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기름
단요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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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기름 #단요 #래빗홀 #서평단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꾼 단요 작가의 신학 스릴러 신작이다. 왜 제목이 피와 기름인지 너무 궁금하니까 바로 확인해 보겠다.

우혁은 가끔은 돌아오지 못할 탕아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두렵다. 은행 빚이 있는데도 빈둥거리고 엄마가 마련해준 선불폰을 사용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김 형의 잔소리에 기분이 안 좋은 것은 이렇게 된 데에는 김 형의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혁이 들어간 철학 학술 동아리에서 김 형은 강원랜드와 카지노를 알려주더니 자기 혼자 일반인의 세계로 훌쩍 떠나버렸다. 그런데 뜻밖의 제안을 한다. 스페어 강사노릇에 잡다한 일까지 시킬 머슴을 찾고 있다. 논술 전임은 낙하산 신입을 경계한다.

한 달을 채우고 받은 돈으로 자잘한 빚청산을 끝낸다. 김 형과 나온 우혁은 학원가 한복판에 펼쳐진 다중 추돌 사고 현장을 보게 된다. 환상에 가까운 감각 플래시백은 도대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상황에 희열을 느낀다.

이런 예민함은 중학생 시절 죽었다 살아나면서 생겼다. 외할머니 장례식으로 외갓집에 있던 우혁이 세찬 빗줄기의 계곡으로 나섰다가 실수로 빠진다. 죽음의 문턱에서 손을 내민 소년으로 겨우 살아난 우혁에게 소년은 목숨값으로 낫 하나를 원한다.

그 이후로 새로이 받은 생명을 소중히 보살피며 침묵으로 약속을 지켰다. 도박이 아닌 스릴 중독에 빠진 우혁이 소년과의 약속을 깨고 계곡에서의 기억과 어스레한 충동을 김 형에게 고백한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부활을 위해 산 제물을 바치려는 사이비 종교 이야기가 방영된다.

그들은 이 세계가 구원받을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하는데 원래 계획은 1999년 12월 31일에 이 땅을 심판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주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고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라진 교주를 찾아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한다.

정말로 부활을 겪어본 우혁은 세간의 이야기들이 엉터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도주범을 찾는 경찰들을 비협조적으로 대응하고 교무실에 들어선 순간 계곡에서 보았던 소년의 얼굴이 거기에 있다. 스무 해 전의 모습과 비교해 여전히 견고한 인상이다.

다만 그 소년의 발을 감싼 것이 군화가 아니라 나이키라는 사실에 내심 실망한다. 서른네 살의 보조 강사의 존재가 이 극적인 재회를 누추한 것으로 전략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낮에도 소년을 떠올리며 자위했던 우혁은 그의 존재론적 질문에 퍼뜩 정신이 든다.

자신은 새천년의 집단 자살을 이끈 예수 역할을 뒤집어 썼다는것과 덕분에 추종자들이 생겼다는 것까지만 사실이라고 한다. 우혁이 이 만남으로 목숨값을 갚으려 한다. 당시 15세 이도유 소년 교주이자 재림 메시아로서 새천년파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종말을 확언했으며 서른두 명의 숭배자가 죽음을 택했다. 이후 살아남은 열두 명의 아이들중 절반이 교주 척살에 나섰다.

소년과 일상 밖으로 벗어나는 우혁의 잘못은 방탕한 죄가 아니라 바알을 섬긴 죄고, 이젠 이도유를 돕고 있으니 지옥행이다. 새천년파는 재림 예수를 찾고 있고 이도유가 죽으면 종말이 올 줄 아는데 이미 다른 몸으로 옮겨 가거나 갈아타면 그만이다.

벌써 마흔네 번째다. 인간과 악령에 놀아나는게 지겨워 사라질 수 없으니 숨으려 하지만 추척자들이 따라 붙는다. 이런 이도유와 우혁의 여정 앞에 과연 무엇이 기다릴까? 신비한 치유능력을 가진 이도유는 재림 예수가 맞을까? 심판의 날이 유예된 이유가 뭘까?

이제 막 평범한 일상에 접어든 우혁에게 생길 파란은 무엇일까? 믿기지 않는 존재 앞에서 너무나 현실적인 우혁이 우매하고 대책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적이긴 하다. 구원이고 종말이고 현실적인 현재의 삶이 더 소중하고 눈앞에 닥친 시급한 문제가 우선이니 말이다.

