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아시스 #김채원 #서울오아시스_서평단 #문학과지성 #도서협찬 김채원 작가님이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들을 묶어 낸 소설집이다. 2022년 신춘문예 당선작부터 미발표작까지 여덟 편의 작품들 속으로 들어가보겠다.<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아무도 아닌 날에 동우와 석용과 성아가 만났다. 유림이 새벽 일찍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고 서로에게 연락을 했다. 세 사람은 유림이 살던 원룸에 남아 있는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만났는데 밥을 먹고, 자전거를 빌려 타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시종일관 비춘다. 현관이 수국 뒤에 있는 것과 뭔 상관인지 모르겠다. 다만 친구의 비보를 들은 세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삶도 여전히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빛 가운데 걷기>노인은 자신의 딸을 위해 기도를 마친 사람들이 뒤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동안 언제까지고 이렇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손녀를 낮잠 재우고 산책길에 나선다. 양지를 걷고 폐에 염증이 생기지도 않은 채로 잘 지냈고 아직 할 일이 충분히 남아 있다. 노인의 주변인물들이 아무 상관없이 나열된다. 남은자의 버팀과 심리적인 견딤을 빛 가운데 걷기로 표현한듯 하다.<서울 오아시스>어떤 사람은 건강하지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던 외삼촌이 강가에서 실종되었다. 우리가 이사를 갈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욕심내지 않고 살기를 택한다. 손을 움직이고 싶다는 엽서를 보낸 엄마는 병원에 있다. 외삼촌하고의 과거와 학교에서의 연극 럭키 클로버에서 맡은 배역 나무를 떠올린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서울의 오아시스일지도 모른다.<쓸 수 있는 대답>아르바이트를 마친 유림이 승용차에 치여 다리를 다친다. 운전자는 중년이었고 유림의 다리에서 피가 많이 나자 구급차를 부른다. 언젠가 보험사 직원이 알려준 정보가 치료가 끝날때까지는 합의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먼저 합의하자고 말한다. 밥먹자는 성아의 전화에 사고가 났다고 전한다. 자살하기를 그만둔 유림의 이야기가 왠지 자살로 마감되어 슬프게 읽힌다.<영원 없이> 정부영의 어머니는 정부영이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자살했다.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았던 집은 먼지 뿐이다. 정부영이 자살에 실패한 이후로 떠나버렸다. 근래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어려움을 느끼지만 오래전 아동 병동에서 배운 것들은 좀처럼 잊지 않는다. 난 정부영을 잘 모르겠다.<럭키 클로버> 자영은 그럭저럭 자두 농장을 해나가고 있다. 자영의 엄마는 농장을 물려주고 떠났다. 종종 엄마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지 상상해본다. 벌목된 나무 밑둥 아래서 처음 클로버 병정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걷거나 뛰지 못했다. 한 다발로 태어난 여덟 명의 클로버 친구들은 농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제식훈련을 한다. 보초서는 일을 좋아하는 파수꾼 클로버들과 떠난 엄마를 용서하려 한다.<외출>말을 아주 길게 하고 싶은 사람, 그러니까 말을 아주 길게 하는 방법을 배우지는 못한 사람이 적은 글이다. 사실 이미 한차례 소개된 바 있다. 노인이면서 외조부는 화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노인이 가고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이렇게 자랐구나 싶다.<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구아미는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을 정성 들여 기르고 있다. 다 자란 오렌지 열매를 기계에 넣고 납작하게 말려 먹는다. 구아미가 하는 혼잣말을 듣는 것은 오아름뿐이다. 남은 자는 잊지 않기 위해 소설도 쓰고 걷고 살아간다.여덟 편의 이야기는 상실과 부재가 심리적인 것에 고착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무한한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백을 방법화하는 소설집이다. 인식과 지성을 통해 어딘지 세계를 장악할 수 있다고 여겨온 우리의 오랜 믿음 체계가 아니라, 불가해함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공백 쪽에 서 있다. 사라짐, 공백으로부터 시작하는 무한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서울 오아시스>는 단편이면서 긴 장편을 읽은 느낌이다.
