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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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이정표 #아시자와요 #블루홀식스 #블루홀6
#미스터리 #서평단

초등학교 3학년 때 슬램덩크를 본 계기로 농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나카무라 요스케와 달리 하루는 세 살 때 농구를 시작했다. 실업팀 농구 선수였던 아버지의 특훈으로 아무래도 격차가 크다.

하시모토 하루와의 만남이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한 요스케는 느닷없이 자신을 남겨두고 가버릴까 내심 걱정한다. 헤어짐에 아쉬워 되돌아가던 길 하루가 횡단보도로 냅다 뛰쳐나가버리는 걸 목격한다.

하루가 어떻게 된 건지 궁금증을 남겨두고 다른 인물로 넘어간다. 반찬가게 야간반에서 일하는 나가오 도요코. 2년 전 발생한 진전없는 도가와 살해 사건을 담당한 다이라 쇼타로.

도가와 마사히로는 학원을 운영하던 원장이고 용의자는 학습 지도를 받던 아쿠쓰 겐으로 체포만 하면 기소할 수 있을 증거가 있었지만 행방이 묘연해진다. 지금까지 수사는 벽에 부딪힌다.

궁금했던 하루의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막상 알게되니 실망이다. 다친 건 맞지만 부자 공갈 자해단의 성격이다. 아버지는 운전자에게 동정심과 죄책감을 유발시켜 돈을 뜯어낸다. 하루에게 너무 가혹하다.

반찬가게 도요코가 의외다. 숨은 공간이 있는 집에 숨겨둔 남자가 있다. 야간반 아르바이트생들은 도요코에게 한창 성장기의 아들이 있는줄 안다. 남자는 2년 전보다 둥그스름해졌다.

다시 도가와 살인 사건으로 돌아와서 도가와는 살해 당해 마땅한 사람이 아닌 인격자였다. 그런 사람이 왜 살해당했는지 의문이다. 퍼즐 조각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퍼즐이 맞춰질 때마다 사회파 미스터리답게 껄끄러운 사회문제가 드러난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동정이 아닌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서로에게 연결된 점이다.

행방이 묘연한 아쿠쓰가 도요코의 지하방에 숨어 있고 하루는 아쿠쓰가 베푼 친절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아쿠쓰를 쫓는 쇼타로와 오야는 진실을 찾아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아쿠쓰에게 도가와는 이정표 같은 존재인데 왜 죽였을까?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지만 악한 존재로 느껴지는 사람은 없어 뭔가 사정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며 지켜 보게 된다.

여행자에게 특히 낯선 곳에서 이정표가 없다면 우린 모두 당황하고 막막함을 느낄 것이다. 밤의 이정표는 캄캄한 앞날의 목적이나 기준이 되어줄 이정표가 있다면 믿고 따를 것이다. 부모든 선생님이든.

하지만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면 어떨까? 도가와 살인 사건에는 큰 반전이 숨어 있다. 과거에 옳다고 믿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던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 만은 없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범죄자로 만든 만큼 이번 소설은 과거의 이기적인 헌법을 고발하고 있다.

삶의 이정표를 잃은 아쿠쓰와 하루. 두 사람을 부각시키며 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국가와 사회 구성원이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열린 결말로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아마도 똑같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연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아시자와 요의 10주년 기념작이라 할만하다. 책을 덮으면서 정말 재밌다...라는 말 밖에. 서로 닮은 구석이 있는 아쿠쓰와 하루가 부자지간이라면 어떨까 상상해보며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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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아시스
김채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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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아시스 #김채원 #서울오아시스_서평단 #문학과지성 #도서협찬

김채원 작가님이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들을 묶어 낸 소설집이다. 2022년 신춘문예 당선작부터 미발표작까지 여덟 편의 작품들 속으로 들어가보겠다.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
아무도 아닌 날에 동우와 석용과 성아가 만났다. 유림이 새벽 일찍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고 서로에게 연락을 했다. 세 사람은 유림이 살던 원룸에 남아 있는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만났는데 밥을 먹고, 자전거를 빌려 타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시종일관 비춘다. 현관이 수국 뒤에 있는 것과 뭔 상관인지 모르겠다. 다만 친구의 비보를 들은 세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삶도 여전히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빛 가운데 걷기>
노인은 자신의 딸을 위해 기도를 마친 사람들이 뒤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동안 언제까지고 이렇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손녀를 낮잠 재우고 산책길에 나선다. 양지를 걷고 폐에 염증이 생기지도 않은 채로 잘 지냈고 아직 할 일이 충분히 남아 있다. 노인의 주변인물들이 아무 상관없이 나열된다. 남은자의 버팀과 심리적인 견딤을 빛 가운데 걷기로 표현한듯 하다.