피는 알겠는데 기름이 뜻하는 바가 무척 궁금했다. 성경에서 피, 물, 기름을 언급하는데 피로 죄의 사함을 받고, 물로 죄를 씻어내며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죄없이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받은자는 예수를 뜻한다.

논술 학원 강사답게 술술 터져나오는 우혁의 대사와 이따금 보는 환상과 묵시가 절묘하게 신학에 빠져들게 한다. 새천년파 치리회와 조강현의 갈등, 조세희의 출생과 선택, 이도유와 우혁의 질긴 인연과 미래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가. 내겐 대반전이었던 마지막, 김 형과 소년을 만난 우혁의 성장소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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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는 진로 상담소 - 청소년을 위한 진로 탐색 프로젝트
신종원 지음 / 포르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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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찾는진로상담소 #신종원 #포르체 #도서협찬
#청소년을위한진로탐색프로젝트 #10대진로 #꿈

포르체의 <꿈을 찾는 진로 상담소>는 사실 고3인 딸이나 내가 읽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이미 진로를 결정한 십대나 나같이 인생의 황혼을 맞이한 사람이 필요할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평 제안을 받고 바로 OK 해버린 이유는 아직도 꿈을 찾아 나아가고 있는 내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성공의 기쁨을 누리고 싶고, 내 꿈을 향해 도전하고 싶다. 어릴적 화가가 꿈이던 내게 미대를 가라던 초등학교 친구들은 다들 자신의 꿈을 이루었는지 궁금하다. 일단 내가 읽어보고 딸내미에게도 권해 보겠다.

미래 직업은 잘하는 것을 해야 할까, 아님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할까? 저자는 수학이라는 과목을 잘하지도 못했는데 왜 수학교육 공부를 하고 있는지, 과연 교사가 되면 행복할지에 고민했다고 한다.

짧은 방황 속에 진정 바라던 교육 일을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상담 분야을 전공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고자 청소년 진로 상담사가 되었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해 보지 못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격언 처럼 하고 후회하는 것과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결정적 차이는 시간이다. 행동에 대한 후회는 짧게 끝나지만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기 때문이다.

한순간을 계기로 수학 선생님이 되었지만 도전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일단 해 보는 것을 권한다. 어떤 선택을 했던 아쉬움은 남을 수 있지만 후회는 없고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1장은 <수학이 어려웠던 수학 선생님 이야기>로 저자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교사라는 직업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에 내가 하고 싶은일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잊고 돈을 벌어 안정적인 삶을 바랐던 것 같다고 한다.

2장 <상담사라는 새로운 길>은 상담사가 되기 까지의 과정을 들려준다. 상담이라는 분야를 공부하면서 완벽주의 성향이 비현실적인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진정한 배움은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3장 <꼬깃꼬깃 고민 상자, 오픈>을 통해 청소년이 마주 하는 고민거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공부를 왜 해야 할까? 꿈이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는 게 고민이라면 당장 해결책을 찾지 않아도 좋다고, 아무리 해도 안된다면 장벽에서 돌아서라고..긴 인생 속에 나의 길을 찾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한다.

4장 <별을 향해 나아가자>는 선택한 직업이 원했던 직업인지? 왜 이 직업을 장래 희망으로 선택을 했는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동기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SWOT 분석하고, 만다라트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만든다. 인생 직업 로드맵 그리기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등 여러 실천 방향을 담고 있다.

딸내미도 중학교 때 Wee클래스 상담사로 활동을 한적이 있다. 상대방의 고민을 들어주고 적절한 상담을 해주면서 본인도 성장하는 걸 느껴 한동안 상담사가 꿈인 적이 있다. 고등학교에 와서는 상담을 해주시던 정구복 선생님을 존경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에 따라 인생의 모습이 달라진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때 자신의 삶에 대한 기대와 가치가 생긴다. 많은 경험을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인내하고, 시도하라고 한다. 청소년 뿐만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평생을 살면서 한 가지 직업으로만 살기엔 아쉽다. 취미에 대한 호기심을 꾸준히 가진다면, 낮에는 본캐로, 밤에는 부캐로 살아갈 수 있다. 취미는 삶의 윤활제 같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다.