#그림자를말하는사람 #안규철 #현대문학 #에세이 #서평단 #예술 #미술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미술에세이 #예술에세이 #한국문학 #도서협찬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이글들이 사물의 그림자를 통해서 사물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본문중에 나오는 파울 첼란의 시에서 가져온 구절이다. 2021년 나온 <사물의 뒷모습>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사물의 뒷모습을 말하는 것은 사물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회색의 다채로움을 말하는 것이다. 미술계에서 글을 쓰는 미술가라고 알려진 안규철 작가님의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1장 <평범한 날들>에는 계절, 시공간, 일상에 대한 글들이 담겨 있다. 죽음과 그림자에 대한 말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평범한 날들에 대해, 정돈된 일상을 향한 바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노을 속에서 덧없이 흘러가는 세상의 일들을 똑같은 무심함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2장 <저울의 시간>무심코 먹는 감자에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코로나시대에 집 안에 칩거하는 생활에서 많은 열매를 맺었을 작가님이 떠오른다. 감자 뿐만 아니라 저울도 담쟁이도 버들치도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자연과 사물을 보는 눈이 감각적이고 신선해 새로운 면을 다시 보게 된다. 예술가의 관찰력에 감탄하면서..아니 작가의 필력에 감동하면서. 낡은 옷걸이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 저울의 시간이 아닌가 본다.3장 <두 번은 없다>입학 50주년을 맞아 전시회를 열면서 전시 목적을 위한 취지문을 위해 폴란드 시인 쉼보느스카의 시 한 편을 덧붙이게 된 <두 번은 없다>라는 말이 깊게 와 닿는다. 표제작인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도 파울 첼란의 시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마지막 구절이다. 자신을 향한 독백이기도 하다.4장<아무 일 없다>어머니와 안부 인사는 아무 일 없으시냐는 물음과 아무 일 없어야 한다는 당부를 듣는 일이다. 이제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나에게 들리는 이명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계약한 적은 없지만 잘 쓰고 돌려주어야 할 몸이기에 독한 인간이 되어 술도 끊고 매일의 산책을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리움이 담긴 글이다.5장 <짧은 만남, 긴 이별>의사였던 아버지와의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을 통해 어딘지 모르게 닮은 아버지를 추억하고 지금 아버지처럼 살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외로움에 대한 내성은 전적으로 어버지의 유산이고 일찌감치 떠나보냄으로써 독립적인 인간으로 키운 그의 결정대로 속에는 어버지가 그대로 살아 계시다는 끝맺음에서 부정을 느낀다. 존재 자체만으로 큰 힘이 되는 게 아버지인가보다.왜 차례에는 3장이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고 정작 <두 번은 없다>로 표기되어 있는지 알수 없다. 딱히 무엇이 중헌지 중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57편의 스케치와 깊은 사유를 내포하는 작가님만의 시선이 잔잔하고 섬세하게 드러나 있어 따뜻한 위로가 된다.이왕 고마움을 전하는 마당에 아내에 대한 이야기도 한 편쯤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다음 에세이에는 꼭 든든한 조력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주시길 바란다. 또한 <사물의 뒷모습>도 궁금해진다.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리라.