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이내일이면좋겠다 #남유하 #사계절출판사 #에세이 #조력사망 #존엄사

작년 남유하 작가님의 텀블럭 펀딩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작가님의 가장 소중한 책이라고 하는데 심기일전하고 읽어 보겠다. 벌써 가슴이 아려온다.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는 엄마의 선택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서 왔다는 것을 알기에 그린라이트를 받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린라이트는 조력사망 허가를 말하는데 까다롭기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사람 진을 뺀다.

디그니타스가 보강을 요청할때마 엄마 죽음의 선봉장이 되어 나팔을 불어야만 해서다. 스위스에 가면 의사와 두 차례의 인터뷰를 하게되어 있어 예행연습을 하기도 한다. "I will die." 이 문장을 굳이 반복하는 엄마가 미워 죽음에 앞장서는 거 같아 힘들다고 한다.

순간 엄마의 표정이 싸늘해지며 다 관두자고 내 팔자에 무슨 호강이냐고 하신다. 이 일을 호강이라 표현하심에 나또한 놀랍다. 엄마가 스위스에 가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게 호강이었을까? 그로부터 디그니타스로부터 그린라이트를 받는다.

회복 불가능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끝을 모르는 고통이 계속된다는 것이 죽음보다 두려운 절망이기에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여기 한국인으로 여덟 번째 디그니타스에서 생을 마감한 故조순복님의 이야기다.

평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남유하 작가님에게 이런 아픔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게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계시지만 폐암으로 죽은 큰언니 생각이 더 많이 났다. 이천에서 도자기 가게를 30년 가까이 하던 언니다.

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다던 언니가 결국 쓰러져 입원하고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6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신약으로 치료하며 10개월을 온갖 고통속에 살다가 몸무게 38kg의 뼈만 남아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직도 "영임아~"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또렷하다. 큰언니다운 책임감과 다정함으로 바쁜 엄마대신 동생들을 돌봐주던 맏이였다. 딸을 먼저 보낸 상실의 아픔에 엄마는 정신줄을 놓았고 하늘을 원망하고 저주하며 모두가 슬픔에 빠졌다.

59세에 허무하게 가버린 언니보다 이제 내 나이가 더 많다. 언니가 자꾸 떠올라 쉼없이 눈물이 흘러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작가님의 어머니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10년만에 완치 판정을 받지만 조직에 남아있던 암이 뼈로 전이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뼈뿐만 아니라 피부로, 폐와 위장으로 전이된 암세포로 몸과 마음의 기능이 사라진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방법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홀로 외롭게 떠날까 봐 자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대신 '삶을 마무리할 좋은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조력사망'을 기억해내고 두 사람은 진지한 조사와 논의 끝에 스위스행을 결정한 것이다. 더없이 신중하고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녀는 너무나 애틋하다. 이 선택을 과연 타인이 평가할 수 있을까?

까다롭고 엄격한 조력사망을 허가받기 까지의 절차는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은 딸로서의 마음, 같은 인간으로서 어머니의 결정에 공감하는 마음이 수없이 부딪힌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의 건강은 악화된다.

대퇴골에 이어 위장으로 전이된 암의 극심한 고통은노령 환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병세가 악화되며 이별이 앞당겨진다. 바닥난 생의 에너지를 '죽음'을 준비하는데 쓰는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작가님은 한국존엄사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조력존엄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목소리를 냈다.
조력사망을 감행한 이유를 알려 그 선택의 무게와 필요성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JTBC 제작진의
제안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 캔디같은 어머니의 신념이 가능케 한 결과물이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고 말하던 어머니의 소망이 그 시간을 견디는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어머니의 죽음이 남긴 의미를 느껴보는 시간을 모두가 느껴보길 바란다. 한국에서도 조력사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작가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