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을 거두는 시간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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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거두는시간 #이선영 #비채 #비채2기서포터즈 #도서협찬

이선영 작가님 초면이신데 여러 작품을 발표하신..또 나만 몰랐나. 그럼 다가가 보겠다.

이모가 자서전을 출간하고 싶다고 오 여사를 통해 듣는다. '디자이너 오선임'은 엄마의 막내 동생이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던 이모는 이모부가 회사를 그만둘 즈음 떠밀리듯 생활 전선에 뛰어 들었다. 의상학과를 나온 이모가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지 모른 채.

이모의 첫 사업은 명동의 양장점이고, 밀라노로 유학길을 강행한다. 이모부도 재능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후원한다. 결혼 십 년을 훌쩍 넘겨 늦둥이를 출산하자 이모부는 형서를 보며 외조를 자처한다. 그러나형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별거에 들어간다.

이모부가 한량처럼 밖으로 돌 때쯤 이모에겐 매니저 겸 개인비서의 그림자의 존재가 서서히 드러나고 디자이너로 성공하지만 가족들에게 외면 받으며 형서의 결혼에도 초대받지 못한다. 고스트라이터로 일하는 조카 윤지에게 자서전을 의뢰한다.

이모는 가부장적인 외삼촌들 틈새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성장했다. 이모의 얼굴은 쓸쓸한 회한이 스친다. 외가에서 이모는 수치의 표상이다. 외삼촌들은 외숙모를 내세워 필요한 걸 얻어내고 이모부는 호의호식하며 빌붙어 살면서 대놓고 경멸한다.

그런 탓인지 형서도 이모와 절연한 채 살았다. 오여사는 이모를 스님이라 부른다. 정말 이모가 머리를 삭발하고 나타나자 외가에서는 수치스럽게 여겼다. 이모에게 다녀온 이튿날 민혁이란 남자에게 전화가 온다. 강수진을 기억하느냐 묻는다.

앨범에서 찾은 강수진은 사진 밑의 이름까지 잘려져있고, 단체사진엔 매직펜으로 덧칠해져 있고 옆에는 선재가 서 있다. 도려낸 사진처럼 기억도 사라진 채였다. 두 사람을 보는 순간 감정이 올라온다. 누군가를 이토록 도려내고 삭제해버린 걸까.

충격에 놀란 오여사마저 민망해진다. 수진의 부고 소식에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앨범을 꺼내 보지 못했다. 앨범을 박스에 넣고 서둘러 약속 장소로 나간다. 강수진이 남긴 물건을 전해주려는 민혁은 단지 강수진을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한다.

윤지는 이모의 자서전을 준비하며 인터뷰를 이어가는 동시에 모자간의 화해를 도모한다. 세상에 드러낼 수 없었던 선임의 정체성, 오랜 시간 가족에게 아로새겨진 상처가 점차 드러나는 가운데 자신의 과거 또한 멋대로 편집되어 있음을 회상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가부장적인 남성들이 가정을 이끌고 고루한 사고방식과 그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선임이 마지막으로 끌어모아 자서전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긴 삶을 되찾으려 한다. 또한 침잠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오래전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윤지,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욕망과 집착이라는 사랑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망각의 바다에 던져진 그물을 거두는 시간은 봉인해 두었던 과거를 끌어 올리며 희생과 용서만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죄책감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삶이 위태로워 질지라도. 읽는 내내 뻔뻔한 인간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선임의 태도에 짜증이 났다.

P200
부조리와 모순으로 점철된 일상은 결국 생의 이면에서 무심히 던진 부메랑의 작용은 아닐까? 간절히 원하는 것을 손아귀에 쥐었을 때, 그것이 차라리 포르릉 날아가는 파랑새이거나 한 줌의 별빛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은 손바닥에 깊은 상처를 내는 유리 조각일 수도 있는 법이다.

선임과 윤지 두 사람은 이모와 조카사이면서 과거의 모습이 너무도 닮아 있다. 이제 내려놓으려는 선임과 이제야 깨달은 윤지를 통해 손바닥의 유리 조각을 빼야할 차례다. 질투가 악의가 되어 가시가 된 삶을 참회하려 한다.