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설자은불꽃을쫓다 #정세랑 #설자은시리즈2 #문학동네 #정세랑호위서평단<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리뷰를 2023년에 올린 걸 보니 실로 오랜만이다. 그동안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럼 설자은의 두번째 시리즈 속으로 들어가보겠다.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미은이 설자은이 되어 금성으로 돌아와 백제 출신의 식객 목인권과 사건을 해결하면서 왕의 눈에 띄어 설대사가 되어 왕의 매잡이가 된다.어느 밤 시작된 방화 사건이 나흘 만에 두 건으로 늘어나고 왕이 준 삼형제가 말갈인이라 말갈인들과 관련을 침묵한다. 자은은 왕으로부터 검을 하사받고 명을 받들어 무엇을 베어야 할지 알지 못한다.인곤이 수사에 개가 필요하다해 노길보에게 찾아가 다섯 마리를 얻어온다. 채 훈련을 시키기도 전에 세번째 불이 난다. 앞서와 같이 시신은 목이 베여 죽고 고기 기름 냄새가 진하게 남아 있다. 죽은 남자의 허리띠에서 작은 청동 거울을 발견한다. 인곤은 아무래도 죽은 사람이 친척인 모양이라고 한다. 지난번 공격을 받은 흑금서당에 이어 청금서당까지. 불을 지르는 자가 왕경을 지키는 군인들을 공격하고 있다. 래업의 시신을 거두러 온 청금서당의 해홍주에게 죽은 래업에 대해 전해 듣는다. 정보를 얻으러 노름판에 드나든다. 왕의 부름에 달려가 보고를 하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불편한 끼니를 먹는다. 그러다 어느날 노름판에 나오는 길에 지금껏 난 불들을 합친 것만큼 큰 불을 본다. 흑금서당의 보초 둘이 당하고 소금창고가 재가 되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병부로 가 제감에게 명단을 얻어온다.저자에서는 더러운 금성을 깨끗이 정화시킬 불귀신 지귀가 온다는 소문이다. 왕은 다섯번째도 있을 것 같냐고 묻는다. 책망치고는 조급하지 않자 자은은 말갈인 부하들을 붙여준 연유를 묻는다. 청금서당 병사들을 사면시켜 달라고 하고 뒤를 쫓는다. 첫번째 불이 났던 집으로 들어간다. 보관해 둔 재가 든 독을 전해준다. 다섯번째 불이 타오르는 걸 막는 게 우선이다.생우숙이 들려주는 우리에 갇혀 죽임당한 말갈인들은 전쟁이 끝난 후 금성에서 태어난 어린애들이었다.우숙이 직접 가르친 애들로 말을 돌려주고 벌을 받으면 될 일이었다.왕 앞으로 불려온 자금서당의 서른 명 중에서 죽은 열넷의 목숨값을 거둔다. 흐린 날에도 빛을 잃지 않는 칼자루를 쥐고 오만하고 잔혹했던 죄인들을 골라내 벤다. 일을 마친 자은이 피로 젖어 있다.왕의 말처럼 자신이 무엇을 베어야 하는지 이제는 안다. 자은의 명석한 머리로 불꽃을 쫓는 임무를 완수한다. 도은이 자은이 미은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탑을 돌며 빌다 산아를 만난다.어디선가 날아온 돌에는 협박문이..두번째 사건 탑돌이의 밤과 마지막 사건은 용의 탈을 쓴 산적 이야기 용왕의 아들들. 혼란의 시대 통일신라 금성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냉철한 시선과 비상한 두뇌로 해결한다. 사려 깊은 마음을 지닌 설자은과 웃는 얼굴의 식객 목인곤이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둘은 십일면관음의 여러 얼굴 같이 이어져 있어 환상의 조합이라 하겠다. 위기 극복 능력이 탁월하여 그저 난관을 어찌 헤쳐 나갈지 꿀눈으로 지켜보게 된다.손에 땀을 쥐게 하는 왕이 친근하게 느껴지면서 언제까지고 설대사를 신임해주길 바란다. 걸마지, 걸마형, 걸마달 삼형제가 든든하다. 똑소리나는 도은을 보는 게 즐겁다. 아마도 설씨 집안은 여자들이 기개가 범상치 않은 것 같다. 이제 자은의 비밀을 공유하는 자가 늘고 있다.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는 또 어떤 내용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허구이지만 허구라고 할 수 없는 역사적인 고증이 섞인 이야기들이라 칼의 참된 주인 설자은 이라는 설화가 전설이 되길 바란다.
#타오 #김세화 #나비클럽 #내돈내산 #한국추리문학상대상 #사회파미스터리 2024 제40회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작이다.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하는데 제목도 특이하고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하다. 박소해의 장르살롱 새해 첫 책인만큼 김세화 작가님과의 만남이 무척 기다려진다.오지영 형사과장은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일찍 누웠다가 자신을 제외한 유일한 여성 형사 김태경의 전화를 받는다. K대학 후문 이슬람 사원 골목에서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피해자는 K대 사회학과 조교수 권윤정으로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할 때 무슬림을 대변한 사람이다. 귀가 중 가해자가 휘두른 망치에 상처를 입고 입원 중이다.권 교수는 가해자의 눈빛이 악마같았다고 한다. 그때 하필 오지영은 급성 맹장이 터진다. 