결국 딸내미가 원하는 학과를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지지해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진정한 청소년 상담사의 조언을 들어보기로 하겠다. 꿈을 찾는 진로 상담소를 찾길 잘했다. 내게도 따뜻한 조언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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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성공할수록 불안해할까 - 남에겐 관대하고 나에겐 가혹한 여성들의 가면 증후군 탐구
밸러리 영 지음, 강성희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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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왜성공할수록불안해할까 #밸러리영 #갈매나무 #심리학 #인생고민 #성공 #성장 #책추천 #갈매나무서포터즈14기

한국 독자들에게 가면 감정을 느끼지 않게 '가면 증후군'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려준다는 <우리는 왜 성공할수록 불안해할까> 제목만 보고 느낀 점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저자는 지적이고 논리적이며 대단히 유능한 그런 사람들조차 자기가 남들을 속이고 있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세상이 흔들린다. 그래서 '가면 증후군 지지 그룹'이라는 비공식 모임을 만든다. 여기서 가면 현상에 대해 연구해나간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워크숍에 참가했던 이들의 총체적인 경험과 지혜가 녹아든 결과물이다. 가면 증후군의 과거와 현재의 변화는 자기불신 때문인지 우선순위의 변화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복잡해졌다.

처음 가면 증후군 연구가 시작됐을 당시, 심리학자들은 주로 여성들이 이 문제를 겪는다고 여겼지만 사실상 똑같이 가면 증후군을 겪고 있었다. 이 책은 가능한 한 가면 증후군을 겪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게 남성의 목소리도 실었다.

그럼 <가면 증후군이란 무엇인가?>
지성과 능력, 재능을 겸비하고도 자신의 성공을 우연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에게 지능도 능력도 부족하다고 믿고, 자신의 성취가 타인의 칭찬과 인정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확신하는 것.

자신의 성공을 합당한 결과라고 느끼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성공에 기뻐하기보다 안심한다. 확실히 해두자면 가면 증후군은 속임수를 쓰는 행동을 가리키지 않는 걸로 표절 같은 학문적 부정행위를 덜 저지르는 것이 입증됐다.

"내가 성공한 건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어' 또는 '내가 그들의 마음에 들어서야' '내가 할 수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어' 기타등등 자신의 성공을 둘러댈 핑계를 만들고 성공에 따른 변명들을 늘어 놓는다. 낮은 자존감의 다른 이름으로 오인하기 쉽다.

<왜 성공을 변명하는가?> 자신이 거둔 성과인데 이상하게도 둘사이의 연관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이 거둔 성취의 연관성을 느끼지 못할 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자신이 사람들을 속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면 증후군의 정서는 이렇다. '앞으로도 능력을 보여주길 바랄 텐데, 내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나의 성공과 다음 성공이 연결되지 못한다. 여기서 다음이란 끝내 가면이 벗겨질 때를 뜻한다.

조디 포스터는 <피고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고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어요" 라고 했다.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차리고 집에 문을 두드리며 '미안하지만 그건 원래 다른 사람한테 가야 할 상이에요'라며 상을 다시 가져갈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명배우도 겪는 가면 증후군이다. 가면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그 감정들이 어디서 왔는지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람들이 비슷한 시나리오 속에서 똑같은 자기불신을 겪는다. 자신의 감정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상황적인 조건의 문제인 것이다.

가면 증후군 패턴을 버리기 위해 반드시 버려야 하는 다음 단계는 성공한 이유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는 것이다. 자신의 성취가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임을현실 점검에 나아가 가면 감정의 핵심도 살펴본다. 자기 내연의 기준을 낮추는 일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실수, 비판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새롭게 익히는 것. 성공을 향해가는 불가피한 소중한 교훈을 주는 계기로 인식하는 것이다. 특히 여성 가면 증후군들이 도전해야 할 과제는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더 자신있게 행동하는 법이다.

남자들은 허세도 능력으로 생각하지만 뻥과 거짓말은 다르다. 여자들이 자신감을 불편해하는 사이에 남자들은 치고 나간다. '될 때까지 되는 척하기' 전략이나 모르는 길도 아는 것처럼 모험할 용기도 필요하다. 마거릿 미드나 헬렌 켈러처럼 말이다.

결론은 [가면 감정을 느끼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가면 증후군처럼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이다] 감정은 생각과 행동을 따라온다. 수치와 자기비판 대신 마음을 가다듬고 실수에서 배워 다시 시도하는것. 남에게 관대하고 나에게 가혹할 필요가 없다. 내 인생 내맘대로 결정도 판단도 내 뜻대로 용기있게 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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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거두는 시간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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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거두는시간 #이선영 #비채 #비채2기서포터즈 #도서협찬

이선영 작가님 초면이신데 여러 작품을 발표하신..또 나만 몰랐나. 그럼 다가가 보겠다.

이모가 자서전을 출간하고 싶다고 오 여사를 통해 듣는다. '디자이너 오선임'은 엄마의 막내 동생이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던 이모는 이모부가 회사를 그만둘 즈음 떠밀리듯 생활 전선에 뛰어 들었다. 의상학과를 나온 이모가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지 모른 채.

