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 발칙한 혁명 - 비틀스, 보브컷, 미니스커트 - 거리를 바꾸고 세상을 뒤집다
로빈 모건.아리엘 리브 지음, 김경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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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격변의 시기라고 불리는 1960년대. 깊게는 모르지만 참 흥미로운 시기라고 생각해왔다. 어느시대나 기성세대를 넘어 새로운 세대가 또다른 문화를 만들어내지만 1960년대 서구는 달랐다. 문화 격변, 문화 반란의 시대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을정도로 비틀즈와 밥딜런을 시작으로 한 음악계뿐만 아니라 패션, 헤어 등 예술계까지 많은 실험적인 문화와 혁명이 탄생한 시기이다. 이 때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니 설렜다. 60년대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48명의 이야기와 57점의 희귀사진이 실렸다길래 더 궁금해진 책이다. 개인적으로 과거를 넘어 현재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비틀즈에 대한 인터뷰가 기대됐다.



 체코 프라하로 여행을 갔을 당시, 까를교 근처 존 레논의 벽을 마주했을 때가 떠오른다. 1980년대, 반공산주의와 자유를 열망하던 체코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할 공간으로 낙서를 해 놓은 벽이다. 그런데 왜 존 레논의 벽일까? 설명을 듣기 전까지 나도 꽤나 궁금했었다. 그 당시 체코 사람들은 몰래 숨어 라디오를 통해 비틀즈 존 레논의 노래를 들었다. 자유를 노래하던 존 레논은 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이런 영향으로 마침내 프라하의 봄을 맞게 된 것이다. 드러내놓고 자신들의 의견을 말 할 수 없었던 그 때, 노래 한곡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자유를 향해 나아가도록 도왔다. 이렇게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그룹. 과연 이들은 어떤 역사의 흐름 속에서 탄생했고, 당시 어떤 문화가 주를 이루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역사를 바꾼 1960년대의 이야기를 그 시대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사회적으로 대격변을 겪은 시기로, 많은 분야에서 기존의 기득권층이 쌓아 놓은 문화를 거부하며 벽을 허물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음악계와 이 계통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은 부분 담고 있다.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최근 본 영화 <본투비 블루>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미국의 재즈 연주가이자 트럼펫 연주가인 쳇 베이커의 삶을 바탕으로 풀어낸 영화인데, "Jazz is dying"이라며 재즈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사가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밥 딜런이 대세라는 말을 덧붙였었다. 또 다른 하나의 흐름을 향해 넘어가는 단계. 1963년, 그 당시 영국에는 비틀즈가 있었고, 미국에는 밥 딜런이 존재했던 것이다.



 비틀즈가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랐던 당시 음악 관계자는 심지어 그들과의 계약을 거절했었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비틀즈와 같은 새로운 세대의 노래를 싫어했으니 거절도 무리는 아니였으리라. 그러나 단지 그들은 시작에 불과했고, 이후 더 많은 자유로운 밴드들이 등장했다. 돈이 오고가는 산업 분야에서 이런 흐름을 놓칠리가 없다. 비틀즈는 거절했으나, 그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록 밴드 롤링 스톤스마저 잃을 수는 없어 계약을 성사했다. 이렇게 점차 팝 문화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정말 음악만을 위해 자신들의 기량을 펼치고, 즐기며 서로 돕고 함께하기에 더 없이 좋았던 시기로 보인다. 일례로 비틀즈는 롤링 스톤즈에게 곡을 써주기도 하며 경쟁하기 보단 그들을 도왔다고 한다. 오늘과 같이 무한 경쟁시대를 떠올린다면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팝 문화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대중적이 되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전반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를 넘어 그나마 낙관주의적인 60년대 초반을 보내던 사람들이, J.F. 캐네디 대통령의 암살, 마틴 루터킹의 영향, 베트남 전쟁 등 절망을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 중심에 밥 딜런, 비틀즈와 같은 문화의 아이콘이 있었던 것이다. 여러 사건들과 사회 운동들을 통해 기존의 것에 대항하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켰다. 그 당시의 음악계의 분위기 뿐만 아니라 사진, 패션 등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어 흥미로웠던 책이다. 젊은이들의 반란의 해라고도 불린다는 이 시기, 그 때 일어난 발칙한 혁명들이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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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의 천재가 되는 7가지 원칙 - 당신의 뇌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
마이클 J. 겔브 지음, 공경희 옮김 / 강이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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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억력과 관련된 책을 읽고 놀랐던 적이 있다. 생각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두뇌 활동에 살면서 정말 뇌의 1%조차 다 쓰지 못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어쩌면 우리는 무한한 능력을 가진 존재임에도 우리 스스로가 한계를 그어 벽을 만드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천재적 예술가라고 불리우며 예술뿐만 아니라 의학, 과학에도 상당향 영향을 미친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의 실례를 담은 이 책을 따라가다보면 자신도 몰랐던 숨은 재능과 감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니 흥미로웠다. 어떻게 하면 다빈치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천재로 나아갈 수 있을까? 