문병을 온 서장과 최계호 팀장은 아예 사건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단순 퍽치기 사건으로 마무리 했다고 전한다. 오지영이 3주의 휴가를 내고 돌아오자 K대학 대운동장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태풍을 동반한 폭우속에 발생한 다문화교류연구원 자문 윤미라 변호사 살인사건으로 급진전을 맞는다.두 사건의 범인 모두 괴성을 지르고 검은색 비옷을 입고 검은색 마스코와 장갑을 낀것으로 보이고, 걸음걸이나 움직임도 비슷한데다 피해자 모두 이슬람 사원 건립에 힘을 보탰던 사람들이다.과연 이슬람에 대한 혐오 범죄일까? 누군가 교회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는 바람에 오지영이 팔을 다친다. K대학 기숙사에서 인도네시아 여학생이 괴한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사건이 복잡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유학생 폭행 사건과 교회 방화 사건까지 단서는 없고 용의자도 없다. 교회에서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정보과장이 알려준다. 군중 속에 숨은 누군가를 찾을 기회다.하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이슬람 사원에 방화사건이 또 일어나고 JBC 박태우 기자는 상황을 비틀어 왜곡하고 방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오지영이 유력한 용의자를 놓쳤다고 보도한다.데위 소라야를 폭행한 용의자로 이솔로몬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이영태 목사 역시 방화범일 가능성과 난잡한 사생활이 드러난다. 하지만 폭우가 치던 날 이영태 목사가 송곳에 찔려 시체로 발견된다.폭우와 살인사건..이쯤되면 노이로제 라도 걸리게 생겼다. 사건은 계속 터지는데 수사의 진전은 없다. 무능한 경찰로 낙인 찍으려는 기자의 언론 보도까지 더해지지만 오지영은 이에 굴하지 않는다.이 목사의 수첩에 있던 타오, 윤 변호사 상담자에 있던 타오. 오지영에게 수사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빛이 되어나타나는 작은 실마리, '타오'라는 이름이 그런 느낌이다.교수에게는 학점을, 변호사에게는 체불 임금 받을 방안을, 목사에게는 무언가 도움을 요청했을 타오가 세 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학점을 못 따서 졸업도 못하고 기숙사에서는 쫓겨나 증발한 타오.비로소 오지영이 찾은 범인의 정체와 왜 제목이 타오였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타오라는 이름이 거론되기 전까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만 되면 발생하는 살인사건과 무능한 경찰, 편견과 잣대로 평가받는 우리의 주인공 오지영. 사정없이 언론 몰이를 하는 미운 박우태 기자를 악역을 만든 이유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인가. 다행히 작가님의 복수가 있어서 통쾌했다. 30여 년 동안 기자로 활동한 이력이 빛을 발했다고 본다.한국 드라마를 좋아했고, 예쁘고, 착했던 베트남 유학생 타오. 타오를 좋아한 사람도, 사랑한 사람도 있었다. 그녀는 고작 3학점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살해당했다. 또 다른 타오가 존재하질 않길 바란다.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조리의 뿌리 깊은 연쇄를 드러내는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라서 그런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해부하고 부조리함의 극치를 보여주었지만 비참한 현실은 더 심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이내일이면좋겠다 #남유하 #사계절출판사 #에세이 #조력사망 #존엄사작년 남유하 작가님의 텀블럭 펀딩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작가님의 가장 소중한 책이라고 하는데 심기일전하고 읽어 보겠다. 벌써 가슴이 아려온다.누구보다 삶을 사랑하는 엄마의 선택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서 왔다는 것을 알기에 그린라이트를 받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린라이트는 조력사망 허가를 말하는데 까다롭기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사람 진을 뺀다. 디그니타스가 보강을 요청할때마 엄마 죽음의 선봉장이 되어 나팔을 불어야만 해서다. 스위스에 가면 의사와 두 차례의 인터뷰를 하게되어 있어 예행연습을 하기도 한다. "I will die." 이 문장을 굳이 반복하는 엄마가 미워 죽음에 앞장서는 거 같아 힘들다고 한다. 