
룸13에서 한국말과 서울에 대해 깊이 알게 된 이방인 미국인이 한국 여인 찾기 이야기다.

서울에서 산 지 40년이 넘었지만 서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은 정명섭 작가님이 서울을 주제로 앤솔로지를 기획했다고 한다. 영화 <실미도>를 보고 역사의 비극이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벌어졌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고 오랫동안 담아두었다고 한다.

개봉동, 연희동, 혜화, 신촌 등 네 지역, 네 시선, 네 사건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바꾸고, 때로는 일상을 무너뜨리고 집어삼키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선량은 왜?>는 결말까지 왜 그랬을까 싶게 안타깝다.

탐정이 등장하는 <사라진 소년>은 중학생 탐정의 의젓함과 어른들의 따스한 정이 느껴져 청소년 소설로 딱이다 싶다. 그에 비하면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의 여고생 탐정은 형사를 능가하는 능력자로 김아직 작가님의 최애 캐릭터가 아닌가 본다.

예전 인천이 서울 변두리쯤 되었던 시절 서울행 나들이는 언제나 꿈만 같았다. 언니가 다니던 이대앞이나 또 다른 언니의 직장이 있던 여의도. 친구들과 함께 놀러다니던 63빌딩과 한강 유람선은 80년대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제는 주말 딸내미의 홍대 나들이를 낭만이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소설속 서울에서의 미스터리 처럼 각양각색의 얼굴을 하고 있는 서울을 소설로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하겠다. 네 작품 중 특히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는 중복 미스터리 작품으로 미스터리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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