이모의 첫 사업은 명동의 양장점이고, 밀라노로 유학길을 강행한다. 이모부도 재능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후원한다. 결혼 십 년을 훌쩍 넘겨 늦둥이를 출산하자 이모부는 형서를 보며 외조를 자처한다. 그러나형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별거에 들어간다.

이모부가 한량처럼 밖으로 돌 때쯤 이모에겐 매니저 겸 개인비서의 그림자의 존재가 서서히 드러나고 디자이너로 성공하지만 가족들에게 외면 받으며 형서의 결혼에도 초대받지 못한다. 고스트라이터로 일하는 조카 윤지에게 자서전을 의뢰한다.

이모는 가부장적인 외삼촌들 틈새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성장했다. 이모의 얼굴은 쓸쓸한 회한이 스친다. 외가에서 이모는 수치의 표상이다. 외삼촌들은 외숙모를 내세워 필요한 걸 얻어내고 이모부는 호의호식하며 빌붙어 살면서 대놓고 경멸한다.

그런 탓인지 형서도 이모와 절연한 채 살았다. 오여사는 이모를 스님이라 부른다. 정말 이모가 머리를 삭발하고 나타나자 외가에서는 수치스럽게 여겼다. 이모에게 다녀온 이튿날 민혁이란 남자에게 전화가 온다. 강수진을 기억하느냐 묻는다.

앨범에서 찾은 강수진은 사진 밑의 이름까지 잘려져있고, 단체사진엔 매직펜으로 덧칠해져 있고 옆에는 선재가 서 있다. 도려낸 사진처럼 기억도 사라진 채였다. 두 사람을 보는 순간 감정이 올라온다. 누군가를 이토록 도려내고 삭제해버린 걸까.

충격에 놀란 오여사마저 민망해진다. 수진의 부고 소식에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앨범을 꺼내 보지 못했다. 앨범을 박스에 넣고 서둘러 약속 장소로 나간다. 강수진이 남긴 물건을 전해주려는 민혁은 단지 강수진을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한다.

윤지는 이모의 자서전을 준비하며 인터뷰를 이어가는 동시에 모자간의 화해를 도모한다. 세상에 드러낼 수 없었던 선임의 정체성, 오랜 시간 가족에게 아로새겨진 상처가 점차 드러나는 가운데 자신의 과거 또한 멋대로 편집되어 있음을 회상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가부장적인 남성들이 가정을 이끌고 고루한 사고방식과 그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선임이 마지막으로 끌어모아 자서전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긴 삶을 되찾으려 한다. 또한 침잠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오래전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윤지,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욕망과 집착이라는 사랑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망각의 바다에 던져진 그물을 거두는 시간은 봉인해 두었던 과거를 끌어 올리며 희생과 용서만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죄책감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삶이 위태로워 질지라도. 읽는 내내 뻔뻔한 인간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선임의 태도에 짜증이 났다.

P200
부조리와 모순으로 점철된 일상은 결국 생의 이면에서 무심히 던진 부메랑의 작용은 아닐까? 간절히 원하는 것을 손아귀에 쥐었을 때, 그것이 차라리 포르릉 날아가는 파랑새이거나 한 줌의 별빛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은 손바닥에 깊은 상처를 내는 유리 조각일 수도 있는 법이다.

선임과 윤지 두 사람은 이모와 조카사이면서 과거의 모습이 너무도 닮아 있다. 이제 내려놓으려는 선임과 이제야 깨달은 윤지를 통해 손바닥의 유리 조각을 빼야할 차례다. 질투가 악의가 되어 가시가 된 삶을 참회하려 한다.

망각이라는 편리한 바다에서 걷어올린 시간을 윤지 또한 잊어선 안될 것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치기나 기억 저편의 치부를 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때 올바른 판단이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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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민족: 범인은 여기요
박희종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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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민족 #박희종장편소설 #텍스티 #txty #범인은여기요 #같이읽고싶은이야기

서평단 퀴즈쇼로 <추리의 민족>관련 퀴즈를 풀고 정답을 유추해보는건데 텍스티의 소설이 재밌어서 꼭 읽고 싶은 마음에 컨닝을.. 자수하고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고해를 부르는 종일에게 같이 살자고 고백했다가 가차없이 거절 당한 다정은 이별을 고한다. 배달 일을 하는 종일은 3년 만에 처음으로 라스트 콜까지 모두 받고 집으로 들어와 아주 오래 울다 잠이 든다. 사실 다정에게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없어 거절한 것이다.