순간 엄마의 표정이 싸늘해지며 다 관두자고 내 팔자에 무슨 호강이냐고 하신다. 이 일을 호강이라 표현하심에 나또한 놀랍다. 엄마가 스위스에 가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게 호강이었을까? 그로부터 디그니타스로부터 그린라이트를 받는다.회복 불가능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끝을 모르는 고통이 계속된다는 것이 죽음보다 두려운 절망이기에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여기 한국인으로 여덟 번째 디그니타스에서 생을 마감한 故조순복님의 이야기다.평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남유하 작가님에게 이런 아픔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게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계시지만 폐암으로 죽은 큰언니 생각이 더 많이 났다. 이천에서 도자기 가게를 30년 가까이 하던 언니다.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다던 언니가 결국 쓰러져 입원하고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6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신약으로 치료하며 10개월을 온갖 고통속에 살다가 몸무게 38kg의 뼈만 남아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을 마감했다.아직도 "영임아~"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또렷하다. 큰언니다운 책임감과 다정함으로 바쁜 엄마대신 동생들을 돌봐주던 맏이였다. 딸을 먼저 보낸 상실의 아픔에 엄마는 정신줄을 놓았고 하늘을 원망하고 저주하며 모두가 슬픔에 빠졌다.59세에 허무하게 가버린 언니보다 이제 내 나이가 더 많다. 언니가 자꾸 떠올라 쉼없이 눈물이 흘러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작가님의 어머니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10년만에 완치 판정을 받지만 조직에 남아있던 암이 뼈로 전이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뼈뿐만 아니라 피부로, 폐와 위장으로 전이된 암세포로 몸과 마음의 기능이 사라진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방법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홀로 외롭게 떠날까 봐 자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대신 '삶을 마무리할 좋은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다.어머니가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조력사망'을 기억해내고 두 사람은 진지한 조사와 논의 끝에 스위스행을 결정한 것이다. 더없이 신중하고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녀는 너무나 애틋하다. 이 선택을 과연 타인이 평가할 수 있을까?까다롭고 엄격한 조력사망을 허가받기 까지의 절차는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은 딸로서의 마음, 같은 인간으로서 어머니의 결정에 공감하는 마음이 수없이 부딪힌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의 건강은 악화된다.대퇴골에 이어 위장으로 전이된 암의 극심한 고통은노령 환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병세가 악화되며 이별이 앞당겨진다. 바닥난 생의 에너지를 '죽음'을 준비하는데 쓰는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게 된 것이다.작가님은 한국존엄사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조력존엄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목소리를 냈다.조력사망을 감행한 이유를 알려 그 선택의 무게와 필요성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JTBC 제작진의 제안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 캔디같은 어머니의 신념이 가능케 한 결과물이다."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고 말하던 어머니의 소망이 그 시간을 견디는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어머니의 죽음이 남긴 의미를 느껴보는 시간을 모두가 느껴보길 바란다. 한국에서도 조력사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작가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