 책의 시작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과한다고 말한다. 그 어떤 슈퍼컴퓨터보다도 융통성 있고, 다차원적인 뇌임에도 우리는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력 감퇴나 뇌의 활동이 둔해지는 것은 자연적인 수순인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보통 사람들의 뇌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오히려 계발될 수 있다고 한다.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사회는 우리에게 여러 방면에서 균형잡힌 시각을 원한다. 예를 들어, 대학교에서도 인문학 강의가 점차 보편화 되어가고 있고, 직업군에서도 전공을 구분하지 않고 여러분야의 지식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뽑는다. 그런 다재다능하고 균형잡힌 형태에 책은 "현대의 르네상스적 인간"이란 표현을 썼다. 이런 시대에 다빈치의 천재가 되는 7가지 원칙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읽게 되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다빈치의 영향은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미술가로서는 풍경을 주제로 삼은 최초의 미술가로 원근법, 스푸마토법 등 다양한 미술기법을 도입하며 미술의 방향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발명가로서의 레오나르도는 접이식 가구, 헬리콥터 등 오늘날에도 유용하게 쓰이는 물건들에 대한 많은 계획안을 가지고 있었고, 현대 비교 해부학의 원칙을 창안한 해부학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과학, 건축학, 식물학 등 여러 분야의 발전에 큰 틀을 마련한 장본인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그렇다면 다빈치처럼 천재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는 천재가 되는 7개의 키워드에 집중해야한다. 호기심, 실험정신, 감각, 불확실성에 대한 포용력, 예술과 과학, 육체적 성질, 연결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바탕은 호기심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 가진 호기심 속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이 아이디어들이 인류의 발전을 도왔다. 점차 이러한 호기심과 창의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인데, 다빈치는 그때 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위해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어떤 생각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번뜩이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일어날 때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잊기 마련인데, 메모를 해둠으로써 그 아이디어를 오래 간직할 수 있다. 그가 했던 것처럼 꿈, 의문점, 스크랩, 일기 등 계속적으로 무언가를 써 나간다면 호기심을 잘 이용할 수 있을거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제 5원칙인 예술과 과학, 상상과 논리 사이에서 균형을 계발하며 뇌 전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기억에 남는다. 흔히 우리는 한쪽의 뇌가 훨씬 더 발달해 있다고 하는데, 이런 테스트를 해보니 나는 전형적인 우뇌형 인간이었다. 그럼에도 간단한 "마인드 매핑" 방법을 활용하면 좌뇌와 우뇌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예전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마인드 맵핑을 하며 생각 넓혀나가기 훈련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도 이런점에 착안해 마인드 맵 수업을 시행했을텐데, 그 이후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던 방법이다. 가끔 글을 쓰거나 서평을 쓰다가 막힐 때 종종 마인드 맵을 사용해 생각을 정리해 나가곤 했다. 마인드 매핑의 규칙 또한 간단하다. 종이와 펜만 있으며 중심부에 주제를 적어놓고, 연상되는 아이디어들을 써나가면 된다. 이 때, 단어보나 상징이나 그림들을 사용하면 훨씬 기억하기 쉽고 창의력 넘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한다. 