망각이라는 편리한 바다에서 걷어올린 시간을 윤지 또한 잊어선 안될 것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치기나 기억 저편의 치부를 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때 올바른 판단이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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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
박희종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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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민족 #박희종장편소설 #텍스티 #txty #범인은여기요 #같이읽고싶은이야기

서평단 퀴즈쇼로 <추리의 민족>관련 퀴즈를 풀고 정답을 유추해보는건데 텍스티의 소설이 재밌어서 꼭 읽고 싶은 마음에 컨닝을.. 자수하고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고해를 부르는 종일에게 같이 살자고 고백했다가 가차없이 거절 당한 다정은 이별을 고한다. 배달 일을 하는 종일은 3년 만에 처음으로 라스트 콜까지 모두 받고 집으로 들어와 아주 오래 울다 잠이 든다. 사실 다정에게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없어 거절한 것이다.

약봉지 뒷장에 써놓은 엄마의 편지는 더욱 울화통을 터트리게 하고 바다를 보러 가자던 다정의 말이 떠올라 무작정 바다를 향해간다. 이때 배달 대행 앱에서 호출이 오는데 주소가 다정의 집이다. 미친듯이 오토바이를 몰고 헤어진 여자 친구의 집을 향한다.

절대 초인종을 누르지 말라는 배송 메시지가 이상해서 비상계단에 숨어 지켜보는데 남색 옷을 입은 팔 하나가 쑥 나와서 음식을 들고 간다. 종일은 순간 놀라서 굳어 버린다. 정석이 일하는 편의점으로 가서 말없이 맥주를 마시는데 오지랖 순경이 나타난다.

순경, 종일과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정석은 종일이 신경쓰여 묻는다.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종일은 다정과 헤어진 일과 다정의 집에 자신이 갖고 싶어 했던 시계를 차고 있던 남자, 어쩜 다른 놈이 생긴거라고 말하자 그 순간, 정석이 종일의 뒷통수를 때린다.

엉망으로 엉켜 서로 주먹질을 하고 아르바이트생인 가연의 목소리에 어색하게 끝난다. 누구보다 다정을 잘 알던 정석이 화를 내고 종일은 아무 말도 못한다. 이렇게 헤어져 버린 것이 너무 아프고 죽을 것만 같다. 순간 순경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순경은 이 커플이 헤어진것도 실감이 안 나지만, 다정이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배달 음식을 시킨 것도, 남자가 있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다정이 주문했는지 묻자 종일은 갑자기 자신의 뺨을 때린다. '봉이 닭발' 다정은 닭발도 못 먹거니와 1인 세트였다.

그들은 다정에 관해 얘기하면서 다시금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린다. 그리고 이 상황을 파헤쳐 보기로 한다. 먼저 정석이 전화를 걸자 아무 말도 없이 끊어버리고, 문자 역시 숫자 1은 없어졌지만 답은 오지 않는다. 계획이 무산되자 순경이 잠복을 제안한다.

아예 셋은 2차로 GS25 에서 다정의 출근을 기다리며 밤을 새운다. 종일은 회사에 전화를 해보고 다정이 휴가를 낸 사실에 집으로 가본다.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고 미세하지만 문 안쪽의 인기척을 느껴 문을 두들긴다. 누군가 신고를 하자 셋은 달리고 종일은 다정의 동료 전화를 받는다.

5일이나 휴가를 냈고, 문자가 이상하다는 말과 통화가 안 된다고 한다. 다정의 비상 연락망 전화 번호가 종일이고 다른 정보가 없다고 한다. 종일은 이 부분이 가슴 아파 찾는걸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정석은 실종이나 납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정의 원룸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방법으로 순경이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고 정석과 종일은 CCTV 영상을 다운받아 보다 순경이 찍은 이삿짐 속에 다정의 피아노가 보이자 종일은 오토바이로 쫓고, 정석은 401를 찾아간다. 종일은 간발의 차이로 실마리 마저 사라져버리자 혼란스럽다.

순간 배달 기사 단톡방에 사진을 올린다. 순경은 쓰레기통에서 401호 배달 영수증을 찾는데 김밥과 물이다. 종일은 마음이 이상하다. 두렵기도, 안심이 되기도 한다. 라이더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꼭 다정을 찾아야만 한다.

