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학이라고 하면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선입견을 좀 완화해주는 것 같다. 확실히 초반에는 내용이 쉬워서 잘 읽힌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좀 어려워지나 그럼에도 1권 끝까지는 그럭저럭 읽을만한 것 같다. 다음에 미술을 감상할 때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예술이 오늘날처럼 자기 고유의 ‘자율성‘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칸트 덕분인데, 우리가 예술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대부분 그에게서 물려받은 거다. 가령 예술이 ‘형식‘이며 ‘상상력‘의 소산이며 ‘천재‘의 산물이며... - P247
중세예술은 애초부터 고대 예술과 전혀 다른 ‘정신‘에 뿌리박고 있었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의지다. 중세인들이 고대인들처럼 그릴 능력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럴 의도가 없었단 얘기다. 중세 예술은 예술사의 퇴보가 아니라 그 자체가 훌륭한 가치를 지닌다. - P142
아폴론이 개별화로 생긴 세계를 긍정하면, 디오니소스는 개체를 파괴하여 원래의 근원적 존재의 품안으로 되돌린다. 이때 무서운 삶의 진실이 드러난다. 개체화 자체가 고통이다.이 땅에 행동하는 개체로 태어난 것부터가 고통의 근원이다. 비극이 주는 지혜는 바로 이 가혹한 삶의 진리다. 이 디오니소스의 지혜를 아폴론의 아름다움으로 감성화한 것, 그게 바로 비극이다. 비극 속에서 전혀 상반되는 성격을 가진 그리스인들의 두 주신은 이렇게 한몸이 된다. - P106
플라톤은 예술이 가상을 포기해야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 가상을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두 가지 상반되는 관점은 그 뒤에도 여러 가지로 변형되고 뒤섞이면서, 미학사에서 자꾸 되풀이된다. 그러므로 이 두 관점만 따라간다면, 우리는 수천 갈래의 길에 어지럽게 얽힌 미궁에서 예술의 비밀이 숨어 있는 중심에 도달했다가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 거다. -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