 또한 몸의 균형과 뇌의 균형을 위해서는 양손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켈란젤로는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그림을 그려나갔다고 한다. 타고난 왼손잡이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양손 사용법을 계발해 규칙적으로 손을 바꾸며 그림을 그렸다. 잘 사용하지 않던 손을 사용한다는 것은 일시적인 불편함을 줄 수 있으나 이것이 우리의 잠재성을 계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나는 다빈치와는 반대로 타고난 오른손 잡이인데 의식적으로 왼손을 사용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일상에서 왼손을 사용할 때를 생각보니 그다지 많지 않았다. 고작 타자를 칠 때 양손을 사용하는게 전부였다. 하루동안 잘 쓰지 않는 손으로 양치를 하거나 글씨를 써보며 양손잡이로 나아갈 수 있다. 



 이외에도 모든 사물과 현상을 연결시켜보는 연결관계, 인생을 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다는 다빈치 드로잉 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두뇌를 계발할 수 있는지 생각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좋았다. 왠지 나 또한 다빈치의 천재가 되는 7가지 방법을 차근차근 실행하다보면 한결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양화 된 사고와 균형적인 시각을 갖고 싶다면 다빈치의 7가지 원칙을 담은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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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기술 - 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The Art of the Deal 한국어판
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재호 옮김 / 살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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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했던 막말로 구설수에 올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도널드 트럼프이다. '역대급 망언 제조기'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엄청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여 놀라기도 했다. 그의 모든 언행은 정치적인 것으로, 똑똑하게 언론을 이용하며 미국사회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이런 사람이 후보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는 평가도 있었다.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니는 도널드 트럼프,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그는 어떤 생각과 철학을 바탕으로 행동하는지, 그의 자서전격인 이 책을 통해 알아보고 싶었다.


 알고보니, 이 책은 그가 대선 주자로 나오기 오래 전에 출간되었던 책이었다. 그의 성장부터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거래를 일종의 예술로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어쩌면 모든 일이 사람들과의 거래에서 비롯되는데 이런점에서 볼 때 그는 타고난 기업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한 공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그의 스케줄을 보면, 대부분이 사람들과 만난다거나 통화를 한다거나 하며 일이 되어가는 상황을 살피는 것이 전부이다. 그의 추구하는 열 한가지의 사업 스타일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의외로 단순 명쾌했던 그의 방식은 그저 목표를 높게 잡은 후,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거듭 노력하는 것이었다. 크게 생각하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며, 전략적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는 그의 방식은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가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도 그의 막말논란을 통해<언론을 이용하라>라는 말에 주목하게 되었다.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따라서 나는 일을 조금 색다르게 처리했으며,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가 관여한 거래는 다소 허황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순전히 사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사가 나가면 항상 손해보다는 이득이 많기 마련이다." 확실히 광고 하나를 내는데도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심지어 이런 보도들로 인해 입는 개인적인 피해는 사업의 이익을 고려했을 때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지 않았다. 이런 사업가로서의 관점을 정치에 그대로 옮겨 적용했던 것일까? 대선이 가까워지는 현재까지도 그의 언론플레이는 멈출줄 모른다.