<서울 오아시스>
어떤 사람은 건강하지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던 외삼촌이 강가에서 실종되었다. 우리가 이사를 갈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욕심내지 않고 살기를 택한다. 손을 움직이고 싶다는 엽서를 보낸 엄마는 병원에 있다. 외삼촌하고의 과거와 학교에서의 연극 럭키 클로버에서 맡은 배역 나무를 떠올린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서울의 오아시스일지도 모른다.

<쓸 수 있는 대답>
아르바이트를 마친 유림이 승용차에 치여 다리를 다친다. 운전자는 중년이었고 유림의 다리에서 피가 많이 나자 구급차를 부른다. 언젠가 보험사 직원이 알려준 정보가 치료가 끝날때까지는 합의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먼저 합의하자고 말한다. 밥먹자는 성아의 전화에 사고가 났다고 전한다. 자살하기를 그만둔 유림의 이야기가 왠지 자살로 마감되어 슬프게 읽힌다.

<영원 없이>
정부영의 어머니는 정부영이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자살했다.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았던 집은 먼지 뿐이다. 정부영이 자살에 실패한 이후로 떠나버렸다. 근래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어려움을 느끼지만 오래전 아동 병동에서 배운 것들은 좀처럼 잊지 않는다. 난 정부영을 잘 모르겠다.

<럭키 클로버>
자영은 그럭저럭 자두 농장을 해나가고 있다. 자영의 엄마는 농장을 물려주고 떠났다. 종종 엄마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지 상상해본다. 벌목된 나무 밑둥 아래서 처음 클로버 병정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걷거나 뛰지 못했다. 한 다발로 태어난 여덟 명의 클로버 친구들은 농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제식훈련을 한다. 보초서는 일을 좋아하는 파수꾼 클로버들과 떠난 엄마를 용서하려 한다.

<외출>
말을 아주 길게 하고 싶은 사람, 그러니까 말을 아주 길게 하는 방법을 배우지는 못한 사람이 적은 글이다. 사실 이미 한차례 소개된 바 있다. 노인이면서 외조부는 화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노인이 가고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이렇게 자랐구나 싶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구아미는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을 정성 들여 기르고 있다. 다 자란 오렌지 열매를 기계에 넣고 납작하게 말려 먹는다. 구아미가 하는 혼잣말을 듣는 것은 오아름뿐이다. 남은 자는 잊지 않기 위해 소설도 쓰고 걷고 살아간다.

여덟 편의 이야기는 상실과 부재가 심리적인 것에 고착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무한한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백을 방법화하는 소설집이다. 인식과 지성을 통해 어딘지 세계를 장악할 수 있다고 여겨온 우리의 오랜 믿음 체계가 아니라, 불가해함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공백 쪽에 서 있다. 사라짐, 공백으로부터 시작하는 무한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서울 오아시스>는 단편이면서 긴 장편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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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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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말하는사람 #안규철 #현대문학 #에세이 #서평단 #예술 #미술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미술에세이 #예술에세이 #한국문학 #도서협찬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이글들이 사물의 그림자를 통해서 사물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본문중에 나오는 파울 첼란의 시에서 가져온 구절이다. 2021년 나온 <사물의 뒷모습>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사물의 뒷모습을 말하는 것은 사물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회색의 다채로움을 말하는 것이다. 미술계에서 글을 쓰는 미술가라고 알려진 안규철 작가님의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1장 <평범한 날들>에는 계절, 시공간, 일상에 대한 글들이 담겨 있다. 죽음과 그림자에 대한 말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평범한 날들에 대해, 정돈된 일상을 향한 바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노을 속에서 덧없이 흘러가는 세상의 일들을 똑같은 무심함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

2장 <저울의 시간>
무심코 먹는 감자에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코로나시대에 집 안에 칩거하는 생활에서 많은 열매를 맺었을 작가님이 떠오른다. 감자 뿐만 아니라 저울도 담쟁이도 버들치도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자연과 사물을 보는 눈이 감각적이고 신선해 새로운 면을 다시 보게 된다. 예술가의 관찰력에 감탄하면서..아니 작가의 필력에 감동하면서. 낡은 옷걸이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 저울의 시간이 아닌가 본다.

3장 <두 번은 없다>
입학 50주년을 맞아 전시회를 열면서 전시 목적을 위한 취지문을 위해 폴란드 시인 쉼보느스카의 시 한 편을 덧붙이게 된 <두 번은 없다>라는 말이 깊게 와 닿는다. 표제작인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도 파울 첼란의 시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마지막 구절이다. 자신을 향한 독백이기도 하다.

4장<아무 일 없다>
어머니와 안부 인사는 아무 일 없으시냐는 물음과 아무 일 없어야 한다는 당부를 듣는 일이다. 이제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나에게 들리는 이명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계약한 적은 없지만 잘 쓰고 돌려주어야 할 몸이기에 독한 인간이 되어 술도 끊고 매일의 산책을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리움이 담긴 글이다.