추리의 민족은 얼핏 배달의 민족이 떠올리면서, 배달기사인 종일이 사라진 여자친구 다정을 찾기 위해 추리에 추리를 거듭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다정은 과연 납치된 것인가. 그럼 누구에게, 왜 납치를 당한 것인가. 3인방은 무사히 다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다정뿐만 아니라 또 다른 사건이 개입되어 있어 계속해서 사건을 추적한다. 추리의 민족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결말은 범인찾기. 하지만 범인 뒤의 진짜 나쁜놈의 정체는 라이더들을 결속시킨다. 앞날이 막막해보여도 젊은 세대들만의 용기와 유머가 넘친다.

셋중 브레인 역할을 하는 정석, 단순하면서 이름값 하는 순경, 끝까지 찾아나서는 우직한 사랑꾼 종일. 이번책은 종일이 주인공인데 정석이나 순경의 이야기로 2편이 나와도 좋겠다. 푹 빠져 읽다보면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삶이 없고, 살아갈 가치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꼭 2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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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취미생활 서미애 컬렉션 2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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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취미생활 #서미애 #문학동네 #엘릭시르 #이벤트당첨

미스터리 작가 서미애 소설 속 <최고의 사이코 캐릭터> 뽑기 이벤트가 있었다. TOP5 가 만만치 않았던 만큼 서미애 작가님의 사이코 인물들은 진짜 실존 인물들 같다. 예전에 눈앞에 보고도 작가님의 사인을 못받은 게 지금도 후회되지만..여전히 팬임을 전하면서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후각이 예민한 작가에게 일어난 <냄새 없애는 방법>
은 살인자의 냄새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가 결국 잃게되는 기능에 잘 됐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사기꾼 새끼를 드디어 만난 <정글에는 악마가 산다>
는 사기꾼 새끼보다 더 한 악마 새끼를 만났으니 돈쉽게 벌려다 쉽게 가는 길에 명복을 빌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묻힌 기억을 소환하는 <목련이 피었다>는 5년만에 그날의 진실을 알게되면서 나쁜 아이들과 나쁜 어른이 남긴 상처로 가슴이 먹먹하고 시리다.

노란 우산에 봉인된 기억 <유빙의 시간>은 아들의 죽음처럼 비극적인 죽음의 진실을 찾는 형사에겐 무뎌지지 않는 쇳조각과 사라지지 않는 얼음이 있다.

살려고 선택한 여행길에서 겪는 <돌아와, 그레텔>은
오래전 일어난 사고로 죄의식의 무게에 고통받던 엄마가 결국 딸을 다시 보게되는 슬픈 공포다.

단짝을 잃고 부검의가 된 남자 <별의 궤적>은 부검실에서 만난 그녀를 보며 사망자의 죽음을 쫓다 친구의 죽음과 원한까지 풀게되는 시원한 결말이 있다.

표제작인 <그녀의 취미생활>은 고향집에 머물게 된 정인이 알게된 이사온 여자이야기로 책표지의 그림이 사과꽃눈을 제거하는 전지가위가 아닐까 싶다.
나도 그녀들의 취미생활에 동참해서 오지랖 떠는 인간들을 사과꽃눈 제거하듯 하고 싶다.

시어머니에게 꼭 맞는 간병인을 구한 <장미정원의 가족사진>은 장미정원이 있는 집을 상속한게 선물일지 족쇄일지 시어머니의 의도가 궁금하긴 하다.

개같은 남자친구가 있는 선우의 <그래도 해피엔딩>은 옆집 여자를 알게되고 위기의 순간 도움을 받는다. 찌질한 놈에게 베풀 자비란 없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이니까.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모티브로 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는 호랑이 아빠에게 동생을 지키려는 오빠와 오빠를 도와야 한다는 동생이 새로 쓴 결말이다. 찐짜 해피엔딩은 여깄었네.

최고의 빌런 주희의 <죽일 생각은 없었어> 진짜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루에 두 건은 아니지만 택시 너가 잘못 한거야. 스스로 무덤을 판거지. 아니다. 무덤 판 사람은 따로있지.

여자친구의 복수를 하려는 남자 <나의 여자친구>는
계부에게 학대 당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뭐든 다 할 생각이었다. 했으면 후회했겠지만.

단편 12 작품은 이미 발표된 작품이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 의 주희를 사이코 1위로 꼽았는데 <파괴자들의 밤> 중에서 특히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2위가 <나의 여자친구>의 수빈, 5위 <별의 궤적> 유진도 수록되어 있어 한 권에 랭킹 3인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서미애 작가님의 작품 특징이 화끈하고 매운 불닭에,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백김치, 항상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맛에 뒷끝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감칠맛으로 마무리한다. <냄새를 없애는 방법>의 미향 친구라면 이리 표현하지 않았을까. 세 편의 단편에서 목련꽃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목련을 좋아하는게 아니신지. 꽃말이 위엄인데 잘 어울리시기도 하고 목련꽃차도 궁금하다.