약봉지 뒷장에 써놓은 엄마의 편지는 더욱 울화통을 터트리게 하고 바다를 보러 가자던 다정의 말이 떠올라 무작정 바다를 향해간다. 이때 배달 대행 앱에서 호출이 오는데 주소가 다정의 집이다. 미친듯이 오토바이를 몰고 헤어진 여자 친구의 집을 향한다.

절대 초인종을 누르지 말라는 배송 메시지가 이상해서 비상계단에 숨어 지켜보는데 남색 옷을 입은 팔 하나가 쑥 나와서 음식을 들고 간다. 종일은 순간 놀라서 굳어 버린다. 정석이 일하는 편의점으로 가서 말없이 맥주를 마시는데 오지랖 순경이 나타난다.

순경, 종일과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정석은 종일이 신경쓰여 묻는다.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종일은 다정과 헤어진 일과 다정의 집에 자신이 갖고 싶어 했던 시계를 차고 있던 남자, 어쩜 다른 놈이 생긴거라고 말하자 그 순간, 정석이 종일의 뒷통수를 때린다.

엉망으로 엉켜 서로 주먹질을 하고 아르바이트생인 가연의 목소리에 어색하게 끝난다. 누구보다 다정을 잘 알던 정석이 화를 내고 종일은 아무 말도 못한다. 이렇게 헤어져 버린 것이 너무 아프고 죽을 것만 같다. 순간 순경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순경은 이 커플이 헤어진것도 실감이 안 나지만, 다정이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배달 음식을 시킨 것도, 남자가 있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다정이 주문했는지 묻자 종일은 갑자기 자신의 뺨을 때린다. '봉이 닭발' 다정은 닭발도 못 먹거니와 1인 세트였다.

그들은 다정에 관해 얘기하면서 다시금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린다. 그리고 이 상황을 파헤쳐 보기로 한다. 먼저 정석이 전화를 걸자 아무 말도 없이 끊어버리고, 문자 역시 숫자 1은 없어졌지만 답은 오지 않는다. 계획이 무산되자 순경이 잠복을 제안한다.

아예 셋은 2차로 GS25 에서 다정의 출근을 기다리며 밤을 새운다. 종일은 회사에 전화를 해보고 다정이 휴가를 낸 사실에 집으로 가본다.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고 미세하지만 문 안쪽의 인기척을 느껴 문을 두들긴다. 누군가 신고를 하자 셋은 달리고 종일은 다정의 동료 전화를 받는다.

5일이나 휴가를 냈고, 문자가 이상하다는 말과 통화가 안 된다고 한다. 다정의 비상 연락망 전화 번호가 종일이고 다른 정보가 없다고 한다. 종일은 이 부분이 가슴 아파 찾는걸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정석은 실종이나 납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정의 원룸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방법으로 순경이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고 정석과 종일은 CCTV 영상을 다운받아 보다 순경이 찍은 이삿짐 속에 다정의 피아노가 보이자 종일은 오토바이로 쫓고, 정석은 401를 찾아간다. 종일은 간발의 차이로 실마리 마저 사라져버리자 혼란스럽다.

순간 배달 기사 단톡방에 사진을 올린다. 순경은 쓰레기통에서 401호 배달 영수증을 찾는데 김밥과 물이다. 종일은 마음이 이상하다. 두렵기도, 안심이 되기도 한다. 라이더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꼭 다정을 찾아야만 한다.

추리의 민족은 얼핏 배달의 민족이 떠올리면서, 배달기사인 종일이 사라진 여자친구 다정을 찾기 위해 추리에 추리를 거듭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다정은 과연 납치된 것인가. 그럼 누구에게, 왜 납치를 당한 것인가. 3인방은 무사히 다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다정뿐만 아니라 또 다른 사건이 개입되어 있어 계속해서 사건을 추적한다. 추리의 민족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결말은 범인찾기. 하지만 범인 뒤의 진짜 나쁜놈의 정체는 라이더들을 결속시킨다. 앞날이 막막해보여도 젊은 세대들만의 용기와 유머가 넘친다.

셋중 브레인 역할을 하는 정석, 단순하면서 이름값 하는 순경, 끝까지 찾아나서는 우직한 사랑꾼 종일. 이번책은 종일이 주인공인데 정석이나 순경의 이야기로 2편이 나와도 좋겠다. 푹 빠져 읽다보면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삶이 없고, 살아갈 가치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꼭 2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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