5장 <짧은 만남, 긴 이별>
의사였던 아버지와의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을 통해 어딘지 모르게 닮은 아버지를 추억하고 지금 아버지처럼 살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외로움에 대한 내성은 전적으로 어버지의 유산이고 일찌감치 떠나보냄으로써 독립적인 인간으로 키운 그의 결정대로 속에는 어버지가 그대로 살아 계시다는 끝맺음에서 부정을 느낀다. 존재 자체만으로 큰 힘이 되는 게 아버지인가보다.

왜 차례에는 3장이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고 정작 <두 번은 없다>로 표기되어 있는지 알수 없다. 딱히 무엇이 중헌지 중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57편의 스케치와 깊은 사유를 내포하는 작가님만의 시선이 잔잔하고 섬세하게 드러나 있어 따뜻한 위로가 된다.

이왕 고마움을 전하는 마당에 아내에 대한 이야기도 한 편쯤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다음 에세이에는 꼭 든든한 조력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주시길 바란다. 또한 <사물의 뒷모습>도 궁금해진다.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리라.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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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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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불꽃을쫓다 #정세랑 #설자은시리즈2 #문학동네 #정세랑호위서평단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리뷰를 2023년에 올린 걸 보니 실로 오랜만이다. 그동안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럼 설자은의 두번째 시리즈 속으로 들어가보겠다.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미은이 설자은이 되어 금성으로 돌아와 백제 출신의 식객 목인권과 사건을 해결하면서 왕의 눈에 띄어 설대사가 되어 왕의 매잡이가 된다.

어느 밤 시작된 방화 사건이 나흘 만에 두 건으로 늘어나고 왕이 준 삼형제가 말갈인이라 말갈인들과 관련을 침묵한다. 자은은 왕으로부터 검을 하사받고 명을 받들어 무엇을 베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인곤이 수사에 개가 필요하다해 노길보에게 찾아가 다섯 마리를 얻어온다. 채 훈련을 시키기도 전에 세번째 불이 난다. 앞서와 같이 시신은 목이 베여 죽고 고기 기름 냄새가 진하게 남아 있다.

죽은 남자의 허리띠에서 작은 청동 거울을 발견한다. 인곤은 아무래도 죽은 사람이 친척인 모양이라고 한다. 지난번 공격을 받은 흑금서당에 이어 청금서당까지. 불을 지르는 자가 왕경을 지키는 군인들을 공격하고 있다.

래업의 시신을 거두러 온 청금서당의 해홍주에게 죽은 래업에 대해 전해 듣는다. 정보를 얻으러 노름판에 드나든다. 왕의 부름에 달려가 보고를 하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불편한 끼니를 먹는다.

그러다 어느날 노름판에 나오는 길에 지금껏 난 불들을 합친 것만큼 큰 불을 본다. 흑금서당의 보초 둘이 당하고 소금창고가 재가 되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병부로 가 제감에게 명단을 얻어온다.

저자에서는 더러운 금성을 깨끗이 정화시킬 불귀신 지귀가 온다는 소문이다. 왕은 다섯번째도 있을 것 같냐고 묻는다. 책망치고는 조급하지 않자 자은은 말갈인 부하들을 붙여준 연유를 묻는다.

청금서당 병사들을 사면시켜 달라고 하고 뒤를 쫓는다. 첫번째 불이 났던 집으로 들어간다. 보관해 둔 재가 든 독을 전해준다. 다섯번째 불이 타오르는 걸 막는 게 우선이다.

생우숙이 들려주는 우리에 갇혀 죽임당한 말갈인들은 전쟁이 끝난 후 금성에서 태어난 어린애들이었다.우숙이 직접 가르친 애들로 말을 돌려주고 벌을 받으면 될 일이었다.

왕 앞으로 불려온 자금서당의 서른 명 중에서 죽은 열넷의 목숨값을 거둔다. 흐린 날에도 빛을 잃지 않는 칼자루를 쥐고 오만하고 잔혹했던 죄인들을 골라내 벤다. 일을 마친 자은이 피로 젖어 있다.

왕의 말처럼 자신이 무엇을 베어야 하는지 이제는 안다. 자은의 명석한 머리로 불꽃을 쫓는 임무를 완수한다. 도은이 자은이 미은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탑을 돌며 빌다 산아를 만난다.

어디선가 날아온 돌에는 협박문이..두번째 사건 탑돌이의 밤과 마지막 사건은 용의 탈을 쓴 산적 이야기 용왕의 아들들. 혼란의 시대 통일신라 금성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냉철한 시선과 비상한 두뇌로 해결한다.