글 잘쓰기로는 이미 이 업계에서 소문난 분이고 애거서 크리스티처럼 시를 먼저 접하고 이후 소설가로 전환하신 분이라 한국의 애거사 크리스티라 부르고 싶다. 명실상부한 한국 미스터리의 대가 아니겠는가. 데뷔 30주년이니 애거사 크리스티처럼 46년은 거뜬하다고 본다. 서미애 컬렉션이 계속 출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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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날 밤
로저 뒤바젱 그림,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 글, 정화진 옮김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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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전날밤 #로저뒤바젱 #클레멘트클라크무어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그림책 #미디어창비
#창비서포터즈

그림책을 받고 가로보다 세로가 약 두배 긴 길쭉한 모습에 놀랐다. 책표지에 보이는 산타가 올라선 빨간 굴뚝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가 사료된다. 이번 그림책의 그림은 로저 뒤바젱의 그림책으로 1954년 출간되어 재출간된 책인데, 1950년대의 조금 예스러운 느낌을 풍긴다. 또한 흰색과 빨강의 원색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벽난로 위에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가득 넣어 주길 바라는 긴 양말들이 있다. 아이들은 달콤한 꿈에 빠져 있다. 엄마도, 아빠도 긴 겨울의 단잠에 빠져 있다. 그때 달그락달그락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아빠는 창문을 열어젖힌다. 그때 불쑥 아빠 눈에 들어온 것은 썰매 하나와 여덟 마리의 순록 그리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다.

산타클로스는 순록들을 향해 외친다. 높이높이 더 높이! 순록들이 지붕 위까지 날아와 여덟 마리의 발굽 소리가 두드린다. 굴뚝 아래로 내려오는 산타클로스. 재와 숯검정으로 얼룩져서는 선물 보따리를 푼다. 뚱뚱한 산타클로스는 장난기 많은 할아버지 요정같아 아빠도 모르게 웃어 버린다.

산타클로스의 눈은 반짝이고 보조개는 멋진, 볼은 빨갛고 코는 앵두 같다. 눈처럼 새하얀 턱수염에 웃고 있는 입에는 파이프. 웃을 때마다 출렁이는 배의 산타클로스와 아빠는 이미 같은 편이란 걸 안다. 목격자이기도 하니까. 산타클로스가 외치는 소리를 아빠만 들었을까?

산타클로스는 굴뚝을 왜 이용했을까. 그 많은 집을 밤새 날아다니는 걸까. 혹시나 아이에게 들킨적은 없을까. 배달 사고가 난 적은 없는지, 일 년에 딱 하루만 일하는 꿀알바에 만족하는지..나름 나도 호기심에 산타클로스를 떠올린 적이 있다. 산타가 없다고 믿는 어른이 되어서도 말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은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가 자신의 아홉 자녀를 위해 지은 시이다. 나도 딸이 아홉인 집에 태어나 크리스마스 이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군인 출신이신 아버지는 항상 배급 주시는 것처럼 과자 꾸러미를 열개 준비해 오셨는데 그 안에는 껌과 카라멜, 과자가 큰딸부터 막내까지 공평하게 들어 있었다. 엄마꺼 마저도 말이다.

우리 가족에겐 아버지가 산타고, TV로 함께 보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비교 대상없이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산타는 진짜가 아니라고 일찌감치 눈치챘던 내가 딸내미에게는 잘도 속였건만 진짜 속은 건 나였다. 자신이 가지고 싶던 선물을 매번 산타에게 빌었으니 말이다.

뒤숭숭한 연말에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던 크리스마스는 갈수록 의미없는 인사로 변모했지만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라는 그림책 한권이 그 옛날의 향수를 불러오면서 올 크리스마스 이브는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워보려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격인 크리스마스 그림책을 추천한다.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할아버가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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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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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끝 #히가시야마아키라 #해피북스투유 #SF추천 #3대문학상 #나오키수상 #시네21 #아포칼립스 #류 #신간추천 #서평단

인간이 한낱 '식량'으로 전략한 세계를 배경으로 SF 낭만 묵시록이라는 소개에 바로 서평단 신청을 해버렸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최고가 아닐까.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18년 전, 백성서파가 의뢰한 임무로 뉴욕을 떠나있던 동안 다름아니라 그 백성서파의 목사에 의해 아내가 산 채로 등유를 뒤집어쓰고 불에 타 살해당한다. 예배가 끝난 뒤 희생의 제물로 삼아 불길로 정화된 여성들을 '신의 디저트'라 불렀던 모리아는 구치소 안에서 신자들 손에 성기만 탄화되어 죽는다.