 어릴 적부터 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했다. 사업에는 관심조차 없던 형과는 달리 아버지 밑에서 사업을 배우며 그 보다도 더 크고 화려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사업가 기질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쇼맨십 기질을 물려받았다고 하는데, 그 둘이 현재의 트럼프를 잘 대변해준다. 그리고 대학시절부터 부동산 사업에 큰 관심을 둔 그는 낮은 가격으로 입찰한 건물을 철저한 관리와 보수를 통해 전부 임대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가 벌인 최초의 큰 사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에 멈추지 않고 맨하튼에 진출해 더 큰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펼쳐 나간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짓고, 카지노 호텔업계의 대부가 되며 거침없이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현재 힐러리 클린턴과 계속되는 표 경쟁을 하며 대선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그럼에도 그들은 역대급 비호감 후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었다. 과반이 넘는 미국인들이 두 후보 모두가 좋은 대통령이 되지는 못할거라고 예측한 가운데, 그의 행보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그가 어떻게 미국을 이끌어 나갈지 모르겠지만 기업가적 측면에서 그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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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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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수플레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정말 음식에도 치유의 힘이 있는지, 달달하고 부드러운 이 디저트를 먹고 있으면 저절로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아주 잠깐이라 할지라도 모든 걱정에서 벗어나 행복을 안겨주는 수플레. 그런 이유에서 종종 수플레를 찾는다. 책에서도 수플레는 비슷한 역할을 한다. 만들기 까다롭고, 한 순간 푹 꺼져버리기 쉬운 형태가 우리 인생의 험난한 여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주인공들에게 희망을 주고 기적을 만들어 나가도록 돕는다. 따뜻한 파스텔 톤의 책 표지와 감동적인 이야기에 읽어보고 싶었는데, 무려 이 소설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터키작가의 글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층 더 궁금해진 책이다.



 책 속 세 명의 주인공은 각기 다른 곳에서 살고있다. 뉴욕, 파리, 그리고 터키. 이런 각기 다른 삶의 배경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삶과 다른 아픔들을 간직하고 있으나 수플레라는 요리가 그들을 하나로 묶어나간다. 그렇게 그들의 아픈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뉴욕에 살고 있는 릴리아에게 가족이란 어쩌면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존재들일지도 모르겠다. 각방을 쓰며 개인적인 삶을 영위해 나가는 릴리아와 남편 아니. 비단 부부관계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베트남에서 입양한 두 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언어장벽이 그들을 가로막았던걸까? 아니면 이미 자랄대로 자란 아이들을 데리고 온 것이 문제였을까? 가족들은 사전을 끼고 다니며 서로에게 적응하려고 노력했으나 어느 순간 대화가 줄고 그런 습관이 굳어져갔다. 결국 커서는 점차 멀어지게 되었고, 아이들은 릴리아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원망으로 가득차 보였다. 단지 돈이 필요할 경우, 의지하는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어느 날 릴리아가 쓰러져 있는 남편 아니를 발견하면서 또 하나의 문제가 터져버렸다.



 뉴욕보다 여섯 시간 앞선 파리에 살고 있는 마크와 클라라는 참 이상적인 부부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 클라라는 마크의 삶의 전부이자 그의 행복이다. 그들에게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문제가 있었지만, 서로를 꼭 빼닮은 아이를 원했기에 입양은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화랑을 운영하고, 세계를 누비며 요리법을 개발하면서 서로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나, 여느 일상과는 다른 하루가 마크에게 찾아왔다. 부엌에 쓰러져 있는 클라라가 보였고, 맥을 짚어봤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마크의 클라라는 세상을 떠나고야 말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고, 그녀가 원하는 삶대로 언제든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던 마크였다. 삶에서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아프다.



 마지막 주인공인 페르다. 그녀는 터키에 살며, 파리에 떨어져 있는 딸과 정해진 시간에 통화하는 것이 낙이다. 그녀는 딸이 좀 더 가까이 살기를 원했지만, 파리를 선택한 딸 오이쿠는 6년째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 오늘도 딸의 전화이겠거니 하며 집어든 수화기에서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어머니 옆 집 사는 셋집 주인 세마다. 어머니가 넘어져 지른 비명을 듣고 페르다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많이 다치질 않길 바라는 걱정과 함께 이젠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만 하는건가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하는 그녀이다. 그렇게 세 주인공들에게 새로운 일들이 눈앞에 닥쳤다.



