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즈
박소해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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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즈 #박소해 #텍스티 #내돈내산

만나본 적도 없는 작가님이 오래 봐 온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박장살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콘서트 한번 다녀오면 그 가수는 내 가수가 된다. 매번 경기장을 찾지 않아도 그 선수의 팬이 되기도 한다. 박소해 작가님은 그렇게 영원히 나의 작가님이다. 드디어 만나게 된 <허즈번즈> 솔직한 리뷰로 작성하겠다.

1945년 10월. 열네 살 소녀 수향의 삶은 해방되지 못했다. 아버지는 수향의 친모가 내리 딸만 낳자 아내를 버리고 재혼했다. 수향과 수진은 친모가 죽자 외할머니 손에 컸다. 수진이 물에 빠져 죽고, 수향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렸다. 그 정체 모를 병은 엄마가 걸렸던 병이다.

외할머니는 성대한 추는굿을 준비한다. 추는굿을 한 후로 수향은 꿈에서 봤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 다정하고 자애롭던 외할머니마저 수향이 열 살 때 돌아가신다. 장례식 날, 6년 만에 아버지 권도진이 찾아온다. 아버지가 경성 본가로 데려오고 새어머니 난실은 첫날부터 종노릇을 시킨다.

해방 후 도진은 미군정 아래에서도 계속 토지조사 일을 해 일본인 거부 나가스 시게루 일가의 대저택을 저렴하게 불하받게 된다. 적산가옥. 패망한 일본인들이 급하게 본국으로 도망가면서 남겨진 집에 가서 사는 게 좋을까. 수향은 마음이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 소녀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린다.

들ᆢ어ᆢ오ᆢ지ᆢ마 ᆢ하얀 기모노를 입고 있는 소녀. 목소리와 환상이 수향에게 경고한다. 그랜드피아노가 신기한 수향이 흰 건반 하나를 눌러본다. 딩. 집안 공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까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목소리가 속삭인다. 내 연주를 들어볼래?

해방으로 인해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일본인 도련님의 서재를 차지한 것뿐이다. 굉장한 장서를 아끼고 사랑했던 마사키 도련님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포의 추리소설 책을 펼치자 사진 한장이 바닥에 떨어진다. 피아노를 쳤던 나가스 교코일 테다.

이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속삭였던 소녀. 수향은 저택 뒤 검은 대나무 숲을 산책한다. 흑죽관이 보인다.
저 집은ᆢ절대ᆢ가지ᆢ마 ᆢ교코의 목소리가 간절하게 부탁한다. 누군가 수향을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이다.

꿈속에서 소녀가 알려준 구멍 안에 노트가 있다. 매일 일기장을 조사하고 연구한다. 암호는 도저히 풀수가 없지만 마사키의 서재는 수향의 내면을 키운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청년이 스승이자 말벗이었다. 1950년 평화로운 아침에 호외가 날아든다.

도진을 따라 나선 피난길은 인도교 폭파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신분증과 서류를 불태우고 빈집처럼 보이게 하고 숨어있기로 한다. 지독한 이질에 걸려 현수가 허무하게 죽는다. 도진은 쌀을 넉넉하게 주겠다는 쌀가게에 수향을 시집 보내려 한다.

수향의 몸값이 여덟 섬이다. 나가스 저택에서 영우와결혼식이 치뤄진다. 시아버지 최두만과 영우는 흑죽관에서 살기로 한다. 영우는 수향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곁에 얼씬하지 않았다. 수향의 상태가 좋아지자 다시 영우가 찾아온다.

두만이 손주를 원해 일주일에 세 번은 합방을 해야 한다. 수향은 남편의 이상한 점을 감지한다. 같은 얼굴, 같은 몸이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영우를 이해할 수 없다. 월, 수, 금요일에 따라 달라지는 남편이라니. 말도 안된다.

<허즈번즈>는 수향의 남편들과 나가스가의 사람들이 엮이면서 끝을 알수없는 미스터리로 들어간다. 사라진 교코는 어디있을까. 마지막으로 전쟁통에 흘러들어온 월터의 이야기는 결국 수향을 넓은 세계로 인도한다. 적산가옥에서 벌어진 한 여자의 기구한 삶과 사랑은 유령과 짐승보다 못한 인간을 더해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져 이야기에 빠지게 만든다.

박소해 작가님의 외할아버지와 외증조할머니의 역사처럼 6.25 참전용사이신 아버지, 그 무서운 시기를 보낸 어머니가 계시다. 전쟁통에 굶주리고 핍박박는 게 여자의 인생이지만 수향은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신여성으로 <허즈번즈>의 주인공이다. 흐뭇한 열린 결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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