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가정
백승연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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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가정 #백승연 #해피북스투유 #치정스릴러 #심리스릴러 #욕망 #사랑 #치정 #성공

영림동 주택단지로 이사하게된 희진은 무명작가를 남편으로 둔 죄로 10년간 기자일을 했다. 2년 전 출간한 호재의 연애 소설이 예상에도 없던 성적을 내 그 성공 덕에 이곳에 입성할 수 있었다.

가장 지대가 높은 집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경매로 나온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4년 전 승진 기념으로 산 샤넬백을 메고 전학 수속을 하러 지율이의 초등학교에 간다.

퇴근후 2층 서재로 가자 희진의 목소리에 호재가 놀란다. 뒷산을 구경하던 중이라더니 호재의 의자에 앉으니 미묘하게 옆집 수영장이 반쯤 내려다보인다. 둘은 모처럼 사랑을 나눈다.

지율이 미술학원에서 그린 그림을 걸어주려니 공구상자가 안 보인다. 희진은 스파클링 와인을 들고 옆집에 전동 드릴을 빌리러 간다. 영림초에 다니는 아이들 얘기에 수다를 떤다.

전동 드릴을 들고 옆집 여자가 방문한다. 호재를 알아보는 유림은 10년 만에 만났다고 반가워 한다. 방금 전까지 적당히 가까워지고 싶었던 여자가 너무 가깝게 다가오자 희진은 거부감이 든다.

집 안을 구석구석 돌며 가족의 보금자리 전체를 깔보는 명품 옷을 입은 사모님의 악취미일까. 희진은 모멸감을 느낀다. 호재는 문창과에 많았던 예민하고 충동적인 미친년이라 한다. 과연 그럴까?

합리적 가정은 별탈없이 살던 한 가정이 이사를 가면서 겪는 일이다. 하필이면 남편의 옛 애인 옆집으로 이사를 했을까? 옆집 남자 건우는 10년 전 사회 초년생인 희진의 인터뷰이였던 남자다.

결국 두 집 부부는 이래저래 인연이 있는 사이다. 여기에 불륜까지 더해지면 살벌한 스토리가 된다. 등잔 밑이 어둡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법이다.
부부한테 신뢰가 무너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 막장으로 치닫는 비극은 한 편의 드라마를 떠올린다. 어른보다 더 소름끼치는 영빈이라는 싹퉁머리없는 꼬마 녀석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면서 누굴 닮았는지 미스터리다.

합리적 가정은 쉽게 읽히고,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치정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만족하리라 본다. 욕심내지 말 것에 욕심내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며, 지켜야 할 게 집과 가족일때, 올바른 가정이 되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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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데 고통스럽다면, 쇼펜하우어 -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새기는 27가지 방법
강민규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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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사는데고통스럽다면 #쇼펜하우어 #모모북스 #철학 #인문 #마음 #명상 #위로 #도서협찬

쇼펜하우어 서거 165주년이다. 18세기의 독일 철학자가 후대에 남긴 업적과 영향은 지대하다. 쇼펜하우를 단독으로 다룬 책은 이번이 두 번째 지만, 그동안 수많은 명언을 접하면서 좋아하는 철학자로 남아있다. 이번 책은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새기는 27가지 방법을 다루고 있다.

자살을 삶의 고통으로부터 피하는 방법으로 보았다는 자살 옹호는 그야말로 낭설이다. 단지 자살을 범죄로 낙인 찍는 그리스도교 성직자들의 주장에 반대했을 뿐이다. 어쨌거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살 옹호론은 와전된 이야기일 뿐이라는거.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삶은 고통이지만, 그 덕분에 살아갈 이유가 된다. 고통이 없다면 권태로울 것이고, 고통이 있기에 우리는 그 속에서 행복이라는 빛을 발견한다. 고통을 이해하고, 행복을 선택하며 사유하도록 이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통찰을 알기 쉽게 풀어내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마음 한켠이 허전한 사람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건넨다. 삶의 이유와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그 길을 알려주고 오래도록 남는 위로가 될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나는 여전히 불안할까? 왜 나보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보다 행복하지 못한 걸까? 조금만 더 참자는 말로는 위로가 안될때..누구도 열심히 살라고만 했지, 진정한 행복을 찾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냥 열심히가 아니라 현명하게 행복하게 살아야 할 때다. 그 길을 안내해줄 쇼펜하우어는 고통에 대해서 잘 알아야 고통 때문에 위태롭지 않다고 전한다. 충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고통이고, 새로운 소망이 없는 갈망은 권태라고 한다.

