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기름 #단요 #래빗홀 #서평단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꾼 단요 작가의 신학 스릴러 신작이다. 왜 제목이 피와 기름인지 너무 궁금하니까 바로 확인해 보겠다.우혁은 가끔은 돌아오지 못할 탕아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두렵다. 은행 빚이 있는데도 빈둥거리고 엄마가 마련해준 선불폰을 사용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김 형의 잔소리에 기분이 안 좋은 것은 이렇게 된 데에는 김 형의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우혁이 들어간 철학 학술 동아리에서 김 형은 강원랜드와 카지노를 알려주더니 자기 혼자 일반인의 세계로 훌쩍 떠나버렸다. 그런데 뜻밖의 제안을 한다. 스페어 강사노릇에 잡다한 일까지 시킬 머슴을 찾고 있다. 논술 전임은 낙하산 신입을 경계한다. 한 달을 채우고 받은 돈으로 자잘한 빚청산을 끝낸다. 김 형과 나온 우혁은 학원가 한복판에 펼쳐진 다중 추돌 사고 현장을 보게 된다. 환상에 가까운 감각 플래시백은 도대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상황에 희열을 느낀다. 이런 예민함은 중학생 시절 죽었다 살아나면서 생겼다. 외할머니 장례식으로 외갓집에 있던 우혁이 세찬 빗줄기의 계곡으로 나섰다가 실수로 빠진다. 죽음의 문턱에서 손을 내민 소년으로 겨우 살아난 우혁에게 소년은 목숨값으로 낫 하나를 원한다.그 이후로 새로이 받은 생명을 소중히 보살피며 침묵으로 약속을 지켰다. 도박이 아닌 스릴 중독에 빠진 우혁이 소년과의 약속을 깨고 계곡에서의 기억과 어스레한 충동을 김 형에게 고백한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부활을 위해 산 제물을 바치려는 사이비 종교 이야기가 방영된다.그들은 이 세계가 구원받을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하는데 원래 계획은 1999년 12월 31일에 이 땅을 심판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주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고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라진 교주를 찾아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한다. 정말로 부활을 겪어본 우혁은 세간의 이야기들이 엉터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도주범을 찾는 경찰들을 비협조적으로 대응하고 교무실에 들어선 순간 계곡에서 보았던 소년의 얼굴이 거기에 있다. 스무 해 전의 모습과 비교해 여전히 견고한 인상이다. 다만 그 소년의 발을 감싼 것이 군화가 아니라 나이키라는 사실에 내심 실망한다. 서른네 살의 보조 강사의 존재가 이 극적인 재회를 누추한 것으로 전략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낮에도 소년을 떠올리며 자위했던 우혁은 그의 존재론적 질문에 퍼뜩 정신이 든다. 자신은 새천년의 집단 자살을 이끈 예수 역할을 뒤집어 썼다는것과 덕분에 추종자들이 생겼다는 것까지만 사실이라고 한다. 우혁이 이 만남으로 목숨값을 갚으려 한다. 당시 15세 이도유 소년 교주이자 재림 메시아로서 새천년파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종말을 확언했으며 서른두 명의 숭배자가 죽음을 택했다. 이후 살아남은 열두 명의 아이들중 절반이 교주 척살에 나섰다.소년과 일상 밖으로 벗어나는 우혁의 잘못은 방탕한 죄가 아니라 바알을 섬긴 죄고, 이젠 이도유를 돕고 있으니 지옥행이다. 새천년파는 재림 예수를 찾고 있고 이도유가 죽으면 종말이 올 줄 아는데 이미 다른 몸으로 옮겨 가거나 갈아타면 그만이다. 벌써 마흔네 번째다. 인간과 악령에 놀아나는게 지겨워 사라질 수 없으니 숨으려 하지만 추척자들이 따라 붙는다. 이런 이도유와 우혁의 여정 앞에 과연 무엇이 기다릴까? 신비한 치유능력을 가진 이도유는 재림 예수가 맞을까? 심판의 날이 유예된 이유가 뭘까?이제 막 평범한 일상에 접어든 우혁에게 생길 파란은 무엇일까? 믿기지 않는 존재 앞에서 너무나 현실적인 우혁이 우매하고 대책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적이긴 하다. 구원이고 종말이고 현실적인 현재의 삶이 더 소중하고 눈앞에 닥친 시급한 문제가 우선이니 말이다. 피는 알겠는데 기름이 뜻하는 바가 무척 궁금했다. 성경에서 피, 물, 기름을 언급하는데 피로 죄의 사함을 받고, 물로 죄를 씻어내며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죄없이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받은자는 예수를 뜻한다.논술 학원 강사답게 술술 터져나오는 우혁의 대사와 이따금 보는 환상과 묵시가 절묘하게 신학에 빠져들게 한다. 새천년파 치리회와 조강현의 갈등, 조세희의 출생과 선택, 이도유와 우혁의 질긴 인연과 미래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가. 내겐 대반전이었던 마지막, 김 형과 소년을 만난 우혁의 성장소설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