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날 밤
로저 뒤바젱 그림,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 글, 정화진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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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받고 가로보다 세로가 약 두배 긴 길쭉한 모습에 놀랐다. 책표지에 보이는 산타가 올라선 빨간 굴뚝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가 사료된다. 이번 그림책의 그림은 로저 뒤바젱의 그림책으로 1954년 출간되어 재출간된 책인데, 1950년대의 조금 예스러운 느낌을 풍긴다. 또한 흰색과 빨강의 원색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벽난로 위에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가득 넣어 주길 바라는 긴 양말들이 있다. 아이들은 달콤한 꿈에 빠져 있다. 엄마도, 아빠도 긴 겨울의 단잠에 빠져 있다. 그때 달그락달그락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아빠는 창문을 열어젖힌다. 그때 불쑥 아빠 눈에 들어온 것은 썰매 하나와 여덟 마리의 순록 그리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다.

산타클로스는 순록들을 향해 외친다. 높이높이 더 높이! 순록들이 지붕 위까지 날아와 여덟 마리의 발굽 소리가 두드린다. 굴뚝 아래로 내려오는 산타클로스. 재와 숯검정으로 얼룩져서는 선물 보따리를 푼다. 뚱뚱한 산타클로스는 장난기 많은 할아버지 요정같아 아빠도 모르게 웃어 버린다.

산타클로스의 눈은 반짝이고 보조개는 멋진, 볼은 빨갛고 코는 앵두 같다. 눈처럼 새하얀 턱수염에 웃고 있는 입에는 파이프. 웃을 때마다 출렁이는 배의 산타클로스와 아빠는 이미 같은 편이란 걸 안다. 목격자이기도 하니까. 산타클로스가 외치는 소리를 아빠만 들었을까?

산타클로스는 굴뚝을 왜 이용했을까. 그 많은 집을 밤새 날아다니는 걸까. 혹시나 아이에게 들킨적은 없을까. 배달 사고가 난 적은 없는지, 일 년에 딱 하루만 일하는 꿀알바에 만족하는지..나름 나도 호기심에 산타클로스를 떠올린 적이 있다. 산타가 없다고 믿는 어른이 되어서도 말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은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가 자신의 아홉 자녀를 위해 지은 시이다. 나도 딸이 아홉인 집에 태어나 크리스마스 이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군인 출신이신 아버지는 항상 배급 주시는 것처럼 과자 꾸러미를 열개 준비해 오셨는데 그 안에는 껌과 카라멜, 과자가 큰딸부터 막내까지 공평하게 들어 있었다. 엄마꺼 마저도 말이다.

우리 가족에겐 아버지가 산타고, TV로 함께 보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비교 대상없이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산타는 진짜가 아니라고 일찌감치 눈치챘던 내가 딸내미에게는 잘도 속였건만 진짜 속은 건 나였다. 자신이 가지고 싶던 선물을 매번 산타에게 빌었으니 말이다.

뒤숭숭한 연말에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던 크리스마스는 갈수록 의미없는 인사로 변모했지만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라는 그림책 한권이 그 옛날의 향수를 불러오면서 올 크리스마스 이브는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워보려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격인 크리스마스 그림책을 추천한다.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할아버가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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