지혜롭고 창조할 수 있으며 성장할 수 있는 것을 욕망하되 과하게 욕망하지 말고 소박하게 욕망하라고 한다. 좋은 욕망을 바람직하게 품어야 덜 고통스럽고 덜 권태로울 테니까. 욕망을 다스려야 행복해진다. 상상력을 통제해야 행복하다.

작은 불만들을 치료해야 행복해진다. 불행을 뱉어낸다. 분노하면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반복되는 고통을 해결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 불필요한 걱정에 대해 둔감하게 느끼고 묵묵히 노력의 순도를 높이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단단한 마음이 고통을 이겨낸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돌 때 행복하다. 스마트해야 행복하다. 마음의 그릇을 키워야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을 찾는 열가지 방법을 나열해 보았다. 딱히 어려운 말도, 실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좋은 고통을 선택해야 하는데 좋은 고통이란 뭘까? 내가 잘하는 것을 더 고차원적으로 잘하기 위한 고통을 말한다. 미래의 나를 성장시키고 나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고통이 좋은 고통이다. 그리고 고통을 선택했으면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모든 욕망에서 벗어나 삶이나 세계를 조용히 관조할 때 우리는 가장 순수한 기쁨으로 충만하게 된다. 하지만 관조는 천재적 능력이다. 그렇다고 멀리 있지도 않다. 바로 '불멍'이 관조하는 순간이다. 꾸준히 필사하는 습관도 문구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짧은 관조의 시간으로 행복을 깨달을 수 있지만 오래 간직하긴 어렵다. 행복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참아내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행복은 찾아온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행복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고.

내 삶 안에 이미 있는 행복을 더 '깊게' 느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행복의 방법이다. 7가지 행복 말뚝은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고통과 행복을 지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조율하며 살아갈 수 있다.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책이다.

열심히 살아도 고통스러운 이 시대에,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나는 행복합니다..주문을 외워보자. 모두 행복 실천법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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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만 년을 사랑하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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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만년을사랑하다 #요시다슈이치 #은행나무 #국보 #미스터리

지금 상영중인 <국보>의 작가님..<죄, 만 년을 사랑하다>는 영화 <중경삼림>의 대사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겠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미스터리 작품이다. 30여 년전에 봤는데도 어렴풋이 기억이 떠오르는 중경삼림. 이 소설도 길이 기억되길 바라며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요코하마의 노게 마을에 도갓타 란페이라는 사립 탐정 사무실에 한 청년이 땀범벅이 되어 찾아온다. 엄청나게 출중한 외모의 미남은 유명한 일가 우메다의 3대로 현재는 초등학교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도요히로는 할아버지 소고가 밤이면 밤마다 있지도 않은 보석을 찾아 헤매는 기이한 행동을 한다고 한다. '만 년을 사랑하다'라는 이름이 붙은 보석이라니. 아버지 가즈오는 어릴적 '만 년을 사랑하다'라는 소릴 얼핏 듣기도 하고 메모가 놓여있던 기억이 있다.

우에다 가문은 열여덟 살이 되면, 축하 선물로 경매 회사에서 원하는 물건을 낙찰받아 가질 수 있다. 도요히로는 곧바로 조사를 하고 오래전 컬렉션 자료에서 카탈로그를 발견한다. 도갓타에게 보여준 페이지에 루비 펜던트 사진은 아름답다기보다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진다.

사진 밑에 실린 설명문에 25.59캐럿의 '만 년을 사랑하다' 보석이 스위스 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도요히로의 기묘한 의뢰는 할아버지 생신 파티에 이 보석을 찾는 일이다. 도요히로와 도갓타가 고속보트를 타고 간다.

우에다 소고의 미수에 초대받은 사람은 예전에 우메다 소고가 연루된 주부 실종 사건으로 인연이 있고 친구가 된 사카마키 전직 경위와 탐정을 포함해 여섯 명이다. 식사 자리에서 우에다 소고는 가족 중 누군가 유산을 노리고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고 한다.

45년 전에 일어난 사건의 진범은 자신이고, 사카마키 경위가 마침내 증거를 확보해 자신을 협박하려 든다고. 그 결과 사카마키는 이 외딴섬에서 원통하게 목숨을 잃고 가족들은 완전범죄로 은폐하기 위해 공작을 펼치게 될 거라는 소리를 한다.

사카마키의 건배사로 어색할 것 같은 분위기는 일단락된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우메다 소고가 돌연 자취를 감춰버린다. 모두 매서운 강풍이 휘몰아치는 저택 밖으로 나가 수색한 결과 소지품 하나도 찾지 못하고 폭풍 속을 기다시피 돌아온다.