 결국 목숨은 잃지 않은 릴리아의 남편, 그녀에게 잘된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꼼짝없이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한다. 장례식장에 발을 들여놓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던 마크였기에 그는 여전히 힘겹다. 페르다 또한 팍팍한 성격의 치매 어머니를 모시게 되면서 지쳐만간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는 그들이다. 삶의 위기의 순간에서 그들은 수플레 요리책을 꺼내든다. 그 어렵고 어렵다는 악명높은 디저트를 만들며, 현실을 잊고 싶었던 것이다. 부엌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위안을 찾아나가는데....... 수플레 한 가운데가 푹 꺼질 때 마다 자신의 삶의 공허함을 느낀 마크의 얘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삶은 다 그런거라며 이해되는 한 편, 씁쓸하기도 했다. 모든 결말은 해피엔딩이어야만 한다는 바람을 가진 나에게 릴리아의 이야기는 안타깝게 다가왔다. 어쩌면 그녀의 이야기가 현실에 제일 잘 맞는지도 모르겠으나 먹먹한게 가슴아팠다. 이 또한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다. 수플레를 만들며 아픔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인상적이었던 책. 수플레를 만드는 것 만큼이나 까다롭고 복잡한 우리의 인생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아픔도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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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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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절대 공복에는 읽지 말라는 경고 말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미식소설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실제 읽은 건 이 책이 처음이다. 카페 송드방(son de vent)의 주인이자 소설 속 주인공 나호가 만드는 오늘의 런치부터, 병아리 목장의 버터, 아버지와 딸의 추억이 깃든 베이컨 샌드위치 등 뒷 내용이 궁금해 읽으면서도 배가 고파져 뭐라도 먹고 다시 읽을까 꽤나 고민하며 읽었던 책이다. 특히나 토마토도, 양상추도 모두 뺀 그저 빵에 베이컨을 구워 겨자를 살짝 바른 샌드위치는 언젠가 한 번 꼭 도전해보고 싶어지는 음식이었다. 책 표지에 울고나면 배가고파진다는 말도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배출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억누린 감정들. 결국엔 참지 못해 한참을 울고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동시에 배가 고파진다. 어쩌면 이런 내 마음도 따듯한 마음이 깃든 요리가 위로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 읽어나갔다.



 주인공 나호는 잘나갔던 도쿄 생활을 접고, 도쿄에서 세 시간 떨어진 유리가하라고원에서 카페를 열었다. 카페 창업 교실을 다니면서 꿈에 그리던 카페를 드디어 오픈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복감도 잠시, 역시 사업은 현실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것저것 재료들을 공급받으며 메뉴를 개발해나가지만 과연 이익이 나서 계속 카페를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송드방의 손님은 휴식을 취하러 오는 관광객들도 있지만, 자신들만의 사업을 꾸려나가는 이웃들, 주변의 공사에 일하러 오게된 인부 등 현재는 대부분 마을 사람이다작은 시골마을이라그런지 조그마난 사건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오락거리로 여겨지는 곳이다. 그런 마을에서 나호는 여러 사람들의 아픔과 이야기들을 듣게된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잘 들어주는 나호였지만 적장 그녀의 이야기는 애매모호한 설명이 전부였다. 그녀가 다른 삶을 살게 된 이유, 안타까운 그녀의 결혼이야기가 숨어있었다. 도쿄에서 그녀는 잡지사 부편집장으로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지만,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남편의 언어폭력과 불화로 자신의 삶이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느낀 나호는 이혼을 결심하며 유리가하라 고원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녀가 만난 사람들도 자신처럼 어딘가 아픈 상처 하나쯤은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자신과 다른 사람들 모두를 치유하기 위한 음식을 만들며 손님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대한다. 자신들의 일처럼 나호를 돕는 이웃들과 그녀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 그렇게 그녀는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읽는 내내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소설이었다. 우울하고 지친 하루였다가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한 순간에 나아지는 기분처럼 이 책을 통해 그렇게 힐링이 되었던 것 같다. 누구나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처와 아픔들이 있기 마련인데, 주인공 나호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극복하며 성장해나간다. 이런 모습이 나에게도 삶의 교훈처럼 와닿았다. 상상할 수 밖에 없는 맛있는 음식들과 함께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예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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