네이선이 얼이 나간 상태로 10여 년을 죽은 거나 마찬가지로 살자, 기자 친구 잭은 캔디선 밖의 경험을 책으로 써보라고 한다. 기록한다는 것은 그날들을 다시 추체험해야 한다는 말이고 그 여행의 끝에는 마리앤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잭의 제안을 따른 것은 에마를 만났기 때문이다.

에마가 생사를 헤매는 고양이를 향해 소중한 총알을 가차없이 쐈을때 정확히 이때부터 시간을 들여 블랙라이더 전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식인을 위한 살인은 다른 이유에 의한 살인과 비교해 그리 영향력이 강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가치관의 전환에 블랙라이더가 큰 역활을 한 것은 누가 봐도 명백했다.

식인을 긍정하는 구세주의 탄생이라는 블랙라이더너새니얼 헤일런은 17살에 어머니를 살해하고 21년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가 기능이 마비된 폐허 속에서 백성서파가 보낸 화이트라이더들을 모조리 해치우고 수많은 기적을 일으켰다. 특히 1,571개의 계단이 실재하기 때문이다.

20년 전 백성서파가 대니 레번워스를 말살하라는 최초의 임무는 의도치 않게 너새니얼의 성스러움을 하나씩 눈으로 확인하는 여행으로 변모한다. 이것은 그를 위한 기록이다. 너새니얼은 범죄 행위 끝에 태어났다. 신의 축복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 사람을 먹는 황야를 이해하기 위한 신화는 전설이 된다.

니므릇 롱크가 들려주는 너새니얼은 불우한 가정에서도 쌍둥이 형 우드로를 보살폈지만, 피아는 배신당하고 그때 나타난 사채업자에게 두 가지를 얻는다. 저주와 행운. 너새니얼은 불운을 만나도 저주의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2173년 6월 16일 문명은 종말을 맞는다. 나이팅게일 소행성 충돌로 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열이 있던 너새니얼은 우드로에게 피아가 하던 짓의 마무리를 하고 의식불명인 채 구급차에 실려간다. 그리고 우드로는 자살로 처리된다. 정부는 VB 의안 수술을 금지하지만 불법으로 수술을 받는다. 니므롯은 그로부터 1년 후 어머니를 살해한 17살 소년이 경찰에 자수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듣는다.

VB 의안 수술을 받은 너새니얼은 싱싱 교도소로 옮겨지는데 그곳에는 남녀의 인격을 가지고 27명을 죽여 먹고 자신의 죄는 무전취식뿐이라고 한 식인귀 대니 레번워스가 있었다. 레번워스는 너새니얼을 먹으려 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신의 사신으로 믿고 따른다.

이런 세계에서 백성서파는 신앙을 지키려 하고 화이트라이더가 조직된다. 노아 던이 신의 말씀을 전하고 어느샌가 '백성서파'라고 불렀다. 너새니얼이 싱싱 교도소에서 살려준 적이 있는 랜디와 레번워스를 쫓다가 습격을 당해 랜디는 사망하고 네이선은 살아 남아 빌과 뒤를 계속 쫓는데...

너새니얼은 살인자에서 어떻게 구원자가 되었는가.
종말의 순간 식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죄의식에서 벗어나려는 거짓된 믿음일까. 네이선은 범죄자를 처단해야 할 입장에서 왜 신념이 흔들렸을까. 멸망한 세계에 선악의 기준은 무엇이고, 구원과 희망을 찾아 가치관의 변화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좀비가 되어 식인을 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에 식인을 하고 인간성은 저버리지 않는다. 그들은 아마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고 살아갈 것이다. 지금 세상도 서로를 물어뜯고 할퀴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죄의 끝은 구원을 향해 있어 새로운 삶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책표지가 뭔가 했더니 돌계단의 조각이었다. 마지막은 가슴 뭉클한 눈물을 흘리며 책을 덮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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