저택 안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다. 침대 베개 밑에 하얀 봉투가 발견되고 모두가 동시에 경악한다. '유언장'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지 내용이 더 황당하다. '내 유언장은 어젯밤의 내가 가지고 있다'라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자살이라 받아들이고 관할 경찰서에 수색을 요청하기로 하지만 공교롭게도 태풍이 접근중이다. 영사실에 <인간의 증명> DVD가 틀어둔 상태로 있다. 슬퍼하지 않는 가족들에게 도갓타가 이의를 제기하자 공들여 장난을 치고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거란 생각이든다고 한다.

수수께끼 같은 두 번째 유언장이 나오자 평소 우메다 옹답지 않다고 한다. 그럼 누군가가, 여기 있는 누군가가 꾸민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처음 증언에서 축하 파티가 끝난 후 우메다 옹을 만난 사람은 무나카타 한 사람뿐이었다가 다섯 명으로 늘어난다.

다들 용의자로 봐야 하는데 어쩐지 태평한 가족처럼 보인다. 과거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보석은 있기나 한 걸까? 전직 경위와 탐정이 풀어야 할 진실은 무엇일까? 핏줄로 이어진 가족인줄 알았지만 숨겨진 과거가 있다.

영사실에 있던 3편의 영화의 공통점이 45년 전 실제 일어난 일과 우메다 옹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 여긴다. 사건은 파고 들어갈수록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다. 미스터리는 판타지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우리가 찾던 '만 년을 사랑하다'의 실체도.

탐정이 나오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게로, 미짱, 고지라는 전쟁 고아로 넘어가면서 일본 사회의 기억과 인간 존재의 상처를 다루고, 장르 소설과 순수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역사적 성찰을 담는다. 그런데 말입니다..도갓타가 요시다 슈이치를 찾아 소설을 의뢰하는 장면은 유머러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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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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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긴잠이여 #하라료 #탐정사와자키시리즈 #하드보일드 #비채 #비채3기서포터즈

일본 하드보일드 명장의 미학의 최대치를 볼 수 있는 정통 하드보일드 <그리고 밤은 되살아 난다>, <내가 죽인 소녀>를 잇는 탐정 사와키 시리즈의 세 번째 되시겠다. 이번 책은 떠난 거장을 기리는 마음으로 새롭게 단장된 전면 개정판이다. 535페이지 벽돌이지만 가뿐하게 읽힐 것만 같다.

거의 사백 일 만에 돌아온 탐정사무소..어두컴컴한 복도에 노숙자로 보이는 사내가 기다리고 있다. 고객의 심부름꾼이라고 밝힌 남자가 건넨 명함은 가와시마 히로타카에 × 표시가 되어 있고 '우오즈미'란 글자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의뢰인과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도대체 우오즈미는 누구일까?

명함의 주인 가와시마 히로타카는 사고로 죽었다. 사고 자체도 의심스럽고 의뢰인를 찾아다니는 입장이라니..노숙자는 누군가에게 끌러가고 검은색 벤츠가 지켜보고 있다. 노숙자가 와타나베를 닮긴 했나보다 납치까지 당하고. 전직 형사였던 와타나베는 배신을 때리고 도망갔다.

가장 큰 피해자는 사와자키다. 하시즈메에게서 노숙자를 구해 그간의 조사한 내용을 들려준다. 노숙자 마스다도 우오즈미가 보름전에 다녀갔던 일을 실토한다. 우오즈미가 감독이란 사람과 왔고, 누나 문제로 찾아왔을 거라고 전한다.

그동안의 단서를 모아 예전의 도움을 주었던 사에키에게 전화를 걸어 야구 정보를 줄 사람을 찾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스다에 대해 묻는다. 유명한 건축가로 전문가 사이에서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은 인물이지만 하나의 사건을 겪었다고 한다.

사에키가 소개해준 효도는 빠르게 우오즈미의 과거를 찾아내고 누나의 자살을 의뢰하려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차라리 무당을 고용하는 편이 낫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탐정이라면 그런 종류의 조사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 과연 그럴까?

우오즈미를 만나는게 이리 복잡하고 힘들줄이야. 가와시마 사건으로 우오즈미를 쫓던 경찰들은 헤프닝으로 끝을 맺는다. 우오즈미는 의뢰 할 마음을 접는데 사와자키는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멋대로 조사할 권리도 의무도 없지만.

우오즈미가 누명을 쓰고 자신의 꿈도 포기한 승부조작 사건이 원인이 아니라면, 우오즈미 누나는 왜 자살했을까? 누나의 죽음은 상처와 의문을 남겼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탐정 사와자키의 맹활약을 보고 싶은데 더디게 흘러간다.