사려 깊은 마음을 지닌 설자은과 웃는 얼굴의 식객 목인곤이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둘은 십일면관음의 여러 얼굴 같이 이어져 있어 환상의 조합이라 하겠다. 위기 극복 능력이 탁월하여 그저 난관을 어찌 헤쳐 나갈지 꿀눈으로 지켜보게 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왕이 친근하게 느껴지면서 언제까지고 설대사를 신임해주길 바란다. 걸마지, 걸마형, 걸마달 삼형제가 든든하다. 똑소리나는 도은을 보는 게 즐겁다. 아마도 설씨 집안은 여자들이 기개가 범상치 않은 것 같다. 이제 자은의 비밀을 공유하는 자가 늘고 있다.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는 또 어떤 내용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허구이지만 허구라고 할 수 없는 역사적인 고증이 섞인 이야기들이라 칼의 참된 주인 설자은 이라는 설화가 전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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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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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김세화 #나비클럽 #내돈내산 #한국추리문학상대상 #사회파미스터리

2024 제40회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작이다.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하는데 제목도 특이하고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하다. 박소해의 장르살롱 새해 첫 책인만큼 김세화 작가님과의 만남이 무척 기다려진다.

오지영 형사과장은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일찍 누웠다가 자신을 제외한 유일한 여성 형사 김태경의 전화를 받는다. K대학 후문 이슬람 사원 골목에서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K대 사회학과 조교수 권윤정으로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할 때 무슬림을 대변한 사람이다. 귀가 중 가해자가 휘두른 망치에 상처를 입고 입원 중이다.

권 교수는 가해자의 눈빛이 악마같았다고 한다. 그때 하필 오지영은 급성 맹장이 터진다. 문병을 온 서장과 최계호 팀장은 아예 사건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단순 퍽치기 사건으로 마무리 했다고 전한다.

오지영이 3주의 휴가를 내고 돌아오자 K대학 대운동장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태풍을 동반한 폭우속에 발생한 다문화교류연구원 자문 윤미라 변호사 살인사건으로 급진전을 맞는다.

두 사건의 범인 모두 괴성을 지르고 검은색 비옷을 입고 검은색 마스코와 장갑을 낀것으로 보이고, 걸음걸이나 움직임도 비슷한데다 피해자 모두 이슬람 사원 건립에 힘을 보탰던 사람들이다.

과연 이슬람에 대한 혐오 범죄일까? 누군가 교회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는 바람에 오지영이 팔을 다친다. K대학 기숙사에서 인도네시아 여학생이 괴한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이 복잡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유학생 폭행 사건과 교회 방화 사건까지 단서는 없고 용의자도 없다. 교회에서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정보과장이 알려준다. 군중 속에 숨은 누군가를 찾을 기회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이슬람 사원에 방화사건이 또 일어나고 JBC 박태우 기자는 상황을 비틀어 왜곡하고 방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오지영이 유력한 용의자를 놓쳤다고 보도한다.

데위 소라야를 폭행한 용의자로 이솔로몬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이영태 목사 역시 방화범일 가능성과 난잡한 사생활이 드러난다. 하지만 폭우가 치던 날 이영태 목사가 송곳에 찔려 시체로 발견된다.

폭우와 살인사건..이쯤되면 노이로제 라도 걸리게 생겼다. 사건은 계속 터지는데 수사의 진전은 없다. 무능한 경찰로 낙인 찍으려는 기자의 언론 보도까지 더해지지만 오지영은 이에 굴하지 않는다.

이 목사의 수첩에 있던 타오, 윤 변호사 상담자에 있던 타오. 오지영에게 수사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빛이 되어나타나는 작은 실마리, '타오'라는 이름이 그런 느낌이다.

교수에게는 학점을, 변호사에게는 체불 임금 받을 방안을, 목사에게는 무언가 도움을 요청했을 타오가 세 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학점을 못 따서 졸업도 못하고 기숙사에서는 쫓겨나 증발한 타오.

비로소 오지영이 찾은 범인의 정체와 왜 제목이 타오였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타오라는 이름이 거론되기 전까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만 되면 발생하는 살인사건과 무능한 경찰, 편견과 잣대로 평가받는 우리의 주인공 오지영.

사정없이 언론 몰이를 하는 미운 박우태 기자를 악역을 만든 이유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인가. 다행히 작가님의 복수가 있어서 통쾌했다. 30여 년 동안 기자로 활동한 이력이 빛을 발했다고 본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고, 예쁘고, 착했던 베트남 유학생 타오. 타오를 좋아한 사람도, 사랑한 사람도 있었다. 그녀는 고작 3학점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살해당했다. 또 다른 타오가 존재하질 않길 바란다.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조리의 뿌리 깊은 연쇄를 드러내는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라서 그런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해부하고 부조리함의 극치를 보여주었지만 비참한 현실은 더 심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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