우오즈미가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응급차에 실려가며 사와자키에게 의뢰를 부탁한다. 우오즈미는 회복할 수 있을까? 범인은 누구고 왜 그랬을까? 오우즈미의 누나는 진짜 자살했을까? 아니라면 누가, 왜 죽였을까? 11년 전 사건과 연결된 걸까?

뜸을 들인만큼 본격적으로 의뢰를 받아 사건을 해결하면서 펼쳐지면서 하드보일드의 정통을 맛볼수 있다. 건조하고 냉정한 표현이 신속하고 간결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의문점이 풀리면서 11년 전의 사건의 결말이 비극적이지만 눈물샘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어느새 탐정 보조일을 하는 마스다, 사와자키를 못잡아먹어 안달난 얄미운 니시고리 등 주변인물들과 거짓으로 점철된 복잡한 관계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끝까지 흥미롭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하나, 둘 거장들의 부고소식은 가슴이 아프다. 나머지 고독한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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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전달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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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전달 #우사미마코토 ##블루홀식스 #블루홀6 #서평단

그동안 우사미 마코토의 작품은 호러나 사회파 미스터리로 재미와 울림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이었다. 이번 신작은 일상에 스며든 공포를 주제로 11편의 괴담 단편 모음집이다. 결이 다른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꿈 전달
다크 판타지물을 쓰는 사루하시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담당 편집자 마스모토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무렵, 간과할 수 없는 메일을 받고 직접 만나보기로 하는데...사루하시의 엄청난 고백을 듣고 진상을 찾아나선 마스모토에게 벌어지는 말도 안되는 기묘한 이야기.

수족(水族)
혼자 도모가하마 수족관을 찾은 마리는 위령탑을 보며 사고 현장의 다쿠야를 떠올린다. 다쿠야의 사고 이후 료와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마리는 우연히 그날의 사고 원인을 알게 되는데...소름끼치는 반전. 몇 년 전에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물방울을 만들어 주던 4미터의 벨루가가 떠오른다.

에어 플랜트
입사 동기인 치하루와 당연히 거리를 두고 있다. 존재 가치 없이 무해하던 치하루의 기이한 행동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난 키우다 실패하고, 사무실에서 키우던 에어 플랜트를 퇴사하면서 가져갔던 주임이 생각난다. 잘 있으려나.

복수를 위해 사람을 죽인 남자 이야기 <침하교를 건너자>는 산신님께 함부로 소원을 빌면 안된다는 교훈을 준다. 눈앞에서 천식발작으로 엄마가 죽은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사랑은 구분할 수 없다>는 사랑이 증오로 변했다면 이미 사랑도 없다.

바다 생물을 좋아하는 오타쿠 청년의 이야기 <난태생>은 뭐든 과유불급의 위험성을 시사하며 황당무계함의 끝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 <호족>은 누구 말이 사실일까? 호수 바닥에 사람이 살수나 있을까?

우연히 들른 헨도 순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보내는 순례자>는 기괴하고 섬뜩한 마물 이야긴줄 알았는데 미스터리 판타지 스릴러다. 감염병 확산 이후의 인간관계 <끝없는 세상의 끝>은 끝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해 놀랍다.

불륜 관계를 맺은 지 7년, 불현듯 사라진 사람을 찾아나선 <보름달이 뜬 마을>은 묘한 기억이 남아 있는 과거와 비밀이 연결되어 환상적이다. 암 말기인 아버지가 어머니를 회상하며 들려주는 <어머니의 자화상>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을 찾아 나선다.

일본 출간 후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원점이 '괴담'에 있다고 명확히 밝히며 "인간의 무서움과 광기를 쓰고 싶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 말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물이 이번 작품되시겠다.

우사미 마코토 작가님도 <꿈 전달>의 사루하시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는게 아닐까?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 파고들어 끈적끈적한 것을 토해내는 듯한 작품을 쓰는 주인공처럼 말이다.

11편의 단편은 미스터리, 호러, 기담, 판타지를 오가며 장르적 변주를 총망라했다. 특히 책표지의 물고기처럼 다채로운 이야기가 바다 생물과 연관되어 있다.
환상적이고 기발한 이야기 중에서 <난태생>과 <보름달이 뜬 마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역시나 가장 큰 충격을 준 이야기가 아닐까. 깊은 여운이 남다보니 벽돌책도 아닌데 11편을 곱씹어 읽느라 오히려 시간이 걸렸다. 하나하나씩 음미하는 시간이 더없이 즐거웠던 최고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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